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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02. 수요일

raks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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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모가 원해서 시행하는 제왕절개(cesarean delivery maternal request, CDMR)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제왕 분만과 질식 분만의 장단점에 대해서 더 자세히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연주의자는 아니지만 명백하게 밝혀진 상황만 아니라면 뭐든 인위적으로 의료가 개입 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나가는 게 더 좋단 생각은 합니다특히 여러 보고들 중 반론이 제기 되고 결론이 모호 할 때는 판단을 유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잘 모르고 결론도 잘 안 난 사항이니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상관 없어

 

' 결론을 잘 모르니 옛날 방법이 더 좋은 거야 '

 

이런 결론은 옳지 않습니다. 각 방법마다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는데, 각각의 방법의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해야 할 만큼 순작용이 더 많은지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런 결론을 위해서는 정보 공개와 여러 사람의 토의가 전제 되고 일정량 이상의 공부도 필요합니다.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고, 토의가 이뤄진다면 세상에 어떤 일이 잘못 결론이 날 수 있을까요? 간혹 그럴 수 있겠으나 그래도 오랜 고민 끝에 도출이 된 결론이기에 또 다른 증거가 나와서 그 결론을 바꾸어야 할 때 그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 많이 시행 되었으나 지금은 잘 시도 되지 않는 VBAC 등이 그런 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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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의 경우 저의 의견은 이러합니다. 일단 질식 분만으로 시도해 보고 의학적으로 적응증 이미 검증이 된 것들- 이 되면 수술을 하는 겁니다산모가 원한다면 처음부터 제왕 수술을 하자!’ 이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다만 여기에 대전제는 질식 분만 도중 언제나 응급 상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언제나 스탠드 바이 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우리 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미국 같은 경우는 워낙 수가가 비싸니까 아무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나을 수는 있겠죠.)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똑같은 조건의 산모라 하더라도 월요일 아침에 입원하신 분과 금요일 오후에 입원한 분의 분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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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황당한 경우가' 이러실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경우라도 만일 제왕 분만과 질식 분만의 장단점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는 산모라면 '그리 억울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잘 표현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제왕 절개를 절대 악으로 생각하지 않고 분만 방법의 장단점을 잘 인식한 산모라면 '나는 제왕 분만을 해서 이런 점은 이득이야'라고 생각하겠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만고의 진리이겠으나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산모나 보호자의 감정이나 만족감 등은 아무래도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다시 한번 질식 분만과 제왕 분만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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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제왕 분만의 경우에만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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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제왕 절개율입니다. 다행인지 우리나라가 1등은 아닙니다. 다만 독일과 네델란드가 차이가 나는 것은 저는 참 의문입니다. 거의 민족이 같다고 알려져 있고 바로 이웃 나라인데 말이죠. 둘 다 선진국이고 의료 서비스는 최고이니 차이는 없을 것이고. 분만 방법이 의외로 문화랑 연관이 있는 것도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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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좀 깨졌지만 이것은 미국의 제왕 절개율입니다. 중간에 잠시 내려 갔다가 올라간 것은 VBAC(vaginal birth after cesarean)가 증가했다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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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 명당 전 세계 모성 사망률. 최근 우리나라 군대에서 있었던 사건에서 보듯이 이런 각 나라별 사망 비율이 제왕 절개율과 관계 없다는 말은 사실 하기 어렵습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너무 열악합니다. 거의 100명당 1명 죽는 것이니 출산 그 자체가 거의 공포입니다. 세계 최고의 의료 인프라를 가진 미국이 캐나다 보다 못하다는 사실도 주목하십시오.



하나 하나 설명을 덧붙이면,


감염의 위험은 제왕 분만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배를 째고 낳으니 염증의 위험이 더 생기는 거죠그런데 질식 분만에서도 회음 절개를 잘못하거나 많이 찢어진 경우, 꿰맨 부분이 앉을 때 체중이 실리는 위치이기에 굉장히 불편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피가 계속 나오고 회음부가 민감한 부분이라 더 잘 안 낫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더 불편한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배 부분 상처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질식 분만이 감염 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재원 기간은 질식 분만이 유리한 것은 뭐 다 아실 것이고, 제가 볼 때 제왕 분만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취 합병증입니다그러나 최근 마취 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금 나아졌습니다. 실제 마취 합병증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하시는데 제왕 분만의 경우 거의 90% 이상 척추 마취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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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마취


(참고로 척추 마취도 전신 마취라고 이야기 합니다전신 마취의 반대말은 부분 마취입니다. 산모 중 정말 일부가 자기가 너무 무섭다고 호흡 마취를 원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척추 마취를 합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제왕 분만을 할 때 전신 마취를 한다고 하니 기도에 삽관을 하고 아기가 태어나서 첫 울음을 듣지 못하며, 의식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서 태아가 태어난 후 애기 울음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출생 후 바로 모유 수유도 가능합니다. 아기와 눈도 맞출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최근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모유 수유도 질식 분만에서 더 잘한다는 보고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완전 모유를 먹이는 사람은 질식 분만이 더 많기는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엇비슷하였습니다.



제왕 분만의 장점은

 

일단 산후 출혈이 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송에서도 이야기하였다시피 일반적으로 질식 분만이 적기는 하지만 계획된 제왕 분만의 경우 변이가 좀 적습니다여기에서는 질식 분만을 하다가 막판에 제왕 분만을 시도한 경우는 해당이 안됩니다.

 

실제 임상에서 보면 질식 분만 후 질 출혈이 있는 경우 참 곤란한 점이 많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수술을 할 때는 적어도 의료진 6-7명 정도가 분만을 하고, 또 마취도 되어 있으므로 자궁 수축을 시키기 쉽습니다.(손으로 자궁을 만질 수도 있고 태반 박리도 쉽고.


그런데 질식 분만을 할 때는 일단 의료진이 주위에 3-4 명 정도 밖에 없어 피가 나면 아무래도 대응이 늦습니다. 피를 혈액 보관소에서 가져오는 일, 약을 주입하는 일, 잘 보이지 않을 때 불빛을 맞춰 조절하는 일 등 이러한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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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분만 시 의료진(사람)이 부족하다.

꾸물 님은 사랑이 부족하다.


출혈이라는 것이 딱 보일 때 얼른 꿰매야 하는데, 1초만 늦어져도 꿰매기가 힘들거나 하여 출혈이 확 됩니다. 또 마취가 안된 상태기 때문에 산모는 계속 아프다고 소리 지르죠. 그럴 때면 참 당황스럽습니다.


특히 문제가 있을 때 바로 뛰어 올 의료진이 근처에 없는 밤이라면 더 곤란하겠죠신생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나자마자 해 줄 것이 많은데 만일 아기의 상태가 안 좋으면 5분 이내에 해결을 해야 합니다.(등을 때리거나 기도 속의 더러운 것을 없애 주거나 혹은 삽관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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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5분 이내에... (차량에 탑승해서 출발만 하면 돼.)


만일 엄마와 태아 둘 다 문제가 있는데 의료진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구를 먼저 해야 하나요? 제왕 분만 때는 항상 소아과 선생님이 들어오시지만, 질식 분만시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처치를 하고 위험할 경우 소아과 레지던트 선생님을 부릅니다. 출혈이 되는 중에 소아과 선생님을 부르는 것도 사실 큰 일입니다.


이런 상황은 정말 악몽 그 자체입니다이런 상황이 벌어져 수술이 한 20분만 늦어진다고 해도 산모의 목숨은 위태롭습니다물론 대부분 괜찮습니다만개원의에서 이런 거 하나 벌어지면 몇 년간 그 병원 정말 수습이 안됩니다.


그래서 계획된 제왕 수술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요실금이나 산과적 손상(아래 쪽이 찢어지면 꿰매기 어렵고, 상처 회복도 잘 안됩니다.)이 있다면 제왕 분만이 낫습니다. 또한 이전에 제왕 분만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식 분만을 하면(VBAC) 자궁이 터질 가능성이 있거든요.



'차이가 없음'이라고 적어 놓은 것은 이 논문 저 논문 다 다르다는 건데 의외로 성기능 장애나 혹은 산모의 사망의 차이는 보고마다 다릅니다. '이것이 낫다 저것이 낫다' 논란이 많죠.

 

앞서 언급하였지만 산모 사망의 경우 계획된 제왕 분만과 비교한 것이지 질식 분만 하다가 시행한 제왕 분만과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체계가 잘 되어 있고 수준이 높아서 비교적 잦지 않지만, 산모의 사망은 산과 영역에서 가장 큰 사고입니다. 따라서 산모가 위험하면 바로 수술을 들어가서 그렇지, 실제 둘 사이의 사망률은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나라에서라면 아마 질식 분만으로 인한 사망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말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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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입장에서 보면 제왕 분만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일 것 같습니다. 물론 호흡기 질환에서는 질식 분만이 더 강점을 지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질식 분만 중 태아가 받는 여러 가지 손상을 감안한다면 제왕 분만이 더 낫다는 겁니다.(그러나 이런 비율이 워낙 낮아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습니다.특히 신생아가 태어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큰 사건인데 저도 질식 분만 하다가 몇 번 경험이 있습니다. 


Abitbol 등의 연구에 따르면 첫번째 아기를 제왕 분만을 한 산모 중 93%가 다음 임신시 반복 제왕 절개술에 대해서 만족감을 드러내었고, 진통을 겪고 질식 분만을 시도한 산모 중 53%만이 만족하였고 또 아무런 부작용 없이 태어난 산모 중에서도 80% 에서만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논문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의료 장비의 발전, 전반적인 의료 기술의 발달과 아울러 제왕 절개술도 발전이 되어 산모에게 발생 할 수 있는 '수술 후 부작용'이나 '태아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많이 감소 된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여권 신장으로 분만 방법을 산모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점이지요. 실제로 미국에서도 산모의 요청에 의한 제왕 절개술(cesarean delivery on maternal request, 이하 CDMR)이 증가하고 있습니다.(지난 10년 동안 약 50% 증가)

 

그 원인으로는 앞서 언급한 질식 분만 시 골반 기저 구조의 손상(방광의 손상이나 자궁 주위 조직이 늘어나게 됩니다늙어서 밑이 빠져 자궁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불상사가 일어 날 수 있습니다.), 질식 분만 시 태아의 손상(머리가 눌리게 되므로 무리하게 분만하면 위험 할 수 있죠.)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 아이가 태어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편함, 진통의 아픔(labor pain) 등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겠지요.


물론 진통이 만삭 시 저절로 생겨 자연스럽게 분만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태아의 폐 성숙이 완성되어 있고, 여러 이유로 분만을 빨리 해야 되는 산모에겐 제왕 분만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키가 작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골반을 다친 산모의 경우 CDMR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겠습니다.(특히 우리나라같이 출산율이 낮고, 여성이 직업을 가진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문헌을 보면 태아나 산모에 CDMR이 더 나은지에 관한 고찰에 '데이터는 부족하고 제왕 분만이 추천되지는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National Institute of Health,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ists, 2007)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던 산모에게 CDMR을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나 기타 의학적으로 더 좋은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고요


다만 혹시라도 CDMR을 시행한다면 대개는 39주 정도에 하므로 39주 이후부터 출생할 때까지 일어날 수 있는 태아 사망의 위험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는 됩니다.(만삭 때 태아가 갑자기 이유 없이 사망하면 그 산모는 그 다음 임신에서도 몹시 불안해 하죠.)

 

그래서 CDMR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39주 이후에 해야 한다.(태아의 폐 성숙을 위해)


2. 아기를 많이 가지길 원하는 사람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수술을 하면 다음 임신 시 다른 장기와 유착이 될 수도 있고, 또 유착 태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애를 많이 가질 수 없습니다. 3명까지는 괜찮습니다.)


3. 분만 중 통증에 의해 산모가 수술을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제왕 분만의 시행이 최근 100년간 모성 사망률과 신생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응증이 되지 않는 산모까지 제왕 분만이 질식 분만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만 그 둘의 합병증과 부작용의 차이는 의료의 발달로 인해 많이 감소된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로 장단점에 대해서 노력을 하고, 또 그 결과 또한 일반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습니다.  







raksumi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