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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04. 금요일

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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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의 조공. 마블과 DC의 유명 수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사진작가 Ian Rayes의 작품 모음. 

작가 홈페이지에서 개별로 확인할 수도 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수퍼히어로는 현재의 패권국 미국을 반영하고 설명하는 아주 좋은 장르다.



서론을 생략하고 곧장 달리도록 한다. 오늘 분량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주 원고를 받아본 죽지 않는 돌고래가 졸라 밝게 웃으며 "너 이번 원고 별로다?" 라고 했기 때문이다. 난 그가 불가능에 - 그러니까 '죽지 않는' 돌고래이니 죽음에 - 도전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게다가 최근 발견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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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름끼치는 사실을 고발하자 꾸물 기자는 "아... 맞다..." 라는 천인공노할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오늘의 스크롤 압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수뇌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내가 돌고래의 고단수 심리전에 놀아났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지난 두 회의, 분량은 짧지만 내용은 어려웠던 역사/현재의 이야기를 괜히 꺼낸 것은 아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어느 이상 숙지해야 원활하게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다. 좌절치 마라. 원래 덕질의 정수는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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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공부해보자.


지난 회에서 일본 만화의 미국 시장 진출로 인해 마블과 DC가 영상/게임 쪽으로 진출해 활로를 찾으려 하는 움직임에 대해 다뤘다. 행정적/작품내적 통일성을 중요시하지 않은 DC와 달리 마블은 동원 가능한 브랜드를 직접 틀어쥐고 영상 작가들에게 분배해 [어벤져스]로 축약되는 걸작을 만들어내면서, 아예 만화와 독립되는 별도의 허구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DC는 게임, 드라마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자사의 캐릭터들을 다수 대중에게 일관된 세계를 통해 전달했다는 점에선 마블이 훨씬 앞선다. 방식만으로 보면 마블은 중앙집권, DC는 지방분권 같은 느낌이다.


중앙집권제와 지방분권제는 반대항이기도 하지만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선 충분히 양립 가능한 개념이다. 마블과 DC 모두 그렇다. 마블은 중앙정부에 해당하는 자기들과 자기네 모회사가 브랜드의 통제권을 꽉 틀어쥐고 있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제작자/감독/시나리오 작가 등에게는 상당한 자유도를 허락한다. 반면 DC는 캐릭터 브랜드의 통제권은 방임하는 지방분권 같지만 작가들에 대한, 특히 만화 작가들에 대한 통제권을 강력하게 행사한다. 마블은 두 상이한 시스템의 조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DC는 어느 정도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현재 미국 만화 시장의 정치적 상황을 잘 꿰고 있어야 100% 이해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지는 않겠다. 나라고 다 알겠냐.


다만 이 맥락이 현재 마블의 욱일승천과 DC의 엉거주춤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는 있다. 마블 영화의 성공은 단지 영화의 상업적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 만화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장래엔 장르가 덕후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소비해줄 더 넓은 시장에다가 장르의 맥락 전체를 옮겨 심은 것이다. 그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의미다. 때문에 DC도 자기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추진하려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DC의 팬인 나로서는 이 끌려가는 형국이 슬프다.


물론 중앙집권이니 지방분권이니 하는 비유만으로 두 회사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작품 내적으로는 또 정반대다. 마블은 각각의 멀티버스를 서로 잇는 대형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작가들의 독립적인 권한을 지켜주고 싶었을 수도 있고, 이야기와 설정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반면 DC는 멀티버스 간의 교류 이벤트를 상당히 자주 진행했고, 결국 [플래시포인트]라는 이야기를 통해 모든 세계 설정을 엎어버리고 전체 세계를 리부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마블과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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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의 모든 캐릭터와 모든 멀티버스를 갈아엎어버리는 대기획의 시발점이었던 [플래시포인트]의 1회 이슈 표지.

[플래시포인트] 단행본은 국내에도 정식 발매 되었다. 상급자용.


이렇게나 두 회사는 상당히 다르다. 시장 개척 분야에서는 마블이 훨씬 일사불란하고 경영과 작품 내적인 면에서는 DC가 좀 더 통제지향적이다. 당연히 각자의 작중 세계를 구성하는 데에도 미묘한 스타일의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또 역설적 혹은 모순적이게도, 세계관의 구성에서는 마블 쪽에서 중앙집권적 냄새가 좀 더 풍긴다.



- 마블의 세계 설정


마블의 세계에는 '원 어보브 올(One Above All)'이라는 절대자가 있다. 우주의 창조주이며 절대자다. 모든 평행우주의 주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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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존재로 만들어지기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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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올라와 있다.

가끔 직접 등장하기도 하는데 판타스틱 4의 이야기 중에서는 아예 마블의 주요 작가였던 잭 커비의 모습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절대자 원 어보브 올의 아래로 우주의 2인자인 리빙 트리뷰널(Living Tribunal)이 있다. 이 친구도 빅뱅 이전부터 존재했다. 리빙 트리뷰널은 다섯의 우주적 존재를 이끈다.


시간의 화신인 이터니티(Eternity)와 공간의 화신인 인피니티(Infinity) 남매는 그 자체로 우주이기도 하다.


데스(Death)는 죽음의 화신이며, 우주 최고의 빌런인 타노스의 연인이다. 영화 [어벤져스]의 에필로그 장면에서 치타우리 족의 패전 보고를 받는 인물이 타노스이며, 타노스에게 치타우리 족은 '죽음과 손을 잡으라'고 진언한다. 이 죽음이 데스를 의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셋에 공허의 화신인 오블리비언(Oblivion)과, 빅뱅 이전의 우주에서 살았던 갤럭투스(Galactus)까지 합쳐 다섯이 리빙 트리뷰널의 부하다. 영화 [판타스틱 4: 실버 서퍼의 위협]에 등장한 실버 서퍼가 갤럭투스의 휘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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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4를 압도했던 이 친구, 사실은 절대자의 부하의 부하의 부하......꽤 높잖아?


이들이 지지고 볶는 게 우주적 이야기인 셈인데, 여기에 또 하나의 배우가 있다. 빅뱅 직후 생겨난 생명의 화신인 피닉스 포스(Phoenix Force). 즉 데스의 반대항이다. 피닉스 포스는 숙주를 두는데, 숙주의 정신이 피닉스 포스가 부여한 힘의 크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폭주하게 된다. 숙주 중 하나가 엑스멘의 멤버인 염동력자 진 그레이다. 영화 [엑스멘: 최후의 전쟁]의 진 그레이가 폭주하던 모습은 만화에서의 피닉스 포스의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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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정신적 문제로 그려졌지만 만화의 설정은 피닉스 포스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 폭주 상태다.

폭주 상태의 진 그레이는 자비에르 교수를 원자 단위로 분해해버렸다.

이 분해 공격은 무한 재생 능력을 가진 울버린조차 목숨을 걸고 버텨야 했다.


이런 존재들 그리고 이들의 부하들과 지지고 볶으며 우주 세계에서 알콩달콩 이야기를 꾸려가는 주인공들이 있어야 할 거다. 당연히 있다. 어벤져스의 우주 버전이 있으니, 이름하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Gala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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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부로 결정되어 2014년 8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이다.

만화에서는 나중에 아이언맨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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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개된 영화 컨셉 아트.

왼쪽부터 드랙스 더 디스트로이어, 가모라, 퀼, 그루트, 로켓 라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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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켓 라쿤은 CG로 처리될 예정이다.

하프 월드라는 행성에서 유전자 조작을 받은 너구리. 우주선 조종과 전술 타격에 유능하다.

내년에 만나보도록 하자.


이런 우주는 대강 9개의 은하 구역으로 나뉘며, 이 구분은 영화 [토르: 천둥의 신]에서 소개 되었다. 북유럽 신화의 9개 우주 이야기에서 가져온 구분법이다. 그리고 이건 사실 중요치 않다. 우주는 그렇다 치고, 지구는 어떤가.


갤럭투스나 피닉스 포스 때문에 골치를 썩기도 한다.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에서 등장한, 다른 우주의 물건인 테서렉트를 가지고 지지고 볶는 이야기도 중심의 하나다. 만화에서는 테서렉트가 아닌 코스믹 큐브로 나오지만. 아무튼 이런 우주적 사건과 함께 지구의 인간들은 두 가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하나는 엑스멘으로 통칭되는 신인류의 등장이다. 자연 진화 과정의 일부로서 인간 DNA 내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X-팩터라고 하는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인간은 각각 초능력을 갖고 있다. 이 특이성 때문에 신인류들은 즉시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된다. 구인류와의 조화 공존을 위해 돌연변이 전용 학교를 세우고 엑스멘을 창설한 자비에르 교수와, 구인류에 대한 무장 투쟁을 주장하며 투쟁 단체를 조직한 매그니토 두 사람은 돌연변이 신인류들의 양대 멘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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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멘은 결국 마블판 신인류 연대기.


이와는 별개로, 2차대전 당시에 '수퍼솔저 혈청'이라는 것이 개발된다. 혈청을 주입 받은 피시술자는 사고력, 근력, 순발력, 신진대사, 노화 지연 등 거의 모든 능력이 인간의 한계까지 상승한다. 이 시술을 최초로 완전 성공한 실험체가 캡틴 아메리카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가 시술을 받은 직후, 개발자인 에스카인 박사(영화 기준)가 암살 당해 그 제조법은 실전되고 만다. 이 때문에 완벽한 수퍼솔저는 오직 캡틴 아메리카 하나. 이후 다양한 연구자가 수퍼솔저 혈청의 재현을 시도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복구할 수가 없고 단지 효능이 한참 떨어지는 마이너 버전만 가능했다. 이 마이너 버전 혈청을 시술 받은 사람들이 어벤져스의 닉 퓨리, 블랙 위도우 등의 정부 소속 요원들이다. 영화에서는 이 마이너 버전 혈청들은 뺀 것으로 보인다.


엑스멘이 자연발생적인 능력자들이라면 대부분 어벤져스에 소속된 수퍼솔저 계열은 인위적인 능력자들이다. 여기에 판타스틱 4나 스파이더맨과 같이 사고로 인한 능력자들과 아이언맨과 같은 인류 최고의 두뇌들과 데어데블 같은 자경단들이 얽혀 어벤져스와 엑스멘의 이야기를 만든다. 두 집단, 어벤져스와 엑스멘은 협력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한다. 울버린과 같이 둘 모두를 왔다갔다 하는 인물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피닉스 포스나 갤럭투스 같은 우주적 사건에도 깊숙히 개입한다.


이렇게 마블의 세계와 이야기는 일목요연하고 멀티버스 간의 복잡한 교차는 그리 많지 않다. DC는 그렇지 않다.



- DC의 세계 설정


일단 DC에는 마블의 원 어보브 올과 리빙 트리뷰널 같은 절대자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기독교의 신과 악마가 그대로 등장하며 고대 그리스의 신들도 등장한다. 한 마디로 우주의 기원 이딴 건 성경과 그리스 신화를 차용해왔다. 그래서 원더우먼의 초기 설정에는 그녀가 헤라의 딸이라고 되어 있었으며, 콘스탄틴은 루시퍼나 트라이곤 같은 악마들과 싸우며, 예수에게 저주 받아 영생을 산다는 전설 속의 아하스 페르쯔도 팬텀 스트레인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DC의 우주는 수많은 문명이 나타나고 사라졌고 이 혼란을 경계한 자들이 있었다. 행성 오아(Oa)에 있는 가디언들은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우주 경찰로서의 그린 랜턴 군단을 창설하고 우주를 섹터별로 나눠 2명씩의 랜턴들에게 담당시킨다. 2대 그린 랜턴인 할 조던은 최초의 지구인 그린 랜턴이다. 이들은 녹색의 파워 링을 통해 능력을 사용하는데, 사용자의 의지력을 힘으로 바꾸며 반지가 직접 적임자를 찾아 그린 랜턴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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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섹터 2814에 해당한다. 할 조던 이후로 총 여섯의 남녀가 인간 그린 랜턴이 되었다.

골든에이지 시절 만들어진 1대 그린 랜턴인 앨런 스콧은 마법 반지 설정이었기 때문에 빠진다.


그린 랜턴 군단이 맞서 싸울 라이벌도 필요하다. 그린 랜턴 군단의 평소 주적은 시네스트로 군단이다. 그린 랜턴의 초록이 의지와 용기의 상징이며 사용자의 의지를 힘으로 바꾼다면, 시네스트로 군단의 노란색 파워 링은 공포를 상징한다. 사용자가 대면한 적이 느끼는 공포를 힘으로 치환한다는 설정으로 출발했다. 색깔 놀이 하는 기분이 든다면 바로 맞췄다. 분노를 자양분으로 하는 레드 랜턴 군단도 존재하며, 나아가 사랑의 감정으로 힘으로 하는 보라색의 스타 사파이어즈 군단에다가, 희망에 근거한 파란색의 블루 랜턴 군단도, 동정심을 상징하는 남색의 인디고 트라이브도 있다. 탐욕을 의미하는 오렌지 랜턴은 탐욕답게 구성원이 창시자인 라플리즈 하나뿐이다. 이 군단들 전부가 반지를 통해서 힘을 이끌어내며, 적임자의 선택은 반지 스스로 혹은 반지의 주관자가 한다.


랜턴 군단 색이 무지개 같다고? 맞다. 분노/레드, 탐욕/오렌지, 공포/시네스트로, 의지/그린, 희망/블루, 동정/인디고, 사랑/사파이어즈. 빨주노초파남보. 이 일곱의 색은 각각 인간의 감정과 대응 되며, 각각의 감정에 기인하는 고대의 정신 생명체들과도 대응 된다. 문제는 이 일곱의 정신 생명체의 근원격인 초고대 존재가 잠들어 있는 곳이 지구라는 것. 이 때문에 지구는 자주 일곱 군단의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글타. 경찰이 아무리 애써도 벌어질 범죄와 혼란은 꼭 벌어지는 법이다. 크립톤 행성이 그 예다. 크립톤 문명은 자멸해버렸고 생존자는 차원 감옥인 팬텀존 안에 있던 죄수들 외에는 수퍼맨-수퍼걸의 엘 가문 사촌남매뿐이었다. 이 둘이 각각 탑승한 탈출선은 지구로 향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고, 덕분에 지구는 수퍼맨과 수퍼걸이라는 막강한 남녀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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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선의 항행 설정 문제로 20년 넘게 떠도는 동안 동면 상태에 있었기에,

크립톤에서는 수퍼맨의 사촌누나였던 수퍼걸이 지구에서는 사촌동생이 되어버린 안습 상황.

"옹알이 하던 네 모습을 본 게 바로 엊그제였는데!"


한편 지구보다 훨씬 이전에 문명을 피워냈던 종족은 화성에도 있었다. 화성인들은 원시 인류의 DNA에서 커다란 잠재력을 지닌 유전자 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가지고 이것저것 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의 여파로 인류의 DNA에는 메타 유전자라는 것이 숨어 있게 되어 누구나 초능력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고나 유전적 특질로 인해 메타유전자가 발현되면 그 사람은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이런 사람들 중에서 수퍼히어로와 수퍼빌런이 탄생했다. 화성인의 문명은 지구 인류가 고등 문명으로 발전하기 전에 멸망해버리고, 생존자 마샨 맨헌터는 지구로 이주해 종족 특유의 변신 능력을 이용해 지구인으로서 살아간다. 형사를 직업으로 삼아 열심히 일하던 마샨 맨헌터는 지구인의 메타 유전자가 대폭 발현되어 능력자들의 시대가 도래하자 수퍼히어로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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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메타 유전자의 발현으로 인해 가계 전체가 마법의 힘을 얻게 된, DC 최강의 마법사 자타나♡

(하트는 착각이 아니다.)


우주에 산재한 파워 링 군단들이나 지구에서 사회를 어지럽히는 수퍼빌런들 같은 불안 요소에 제각각 반응하던 수퍼히어로들이 서로를 인지하고 팀을 이루기 시작한다.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 랜턴, 마샨 맨헌터, 플래시, 그린 애로우, 캡틴 마블 등등이 모인 집단의 이름은 저스티스 리그. 이들은 UN과 연계하여 저스티스 리그 인터내셔널 같은 별도의 팀도 만들면서 지구 방위대 역할도 수행한다. 우주 정복을 갈망하는 다크사이드(Darkseid)라는 우주 최강의 빌런이 자신에게 필요한 반생명 방정식이라는 것이 지구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지구를 공격하는 등의 위험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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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스티스 리그의 양대 중심인 수퍼맨과 배트맨의 상호 보완적 우정은 특기할 만하다.

다음 수퍼맨 영화 또한 '수퍼맨 & 배트맨'의 구도로 기획되고 있으며 배트맨 역에는 벤 애플렉이 캐스팅 되었다.

2015년 개봉 예정이니 아직 한참 남았다.


그리하여 저스티스 리그와 그 주변의 히어로/빌런들이 지구 안팎에서 벌이는 이야기가 DC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세계를 확고하게 구조화시킨 마블과 달리, 평행우주 간의 소통 등도 활발하게 다루다가... 너무 복잡해진 탓에 [플래시포인트]를 통해 싹 정리해버리고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세계가 구조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마블의 세계에서는 캐릭터의 개성과 그 상징하는 바가 독해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세계의 구조를 조직하는 데에 덜 공을 들인 DC 세계에서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와 그로 인한 사건 전개가 매력이 될 수 있다. 이건 각 회사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거시적 특징을 잘 읽어내고 동시에 자신이 다루게 된 캐릭터와 그 성격에 대한 미시적 접근도 훌륭히 해낸, 좋은 작가들이 있다.


미국 만화의 창작 시스템은 아시아와 다르다.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것만이 아니라, 채색 전문 작가와 식자 전문 작가도 있다. 때문에 한 작품 당 작가가 2명에서 많게는 4명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목격한 최다 작가진의 작품은 [배트맨: 웃는 남자]였다. 스토리에 에드 브루베이커, 연필화에 더그 만케와 패트릭 지르커, 펜화에 더그 만케와 애런 소드와 스티브 버드, 채색에 데이비드 바론과 제이슨 라이트, 레터링 그러니까 식자에 로브 리와 토드 클라인, 연재 표지에 더그 만케와 팀 세일... 총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거다! 이 모양이니 작가 대신 회사가 저작권을 가지는 구조가 합당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창작 작업을 직접 수행한 작가들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스탠 리, 밥 케인, 잭 커비 같은 골든에이지와 실버에이지의 작가들은 당연히 제외한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도 거의 없을 뿐더러 이들의 가치는 이제 시초라는 측면에 더 기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캐릭터들을 되살리고 새롭게 해석해냈던, 비교적 최근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편이 중급자들을 위해 더 나을 것이다.


이름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주겠다.


스토리 작가


- 앨런 무어 (Alan Moore)


지난 1회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 [왓치멘]의 작가를 프랭크 밀러라고 적었는데, 오류였다. 당시의 미국 사회와 수퍼히어로 장르 자체에 질문을 던지며 모던에이지를 열어제낀 작품 [왓치멘]의 스토리는 앨런 무어다. 사실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는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그리고 이 남자는 이미 영화로 나왔던 [브이 포 벤데타], [프롬 헬], [젠틀맨 리그], [헬블레이져](콘스탄틴의 원작)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영미권 스토리 작가 중에서 인문학적 소양이 넓고도 깊은 사기 캐릭터인데,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하는 것에 결벽에 가까운 짜증을 낸다. 심지어 자신의 원작을 재해석이 거의 없이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놓은 영화 [왓치멘]에 대해서도 혹평을 했다.


주로 DC에서 활동했으며, 워낙 실력이 좋기 때문에 수퍼맨, 배트맨, 그린 랜턴 등의 주요 캐릭터를 다뤘다. 그가 그린 랜턴을 맡고 있을 당시에 만들어둔 장치들은 후일 다른 작가들에 의해 주요한 이벤트로 쓰였다. 그가 참여한 [조커: 킬링 조크]는 국내에도 발매되었는데, 히스 레저가 조커 연기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작품 중 하나다. 배트걸 바바라 고든이 조커에게 총격을 당해 반신불수가 되는 바로 그 이야기.


그가 참여한 [내일의 사나이에게 무슨 일이?]는, 실버에이지 시절 찬란히 빛나는 선인이었던 수퍼맨에게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고 이를 통해 '초인'인 수퍼맨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깨달음과 희생의 과정을 그려내, 실버에이지 시절의 수퍼맨 캐릭터를 완결지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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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수퍼맨! 보고 싶을 거에요!"

그리고 좌측 하단에는 [왓치멘]의 문구가 보인다.



- 프랭크 밀러 (Frank Miller)


프랭크 밀러는 스토리도 쓰지만 그림도 그린다. 앨런 무어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사회적 레벨은 동급이다. [300], [씬 시티]의 원작자이기 때문이다. 앨런 무어와 달리 자기 작품의 영상화를 매우 반기며, 직접 제작이나 감독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실버에이지를 거치면서 아동용의 밝고 맑은(!) 배트맨을 다크 히어로로 규정한 사람이다. 그가 쓴 [배트맨: 이어 원],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배트맨: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은 본격적인 브론즈 에이지의 사조를 규정한 작품들이며 현재의 배트맨이 갖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당연하지만 다크 나이트 연작의 제목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자신의 영화 제목을 따온 것이다. 게다가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가 참고한 작품들은 모두 [배트맨: 이어 원]의 연장선상이나 그 영향을 짙게 받았다.


밀러의 다크 나이트 연작은 내용상으로는 사이버펑크, 즉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렉스 루터가 대통령이 되고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은 은퇴하거나 포로가 되거나 한 상태의 암울한 지구인데, 여기에 은퇴했던 55세의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복귀하는 내용이다. 수퍼히어로들의 부정적 모습도 드러나며 인물들이 고민하는 자신의 정체성과 상대와의 관계,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존재론까지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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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려놓은 캐릭터는 배트맨만이 아니라 마블의 데어데블도 포함된다. 데어데블의 약점은 뚜렷한 상대 빌런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스파이더맨의 빌런인 킹핀을 도입하여 데어데블과 킹핀 두 캐릭터를 모두 거물급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 그랜트 모리슨 (Grant Morrison)


앞선 두 사람과 함께, 아니 가끔 프랭크 밀러를 제끼기도 하는 현재 미국 만화의 거장. 철학적 화두까지 담아내는 다른 두 거장과는 달리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독창적인 상상력이 장기다.


수퍼맨 브랜드 중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3대 작품은 마크 웨이드의 [수퍼맨: 버스라이트], 앨런 무어의 [내일의 사나이에게 무슨 일이?], 그리고 그랜트 모리슨의 [올스타 수퍼맨]이다. 앨런 무어의 것만 빼고는 둘 다 한국 정식 발매 되었다. 또한 그가 배트맨을 다룬 작품인 [아캄 어사일럼]은 정신병리학적 요소와 각종 인문학적 상징이 버무려진 작품으로 국내에는 15주년 기념판이 번역되었고, 당연하게도 히스 레저가 조커 캐릭터를 연기할 때의 참고서였다. 배트맨에게 빈틈이 없는 전략가의 성격을 부여한 작가도, 배트맨의 아들 데미안 웨인을 제대로 다룬 작가도 모리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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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배트맨이 자신과 같은 훈련된 자경단을 모아 전세계적인 자경단 조직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의 [배트맨 주식회사]는 늘 평작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제프 존즈 (Geoff Jones)


브론즈에이지 말 모던에이지 초에 데뷔해 DC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마블의 어벤져스 브랜드도 맡은 적이 있다. 이 사람은 프랭크 밀러를 능가하는 '죽어가는 캐릭터 살려놓기'의 대가다. 일명 갱생 공장장.


시대가 흘렀기에 플래시와 그린 랜턴의 인기가 시들해질 때 제프 존즈가 투입되었고 둘은 다시 메인급 캐릭터에 걸맞는 인기를 회복했다. 앨런 무어는 자신이 설치해둔 복선 장치를 활용하는 제프 존즈의 방법에 대해 불평했지만 그건 무어의 까칠한 성격 때문이다. 존즈가 진행했던 큼직한 이벤트만 세 개였고, 모두 비평/상업 양쪽에서 크게 성공했다. 특히 존즈는 그린 랜턴 타이틀만 9년을 맡았고 이 중에서도 단행본 네 권은 국내 발매 되었다. 특히 제프 존즈가 미국 만화 역사에 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가 DC의 대대적인 리부트 프로젝트인 [플래시포인트]의 아이디어를 냈고 스토리도 직접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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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시오, 배트맨. 우린 이 세상을 고쳐놔야 하오."

이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아닌, 아들 브루스의 죽음 때문에 배트맨이 된 평행세계의 토마스 웨인이다.


실버에이지와 브론즈에이지를 독자로서 보내는 동안 덕력을 꾸준히 기른 덕에 현재 작가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만화 전문가라는 점이 이를 가능케 했다. 덕분에 각종 복잡한 설정과 멀티버스 간의 차이에 대해 엄청나게 빠삭했기 때문이다. 존즈는 난립하고 있던 멀티버스를 정리하여 [플래시포인트] 안에 모두 넣었으며, 플래시의 시간 여행을 통해 모든 멀티버스가 리셋되는 이야기를 완성도 높게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리부트 이후엔 아쿠아맨 타이틀을 맡아 인기를 지속적으로 말아먹고 있던 아쿠아맨을 되살려내 갱생 공장장으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 마크 밀러 (Mark Millar)


프랭크 밀러와 같은 가문이 아닌 마크 밀러는 [시빌 워]의 작가다. 앨런 무어의 [왓치멘]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국가와 자신이 쓰는 장르 자체에 질문을 던지며 정치적 논의를 작품에 녹여낸 명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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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킥애스]와 [원티드]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원티드] 원작은 국내에 번역도 되어 있다. 영화와 비교 일독을 권한다. 현재 [킥애스 2]가 만화와 영화로 진행중이다.


마블에는 [시빌 워]라는 명작을 남겨주더니 DC에는 [수퍼맨: 레드 선]을 안겨주었다. 수퍼맨의 탈출선이 미국이 아닌 소련에 도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엘스월드 작품이다. 수퍼맨은 스탈린의 후계자가 되어 '완벽한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미국을 침공하며 미국의 대통령은 렉스 루터다. 배트맨은 소련 내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운동가이며 루터는 수퍼맨의 압도적인 힘에 대해 그린 랜턴 군단으로 맞선다. 물론 이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만이 전부는 아니다. '수퍼맨'이라는 이름이 니체의 초인론에서 왔듯, 전체주의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는 이야기다. 역시 정치적 논의를 다룬 [시빌 워]만큼이나 정치적 사유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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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 브루베이커 (Ed Brubaker)


마크 밀러 외에도 [시빌 워]에 참여한 작가 중에는 에드 브루베이커라는 걸물이 있다. [배트맨: 웃는 남자]의 스토리 작가이기도 한 브루베이커의 이력 중에 가장 특기할 만한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이다.


[시빌 워] 작중에서 스파이더맨은 캡틴 아메리카를 '국가의 상징, 국가 그 자체인 남자'라고 칭한다. 미국의 이념적 이상을 상징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죽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가가 브루베이커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시빌 워]에서 체포된 후 저격을 당하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인 합종연횡, 그리고 캡틴과 똑같이 냉동 상태의 죽음에서 돌아온 캡틴의 2차 대전 당시 사이드킥이었던 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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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베이커는 캡틴 아메리카 타이틀에서 꽤 많이 활약했는데, 캡틴의 사이드킥인 버키를 음울하면서 화려하게 부활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버키가 누군지 기억이 잘 안 난다면 영화 [퍼스트 어벤져]에서 열차 습격 작전 도중에 설원 계곡 사이로 추락한 캡틴의 친구이자 부관인 뷰캐넌 반즈를 떠올리면 된다. 그 인물이 만화에서는 로빈과 같은 소년 사이드킥인 버키로서 캡틴 아메리카를 보좌했다. 만화와 영화 모두에서 버키는 사망한 것으로 처리 되는데, 사실 죽지 않고 캡틴 아메리카의 경우와 같이 냉동 상태로 살아있었다. 소련이 이를 발굴해냈고 현대에 소생시켜 세뇌한 후 윈터솔저라는 이름의 요원으로 사용한다. 당연히 캡틴과도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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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이야기가 2014년에 개봉될 [캡틴 아메리카 2: 윈터 솔저]의 기본 골자가 된다. 버키가 윈터 솔저가 되어 돌아오며,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의 든든한 현재의 동료가 될 팔콘이라는 인물도 투입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브루베이커가 아주 잘 풀어낸 바 있다.



- 스캇 스나이더 (Scott Snyder)


2006년 데뷔 이후 매년마다 스티븐 킹과 같은 선배 작가들의 칭찬과 상을 쓸어모았다. 마블에서의 활약은 별로 없었고 주로 DC에서 활동하고 있다. 젊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수작.


꾸준한 상승세를 인정 받아 금년에 개봉한 영화 [맨 오브 스틸]과 보조를 맞춘 타이틀 [수퍼맨 언체인드]의 스토리 작가로 내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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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성 맞는 스토리/그림 팀


- 브라이언 아자렐로 (Brian Azzarello) / 리 베르메호 (Lee Bermejo)


브라이언 아자렐로는 범죄물과 느와르를 좋아하고 수퍼히어로 장르를 싫어한다는 스토리 작가인데, 신기하게도 수퍼맨과 배트맨의 이야기를 쓴 바 있다.


국내 발매된 [조커]는 그림 작가 리 베르메호와 호흡을 맞췄는데 스토리와 그림의 퀄리티가 극상이다. 배트맨은 결말에 살짝만 나오며 오로지 조커와 그 부하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갱 두목으로서의 조커의 광기서린 행동이 너무나도 잘 그려져있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그 외형을 여기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커]의 전개 방식은 [루터]에서도 똑같다. 수퍼맨이 아닌 렉스 루터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는 렉스 루터의 내면 심리를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수퍼맨에 대한 열등감, 인류에 대한 책임감, 인류는 외계 초인의 도움 없이도 발전할 수 있다는 자부심 등등이 렉스 루터를 타락의 길로 몰고 간다.


이런 이야기를 형상화해낸 리 베르메호의 그림은 거칠면서도 섬세한, 모순된 덕목을 모두 만족한다. 베르메호의 '거칠게 섬세한' 그림은 패트리샤 멀비힐의 채색과 만나 지저분하면서도 생생한 질감을 형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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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르메호가 블로그에 공개한 조커와 루터의 그림.


문제가 있다면, 30대 중반의 젊은 작가 베르메호가 빠른 은퇴를 꿈꾸고 있다는 점이다.



- 제프 로브 (Jeff Loeb) / 팀 세일 (Tim Sale)


제프 로브는 만화만이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활동하는 작가다. [코만도]의 시나리오 작가였고 [스몰빌]과 [로스트]의 작가진에도 그가 있었다.


미스터리 형식의 스토리에 매우 능하다. 때문에 국내 발매된 [배트맨: 헌티드 나이트], [배트맨: 롱 할로윈], [배트맨: 다크 빅토리] 연작은 상당한 수작이다.


이 세 작품에서 그림을 맡은 팀 세일은 선 처리가 간혹 불안정하긴 하지만 그 불안정 속에 묘한 낭만적 정서를 담아내는 작가다. 배트맨 연작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제프 로브와 자주 손을 맞춘다. 두 사람은 마블에서 색깔을 테마로 한 [스파이더맨 : 블루], [헐크: 그레이], [캡틴 아메리카: 화이트], [데어데블: 옐로우]의 4연작을 그려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제프 로브와 팀 세일의 궁합은 굉장히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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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작가


- 짐 리 (Jim Lee)


야심작인 [수퍼맨 언체인드]에 투입되기 전까지 짐 리는 제프 존즈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의 리부트 후 타이틀을 맡고 있었다. 대형작에 투입되는 그림 작가, 그게 한국명 이용훈인 한국계 만화가 짐 리의 현재 위치다. 인체 구도가 매우 안정적이며 그 덕분에 남자 몸매를 매력적으로 그려준다며 여성 독자들에게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여성 몸매를 이상하게 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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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리가 나이트윙이나 수퍼맨을 그리게 되면 여성 독자들이 환호한다는 설이 있다.


데뷔 후 마블과 DC 양쪽에서 모두 활약했으며 특히 초기에 마블에서 작업한 엑스멘 이슈의 경우엔 초도 판매 8백만 부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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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체 표현과 어떤 형태의 그림이더라도 안정감을 주는 기본기를 갖춰 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 작가다. 외우기도 어렵지 않은 이름이니 이 이름이 붙은 그림은 무조건 믿어도 좋다.


작가 입장에서의 저작권 운동을 벌이며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다가 곧 회사를 통째로 들고 DC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후 수퍼맨과 배트맨 타이틀에 참여하며 주가를 팍팍 올리더니... 결국 DC의 공동 발행인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지금은 평작 수준은 무리없이 찍은 게임 [DC Universe Online]의 총괄 프로듀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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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짐 리가 자선기금 행사에 쓰기 위해 차 뒤에 그린 그림.



- 알렉스 로스 (Alex Ross)


짐 리도 상당한 사실주의 만화가지만, 알렉스 로스는 그 도가 지나칠 정도다. 어느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리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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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다.


사실적인 묘사에 극적인 조명 효과를 조합해 놀라운 수준으로 인물의 정서를 표현해낼 줄 안다. 엄청나게 높은 질적 수준 때문에 마블과 DC 양쪽에서 커버나 포스터를 그리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마블에서 그린 [Marvels]와 DC에서 그린 [킹덤 컴], [저스티스]는 명작으로 꼽힌다. 그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해낸 '신적인 존재로서의 수퍼히어로'는 알렉스 로스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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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실 기록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 J.H. 윌리엄스 (J.H. Williams)


물론 우리는 사실적인 안정감 때문에 만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 여기 J.H. 윌리엄스라는 화려한 화풍의 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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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이후 독립 캐릭터로 새로 태어난 [배트우먼]의 한 장면이다.

그림과 그 연출이 모두 범상치 않다.


짐 리를 연상케 하는 안정적인 인물 묘사에 더하여 윌리엄스는 고도의 디자인과 같은 파격적 구성에 능하다. 이 구성력은 마블에서 엑스멘 캐릭터를 작업할 때도 보여주었지만 현재 DC에서 [배트우먼]을 작업하면서 활짝 꽃이 피었다. 매 페이지마다 독창적이고 화려한 구성을 통해 사건의 전개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과 정서까지 강렬하게 표현해낼 줄 아는 작가다.



- 타케다 사나 (Takeda Sana)


타케다 사나는 일본계가 아닌 일본인으로 도쿄에서 거주한다. 그래서 같은 아시아계인 짐 리와는 달리 미국 색채보다는 일본 색채가 훨씬 더 짙다. 그래서 일본식 그림체에 익숙한 우리 한국인에게는 꽤 익숙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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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좋은 그림체다. 마사오적 의미로도 그렇다.


사나는 마블에서 울버린의 딸인 X-23의 이야기나 마블 최고 인기녀인 미즈 마블의 이야기를 많이 작업했다. 그녀는 육감적인 섹시함과 액션신의 터프함을 잘 표현해내다가도 서정성이 필요할 때는 그 정서를 놓치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이 한 떨기 덕후가 어디서 이런 걸 다 주워들었는지가 궁금해질 것이다. 오늘의 분량 폭탄 마지막 순서는 바로 내 라이브러리의 공유가 되겠다.


가장 좋은 것은 원서를 읽고 영문 위키와 영미권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다행히 한국어 웹에도 관련 덕후들이 깔아놓은 정보들이 있다. 무턱대고 아무 커뮤니티 게시판에 찾아가 막다른 길을 느끼지 않도록 나의 즐겨찾기를 여기에 공개한다.


 - 위키백과와 엔하위키에서 검색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위키백과는 정보의 깊이가 얕고 엔하위키는 정보의 가치판단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대신, 대략적인 개괄을 살펴보기에는 최고다. 또한 항목에 따라 지적 태도가 공정한 사람들이 많이 손을 댄 경우에는 전반적인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수퍼히어로 관련 항목들은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 Heroes Wiki 봇 : 트위터에는 히어로즈 위키 봇이라는 관련 정보 봇이 있다. 트윗으로 정보를 랜덤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안내 겸 정보 페이지도 있다. 정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기초 지식에 매우 충실하며 안내 페이지에는 애니메이션에 관한 목록이 잘 작성되어 있다.


 - 히어로홀릭 : 한국어 웹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과사전 홈페이지. 캐릭터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정보의 양이 엄청난데 정리가 잘 되어있다. 단점은 그 정보를 기술할 때 접속사를 거의 쓰지 않고 단순 나열식으로 기술되어 있어 쉽게 이해하긴 힘들다.


 - 아로니안의 상상과 공상의 세계 : 수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용어 정리와 고전 작품에 대한 리뷰로 채워진 블로그. 축적된 정보량이 상당하다. 단점은 글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정보의 경중을 가리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 세레핌의 코믹 스페이스 : 현재의 수퍼히어로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예상이나 분석 등을 하는 블로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로 연재/출간되는 작품에 대한 간략한 리뷰도 올라왔지만 어느 순간 거의 모두 지워져있다. 또한 그 즈음 해서 업데이트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궁극의 힘 블로그와 같은 업데이트 포기 상태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부머의 슈퍼히어로 : 정보의 절대량은 많지 않지만 정보의 종류와 깊이와 체계적인 분류 상태는 최고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그래픽 노블 번역자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번역가 이규원 씨의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를 이루고 또한 일가를 일군 부머 이규원 씨에게 찬사를.




이상으로 내가 가진 수퍼히어로 덕질에 관한 모든 것을 넘겨주었다. 양대 회사의 전반적인 특징과 그 특징을 현재에 완성중인 작가들을 소개해주었고, 그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초의 창구를 소개했다. 이 정도면 내 밑천은 거의 다 턴 것이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즐기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중급자다. 덕후의 즐거운 삶을 만끽하길 바라며, 다음 주 미드 편에서 다시 돌아오겠다.





지난 [덕질 비기닝] 기사


[덕질 비기닝 - 수퍼 히어로를 디벼주마]

[덕질 비기닝 - 미드를 보여주마 <1>]

[덕질 비기닝 - 미드를 보여주마 <2>]

[덕질 비기닝 - 미드를 보여주마 <3>]

[덕질 비기닝 - 게임을 시켜주마 <1>]

[덕질 비기닝 - 게임을 시켜주마 <2>]

[덕질 비기닝 - 게임을 시켜주마 <3>]

[덕질 비기닝 - 환상문학, 무협이다!]

[덕질 비기닝 - 환상문학, 판타지다!]

[덕질 비기닝 - 환상문학, SF다!]







카인

트위터 : @Kain_Sulna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