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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6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올해 연말은 다른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온 느낌입니다과거 어느 정치인으로 인해 유명해진 살림살이 좀 나아 지셨습니까?” 라는 인사를 생각 없이 내놓았다가는 뺨을 맞을지 모를 정도로 각박했던 2016년 한 해, 돌아보면 우리네 삶은 참 팍팍했습니다역시나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적으로 한 고비를 넘기자마자 튀어나온 말은 경제가 위기다.’라는 비명이었습니다무능했던 대통령 못지않게 직무대행 중인 총리나 경제부총리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팍팍한 삶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누가 그런 위대한 일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아마도 우리네 노동자들의 삶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바로 우리 자신, 바로 노동자들일 것입니다앞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지나온 과거 속에서 묻혀있던 자본과 정부가 꾸민 위선과 계략을 복기해 보고 다시는 그런 허튼 수작에 속지 않는 일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 한 해를 돌아봤습니다.



1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


올해 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길거리로 나섰던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이 있었습니다. 민생구하기 입법이란 경제활성화법안들을 말하는데 노동개악법안들을 포함하고 원샷법과 같은 기업규제 회피 꼼수 법안을 통틀어 얘기합니다.


하지만 민생 구하기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버리고 이런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 특히 야당을 표적으로 몰아세우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 '뭔지 잘 몰라도 대통령이 경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나보다.' 착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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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야 박근혜가 왜 이리 난리를 쳤는지 알게 됐죠. 최순실의 지시로 기업들에게 돈을 거둬들이고 그 대가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던 겁니다. 노동개혁법이라는 것을 통해 기업들은 더 손쉽고 편리하게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해고하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국정조사에서 재벌들이 불려나와 삼성의 이재용을 필두로 전경련 해체를 약속했잖아요? 그런데 전경련이 사라지면 재벌들과 고위권력층의 유착은 끊어질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1월에 있었던 이 천 만 서명 운동은 대한상공회의소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루어졌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인과 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라고 하지만 기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이며 가장 많은 회비를 내는 재벌과 대기업의 입김으로 운영됩니다. 심지어는 의사결정의 권한을 갖는 대의원이나 회장은 대기업의 전직, 현직 인사로 구성됩니다.


앞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재벌대기업들의 기부금에 대한 세금 감면을 면밀한 조사를 통해 적정한 기부에 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재벌과 대기업에 의존해 운영되는 목적(?)단체들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개혁을 반드시 수반해야 합니다.



2월, 상식의 대체휴일을 기대합니다


처음 대체휴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에 공휴일이 겹치면 월요일 날 쉬게 해주는 가부다. 하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대체 휴일에 대한 법은 설날, 추석, 어린이날에 한 해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그런 이유로 올해 대체 휴일은 210일 단 하루였습니다.(27~9일이 설 연휴였는데 7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10일을 대체휴일로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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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의 생산성이 OECD 회원국 중 생산성이 높은 국가의 55%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상하죠.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만큼 노동자들이 장시간 일하는 나라가 흔치 않은데 말입니다한국의 노동자들은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하지만 그 생산성은 노동량에 비해 높지 않다는 건 참으로 불편한 진실일 겁니다.


그럼에도 기업주들은 긴 노동시간을 통해 노동자를 짜내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무식한 경영자들은 고급 노동자를 가질 권리가 없는 법이죠잘 쉰 노동자가 더 잘 일한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모르는 이 사회의 무식함이 대체휴일을 통해 확인되는 듯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일요일에 법정공휴일이 겹치면 월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상식의 대체휴일이 시행되는 대한민국을 원합니다. 그 공휴일이 삼일절이든, 광복절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3월, 알파고의 승리는 노동자 계급의 소멸을 불러올까?


세기의 대결이 이루어졌습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입신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었는데요많은 분들이 인류애를 담아 편파적(?) 응원을 펼쳤으나 이세돌 9단은 5번을 두기로 한 대국에서 총전적 14패로 결국 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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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국 이후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관심은 결국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해 사회에 공헌할 수 없는 인간은 과연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하는 어찌 보면 세기말적인 질문이 대두되었습니다심지어는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 투표권이 제한되는 디스토피아의 출현을 걱정하는 분들까지 나오게 되었는데요.


비록 착취를 받더라도 노동력을 제공해 인간으로서의 존재의의를 갖고 있기에 투표를 통한 정치참여가 가능했던 현재의 위상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아주 우울한 미래예측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세간의 관심이 바둑판에 몰려있던 그 봄날 유성기업 노조의 한광호 씨는 사측의 탄압과 비열하고 치사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그러나 유성기업도 사실상 유성기업의 노조탄압 행위를 뒤에서 조정한 현대자동차도 그분께 조의를 표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으로 대우 받지 못하고 도구로 취급 받는, 그저 노동력의 제공자로 남게 된 노동계급의 위상이 미래에는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로봇의 발달로 인한 노동계급의 붕괴와 시민권 박탈이라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되는 근간에는 현재 우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유린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은 자명한 과학적 사실이고 그 결과 많은 노동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노동자, 그리고 인간 자체에 대한 존엄을 추구하는 정치와 사회의 발달이 수반 된다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미래 세상의 주체도 사람입니다.


혹시 곧 다가올 로봇과 인공지능의 세상에 막연히 두려움이 앞서는 분이 있다면, 우리보다 먼저 인공지능과 싸워 처절히 패배했던 전사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을 전해 드립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엔지니어 분들께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4월, 늙은 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청년 실업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렵게 취직을 한 청년들이라고 절대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속된 말로 취직한 직장이 아무리 좆같아도 때려치울 수 없습니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니까요. 기업도 이 상황을 모르지 않습니다. 덕분에 청년직장인들은 시쳇말로 쪽쪽 빨립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적어도 노동 분야에 있어서는 세대 차별 없이 공평하게 가혹합니다.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그리고 파견법 이라는 카드들을 잘 조합하면 늙은 노동자도 충분히 젊은 노동자 못지않게 압박해서 부려 먹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는 여러 노동악법은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고,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4, 정부는 또다시 파견법 개정의 국회통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슬쩍 뿌리산업의 위태로움을 그 필요성으로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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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 금형, 용접, 도금, 도장, NCT가공 등 제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산업분야를 정부는 뿌리산업이라고 이름 짓고 있습니다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뿌리산업은 젊은 청년들이 기피하는, 3D 산업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계속 자리를 내주고 있는 산업분야 입니다.


한국에서 금형을 만들 비용이면 중국에서 만든 금형을 비싼 운송비를 주고 가져와도 더 싸다며 중국금형회사와 일을 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정도로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마치 지금 노인들이 예전 대장간을 추억하듯, 언젠가 우리도 기능올림픽 역대 최다 수상국의 명예를 추억할지 모를 상황입니다.


노동법 개악이 이곳저곳에서 막히자 정부가 파견법에서 핀 꼼수는 그간 32개 업종으로 제한했던 파견대상을 뿌리산업에 한해서는 확대하여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55세 이상의 노동자라면 파견허용대상이 되니,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뿌리산업 업계에서는 정년은 자연히 54세가 될 것이며 또한 파견법 개정의 골자 중 하나인 고임금 노동자에 대한 파견가능까지 뒤집어쓰면 그나마 기술을 천직이라고 여기고 성실히 일 해온 늙은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2년짜리 기계부속이 되겠지요.


어이~ 모모씨. 올해 54이지? 파견으로 계약할래? 나갈래? 아님 월급을 줄여서 남는 것도 한 방법이고.” 이런 굴욕스런 상황을 노동자에게 제시하는 사회가 어떤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감히 예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치킨공화국도 아닌데 전문성을 갖춘 중년의 일꾼들이 닭이나 튀기고 있어서야 되겠냐며 파견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자신의 별명이 닭인지는 알고나 하는 헛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중년의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었다면 누가 그 뜨거운 기름 앞에서 하루 종일 닭똥냄새를 맡으며 고생을 하고 싶겠습니까? 과거 드라마 미생의 인기에 편승해 청년들의 열정페이를 근절하겠다고 하고 아무것도 안 했던 정부이지만 중년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이 모순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에는 노동자가 안중에도 없다는 걸 말합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5월, 노동자의 날을 법정 공휴일로!


취업규칙을 구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51일 노동자의 날을 휴일로 하고 있습니다많은 노동자들이 5월 1일을 법정 공휴일로 제정하자고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습니다5월에는 휴일이 많아서 휴일을 추가하면 기업의 생산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게 그 이유인데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 5월을 골든위크라 하며 줄기차게 놀아대지만 우리보다 선진국인 걸 보면 별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는 거죠.


올해 56일은 국가에서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여왕과 대통령의 차이를 모르는 박통이 선심 쓰듯 백성들에게 하사하신(?) 공휴일이었죠임시공휴일이라는 사탕을 내밀어 민심을 얻어볼까 하는 속내도 있었지만 기실은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 소비에 대한 고민도 한 몫 했습니다이견이 없는 경제 위기의 해법,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풀어나갈 해법은 소비 위축을 풀어내는 것이니까요.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효과로 소비지출이 약 2조원정도 될 거라고 추산했었는데요.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몇 조원의 경제효과를 하도 들어서 귀에 차지도 않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런 경제효과 추정은 나름의 근거들을 갖고 산정합니다. 그러나 임시공휴일의 경제효과 추정에서는 근본적인 전제오류가 있는데요. 그건 바로 쉴 것을 계획하지 않던 소비주체들이 갑자기 던져진 공휴일을 제대로 소비할 수 없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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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정부지출을 연초에 70%를 하겠다니 어쩌니 하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정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경제는 심리고 또한 소비는 소비의 주체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늘어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 5일 근무가 시행된 이후의 소비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소비는 아웃도어와 캠핑 용품의 판매 증가였죠. 소비 주체들이 충분히 자신의 소비를 대비하고 계획했고 그 결과가 나타난 겁니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미싱질 할 때의 착취적 노동생산성의 단맛에서 아직도 벗어난 지 못하는 대기업들과 그 기업들의 눈치를 보며 소비 진작을 고민하는 멍청한 정부의 딜레마를 확인한 5월이었습니다.


51, 노동자의 날이 법정 공휴일이 되는 날이 오게 되면 우리는 조금은 똑똑해진 기업과 세련된 정부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6월, 최저임금 1만원 이라는 사기에 또 속고


올해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경제 민주화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모든 정당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약속했습니다마치 도박판의 그것처럼 서로 받고 얹고 하더니 급기야 분위기는 최저임금 1만원을 불렀고, 공약집에서는 2019년까지, 2020년까지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선거운동 기간에는 간결하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워 이제는 뭔가 바뀌는가보다 하는 기대를 했지요.


특히 여소야대의 총선결과가 나오자 그 기대는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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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결정된 2017년 최저임금. 시간당 6,470.


총선이 끝나고 불과 3개월 만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정치인들의 약속과 달랐습니다. 솔직히 1만원으로 단번에 끌어올리지는 못하더라도 8천원 수준으로 인상은 됐어야 총선공약 1만원의 달성 가능성을 신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 중 하나가 계산하기 어려운 시급을 월급으로 표시하자는 것이었습니다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려면 주 5일에 한 달 근무 기일을 곱하고 주휴수당을... 이런 식의 복잡함을 없애고 내년 최저임금은 월급 1,352,230원입니다. 이런 식으로 표기하거나 시급과 병기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무울론! 위원회 내에서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고 최저임금의 월급표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겠어요? 너무 알기 쉽잖아요.


옆 나라 일본은 아베 총리가 공공연히 언론을 통해, 또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년도 임금인상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관제춘투(官製春鬪)’라는 말이 있는데 정부가 개입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종용하는 걸 말합니다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진작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전제를 갖고 하는 행동이죠.


올해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가 뭣이 중한디!”. 우리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불황타개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7월,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


2016728일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말인 지금은 시행 중이지요. 이 법은 3만원 이내의 식사, 5만원 이내의 선물, 10만원 이내의 경조사비 규정을 두고 있어서 일명 3.5.10을 열심히들 외우는데 가끔 이하냐. 이상이냐로 헛갈리시는 분들이 있어서 이내라고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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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침체와 내수 불황의 원인을 부정청탁금지법으로 꼽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해석하면 영 엉뚱한 결론이 나옵니다. 왜냐면 이런 전제라면 대한민국 내수 시장의 중심은 관()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렇다면 최근 몇 년간 국가의 예산 조기집행 독려가 있었던 매년 1분기는 엄청난 내수 진작이 나타나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지요? 김영란법 때문에 내수가 위축되었다는 말은 개소리 맞습니다.



8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내놔라!


올해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815 특별사면을 통해 풀려났습니다CJ이재현 회장은 815 특별사면을 예측하고 재상고를 포기한 바 있습니다. 사전에 특별사면을 알았다는 거죠. 최근 열린 국정조사에서 김영한 수석의 업무일지를 통해 CJ그룹 총수의 사면은 이미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2015년 말 불법 집회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 경내로 피신한 후 체류 24일 만에 체포 되었고 무려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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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노동계는 물론 불교계에서까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을 요구했었죠. 아마 그때 우리가 엉뚱한 곳에 요구를 했었나 봅니다. 어떻게든 최순실에게 뇌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갔어야 할 일이었는데요.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은 1114일의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국정농단과 노동탄압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특별사면을 요구합니다.


 

9월, 사고는 재벌이 치고, 책임은 국민이 지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습니다. 폭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전언은 삼성전자가 인사적체 및 사업 구조조정 대비를 위해 감원을 진행하면서 품질관리 및 보증 쪽에 맨 파워가 떨어지게 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갤럭시노트7의 폭발에 따른 교환과 보상에 관련된 휴대폰 판매업 점주들, 관련된 협력업체 등에서 고통을 분담할 거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이 사건의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3분기 회계검토 결과, 애초에 삼성전자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리콜과 판매 중지를 한다고 했지만 재무제표상 드러나는 것은 미비합니다. 20173월 중에 공시될 20164분기가 포함된 자료를 확인해보면 삼성전자가 얘기해온 피해 규모와 노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사건이 터지고 3개월이 지난 지금 폭발발화라는 단어로 순화되었고,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이 미 회수된 갤노트7의 회수를 위해 무려(?) 배터리 충전용량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칭송하고, 심지어는 삼성전자의 갤노트7 부품들이 아까워서 어쩌냐고 질질 짜고 있습니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갖가지 불편과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불만은 그저 인터넷 댓글에 머물 뿐이고,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것은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강요에 의해 나누어 지게 될 고통일 텐데 말이죠.


9월 국정감사장에 한진해운의 최은영 사장이 나왔습니다. 국회의원들은 현재의 국가 운송망 사망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사재를 출연하라고 압박했는데요. 최은영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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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오브 갑, 순도 높은 황금수저인 최은영의 이런 계산적인 행동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한진해운 사태에서 직원들은 공해 상에 방치되고, 신변의 위험 속에서도 자신의 맡은 바를 다하며 국가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최은영은 동정심을 빌어 자신의 재산을 지켜보려고 무릎을 꿇었죠.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직원과 어떻게든 위기를 빠져나가려고 잔꾀를 부리는 사주의 모습,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확인하며 동정보다는 분노가 이는 장면이었습니다.



10월,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민영화에 바통을 이어받아 박근혜는 철도민영화를 꾸준히 밀어 붙였습니다. 2013년 철도민영화 반대 투쟁에 이어 이번 파업에 나선 철도노조의 파업투쟁에서는 성과연봉제의 폐해를 알리는 역할도 있었습니다.


민영화와 성과연봉제, 서로 별개의 이야기 같지만 성과연봉제에 대해 정부가 보이는 광적인 집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연봉제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꽃놀이패이기 때문입니다.


성과연봉제를 통해 경쟁을 조장하면 노조를 통한 강력한 연대가 힘들어 집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는 성과연봉제 시행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성과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의 비효율을 논리로 민영화의 당위를 찾게 됩니다그 뿐인가요? 건강보험료 체납 독촉, 전기 차단 등의 국민 불만 사안을 정부가 아닌 일개 공무원의 성과에 집착한 비윤리로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에서 이런 정부의 노림수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 준 점은 거듭거듭 고맙게 생각합니다.


70여 일간 이어진 철도노조 파업이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교통대란을 프레임으로 삼아 철도노조를 압박하려던 정부의 시도는 이번에는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교통대란이라는 프레임을 불편해도 괜찮다는 한 마디로 무력화 시켜 버렸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처참할 만큼의 사회 상황 속에서도 과거와 달리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변화 입니다연대하는 시민들의 집단지성 앞에 기존 수구기득권의 프레임 장난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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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광장에서 만나다


우리는 광장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더는 미룰 수 없는 일들을 했지요. 주권자의 권리를 되찾아 민주주의를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던 타인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를 내 귀로 직접 들었습니다노동자, 농민, 주부, 학생이라는 많은 분류로 나뉘어져 있던 단편들이 하나인 우리가 되었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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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어르신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한 없이 자애로운 미소로 남겨주셨습니다.



12월, 개가 똥을 참지, 이랜드, 제 버릇 남 못 주고


우리나라에서 정규직이라 함은 그 정의에서 고용의 기간을 정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고용의 기간을 정하지 않았으니 회사가 망하거나 그 정도의 위험이 있기 전에는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고용의 기간을 정한 계약직 직원들은 재계약의 부담감 그리고 고용 불안정에 따른 사측의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볼 때 정규직에 대한 정의는 참 인본주의적인 면이 있죠.


200611월 참여정부 시절,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보호법이 통과됩니다. 2007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직 보호법을 대비하기 위해 이랜드 그룹은 법 시행 전에 대규모 해고를 단행합니다.


이때 뉴코아, 홈에버, 킴스클럽 등의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웹툰 송곳, 영화 카트 등으로 알려지게 됐죠. 영화 카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뉴코아와 홈에버의 최종 노사 합의에는 노조 간부의 복직 포기와 자진사퇴가 포함되었습니다. 영화나 현실이나 씁쓸한 결말이었죠.


이런 화려한 전과를 갖고 있는 이랜드 그룹은 최근 노동부의 조사결과 알바생들의 주휴수당과 연장근무수당 등을 떼어 먹은 게 들통 났습니다. 4만 명 이상의 근로자에게 84억 원 여의 임금을 떼어 먹었다고 하는군요. 비록 알바일지라도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지키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골고루 위반했습니다.


불과 9년 전 대량해고 사태 때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여 진땀을 뺐던 기억을 벌써 잊었나 보네요. 그것 참 개가 똥을 참지. 제 버릇 남 못주고...


이랜드파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5년 이랜드파크의 법인세 차감전 이익은 87억 원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알바생들한테 떼어 먹은 임금, 수당과 거의 같습니다. 청년들 쪽쪽 빨아먹어 돌아가는 회사라는 세간의 평판이 회계적으로도 참 잘 들어맞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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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랜드 알바생 착취 사태를 일으킨 에슐리, 자연별곡 등의 사업장들은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외식업체들이고, 이랜드파크는 꽤 큰 회사처럼 보이지만 이랜드 리테일이라는 회사가 지분을 80%이상 갖고 있는 종속회사입니다.


따라서 노동부는 수사의 범위를 넓혀 이랜드 리테일과 이랜드 그룹 전체의 노동법 위반여부를 확대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이은 대통령 직무정지와 직무대행인 총리가 의전놀이에 심취해 있는 지금 정부의 기능이 중단되고 공무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부만은 제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으뜸 정부부처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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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며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연말연시의 설렘과 들뜸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우리 모두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단죄해야 하고,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모를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어떤 행동을 결행하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과거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2016년을 되돌아 보면 우리는 거짓과 불의에 기만당하기도 했지만 끝내는 연대해서 변화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우리 이제 2016. . 을 보내고 2017불타오르는 닭의 해에 또 다시 서로의 손을 잡아 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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