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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정치 기사를 보다 보면 필리핀에서의 두테르테 당선과 미국 민주당 샌더스 경선 돌풍에 대한 인용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인용들을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두테르테의 당선 전 필리핀 정치 상황의 배경을 들여다 보도록 한다. 물론 2016년은 6년/6년/3년 임기의 대선/총선/지방 선거가 모두 겹친 해로 모든 정치적 이벤트가 2016년 선거를 중심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마마사파노 총격전의 상원 청문회


2016년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로 어떻게 보면 한국의 세월호와 비슷한 정부의 부적절 대응 사건이 2015년 민다나오 마마사파노에서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청문회가 상원에서 시작되었다. 이 마마사파노 총격전은 2015년 민다나오에서 필리핀 경찰 소속 특수부대 44인이 무슬림 반군 세력 중 하나인 MILF(Moro Islamic Liberal Front)에 의해 몰살을 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배경은 Marwan이란 말레이시아 계 국제 테러리스트가 필리핀 민다나오에 은신해 MILF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미정보국이 발표하면서 비공식으로 5백만 불의 현상금이 붙으며 테러리스트 헌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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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들이 SAF 44인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이 사건 발생의 책임자인 Purisima와 Noynoy,

출처 - 링크


미군과 함께 이 작전을 수행한 그룹은 필리핀 경찰 소속의 SAF(Special Action Force) 44인과 Noynoy 대통령의 절친이며 부정부패로 정직된 경찰청장 Purisima과 Noynoy가 비공식 작전을 지휘 했으며, 정직당한 공무원이 이런 비밀 작전을 수행하게 된 것 자체가 불법 행위였다. 이 작전에서 Noynoy는 인근 Zamboanga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테러리스트 헌팅 작전을 지휘했으며, 그 당시 44인의 특수경찰은 이 둘의 지시로 Marwan을 잡기 위해 예고 없이 MILF 반군 지역에 진입하였다.


당연히 경찰이 반군지역에 예고 없이 들어왔으니 MILF의 입장에서는 선전포고 없는 공격으로 대응한 것이었다. Noynoy와 Purisima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이 반군 지역의 행동 룰을 알지 못하는 지휘관이 작전을 지휘해 SAF 44인을 궁지에 몰아넣은 꼴이 된 것이다. 당연히 자기 지역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MILF 반군은 이 44인을 큰 원으로 포위한 공격을 시작하였다. 이 격전은 큰 포위망으로 조여오는 반군과 밤새도록 지속되었으며 SAF의 총알이 다 떨어진 아침에 살아남은 인원마저 몰살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곳은 반군과의 내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이러한 반군/정부군 간의 충돌은 잦게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비밀 작전에 Noynoy 자신과 미군이 민다나오 지역에서 알려지지 않은 활동에 결부된 사실, 그리고 그의 절친인 정직된 Purisima 경찰청장이 임무를 수행했던 것을 숨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Noynoy는 MILF와 SAF간의 충돌이 시작되었음에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지역 인근에 포병을 포함한 군부대가 있어 반군과의 충돌을 중단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 결과 44인의 특수경찰들은 총알이 다 떨어져 싸울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며 반군에 의해 총살을 당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사태로 정부 여당에 대한 청문회와 5월에 있을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Liberal Party에게는 큰 위기로 여겨졌으나, 아니나 다를까 청문회의 내용은 정직된 Purisima가 작전을 진행한 것에 대한 구설수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로 끝나버렸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을 공격하기에는 자신들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며 결국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이 사건을 같이 덮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필리핀 국민들의 원성은 더욱 커져만 갔으며, 심지어 Liberal Party의 대선주자인 Mar Roxas가 대선에 승리 한다면 경찰과 군부의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흉흉한 우려가 팽배하였다.



2016년필리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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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2016년 1월 Pulse Asia 대통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2016, 올해 치러진 선거는 2015년 말부터 이미 진행형이었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는 제1 야당인 UNA당 소속으로 Makati 시장 출신이며 현 부통령이었던 Jejomar Binay였다. 15년 중반까지 대선주자 지지도 50%를 오르내렸으나 작년 후반부터 마카티 시장 시절 공영 주차건물 건설 부정부패 설이 언론에 퍼지기 시작하며 지지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여당인 LIberal Party와 대선주자인 Mar Roxas가 언론을 이용한 흑색 선전의 첫 대상으로 Binay를 선택한 결과였고, 결국 2016년 초 현 대통령 Noynoy가 2013년 총선에 발탁한, 최고 득표로 당선된 무당파 Grace Poe에게 지지도 1위를 넘겨주게 된다.


Grace Poe는 2001년 당시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영화배우 출신인 Estrada 전 대통령(현재는 마닐라 시장)의 탄핵으로 부통령이었던 Arroyo가 2001년부터 대통령에 오른 이후, Arroyo에겐 첫 대선인 2004년 선거에서 만난 대선 경쟁자였던 Fernando Poe의 입양 딸이다. 그녀는 부정부패로 명성이 자자한 Noynoy가 2013년 총선에서 발탁한 인물이나, 깨끗한 이미지와 부정부패에 가담한 경력이 없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Grace Poe는 Liberal Party 소속이 아닌 무당파 소속으로 인해 당시 부통령인 Binay가 부정부패 구설수에 오르자 Binay를 지지하던 안티 LP그룹이 그들의 지지를 Grace Poe로 옮기면서 그녀가 대선주자 지지도 1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내내 Binay에 대한 흑색선전을 진행했던 Liberal Party의 입장에선 당시 흑색선전으로 50% 지지율의 Binay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선거가 끝난 지금에선 관련된 Binay의 부정부패 혐의 사실은 드러난 것이 하나도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Liberal Party와 Noynoy 입장에서는 Grace Poe 보다는 Mar Roxas가 대통령이 되어야 그들의 부정부패를 완전히 숨겨줄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Grace Poe의 약점도 들춰내기 시작했다. Grace Poe는 영화배우 Fernando Poe의 입양딸로 필리핀 태생임이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대선주자로 부적합하다는 것이었으며 결국 대선 직전까지 대법원 판결로 이어지며 대선주자 자격을 완벽히 획득 하였으나, 이미 많은 지지자들은 그녀에 대한 지지를 포기한 상태였다.


Liberal Party의 입장에선 이러한 흑색선전 노력이 Mar Roxas의 지지로 옮겨가야 했으나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2013년 태풍 욜란다 피해 지역에서 지방 자치단체장과의 회의 중 재난지역을 돕는 회의는 않고 그들에게 말로 횡포를 부렸던 Mar Roxas의 동영상이 배포되며 끊임없이 그의 발목을 잡았으며, Mamasapano 총격전에 대한 어설픈 청문회의 결과로 Noynoy 그룹에 대한 국민들과 경찰/군인 그룹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그들은 다급했으며 지지도가 오를 가능성이 없었던 만큼 더 많은 비방과 흑색선전을 사용했으며, 2013년 부정선거에 사용된 것으로 의구심을 사고 있는 선거 투표지 리더기인 콜롬비아 산 PCOS기기를 2016년 선거에서의 재사용을 결정할 만큼 급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투표용지 리더 부정선거도 Mar Roxas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일부 Liberal Party나 Noynoy 측에서는 Roxas의 지지율이 올라오지 않음을 확인하며, 그의 대선을 포기시키고 Grace Poe를 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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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대표적 선거 부정은 Vote Buying이다. 지역에서 선거구역 단위로 후보가 선거권자에게 돈을 주고 투표를 약속 받는 방법이다. 당연히 실제 선거에서 누굴 찍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지금까지의 선거 경험상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경험에 의한 검증은 완료된 상태다. 사실 이전 선거까지만 해도 현재 최저임금의 1 ~ 4배 정도인 500 ~ 2,000페소(12,500 ~ 50,000원 가량)의 Vote Buying이 적절한 1인당 비용이었으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일부 고발되는 내용들을 보면 5,000페소 ~ 20,000페소로 지급액이 높아졌으며 이는 일일 최저임금의 10 ~ 4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물론 이러한 Vote Buying이 얼마나 많은 유권자에 뿌려졌는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경우가 Narco Politics(마약정치)의 주범으로 불리는 Liberal Party의 Group에서 나왔으며, 결국 마약에 빠진 서민들의 주머니 털기 비용에서 지불되는 것이다. 2016년 선거에서 대선/총선/지방선거가 동시에 이뤄졌으니 이로 인해 풀린 마약정치 자금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눈에 뜨이는 인물은 단연코 Duterte였다. Mindanao섬 일개 지역 시장이 대선에 출마한 경우로 언론과 여론의 지지를 쉽게 받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Davao시가 범죄가 없고 깨끗하며 안전한 도시로 거듭난 사실과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외 투자를 받는 도시로 선정된 사실들이 SNS를 기반으로 퍼지며 Duterte에 대한 풀뿌리 지지 기반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소수당 PDP Laban 소속으로 중도 좌파인 Duterte는 마약과의 전쟁, 부정부패의 타도, 저임금자 보호정책 공약 등으로 필리핀의 대다수인 서민들이 지지를 받기 시작하였다. 실제 Noynoy 정권하에서의 6년은 심각한 마약 팽배, 부정부패, 분배 불균형의 문제들로 인해 서민들의 Liberal Party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표의 마지막에 보이는 Miriam Santiago는 청렴 결백하고 잘못된 것에 호통칠 줄 아는 싸움닭형 정치인으로 이번 대선에 어렵게 출마했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결국 대선 이후 질병으로 사망하였고, 이후 밝혀진 그녀의 출마 이유는 그녀의 출생지가 Liberal Party의 주자인 Mar Roxas와 같은 필리핀 중부의 Iloilo 섬으로 Roxas의 출생지역의 지지표를 갉아먹기 위해 대선전을 끝까지 뛰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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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선거 직전 SWS Survey 여론조사 결과 Duterte 가 33% 1등을 유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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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의 지지율이 33%로 1위를 차지하였고 이 즈음부터 2016년 대선의 승리가 두테르테에게도 주어질 수 있음이 감지되었다. 하지만 Liberal Party의 지속적인 흑색선전과 비방은 쉼 없이 지속 되었으며,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도 Liberal Party 그룹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대선 막판까지도 두테르테의 대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언제 어떤 비방 기사가 어떻게 어디서 올라올지 알 수 없었던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들은 언제든지 투표권자의 선택을 바꿔버릴 만큼 영향력이 클 수 있었다.



Duterte의 당선과 임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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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 Duterte 39%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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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동시에 마약과의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많은 정치인들과 경찰, 군인들이 마약에 연루되어 있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PCOS 부정으로 당선된 것으로 보이는 De Lima 상원의원이 마약중개로 용의선상에 올라있음에도 국회의원 면책특권으로 처벌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Noynoy 정권시절 공무원 감사국장의 알박기 인사로 이러한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도 진행이 불가한 상황에 처해있다. Noynoy 정권이 앞으로 누가 될지 모를 다음 정권을 준비하기 위해 그들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여기저기 준비해 놓은 그들의 지뢰밭들이 생각보다 풀기 쉽지 않은 문제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두테르테가 대통령 임관식에서 제공한 음식 메뉴가 당시 화제가 되어 소개한다. 전세계에서 대통령 임관식에 방문한 VIP들에게 제공한 음식치곤 너무나 서민적이었다. 저 메뉴들은 그냥 허름한 동네 식당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들로 채워져 있었다. 필리핀의 2016년 대선의 결과는 아주 필리핀스러운, 그냥 일반인이 대통령에 선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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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일반 동네식당에서도 쉽게 살수 있는 메뉴들이 대통령 임관식에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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