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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청문회 스타


어느새 4차 청문회입니다. 3차 청문회가 복잡하고 갑갑하게 흘러갔다면, 4차는 제법 시원시원했는데요, 비교적 상황이 단순해 보임에도 불구, 몇몇 증인들의 단호한 부인 때문에 시간에 비해 얻은 것이 적기도 합니다.


4차 청문회에서는 크게 네 가지 주제를 다뤘습니다.


1. 박근혜 정권의 사법부 사찰 및 내부 탄압

2. 박근혜 정권의 언론 사찰 및 탄압

3.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한 교육계 농단 및 문체부 농단

4. 미르, K스포츠재단과 박근혜 뇌물죄 상관관계


이 중 많은 부분이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4차 청문회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디벼보겠습니다.



1. 언론사엔 일단 사람을 심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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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좌)과 이혜훈 의원(우)


이용주 의원과 이혜훈 의원의 질의는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에게 향했습니다.


-청문회 중-


국민의당 이용주: 먼저 관련 사건(정윤회 문건 파동) 개요를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2014년 1월 6일자로 청와대 내에 감찰보고서가 작성이 돼서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이런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가 되고 이후에 관련된 박관천 경정이 원 소속으로 복귀하고 관련된 행정관들도 모두 소속 부서로 원내복귀하게 됩니다.


이후에 세계일보에서 2014년 4월경에 관련 동향에 대해서 행정관들이 원내복귀하는 또 징계통보된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보도가 1차로 있었고 이후 4월에 조응천 비서관이 사표를 내고 6월에는 홍경식 민정수석이 해임되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임명되는 그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14년 11월 24일경에 세계일보에서 청와대 증인의 감찰이 돌연 중단됐다는 의혹을 보도를 하게 된 걸 계기로 해서 청와대에서는 단순한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반박을 하고 이에 대해서 세계일보에서 정윤회 문건개입은 사실이다. 청와대의 공식문건으로 확인한 거다. 이렇게 진행이 된 거죠? 맞습니까?


이 문제로 인해 조한규 사장은 김기춘 주재회의 이후 해당 보도 관련자 본인 포함 6명이 고소 당했음은 물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내용대로 세계일보 탄압 가이드 라인에 따라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본인의 해임 역시 탄압의 결과라고 밝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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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의원은 “조 사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통일교의 판도라 상자를 열겠다.”고 세계일보를 협박한 것을 시작으로 95년 세계일보에 무명의 연구원장이었던 최순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띄워준 3인방이, 조한규 사장 해임 후 중요 보직에 임명되었음을 지적, 최순실이 단순히 언론계에 사람을 심는 방법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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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언론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는데요.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고 김영한 업무일지와 이미 보도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권의 언론탄압 케이스를 정리해주었습니다.


최순실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가 “모 방송국의 모 국장을 자르라”고 지시한 것을 비롯해, 사람을 직접 심는 방법으로 전방위적으로 언론 통제‧사찰했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KBS의 길환영 사장 사임 후 청와대가 원하는 사장을 내려 보내기 위해 이사회 내 우파 성향의 이사들을 조사하고 방통위원장을 동원했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7시간 편'을 민정수석이 막으려 한 정황 역시 언급했습니다. 한편 고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는 ‘대통령이 직접 시사저널, 일요신문에 대한 발본색원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는 답변도 했습니다. 가카! 딴지일보는 왜 없나요...


대부분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들이지만 매우 중대한 사건임에도 별 분노 없이 들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MB정권 때 언론계 낙하산 인사가 얼마나 심했습니까. 일각에서는 이른바 ‘부역언론들에 대한 청문회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정도입니다. 타당성은 있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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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날만을 기다린 조한규 전 사장


조한규 사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증인이었습니다. 이혜훈 의원이 “그 때 세상에 밝히지 못한 나머지 문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밝혀달라”고 요청하자,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했다”고 폭로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등산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해당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특별한 비위 사실이 아닌, 등산 등 일상생활에 관한 내용이 샅샅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최성준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의 내용도 들어있다고 밝혔는데요. 문건을 공개해 달라는 청문회 위원 및 국민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김성태 위원장은 해당 문건 두 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직접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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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가이의 면모


각각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과 중 등산을 갔다는 소식이 외부에 알려져 당혹해 했다’는 내용과 ‘최성준 당시 춘천지법원장이 대법관 진출을 위해 여기저기 지원을 요청하고, 이외수 씨 등 지역 내 인사와 친분을 구축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내용이 적혀있다는 건 곧 이런 문건을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사찰을 시행한 곳이 어디냐도 문제인데요. 박범계 의원은 “국정원이 생산한 문서를 복사하면 복사한 문건에 한글 워터마크가 표시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당 문건을 국정원에서 만들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사찰하면 또 국정원 아니겠습니까.


청문회 내용이 알려지자 대법원은 바로 “사법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매우 열 받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 별명이 ‘미스터 법질서’라던데, 그분들의 법질서는 참 편리한가 봅니다.


김경진 의원 질의에서는 국정원 댓글사건 판결을 비판한 부장판사가 징계 받은 것과 ‘고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에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청와대가 먼저 알았다는 기록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왜 청와대에 순순히 응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 문건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문건에 얽힌 파장은 앞으로도 뜨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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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좌)과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우)


조한규 사장의 폭로는 더 이어졌습니다. 김경진 의원은 정윤회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질의를 이어나갔는데요. 조한규 사장은 구두로 보고 받았고 팩트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며, 부총리급 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해서 7억 정도의 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해당 부총리급 인사는 현직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결국 현대판 매관매직을 했다는 것인데요.


당 인사가 누구냐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올랐고, 하태경 의원은 황찬현 감사원장을 지목합니다. 하지만 이용주 의원의 질의에 조 사장이 직접 “황찬현 원장은 아니.”라고 밝혔고, 감사원도 바로 보도자료를 내어 반박했습니다. 이 역시 사법부 사찰만큼이나 굉장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입니다.

조한규 사장은 두 가지를 더 폭로했습니다. 박근혜의 친동생 박지만 EG회장의 불법청탁 관련 비위 사실과 청와대가 대기업 비리를 사찰한 문건이 있다는 것인데요. 해당 폭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말을 아꼈지만, 기업들이 재단 모금에 순순히 협조한 배경에는 사찰 문건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3.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어떻게 짤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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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특별감찰관 이석수


이석수 특별감찰관 역시 청문회의 주요 증인이었습니다. 특별감찰관제는 박근혜의 공약이었는데요, 주요 업무는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과 관련한 감찰이었습니다.


윤소하 의원은 미르, K스포츠재단의 내사에 대한 경위를 물었고, 이석수 전 감찰관은 “‘전경련을 통해 몇 백 억을 모금해서 두 재단을 만들었고, 안종범 수석이 관련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감찰관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건 아닌 것 같다, 안종범 수석 개인의 영달을 위해 만든 것도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이걸 만들어 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할까,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용주 의원은 미르, K스포츠재단과 박근혜와의 관계를 파고 들었습니다. 이 감찰관은 박근혜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모금에 참여한 기업들이 증언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주저하다가 다른 사건들이 터져 잠정 보류 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발적인 모금이 아니라면 뇌물죄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귀속 주체가 공무원이라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기소 여부는 퇴임 이후에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지요. “과거 일해재단, 육영재단과 비슷해보였다”는 그의 의견은 두 재단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꽤 괜찮은 비유였습니다.


우병우 수석의 비위 사실 건도 증언했습니다. 우 수석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과 가족기업인 정강에서의 횡령 건에 대해 감찰을 진행했다고 합니다만, 7월 18일 우 수석 감찰 시도 이후 상황이 급변하여 국기문란으로 지목받고, 압수수색을 당하며, 휴대폰과 업무일지를 빼앗김으로써 업무수행이 불가해졌고 결국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9월 국감을 앞두고 미뤄두었던 이 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국감 증인 출석을 방해했었는데요. 이후 특별감찰실의 구성원이 해체되고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에서 무리한 해석을 한 법무부와 인사혁신처에 대해 “두 부처가 그런 해석을 할 요인이 없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사실상 강제로 와해시킨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인정한 것이지요.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에 있어서 중요한 물타기 지점이었던, 이석수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대화를 보도한 MBC의 보도에 관련해서 그는,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카카오톡으로 대화 나눈 적 없다.”며 도청 혹은 감청 가능성과 왜곡 보도 가능성을 약간이나마 인정했습니다.



4. K스포츠재단 주인은 박근혜? 최순실?


박영선 의원은 이번에도 녹취록을 틀었습니다.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에게서 제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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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서 최순실은 현재 진행상황을 체크하며 어떻게 대응(=조작)해야 할지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① SK와 K스포츠재단과의 관계에 대해 정현식 사무총장이 증언했음을 보고
② 정현식 사무총장의 증언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
③ 향후 대응 지시
④ 업무용 핸드폰 제출 보고에 대한 반응


박 의원은 K스포츠재단에서 특검 및 국정조사 대응방침을 담은 문건을 공개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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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이 공개됐을 때 김경진 의원의 반응


문건에는 각자 대응방침이 적힌 것은 물론, 전경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국정조사에서 자신들을 도울 수 있는 새누리당 의원 3명은 파란색으로, 박영선, 안민석 의원은 빨간색으로 기재해 피아식별을 해 놨습니다. 녹취록에 “정동춘 이사장님도 막으려고 했는데”라는 언급이 있는데요. 정동춘 이사장은 “최순실의 지시를 듣고 증언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에 “그 분의 소신대로 말씀하겠다는 의지를 존중했다. 녹취록의 표현은 그 분의 주관적 판단”이라고 증언합니다. 좀 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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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러 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영선 의원이 “왜 폰을 여러 개 썼냐”고 묻자, 박헌영 과장은 녹취록 후반부 폰을 제출한 사람이 본인임을 밝히며, 다른 폰은 최순실 통화 전용폰이라고 답변합니다. 안민석 의원의 대포폰 매직쇼가 떠오르네요.


박헌영 과장은 박 의원의 질의시간 상당수를 점유하며 JTBC 태블릿 입수 건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을 밝혔습니다. 간략히 축약하자면, 해당 태블릿pc는 최순실 것이 맞고, 들어있던 책상은 최순실이 놔두라고 직접 지시해서 그냥 둔 것이며, JTBC 기자가 잠겨있던 사무실에 출입했다면 경찰을 대동했어야 한다, 였습니다. 박 의원은 발언 의도를 모르겠다며 의심합니다. 박헌영 과장이 “본인을 변호하기 위해 밝힌다.”고 답하는 것을 보면, 태블릿pc를 유출한 사람을 찾기 위해 어느 쪽에서 부던히 노력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경진 의원은 ‘K스포츠재단의 운영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집요한 질의를 이어나갔습니다. 두 증인과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 박헌영 씨는 “최순실 씨와 면접을 보고 입사했고 정동춘 씨는 2010년부터 알던 사이였고, 안종범 수석도 같이 만났다”고 증언했으며, 재단 출장차 독일에서 최순실을 만났다는 것도 말했습니다.


정 씨는 재단의 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때 안종범 수석과 통화했다고 밝히고, 롯데에서 받았다가 돌려준 70억은 최순실과 안 수석 둘 다 지시한 것이었음을 증언합니다. 정 씨는 자신이 임용된 뒤 최순실에게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답했는데요. 여러 부문에서 K스포츠재단 설립 뿐 아니라 운영에도 최순실이 깊게 개입했고, 박근혜 역시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박헌영 씨는 독일 출장 때 장순호 씨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장순호 씨는 최순실의 집사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박헌영 씨는 장순호 씨와의 첫 만남에 대해, “SK에 출연을 제안하러 간 날 SK사옥 앞에서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한편,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의 것이냐, 최순실의 것이냐”는 질문에 정동춘 이사장은 한참 고민하다가 자신이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반띵인가 보죠 뭐.



5. 김종덕 장관은 바보인가, 지능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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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이 추천해 입각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 사건이 본격화되기 전에 사임해 요행히 화살을 피해갔습니다만, 그가 조양호 회장과 여명숙 위원장을 자른 것이 알려지면서 결국 청문회에 불려나오게 되었습니다. “김종 차관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국정농단을 자행하고 있을 때 김종덕 장관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냐”는 질문에, “작년 여름부터 자신을 건너뛰며 결정되는 사안이 많아서 사임했다” “김종 차관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 장관생활은 배울 것도 많고 정책적으로 성과도 있었다”는 답변을 했고, 손혜원 의원에게 “이 쯤 되면 이용당한 거 눈치 채셔야죠!”라며 면박을 당했습니다.


좀 의문이 드는데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고, 단종 된 제품을 주도적으로 도입해서 ‘재고처리’가 아닌가하는 의혹에는 ‘꼭 필요했다며 재고처리가 아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하고, ‘국가슬로건은 원더랜드 코리아보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하고, 평창올림픽 총감독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의혹에 대해선 ‘송승환 감독은 자문위에서 최순실, 차은택과 관련 없는 인물 두 명이 추천해서 선임했다’는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행위, 특히 자신이 개입되어 있는 행위를 ‘적법하고 정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슬로건 관련해선 손혜원 의원에게 반발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건 김종과 차은택이 얽혀있는 만큼 특검에서 밝혀지겠지요.


그런데 이 분, 장관 임명 인사청문회에서 민감한 질문에는 모두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었습니다. 민감한 부분, 얽혀서 좋을 것 없는 부분에는 아예 관여하지 않는 처세술, 차은택이 왜 이 분을 추천했고 김종 차관이 어떻게 전방위적 국정 농단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본인이 들은 얘기를 말했습니다. “문체부 장관이 열심히 하려고 여기 저기 사람을 추천했는데, 누군가 그랬다죠. ‘그냥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시고 시키는 일이나 잘 하시죠’” 김종덕 장관은 그런 얘기 들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만, 일반인도 일 하다 보면 이런 얘기 한번 쯤 듣게 되는데, 과연 안 들었을까요?
 


6. 갑갑한 이화여대 측 증인들


등장인물부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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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좌),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중), 최원자 이화여대 교수(우)

앞줄 김경숙 전 이대 체대학장(좌), 최경희 전 이대총장(우)


이 중 주목해야 할 증인은 남궁곤, 김경숙, 최경희입니다. ‘정유라 특혜 의혹’ 트로이카죠.


증인들이 많이 나온 만큼 의원들의 포격도 집중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공격했지만, 완강한 부인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뒷목만 잡게 하고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시종일관 특혜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자, 이화여대를 감사했던 교육부 감사위원들이 청문회장에 출석하여 이들의 증언을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각 증인들의 답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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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총장은 “(최순실과) 두 번 만났다. 올해 봄에는 정유라와 같이 찾아와 잠시 인사를 했다.”고 답합니다. 이에 “총장은 원래 아무 학부모나 찾아오면 다 만나줍니까?”라는 비판을 듣습니다만, 최 총장은 “손님으로 찾아오면 다 만나고, 자신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합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과의 대화’를 요청하자 경찰 1600명을 투입해 진압한 것과는 매우 대비되는 행보네요.


“정유라가 정윤회 딸이란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과 전공자라 잘 몰랐다.”는 등 영문을 알 수 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혜 의혹에 관해 “학교에서 엄격한 진상조사를 했음에도 조직적으로 특혜를 준 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오히려 교육부의 감사 결과가 지나쳤다는 뉘앙스로 답변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조직적 비리가 아닌, 개인적 일탈이라는 식의 발언도 했습니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은 경찰 1600명 투입 건인데요. 총장 명의로 서대문 경찰서로 보낸 공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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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처음으로 보낸 총무처장 발신 공문, 오른쪽엔 총장 발신 공문입니다. 최경희 증인은 이 공문에 대해 “총무처장이 공문을 보냈지만 총장 명의로 해야 한다고 해서, 학교 건물이 문화재이기 때문에 보호해달라는 요청을 보낸 것일 뿐 경찰 투입 요청은 아니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합니다. 무리수 중에 무리수였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명언이 떠오르는 답변이었습니다.


입학처장인 남궁곤 씨도 조직적 특혜 의혹에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남궁곤 씨에게 쏟아진 질의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유라의 면접 때 면접관들에게 은근한 영향력을 끼쳤는가’였습니다.


교육부 감사위원들은 ‘남궁곤 씨가 면접위원들에게 정유라 건에 대해 영향을 끼쳤다’는 답변을 토대로 결론을 내렸지만, 남궁곤 씨는 “누굴 뽑아주라고 한 적 없다”며 지속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정유라에 대해 검색하고 이를 최 총장에게 보고했다는 답변도 했는데요. 이 행위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 총장은 남궁 씨의 보고 건에 대해 부정했습니다.


끝판왕은 김경숙 교수였습니다. 김경숙 교수는 지금까지 청문회를 거치며 본 증인들 가운데 가장 완고하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특혜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된 것은 물론, 최순실과의 관계, 정유라와의 관계, 김종 차관이 이대에 관여하는 데 도움을 준 것 등 모든 행위를 부인했습니다.




너무 ‘모른다’가 많아서 미처 다 정리하지 못했습니다만, 이 분이 가장 감정적인 대응을 했던 건 남편에 대한 질문을 할 때였습니다. 김경숙 씨의 남편 건국대 김천제 교수는 갑자기 승마협회 이사가 되었고, 대통령 자문기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만, 최순실과의 관계는 완강히 부인하였습니다. 박범계 의원이 ‘박뿜계’ 의원이 된 것도 김경숙 씨의 답변이 너무나 불성실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국민일보는 이른바 ‘알프스 커넥션’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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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안민석 의원은 이화여대 관계도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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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도에 대해 증인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지나치다’는 답변으로 일관합니다. 이들의 답변과 전략을 요약하면,


① 정유라 특혜 입학과정에서 자신들의 시스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② 특정 개인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은 공정한 결과
③ 학사관리 등에서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적 일탈이며 본인들과는 무관하다


였습니다.


우병우 수석의 장모는 최순실과 자주 골프를 쳤다고 하고, 최경희 총장은 우 수석의 장모와 두 차례 식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4차 청문회가 보여준 것은 이들은 끈끈한 관계로 엮여 죄의식 없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교육부의 감사가 일부 증인들의 증언대로 ‘지나친 조사’가 아니었다고 한다면요.


4차 청문회, 오전의 폭로는 정말 시원했지만, 오후와 저녁을 지배한 이화의 그림자는 가슴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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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 관람기 上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 관람기 下

최순실 국정농단 3차 청문회 관람기





빵꾼


편집: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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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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