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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전(維新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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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2016년이 지나간다. 500년 후 우리의 후손들은 전두환, 노태우보다 최순실의 이름을 더 명징하게 기억할 것이다. 우리 세대는 그 누구보다 박근혜의 통치를 경험한 선조로 남을 것이다. 두고두고 사극의 재료가 될 한해를 보낸다. 그래서 2016년과는 헤어질 수 없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지만 4.19와 6.10의 후손이듯이, 내년도 내후년도 2016년은 계속된다.


그러나 끝난 것이 있다.


150년을 살아남아 우리의 현대사를 붙들던 유신. 메이지유신에서 시작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해방 대한민국에 기생해, 넋이 되어서도 이 땅을 횡행하던 그 낡고 기괴한 사생아의 망령이 드디어 2016년에 이르러 사형선고를 받았다. 앞으로도 얼마간은 숨이 붙어 있겠으나, 감옥에서의 삶에 불과하다.


2016년의 주인공은 유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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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조상은 왜(倭)에 살았다. 곧장 바다를 건너면 풍요로운 충청 전라 경상이 있고 글이나 읽는 임금이 글이나 읽는 신하들에게 둘러싸인 한양이 있는데 먹음직스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허나 다가갈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가 또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마도까지 털려버린 후에는 더욱 그랬다.


하루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원숭이가 천황의 멱살을 쥐고 울며 말했다.


“내가 일본을 정복했지만 조선은 물론이요 명나라를 바라만 보고 있으니 이를 어쩌겠습니까?”


천황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명목상으로는 내가 상관인데 이 씨댕아... 콜록 콜록”


“상관 대접 해드리는 것도 제가 일본의 태합일 때 뿐인지라...”


“조선과 명을 먹어도 내가 계속 니 상관이긴 한 거지?”


“아니 내가 중원의 황제가 되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요?”


“나야 천황자리만 유지하면 되지만 현실성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니?”


원숭이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아주 그냥 천황 자리만 유지하면 장땡인줄 아슈? 당신 때문에 족보가 얼마나 꼬였는 줄 아느냐 말유. 폐하는 명목상 중국 황제와 동급이고, 실권자인 나는 황제의 아들 뻘인 조선 왕보다 아래인 타이쿤(大君 대군)이고... 내가 최초로 일본통일 비스무리한 걸 한 것 같은데, 이걸 확실히 굳히려면 나라가 전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겠소이다.”


히데요시는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중국에 태어났으면 황제를 해먹는 거였는데...” 하고 획 조선으로 쳐들어가버렸다.


원숭이는 처음에 거칠 것이 없었다. 전투다운 전투는커녕 행군하는 속도로 조선 땅을 점령해 나갔다.


“조선을 먹으려면 어쩌면 되오?”


조선 왕의 영지인 한양을 먹으면 된다고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원숭이가 곧 한양을 털었다. 그러나 부하 한 놈이 달려와 이리 말하는 게 아닌가.


“조선 왕은 튀었는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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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뭥미?”하고 허송세월을 했다. 선조는 니 킹왕짱이라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조선 땅에 의병이 일어나니 다루기가 보통 거친 게 아니었다. 왜군은 멘탈이 나가 너덜너덜한데, 사라진 선조를 대신해 광해군이 나타나자 조센징들의 눈깔에 생기가 도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이순신이 등장하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 줫밥은 누구요?”


“패보면 알겠지.”


“아니 조선 수군은 씨가 말랐는데 어디서 패잔병들을 긁어모아 한산도에서 한판 붙자고 깝치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그러자 순신이 말하는 것이었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네놈들에게 어려운 전쟁이다. 그런데 늬들은 바다를 통해 전쟁물자를 보급하자나. 바다를 정리해서 늬들의 후방과 전쟁터를 끊어버리면 보급은 쫑나고, 전쟁은 길어지고, 침략군은 한반도에 고립되겠지 씹새들아?”


하고는 바다에서 원숭이의 부하들을 사정없이 후두려 패 인사불성으로 만들었다.


원숭이는 계속되는 패전 소식을 듣자 전쟁을 멈추고, 다시 일으키고 왔다리갔다리 횡설수설을 하다가 저승에 갔다. 원숭이를 무서워하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조선에서 거지꼴이 돼 돌아온 원숭이의 부하들을 조지고 원숭이새끼까지 골로 보내니, 이로써 도쿠가와 막부가 탄생하였다. 원숭이의 전쟁 삽질로 일본은 잠시 하나가 되었으나, 도쿠가와 집안에 의해 여전히 봉건제 사회가 되었다. 심지어 조신통신사도 다시 내방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유신의 선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독재로 하나 되는 닛뽄의 꿈이 이리 무너지다니, 우리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토쿠가와 가문에 의해 다시 잠잠해진 섬나라의 허공을 배회하며 말했다.


“나는 죽지만 먼 훗날 내 후손이 천하를 호령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수백 년이 지나 과연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다.


코쟁이 양키가 쇠로 된 시커먼 배(黑船 흑선 : 쿠로후네)를 타고 섬나라 바다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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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자포니카엔 혹시 빼먹을 자원과 노예가 있는가?”


“없다데쓰. 고노 섬나라노 사무라이 조또 무섭데쓰. 우리 해적 일명 왜구라고 들어봐쓰까? 전투민족 니혼진이 눈 시퍼렇케 뜨고 있음메 어딜 겨 들어와서 깝치고 있으무니까? 양키노 고홈데스. 하야꾸 하야꾸.”


양키는 대단히 한심해하며 “유 사무라이? 칼 들고 돌진하면 우리 대포로 요단강 익스프레스”라고 말하니, 과연 사무라이들은 할복할 시간도 없이 죄다 물고기 밥이 되었다.


드디어 유신이 태어날 때가 이르렀다. 섬나라에서 칼 좀 쓴다는 젊은이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내 땅에 후진 조선과 쭝궈의 유산만 있으니 무얼 하겠는가? 아시아 혼또니 빠가야로. 공자고 맹자고 양놈 대포 한 방에 싹 다 털리는구나. 요오시! 위기는 찬스다. 서양 애들이 졸라 쎄니까 우리는 서양을 모방해 양키들이 우리를 턴 것처럼 아시아를 털어먹자!”


“서양은 수백 년 간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는데, 어떻게 짠! 하고 짝퉁 서양으로 발전할 수 있단 말이오?” 하고 다른 사무라이가 물었다.


“지름길이 있다네. 마침 천황폐하가 저 위에서 숨만 쉬고 있지 않은가? 근대국민국가가 되기엔 너무 갈 길이 머니 국민이 아니라 천황의 신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는 나라를 만들면 되네. 그리고 계몽이고 사상이고 뭐가 그리 중요한가? 뭐시 중헌지도 모르고... 이백 년이나 뒤진 근대화를 따라잡은 프로이센을 보게. 확 그냥 도이치 군대식으로 국민들을 확 마, 아주 기냥 드잡아서 일개미를 만들면 되는 걸세.”


이 때, 도쿠가와 막부는 섬나라의 통치권을 천황에게 반납했다.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당한 권력투쟁으로 지배권을 되찾아 서양문물에 물든 젊은 것들을 꾸깃꾸깃 밟아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양 대포에 영통개안한 젊은 사무라이들이 더 빨랐다.


“한 번 천황폐하께 권력을 반납했으니 영원히 반납을 하셔야지?”


“그건 니들이 결정할 게 아니지.”


“아노... 아메리카노 개트링구 기관포 맛을 본 적 있소?”


“없소.”


“구라파제 대포 맛은?”


“없소.”


“그럼 맛 좀 보시오.”


맛을 제대로 본 막부 세력은 일본 열도를 서에서 동으로 관통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1868년 ‘메이지이신(명치유신)’의 이름으로 유신이 탄생하였다. 갓난쟁이 유신이 외치거늘,


“탈아입구!(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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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청나라가 어이없어 웃었다.


“동도서기, 양무운동이라는 말 못 들었는가? 서양 쟤네가 철도니 무기니 쇠로된 물건만 잘 뽑지 정신세계는 아주 막장이야 아주. 섬에 살아 세상물정을 몰라 그러나 쯧쯧... 그동안 뭍에서 가르쳐준 건 홀랑 내다버릴라구? 늬들이 어떻게 갑자기 서양이 되는데?”


유신이 답하거늘,

 

“국민국가 대신 천황, 국민의 권리 대신 천황의 은혜, 국민의 의무 대신 천황에 대한 충성, 그리고 프로이센 군대식으로 나라를 획일화 해갖구 아주 기냥 국민들을 확 조지면 짝퉁 서양이 금방 되버릴라니!”

 

“뉘예 뉘예 화이또 하시구여.”

 

유신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한 게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우리가 쿠로후네에 당한 그대로 그대들을 괴롭혀 볼 테니, 마음대로 이야기하구려.”


조선과 청나라는 유신을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당시 조선은 안동김씨가 세도정치의 뜨듯한 국물에 말아 밥알 하나까지 토렴이 잘 된 상태였고 청나라는 서태후가 북경오리구이보다 노릇노릇 잘 익힌 후였다.


이튿날,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유신이 짝퉁 서양무기를 싣고 온 것이었다. 조선은 갓끈을 풀 시간도 없이 명치를 존나 쎄게 맞고 기절했다. 청나라는 남아자당가를 부르다가 KO당했고 근처에서 깐죽대던 러시아마저 썰려나갔다. 고종황제가 입을 열었다.


“GG”


유신은 식민지가 될 뻔한 일본을 구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을 식민지로 삼아 탈아입구에 간지 나게 성공했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일본식 유교와 독일식 군대문화, 국가와 천황에 대한 봉건적인 충성맹세, 기세로 밀어붙이면 뭐가 되건 된다는 개마초 문화가 어우러진 웃기는 짬뽕이 아시아의 일진이 되었으니, 그게 바로 유신이었다. 유신은 백성들에게는 ‘하면 된다’, 군인들에게는 ‘안 되면 되게 하라’고 외치며 식민지 조선을 똥꼬까지 털어먹는 걸로도 모자라 만주국을 세워 중국의 후두부에 플라잉 니킥을 날렸다.


이를 본 갓양국들이 말하길, “섬나라 원주민들 오냐오냐 해줬더니 기어오르는 게 아주 킹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오르는 거 같아 아주? 띱떼끼야 중국은 다같이 먹어야 할 거 아냐!”


그러나 갓양국들은 지들끼리 싸우느라 바빠 유신을 손볼 틈이 없었다.


유신은 일본 백성, 식민지 조선 백성, 괴뢰국 만주 백성의 등골을 빼먹으며 팔짱을 낀 채 갓양의 반격을 기다렸다. 와중에 식민지 조선의 백성 다카키 마사오 군이 유신의 참맛을 깨달았다. 유신이 조져서 식민지가 된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난 그는 유신의 착취와 차별에 조짐당하다가 자기도 일본놈을 조져보고 싶어 천황에게 혈서를 보내고 장교가 되었다. 일본인 고참들은 그를 조센징이라고 조졌다. 장교로 임관한 그는 고향에 돌아와 자기를 무시했던 일본놈들을 조졌다. 더하여 만주에서 나라를 되찾아보겠다고 비비적거리는 동포들을 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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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은 중국대륙과 태평양을 볼 때마다 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3각 동맹을 이루었으니, 이것이 일명 추축국이렸다. 유신은 탈아입구는 언제고 인제는 말을 싹 바꿔서 서양의 침략에 맞서 동양을 지켜주겠다며 “대동아공영”을 떠들었다. 귀축 영미에 맞서 아시아를 지키겠다면서 아시아인들의 등골을 빨았다.


애초에 유신은 백성을 착취해 밀어붙이면 결과가 나온다는 신념을 가진 자였으니, 무기가 부족하면 정신력으로 싸우라고 하고, 비행훈련을 할 시간이 없으면 카미카제를 하라고 했으며, 소련제 탱크에 대고 대전차총검술 따위를 창안했다. 탄약이 떨어지면 반자이 돌격을 하는 바람에 미군과 소련군은 쾌적한 사격훈련을 만끽했다 전한다.


맛이 간 유신은 이름하야 본토결전, 전국민 옥쇄투쟁을 외치니 미국은 기가 막혀 웃었다.


“착한 잽은 없다.”


하며 핵몽둥이 찜질을 두 군데나 놓으니, 유신은 곧바로 자빠져 유언을 남기고 절명했다.


“다 내가 한 짓이다... 우리... 우리 천황폐하만은 건드리지 말아다오...”

 

미국은 한반도에서 소련과 눈싸움을 했다. 눈싸움은 주먹싸움이 됐고 식민지 생활에 똥꼬까지 털렸던 한국인들은 직장에 십이지장까지 걸레짝이 되었다. 삼팔선이 그어지고 분단이 되었으나 불행은 남아있었으니, 남녘의 초대 대통령이 문제였다.


국민들이 일어나 한강다리를 건너 도망간 이승만을 태평양 건너 하와이로 보냈던지라, 이제 민주주의가 도래해야 하건만 유신의 기합에 단련된 다카키 마사오가 나라를 접수해버린 게 아닌가. 더불어 유신은 마사오군의 육신을 빌어 한반도에서 환생했다.


다카키 마사오와 그 졸개들은 하나같이 만주국 장교 출신들로, 유신의 좋은 숙주였다. 섬나라를 따라 대한민국을 병영국가로 만드니 과연 조선의 전통문화는 파괴되고 서양의 민주주의는 유보되었다. 마사오군은 메이지유신의 존왕양이를 그대로 따랐다. 존왕은 애국으로 바꾸고 양이는 반일로 바꿨다. 겉으로는 서양과 싸웠지만 속으로는 서양을 따라했던 방식 그대로 반일의 간판을 걸고 실내 응접실에서는 일본 전범의 후손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아노... 우리는 미국 등쌀에 바짝 엎드려있는데 남조선의 젊은 정치인들은 유신 지사의 기개로 앞으로 나아가니 이걸 슬퍼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데스!”


유신은 섬나라 백성에 이어 반도 백성을 어찌나 잘 조졌는지, 섬나라 백성이 이 모든 게 천황폐하 덕분이라고 외쳤듯 반도의 백성은 지 허리띠 지가 졸라매며 육남매를 산업역군으로 키우면서도 대통령 각하 덕분에 이만큼 먹고살게 됐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마사오군에게는 국민이 바라볼 천황폐하가 없었다.


“뽕이 없으니 어찌 뽕주사를 놓겠소?”


육 여사가 물었다. 마사오는 껄껄 웃으며 답하기를,


“천황폐하가 없다면 내가 천황이 되면 되는 것을!”


이라 말하더니 정말로 10월 유신을 강행해 조선 역사는 물론 동시대 아시아에서도 가장 강력한 군주가 되었다. 유신은 70년대에 부활해 제 2의 전성기를 맞았으니, 그를 막을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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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재규어 한 마리가 나타나 마사오에게 으르렁거렸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존쎄...”


유신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모든 부귀영화가 끝났구나” 하고 여대생의 품에 얼굴을 묻고 숨졌다. 재규어는 “나에게는 1심, 2심, 3심 뿐 아니라 하늘의 재판인 4심이 있다. 하늘은 오판하지 않는다.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를 마음껏 누리십시오! 저는 먼저 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유신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시바스 리갈 한 병이 놓여있었다.


이렇게 유신은 물러가는 듯하였으나 다카키의 딸내미 근혜가 도주한 재규어 사냥에 성공한 전두환에게 “오빠...!”라 아련히 외치고 육억을 챙겨 돌아가면서 말하길,


“아빠가 세운 나라는 내가 물려받아야지. 유신의 그 좋은 부귀영화는 다 누려놓고, 나중에 입 싹 닫으면 그게 개돼지지, 감히 국민이라 할 수 있으랴!” 했다.


그리고 최순실을 함께 육영재단에 태우면서, “아윌 비 백”이라 하였다. 유신의 망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근혜의 몸에 은거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체내에 들어오는 주사액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마침내 청와대를 탈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유신은 푸른 지붕 집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자신이 참 오래 살았건만 앞으로도 천년만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세기 태생인 그가 명색이 21세기의 OEDC국가를 통치하고 있으니 운도 운이요, 실력도 실력이었다. 그런데 대포폰으로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어, 나 게르만이올시다.”


유신이 듣고 깜짝 놀라매, “나치양반, 그쪽도 살아계시오?” 하고 묻자, 상대가 말했다.


“걔는 졸라 예전에 끝났어. 순실이는 이미 털었고 이제는 유럽을 다 뒤져서라도 유라를 잡을 생각인데, 근데 그쪽은 정체가 어떻게 되기에 나를 나치로 착각하시오?”


유신이 웃으며, “나는 유신인데, 숙주를 잘 만난 덕분에 무병장수하고 있소. 개돼지들이 어찌 무엇을 하겠소?”하고, 독일 검찰을 비웃었다. 독일 검찰 왈,


“나는 원리원칙과 정의구현 외에는 아는 것이 없소.”


그러자 유신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내 숙주를 정상인으로 보는가?” 하고는 대포폰을 뿌리치고 시크릿가든을 보러 갔다. 그 시각, 수백만 개의 촛불이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유신은 불을 몹시도 싫어하는지라, 숙주 근혜의 몸 안 깊숙이 숨어들어갔다.


나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유신의 망령이 미라처럼 비쩍 말라 비스듬히 누워있는 것을 보고 내가 말을 걸었다.


“여기가 어디인 것 같소?”


“과거의 방입지요. 나는 내 자신과 국가를 혼동해왔소. 국가가 곧 국민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국가를 사유화하기를 좋아했지요. 이제 정체를 들켰으니 여기 숨어있는 것이오. 바깥세상은 무섭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안락하다오.”


나는 그가 근혜의 망상 안에서 편히 지내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유신은 관저에서 드라마를 보며 아주 편한 모습이었다. 내가 이 기사를 쓰고 있을 적에, 누가 7층 아파트 창문을 두들기니 귀신인 줄 알고 와 진짜 씨바 간 떨어질 뻔 했다. 용기를 내어 고개를 돌려보니 겁을 잔뜩 먹은 퀭한 얼굴의 유신이 거기 있었다.


“내가 없어진다고 대한민국이 잘 될 것 같소? 이 나라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소? 나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거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유신의 눈에는 이미 생명의 빛이 다 해 있었다.


이튿날, 다시 유신을 찾아보았더니, 청와대는 텅 비어 있고, 유신은 드라마를 보는 근혜의 등에 아기처럼 매달려 있었다. 툭툭 쳐보니 두어 번 꿈틀거릴 뿐, 더 이상 사람의 말을 할 기력이나 지력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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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술친구와 나눈 대화 한 토막이다.


“백오십 년을 장수한 유신이 근혜를 만나 끝나는구먼.”


“모르지. 근혜가 끝낸 것인지, 아니면 여태까지 살아있는 데 성공해서 근혜까지 대통령을 만든 것인지.”


“어쩌면 하필 은신처로 숨어들어간 근혜가 하필이면 금치산자였던 건 아닐까. 그러니까 유신의 수명은 좀 더 남았던 것인데, 달리 보면 근혜 덕분에 우리나라가 과거의 망령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게 된 걸 수도 있잖은가?”


“그게 이 땅의 역사에 있어 근혜의 역할이라면 역할이겠지.”


내년 2017년에 더 마르고 더 쪼그라든 유신을 한 번 더 찾아가 볼 생각이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럴 일 없다.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유신의 인생이 이와 같았으니, 기사로 정리해 유신전이라 이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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