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3. 09. 11. 수요일

아까이 소라









환상의 나라, 프랑스


1.JPG

'프랑스'로 구글 검색 했을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


프랑스? 그래,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관광 대국이지. 20121년 동안에만 프랑스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무려 팔천 백만 명. 1초에 2.57명 꼴로 프랑스 땅을 밟았다는 계산이 나와. 한국도 예외가 아닌데, 노컷뉴스 201359일자 기사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 선호지로 프랑스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고 해.

 

관광 대국 프랑스. 관광이란 일상을 떠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 그렇다면 프랑스는 전 세계인들에 있어 어떠한 욕망의 대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말이 돼. 그런데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난히 이 나라에 실망했다던가 별로였다던가 하는 게 많아. 영어를 알아들음에도 프랑스어로 대답하는 무례하고 불친절한 프랑스인이라던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지하철, 거리에 쌓인 쓰레기,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소매치기 등의 이야기 많이 들어 봤지?

 

그러면 말야, 계속되는 디스에도 굴하지 않고 프랑스 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실제로 그 곳에 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게 자명한데도 프랑스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않는 그 이유 말이야.

 

 

먼저 하나만 물어보자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게 뭐야? 그 곳에 가면 무엇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실제로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으니 내가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좀 해 봤어. ‘와인’, ‘에펠탑’, ‘파리’, ‘프랑스 영화’, ‘샹젤리제’, ‘루이’, ‘’, ‘예술과 낭만의 나라’, ‘프랑스 대혁명등이 유난히 자주 보이더라.

 

그러니까... 혹시 이런 거야프랑스(파리)에 가면 에펠탑을 옆에 두고 거리의 악사들 음악을 들으며, 낮에는 고상하게 예술 작품들을 감상한 후,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야간 조명에 반짝이는 세느 강변을 거니는 중, 묘령의 그()와 눈빛을 교환하고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멋진 프랑스식 식사에 와인을 한 잔 곁들이고는 세느 강 위 바토무슈 위에 몸을 맡긴 채 파리의 밤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구경하다가 갑자기 끓어오르는 가슴에 상대의 들뜬 숨결을 느끼고선 입을 맞추는... 뭐 이런 거?

 

 2.JPG

그러니까.. 뭐 이런 거?

 

3.JPG

설마 이런 건 아니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미 프랑스를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거 없다고 증언하고 있잖아. 그런데도 '프랑스', '파리' 하면 이런 걸 떠올리고 있는 거야? ? 왜 너 혼자만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니가 뭔데?

 

이런 망상을 하고 있을 너에게 한 가지 위로를 하자면... 그런 생각 하는 거 너 혼자만이 아니야. 한국 사람들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너 혼자만 이상한 게 아니라구. (좀 위로가 되나?) 이제부터 왜 사람들이 프랑스에 대해 그런 환상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 테니 한 번 잘 들어봐.

 

 

이미지로 존재하는 프랑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의 이미지 때문에 그래.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거 있잖아. 눈 앞에 어떤 청순 미녀를 한 번 그려봐. “깨끗하고 순수함 바로 그 자체의 그녀... 이노센트와 퓨어! 정말이지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아리따운 그녀가 네 눈 앞에서 웃고 있는 거야. 너의 환타지 속 그녀를 나는 알 수 없으니 굳이 글로 묘사하진 않을게.


 4.JPG

그래도 난 친절하니까.

요즘 대세는 수지라 하니 그냥 너의 상상을 도와주기 위해 한 번 올려볼게 (영화 <건축학개론> )

 

하루는 이 여자랑 함께 설레는 시간을 보내다 술을 먹게 되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 완전 주당에 술만 먹으면 개차반이 되는 거야. 함께 술을 먹다 날벼락을 맞은 너는, 다음날 아침 전날 겪은 그녀의 진상을 다시 떠올리며 갸웃거려. 평소 이미지와 너무 다르니까 긴가민가 하게 되는 거야. 혹은 그녀와의 에피소드를 그녀를 아는 네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 그런데 믿어 주질 않는 거야. 워낙 그녀의 청순 이미지가 강하니까.

 

네가 여자라면 이상적인 외모의 남자를 떠올려 봐. 그런데 이 남자, 이런 젠장! 젠틀하기까지 한 거야. 이런 남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 없어. 상상까지 현실에 비추어 제한해 버리면 그건 너무 슬프잖아? 잠깐. 나도 눈물 좀 닦고...

 

여튼. 이제 조금 이해가 돼? 왜 사람들이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지 말야. 프랑스의 이미지는 크게 네 가지인 것 같아. 낭만과 예술, 향락과 이상. 말 그대로 일상에 찌든 이들이 꿈꾸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거야. 고상하게 예술을 논하는데 부드러운 낭만이 코 끝을 간질거리는가 하면, 쾌락이 살아 숨쉬는데 마음 놓고 나의 이상을 토로할 수도 있어! 혹 하다 훅 가는 거지.

 

정리하자면 이런 거야. 이미지(image)라는 건 그 태생부터가 상상(imagine)의 영역에 속해 있지만, 한 사회의 대중이 어떠한 대상에 대해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는 순간, 진위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려. 그 대상은 그저 대중이 그리는 이미지를 통해 이해되어 버리거든.

 

 

프랑스와 한국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프랑스의 진상(眞相)을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하나씩 비교하면서 살펴보려고 해. 그래도 이렇게 글을 마치기엔 뭔가 아쉬우니 프랑스와 한국의 관계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볼게.

 

다들 아는 것처럼 19세기 말, 조선은 서양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러. 1882년 미국과의 조미수호통상조약체결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통상조약을 맺게 되지. 프랑스와는 1886, ‘한불우호통상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두 나라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가 시작되었어.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사정은 조금 달라. 18361, 중국을 통해 조선에 들어온 프랑스인 피에르 모방(Pierre Maubant) 신부는 (논란은 있지만) 한국 교회사 최초의 서양인 신부로 기록되어 있어. 연이어 벌어진 병인양요는 워낙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5.JPG

한국 천주교회의 103명의 성인 중 한 명인 모방 신부(1803-1839)

1839년 헌종의 기해박해 때 목이 잘려 숨진다. 

(이미지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그 뿐만이 아니야. 유럽에서 가장 먼저 한국학과가 대학에 설치된 것도 프랑스였어.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이라는 사람이 1890년 통역 서기관으로 21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한국을 관찰, 연구했던 거야. 1896년 프랑스로 돌아간 쿠랑은 리용3대학의 교수가 되어 유럽 최초로 한국사 강의를 개설하게 돼. 이후 지금까지도 프랑스는 유럽의 한국학 중심지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고.

 

6.JPG

모리스 쿠랑(1865-1935)

그의 덕심이 오늘날의 유럽 한국학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프랑스는 미적지근한 관계일 뿐이야. 이를테면... 뭐랄까? 맨날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네가 한번은 나들이를 나간 거야. 근데 거기서 나쁘지 않은 그()를 알게 된 거지. 그 쪽에서도 너한테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좀 더 진도를 나가기에는 이 인간이 멀리 사네? 좀 많이 원거리라 그만큼 열과 성을 쏟기엔 현실적으로 힘들겠다 싶은 그런 거. 한국과 프랑스.

 

지리적으로도 멀지만 사실 경제적으로도 그저 그래. KOTRA에 의하면 2013년 상반기 한국의 총 교역량 중 프랑스와의 교역량은 0.9% 정도밖에 되지 않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체류 외국인 총 144만여 명 중 유럽국가에서 온 이들은 3만 5천여 명이고, 그 중 프랑스인은 36백 여 명에 불과해. 그러니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프랑스에 대해선 간접 경험을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밖에 없는 거지.

 

그런데 두 나라 관계의 미적지근함에 비하여 한국의 일반 대중은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선 수없이 들어 왔어. 어릴 적부터 접해 온 영화와 TV, 광고, 책 등의 매체, 혹은 여행 경험 및 타인의 경험담 등을 통하여 적지 않은 정보를 쌓아온 거지. 이런 프랑스에 대한 제한된 정보는 조선 말기에서 시작되어 식민지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입,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기존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음 편에서는 낭만의 나라 프랑스의 ‘작을 살펴보려고 해

 

재미 없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글에선 정말 프랑스가 그래?”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볼까 해. 청순 미녀 혹은 젠틀한 그 남자의 환상을 깨 볼 생각이야. 미안. 내 환상이 무참히 깨져 버려서 아무래도 너 역시 현실로 끌어내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 첫 시작으로 다음 편에는 소위 ‘낭만과 사랑의 나라’라 불리는 프랑스에서는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모르던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는지를 살펴볼까 해.

 

혹시 프랑스에 갈 생각이라면, 그리고 그 곳에서 로맨스를 꿈꾼다면 한 번 기대해 봐도 좋아. 혹시 알아? 환상 속 로맨스의 주인공이 네가 될지?




참조


국가통계포털

플라네토 스코프

노컷뉴스 2013519일자 한국 해외 자유여행지 미국이 최고








아까이 소라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