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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성적에서 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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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IT 기업 매출 성적

(단위: 백만 달러, 2015.10~2016.9)


이러니저러니 해도 2016년 IT 기업 중 가장 매출이 높은 건 애플(2,156억 달러. 약 260조 원)이다. 순수입 또한 456억 달러(약 55조 원)로 다른 IT기업들을 압도한다. 구글(알파벳)과 MS가 매출 및 순수입에서 가장 비슷하고 페이스북의 매출대비 순수익이 30%로 가장 높다. 유통 및 서비스 분야만 하는 아마존은 매출에서 MS를 능가하지만 순수입은 MS의 1/10도 못 미친다. 사실 아마존에서 순수익이 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미국 기업들을 능가하는 중국 기업들-대표적으로 텐센트- 통계도 있으면 좋겠지만 2016년 9월 기준 자료가 없어 생략했다)


2016년 통계 자료를 서두에 놓은 건 인터넷 커뮤니티와 실물시장의 간극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유행하는 말 중에 ‘X까성(커뮤니티 ‘X리앙’에서 까면 성공한다)’, ‘X빨망(‘X리앙’에서 빨아주면 망한다)’라고 있다. 커뮤니티는 가끔 정확한 통계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IT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IT가 취미인 사람과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놓고 이야기 하면 커뮤니티에선 아이폰의 경쟁제품이 여럿인 것처럼 보인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맞는 말이지만 수익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2016년 11월 통계에 의하면, 애플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103.6%의 수익을 가져갔다. 다시 말해 삼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 경영을 한 것이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 대란이 있었지만 0.9% 수익을 건졌다. LG는 많이 불안하다.



2. 핸드헬드 하드웨어 발전, 끝나다


2017년에 IT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IT계의 근간을 뒤집어 버린 아이폰이 출시된 지 10년이 되었다. 2001년 아이팟 1세대 보다 2003년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는 iTunes Music Store가 더 중요한 것처럼, 2007년 아이폰이 나온 것보다 2008년 앱스토어가 나온 게 더 큰 혁신이긴 하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거름삼아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통합형 플랫폼 모델을 완성했다.


2016년 IT 하드웨어 발표는 지옥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온갖 호평 속에서 태어난 삼성 갤럭시노트7과 구글 픽셀은 각각 재앙과 찻잔 속 태풍이 되었다. 그에 반해 커뮤니티에서 “혁신은 없었다”고 말하던 아이폰은 수익을 얻었다.


IT에 관심 있는 사용자가 원하는 그 무엇은 없었지만, 우리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차별화된 핸드헬드 기기가 필요한가? 핸드헬드 기기로 1억대 이상* 시장을 개척한 건 1979년 소니의 워크맨이었다. 이후 2001년 아이팟이 등장하기까지, 바통 터치에 걸린 시간은 22년이다.

* 핸드헬드 기기로 1억대가 넘은 제품 중에 2004년 발표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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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P2P(Peer to Peer) 공유 프로그램


아이팟의 성공에는 1999년 발표한 MP3 P2P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의 힘이 컸다. 냅스터는 CD로 대표되는 음악 컨텐츠 산업을 무너트렸다. MP3와 CD의 음질 차이는 많이 났지만 (MP3 128비트율로 압축 시 1/10), 1~2만 원짜리 번들 이어폰으로는 듣기엔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P2P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사업을 확대시켰다. 전화선을 이용한 고속인터넷 통신 기술인 ADSL이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기존 모뎀 혹은 ISDN의 경우 사용시간에 따라 과금되었으나 ADSL는 월 정액제를 도입하였다.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로 인하여 냅스터 등 인터넷 파일, 디지털 음원 등 디지털 컨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불법이지만) 확산된다. 대학생이었던 냅스터 개발자 숀패닝은 어찌되었든 돌이킬 수 없는 혁명을 가져왔다. 하지만 냅스터는 거대 음반사의 소송에 휘말려, 2001년 8월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에 의해 문을 닫는다.


이 시장을 제대로 바라본 건 소니가 아닌 애플의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의 뛰어난 점은 하드웨어인 아이팟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을 돈 주고 판매하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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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iTunes Music Store


소니를 포함한 5대 음반사는 디지털 컨텐츠를 판매하기 위해 자기들만의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형편없는 인터페이스와 내분으로 1곡의 가격(가치)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잡스는 1곡의 $0.99라는 논리를 내세워 5대 거대 음반사와 모두 계약한다. 이전까지 만남이 없었던 IT와 문화 산업가 하나의 계약서에 사인한 것이다. 21세기의 IT 대사건 중에 하나라 불릴 만 하다.


2003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열리자 아이팟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이로써 하드웨어(아이팟)-소프트웨어(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의 통합 플랫폼을 통해, 소니가 그토록 바랐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3. 애플의 다음 단계, Apple Service


애플은 하드웨어에 미친 듯이 집중하는 회사다. 소재의 변경 및 활용에 있어서 항상 타사를 능가한다.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OS, Swift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도 만든다. 하지만 필자는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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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애플 통계


애플 매출에서 ‘서비스’는 13.5%(2016년 4분기 기준)를 담당한다. 온라인 서비스 스토어(앱스토어, 아이튠즈 스토어, 애플 뮤직, 애플 페이 등) 라이센스 등 서비스 분야는 전년 분기에 비해 무려 24%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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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s Music


헤드폰 등 악세사리 기기 매출은 전년 분기 –22%로, ‘Beats’의 인수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Beats의 스트리밍 음원 구독서비스였던 Beats Music의 효과가 더 크다.


현재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의 1등은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Spotify’로 사용자 1억 명, 유료 가입자 4천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Spotify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여 2015년 매출 22억 달러, 순손실 2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6월 30일에 나온 애플 뮤직은 2016년 12월 현재 유료가입자가 2천만 명이다. 예가 좀 다르긴 하지만 MS가 OS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네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좌초시킨 것과 같아질까 우려스럽다. 이를 보여주는 게 2016년 서비스 매출이다. 애플 서비스 매출 243억 달러는 247억 달러인 페이스북의 매출과 비슷하다. 서비스 매출만 놓고 보더라도 웬만한 IT 대기업을 능가한다. 애플 전체 매출에 비해 작을 수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애플의 빅픽처는 무엇일까? 중심에 매출의 60% 담당하는 아이폰이 있음은 분명하다. 다음은 맥과 아이패드일까? 2016년 4분기 매출을 보면, 서비스가 13.5%, 맥이 12.2%, 아이패드가 9.1%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맥은 매출과 관계없이 애플의 코어라, 기술역량을 여기에 집중할 것이다. 그에 반해 아이패드는 아이폰의 연장선상에 있다.


애플은 2003년 이후 아이튠즈 온라인 스토어라는, 세상에 없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음악으로 시작하여 티비 쇼, 영화, 팟캐스트, 앱스토어, 아이튠즈 U 그리고 애플 뮤직으로까지 진화했다. 2016년 유일하게 매출이 상승한 애플 서비스는 2017년 애플과 사용자에게 가장 기대되는 상품이다.



4. 페이스북 Jarvis



마크 주커버그의 시선


2016년 12월 23일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음성 비서인 자비스(Jarvis)를 공개했다. 자비스는 홈오토메이션과 사물인터넷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애플, 구글 등에서 음성 비서를 실현하고 있긴 하다.


인공지능은 가장 핫하다. 인간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 혹은 그 이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지금까지 컴퓨터는 입력-계산-출력 순으로 처리를 했다. 계산에 필요한 알고리즘은 인간이 프로그래밍을 해서 입력해야 했다. 그에 반해 머신러닝은 인간의 추론 과정을 모사, 학습하여 결과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경기에서 이기게 될 지 아닐지를 예측하여 출력하며, 피드백에 따라 예측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알파고였다.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적용된, 적용될 분야는 너무도 많다.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목표는 ‘불확실성’을 해석하여 나름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며, 정답이 없는 것에 가장 의미 있는 해답을 내놓는 것이다. 그 해답은 인간이 원하는 답이 아닐 수 있다.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적은 수렵채집 시대 이래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일부 존재한다. 그 시대에 생존하려면 누구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녀야 했다. 하지만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게 되었고,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가 새롭게 생겨났다. 별 볼 일 없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물품을 배달하거나 조립라인에서 단순노동을 하면서 그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 -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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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5. 자율주행자동차 딜레마 (트롤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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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설립한 자율주행기술회사 웨이모


2017년 구글의 WAYMO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함께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기술이 도입된 퍼시피카를 100대 생산하기 위해 계획 중이고, 2017년 말엔 승객을 태우는 게 목표라고 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선뜻 다가온 느낌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인공지능의 문제점이 자율운행자동차에도 해당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운전자 한 사람 혹은 행인 열 사람이 사망할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인공지능은 누구를 살릴 지 선택해야 한다. 다수를 살리는 것이 옳게 보일지 몰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자동차를 타고 싶어 할 지는 미지수다.


자율주행자동차와 함께 발전하고 있는 건 전기자동차다. 2016년까지 누적 판매가 50만 대로, 2012년에 7만 3천 대에서 시작하여 2016년에 13만대를 판매하였으니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하지만 시장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아직까지 석유를 제대로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017년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에 발전은 올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6. 인류를 위한 IT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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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티대학교 개발한 키신저(Kissenger).

장난 아니고 실제 연구 제품이다


IT가 인간의 욕망(감각)을 풀어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진보를 위한 도구가 되길 바란다. 1989년 팀버너스리가 웹을 공공재로 만든 하이퍼텍스트를 공개 제안한 지 27년이 흘렀다. 팀버너스리와 CERN이 제안한 인터넷으로 인류는 정보를 공기처럼 만들었다. 인류에게 정보가 ‘어느 정도’ 민주화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고 청문회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건 IT가 준 유일한 축복일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그 축복이 위태로워 보인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식을 분석하는데 인간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를 따라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인류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우리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


12월 22일 뉴스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인터넷으로 시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시행된 ‘노인 공경법’은 60세 이상 부모를 일정 횟수 이상 방문하게끔 강제한다고 한다. 인터넷에 ‘티벳 독립’이나 ‘천안문 사태’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것도 감시한다. 인류에게 축복인 인터넷이 소수의 정부권력자를 만날 때 어떤 끔찍한 괴물이 될까 걱정이 된다. 거기에 인공지능이 부역한다면?


2017년에는 정부(사찰)감시가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일어나지 않고 인공지능이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1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올해에 안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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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