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와 다른, 잘 안 알려진 일화를 소개해보자"는 오다와 함께. "문재인 전 대표부터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문자를 못 보고 반기문부터 신나게 뒤졌다. 다음날에야 첫 빠따가 문재인 대표임을 깨닫고, 부랴부랴 도서관과 넓디넓은 구글의 바다를 뒤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가지로 실패했다. 지난 수 년 동안 문재인 전 대표는 언론과 대중의 집중 주목을 받은 정치인이었다. 따라서 '잘 안 알려진' 일화를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요건 몰랐지? 힝"하고 무언가를 검색하면 비슷한 게 주르르륵 나온다. 문 대표는 이미 최소한의 사생활 외에는 언론과 대중에 모두 개방한 삶을 살고 있었고, 그렇지 않았던 삶조차 거의 오픈되어 있었다.
두 번째 실패한 것은, 문 대표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다른 일화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담은 주로 에피소드들이었고, 악담은 정치적 공세였다. 진짜로 안 좋은 행실이나 평판에 대한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뭐, 대표적인 비판 거리로 'NLL 대화록'과 '북한인권법 지령'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을 뿐더러 공정하지도 못한 논쟁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필자는 이제 손바닥을 맞을 차례다
[프로필]
문재인의 군대 시절 이야기는 꽤 널리 알려졌다. <힐링캠프>에서도 그랬고, 본인 자서전에서도 "책을 한 권 써도 모자르다"고도 표현했을 만큼, 군 시절의 기억은 각별한 듯 싶다. 그런데 필자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일화다.
어느 날 문재인 일병이 신문지에 꼭꼭 싼 물건을 나에게 주면서 책이니 한번 읽어보라는 것이다. 난 별 생각없이 숙소에 가서 열어봤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리영희 교수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나는 경악했다. 문재인 일병이 제대로 사고를 칠 모양인 것 같았다. 당시 이 책은 운동권 학생들의 바이블이었고 우리 같은 사람은 가지고만 있어도 구속될 수 있는 지옥의 금서였다. 더구나 병사들은 외박 복귀 시에 정문에서 철저하게 조사를 하는데, 어떻게 숨겨 들어왔는지도 의문이었다.
<문재인 : 중위님 ㅎㅎ 폭탄 받으십쇼>
‘데모하다 구속되고 강제징집 당해서 여기까지 온 주제에 누구 죽일 일 있나’하고 생각했지만 곧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략 20~3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우선 내용이 중위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난해했고, 재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걸리는 것은 ‘금서’라는 것이다. 며칠을 숙소에 숨겨 두었다가 아무도 없는 주말에 책을 전부 갈가리 찢어서 여러 군데 쓰레기통에 분산해 버렸다. 그리고 잊었다. 오랫동안.병장 문재인이 전역하기 2개월 앞서 나는 특전사령부 교육대로 전속되었다. 문재인과는 30개월을 같은 부대에서 지낸 셈이다. 그렇게 헤어졌다가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은 28년이 지난 2008년 9월이었다. 아내가 우연히 서울대 병원에서 문재인 씨를 만나서 내 이야기를 했고, 문재인 씨가 직접 나에게 전화해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그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고향 친구도 28년이 지나면 얼굴, 이름을 잊기 마련인데 어떻게 나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재인 씨는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시위·구속·재판, 전격적인 군 입대, 부대에서의 냉대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인데 자신을 이해하고 붙들어줘서 무사히 군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줬다며 고마워했다.그러면서 “제가 준 책 어떻게 하셨습니까?”하는 것이었다. 순간 무슨 책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잠시 머뭇거리자 “제가 준 [전환시대의 논리] 말입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때야 생각이 나서 내용이 난해하고, 금서였고 군에서 금지시키는 일이어서 찢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면서 “정말 잘 하셨습니다.”하는 것이었다.그는 당시 생각이 짧아 그 책을 주었지만 그 일로 인해 내가 군에서 잘못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후회를 했으며 가끔 생각이 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명치를 꾹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을 준 것은 맞지만 그것을 읽고, 선택하는 것은 내 책임이었던 것이다. 설사 내가 잘못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 문재인 씨 책임은 아니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노창남 예비역 대령의 글
특전사 교육 장교에게 [전환시대의 논리]를 건네주는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건네줘 놓고선 28년이 지난 뒤까지 걱정하고 후회하는 사람이다. 애초부터 주지 말았어야지! 문재인 잘못이다.
문재인의 변호사 시절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기다. 예전 기사를 뒤져보니, 변호사 시절 맡았던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해도 삼청 피해자, 노동부 불법지침, 부산 유괴살해사건, 범민족대회 참여자 임의동행, 수돗물 손배소 등 굉장히 많은데, 문 대표는 '동의대 사건'과 '신씨 일가 간첩단' 사건이 가장 기억난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긴 시간이 지나서야 진상이 밝혀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들어오는 사건을 피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변호사 시절, 그에 대한 일화가 있다.
그러나 변호사를 시작하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사람에 대해 그런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서히 알아갔다. 나만 해도 변호사로서 조금 꾀가 나기 시작하자 사람을 가려 판단하고, 지레 선입견으로 말을 자르고, 유불리를 따졌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변호사의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라 여겼다.
하지만 문 변호사는 달랐다. 내가 보기엔 반복되는 쓸데없는 이야기, 순전히 억지뿐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당사자에게도 그는 그렇게밖에 못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읽을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에게서도 외면당한 사람, 의지할 데 없는 사람, 절망에 빠져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그를 찾았다. 돈 받고 남의 일 해주는 변호사지만 그렇게 신뢰와 의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보았다.
수년 전의 일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아주 질기고 질긴 사건이 하나 있었다. 사건이 그렇게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사건 본래의 성격이 그렇거나, 아니면 당사자가 독특하거나.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건이었고 당연히 문 변호사를 보고 찾아온 의뢰인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청구취지에 담길 수 없는 내용을 주문했고, 한 가지를 설득시키고 나면 다른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는 식이었다. 그녀의 주치의들과 법원 근처의 웬만한 법률사무소들도 이미 두 손을 든 상태였다. 그녀는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고, 불쑥 나타나 오랜 면담으로 업무를 중단시키고도 돌아서면 다시 할 말이 생각나는지 전화로 문 변호사와의 통화를 요구했다. 직원들은 그녀의 성화에 전화를 바꿔주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문 변호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문 변호사는 그 흔한 “법정 갔다고 그래”라는 핑계도 대지 않았다. 가끔 얼굴을 찌푸리며 담배를 찾을지언정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호소를 끈덕지게 듣고 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스러운 상황에서조차 그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았다.
결국에는 문 변호사의 한결같은 태도가 세상에 모든 원통한 일을 혼자 당한 듯이 응어리진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 사무실 식구들까지도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신사의 품격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데 있고 그 예의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서 나오는 것임을 오늘도 되새긴다.
-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외숙 변호사의 글
본업은 서비스직이지만 전혀 친절하지 않아 귀여운 단골 여자 손님에게 "점장님은 츤데레 같아요" 따위의 말을 듣는 필자에게 부끄러움을 선사한다. 짜증 난다...! 아무튼, 문재인 잘못이다. 빼애액!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왕 수석', '왕 실장'으로 불렸던 문재인 전 대표. 주변 사람을 엄격히 관리했다는 이야기 역시 숨겨진 일화는 아니다. 동창생들이 찾아와도 의자를 돌려 맞았다고 하고, 어머니는 성당에서 문재인의 어머니인지 몰랐다는 일화며, 친동생은 본사에서 고속 승진 시켜줬는데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도로 내려보냈다는 일화 등. '깨끗함'에 대한 그의 집착은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라서, 사고 아닌 사고를 치게 된다.
변호사 출신인 문 수석의 브리핑은 검사의 논고를 연상케 한다. 법조인 출신인 만큼 논리적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달 25일 춘추관 브리핑실. 문 수석은 당시 논란이 됐던 노무현 대통령 측근사칭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조사경위, 파악된 사실, 대응, 당부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민정수석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검찰의 사건발표 브리핑과 흡사했다. ‘솔직함’도 그의 특징이다.
사실 이날 발표한 사건의 발단도 문 수석의 솔직함에서 비롯됐다. 앞서 21일 청와대 내 특별감찰반 설치를 설명하면서 그는 “대통령 측근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 중 소문 차원의 좋지 않은 정보가 있어 확인 중”이라고 묻지 않은 사항까지 답변해 버렸다. 이 발언을 계기로 기자들의 후속 취재가 이어졌고, 결국 ‘측근 사칭’ 사건 내용을 추가 발표해야만 했다.문화일보 | 2003.04.10
민정수석실내 사정비서관 산하에 특별감찰반이 정식 설치돼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청와대직원 등에 대한 감찰이 이뤄진다. 청와대는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대통령비서실 직제개정령을 확정했다. 과거 정권아래서도 이른바 '사직동팀', '별관팀' 등 비슷한 활동을 하는 조직이 있었으나 불투명한 조직운영으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민적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감찰대상 및 업무범위와 함께 인력운영 규모까지 특별감찰반에 대한 규정을 아예 만들었다"며 "운영도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과 정치인, 기업인 등은 조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감찰반원도 주사나 주사보급의 검찰수사관과 경감, 경위, 경사 등의 경찰관으로 직급을 낮췄다. 총 구성원은 12명이며 총경급이 맡던 반장도 경정이 맡도록 했다. 특별감찰반은 조사를 하더라도 내사까지 나아가는 게 아니라, 수사 전단계까지의 임의적인 조사로만 한정된다고 문 수석은 설명했다. 조사결과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아 계좌추적 등을 통해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하도록 했다. 문 수석은 또 "현재 '별관팀' 배속인원을 교체하거나 보충하면서 사실상 특별감찰반을 가동하고 있다"며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하는 직무감찰의 결과와 총리실 감찰팀 등에서 수집된 첩보 등도 사정비서관실이 넘겨받아 조사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문 수석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많은 비리첩보가 수집됐다"며 "산하단체 임원과 대통령 측근 범주에 속한 사람에 대한 비리첩보, 소문 등이 수집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매일경제 | 2003.03.19
<걸리기만 해봐. 아주>
경고 차원의 발언이었겠지만 묻지도 않은 얘기에 먼저 술술 말하는, 결벽에 가까운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덕분에 집권 초기부터 꽤 시끌시끌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한 자리 냠냠하고 비벼보겠는가. 역시 필자는 반기문 쪽에 붙어야겠다.
2012년 한여름이었습니다. 문 후보 댁을 찾았습니다. 막 샤워를 마친 그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상암시장인가 하는 곳 일정을 마치고 막 집에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댁을 찾은 건 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그는 포토에세이를 준비 중이었는데,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 전 최종 검토를 함께 하자고 해서였습니다. 글 하나하나를 다시 읽으며 빼고 더하고 고쳤습니다. 마지막 마침표까지 당신의 손으로 찍는 모습이 미더웠습니다.그런데 거실은 무척 더웠습니다. 선풍기도 더웠는지 비질비질 땀을 흘리며 돌고 있었습니다.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내는 저를 본 그가, 많이 덥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선풍기 한 대를 더 들고 나왔습니다. 우리는 선풍기 두 대의 서라운드 바람 안에서 원고를 넘겼습니다. 그래도 더웠습니다.그때 사모님이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들어오자마자 하신 그 첫 마디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여보, 에어컨을 틀었어야지요!”그때 문 후보의 반응. 그제야 집에 에어컨이라는 물건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는 듯, 아! 그럴까? 하면서 에어컨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에어컨에 대한 문 후보의 정의는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 서넛 이상 모였을 때 켜는 물건.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끼며 사는 게 몸에 밴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돈 쓰는 게 무척 서툰 사람이었습니다.그날 저녁 저는 장어가 들어간 맛있는 매운탕을 먹었습니다. 매운탕에 소주가 빠질 수 없지요. 그가 어떤 소주를 내놓았을까요? 그가 내놓은 건 보통 크기의 소주가 아니었습니다. 3홉들이 큰 병 소주였습니다. 거기서 또 몇 백 원 아꼈을 것입니다.- 카피라이터 정철 씨의 글
선풍기와 에어컨의 전기세를 고려하고는 모른 척하고 선풍기 두 대를 내온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쫀쫀해서야 국가 재정이 아주 견실해지고, 그러다 보면 4대강같이 크고 아름다운 사업도 못 한 단 말이다. 더더욱 화가 나는 것은 마지막의 장어를 먹었다는 것이다. 매우 불순하다. 감히 우리 세계-가카를... 부들부들..!
5. 나는야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기자들에겐 따뜻하겠지
필자만 츤데레인 줄 알았는데, 문재인도 츤데레가 분명하다. 특히 기자들을 상대로라면 더욱 그렇다. 이 일화가 그것을 증명한다.
정치부 기자들은 정치인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내 임무는 문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국회법 개정안, 당 혁신 문제까지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들로 고민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관심의 대상이자 그대로 ‘기사’였다. 그래선지 문 대표는 언제나 기자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문 대표를 몇 년간 취재해온 기자들에게도 그럴진데, 새파란 인턴 기자에게 문 대표는 더욱 먼 존재다. 질문은 커녕 공식 석상을 제외하고는 마주치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그가 "더운데 취재하느라 고생한다"며 "팥빙수라도 같이 먹자"고 했다.
지난 16일 문 대표가 메르스로 격리된 전북 순창의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가뭄으로 메마른 밭에는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문 대표는 복분자 농사를 돕는다며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 "이렇게 더운 날 비닐하우스라니…." 문 대표는 찜통 속에서 원망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복분자를 땄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땀이 쏟아졌다.
"이제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을텐데…."라는 원망이 나올 때쯤 문 대표가 ‘깜짝 선물’이라며 팥빙수를 같이 먹자고 했다. 다들 깜짝 놀랐다. "딱딱하다던 문 대표가 무슨 일이지?"라는 반응들이었다.
팥빙수란 무엇인가. 한 그릇을 두고 여럿이서 숟가락을 부딪혀가며 먹는 게 팥빙수다. 먹기만 하랴. 얼음을 부셔가며 일상, 고민 등을 얘기하다보면 팥도 적당히 섞이고 얼음도 녹아내려 먹기 딱 좋게 된다. 햇볕 뜨거운 날 친한 친구와 가족을 이어주고 서로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팥빙수다.
'국회에서의 문재인'과 ‘팥빙수를 함께 먹은 문재인’은 달랐다. 국회에서 본 문 대표의 얼굴엔 언제나 긴장과 걱정이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당내 갈등, 계파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대표직을 맡은 뒤 처음으로 치른 4ㆍ29 재ㆍ보궐 선거에선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반면 팥빙수 그릇을 앞에 둔 문 대표는 달랐다. 고된 하루 뒤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아버지의 편안한 모습이었다. 일상을 얘기할 때는 동네 아저씨의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의 편안하고 이완된 얼굴 속에서 지난 대선에서 ‘사람이 먼저다’고 외치던 문재인이 생각났다. 팥빙수를 나눠먹는 그의 모습은 기자로서 낯설었지만 사람으로선 반가웠다.
- 이유경 중앙일보 인턴기자의 기사 (링크)
6. 꼼꼼갑 직장상사
상사로서의 문재인은 어떨까. 화를 내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는 일화가 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실수하거나 잘못 보고하면 오류를 찾아내는 능력이 상사의 기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일화는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 김정호 씨의 청와대 비서관 시절 일화다.
청와대 비서실장할 때 공관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하고 같이 있었는데, 거기 안가가 있었는데, 안가 밑에 무궁화가 있었어요. 어느날 찾아보니까 무궁화는 억수로 오래 피는 것 같지만 3개월 정도만 피거든요. 그런데 꽃 한 송이 한 송이는 하루밖에 안핀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자랑을 했지.
"대표님,저 무궁화가 얼마나 오래 가게요?"/ "글쎄, 얼마나 갈까" 이러고 답을 안 하시더라구요.
"실장님 이게 하루밖에 안 간답니다. 하루 폈다가 그 다음날 떨어져 버린답니다." / "그런가? 그럴까?" 그러고 잊어버렸어요.
나중에 보니까, 문 실장님이 무궁화에 표시를 해 놓고 그 다음날 떨어지는지 관찰을 하는 거에요. 그리곤 "야 정호야 그거 있잖아. 이틀 지나도 안 떨어지더라." 완전 뽀록이 나버렸어요. 그 정도로 검증하시는거죠. 꼼꼼하시고. 땀이 삐질삐질 나더라구요. 그니까 한 3~4일 정도 가고, 꽃이 2~3천개가 피었다 지고 하면서 3개월 가는 거더라구요. 어설프게 한 사람은 안 되는거죠. 그 사람이 실제로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지 찾아보신다는 거죠.
- 팟캐스트 문재인 탐구생활 <문재인에게 혼난 봉하마을 김정호 대표> 편 중
토 나온다. 이 사건 이후로 김 대표는 사소한 보고서 하나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고 한다. 필자같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사람은 문재인 밑의 밑의 밑 어디쯤이라도 못 버티고 나갈 게 분명하다. 전에 일하던 곳의 사장님은 매일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를 잠시 쓰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고, "그런 쓸데없는 보고서는 가라로 쓰는 게 우리 롯x의 전통이야!"고 호통쳤는데, 욕을 먹으면 먹었지 무궁화에 표시해놓는 게 더 무섭다.
타인에게 화를 내는 장면을 극히 보기 어려운 사람이지만, 아예 없지는 않다. 유튜브에서 꽤 유명한 영상이다.
마지막의 볼펜을 던지는 모습, 어머, 좀 낯설다.
문재인을 열 받게 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능력에 박수를 쳐줘야겠다.
7. 97년과 92년, 대선 토론회에서
요즘 결선투표제에 대해서 말이 많다. 개헌사항인지 선거법 개정사안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문재인이 오래전부터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다는 얘기가 뻥은 아닌 것 같다. 97년, [시사저널 주최 정치 대토론회]라는 제목의 부산일보 기사에는 패널들의 발언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에 당시 문재인의 발언도 있다.
문재인 변호사는 "현재 선거는 30%대의 득표만으로 당선자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수의 의사를 묵살하지 않도록 결선투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너무 짧아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한편, 문재인이 대선을 앞두고 토론회에 참여한 것이 더 오래전에 있었다. 92년 12월 9일, 한겨레의 '부산·경남(대선 순회좌담회/우리의 선택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다. 문재인의 발언만 모아 보았다. 92년 삼당합당 이후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읽으면 꽤 재밌다.
사회 : 김영삼씨의 정치적인 아성이라고 평가돼 민자당이 80% 이상의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부산경남지역 유권자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 지난 87년 대선 때처럼 첨예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한꺼풀 속으로 들어간 느낌입니다. 지난 대선 때는 정권이 의도적으로 충돌을 조장해 불상사를 낳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역감정을 극복해야 한다는 각성이 널리 퍼지고 있어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사회 : 부산대생들을 대상으로 후보선택 기준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정책과 공약(44%)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들었고 다음은 후보 개인의 능력(36%)을 든 반면 소속 정당(10%)은 별로 중요시되지 않았으며 출신지역(1%)은 거의 고려대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층이 지역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부분적이나마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문재인 : 민자당의 부산지역 지원유세에서 지난 대선 때 두 김씨가 각각 부산과 광주에서 얻은 득표율을 비교하며 몰표를 호소하는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사례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요. 이러한 행위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왜곡시키고 지역민들의 변화된 정서를 그대로 투표에 반영하는 것을 가로막을 소지도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합니다
사회 : 대중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같은 고향 출신이 당선되면 지역 살림살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역 출신 대통령이 나온다 해서 지금과 같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조건 속에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난다든가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지요.
문재인 : 3당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공약은 한결같이 장밋빛 환상 같은 미래 청사진만 제시했지 ‘철학’이랄까 ‘전망’이랄까 하는 미래 기본틀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10년 뒤 아니면 20∼30년 뒤 우리 지역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우선 급한 문제는 불을 끄고 손익은 따져보지도 않은 채 개발만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가 중요한데도 그 점은 지나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회 : 유권자들은 총선과는 달리 지역개발공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역출신 후보가 당선되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젖어 심지어 공무원들 사이에선 인사에서 우대받을 것을 기대하는 눈치가 많이 엿보입니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곰곰이 따져보면 이러한 지역이기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요.
문재인 : 이번 선거는 우리 헌정사에서 계속된 군부독재 체제와 6공 과도기를 거쳐 국민들 손으로 새로운 문민정부를 세운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개발독재 이념에 입각한 관 주도나 재벌 위주의 경제체제를 민간 주도로 바꾸고 민족화해를 통한 통일시대를 열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만큼 이러한 역사적 사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세력이 선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 이번 선거를 쟁점 없는 선거,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뚜렷하지 않은 선거로 보는 것은 본질을 흐리게 하는 평가입니다. 비록 외형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기존 지배체제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바꾸려는 세력간의 대립이 극단화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은 특이한 형태로 보고 싶습니다.
문재인 : 유권자로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의무입니다.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투표에 임할 때는 변화를 두려워해 현상유지쪽을 택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의 삶은 자기가 속한 계층에 대한 정책으로 규정 되는 것이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속한 계층에 대해 누가 더 문제의식을 깊이 느끼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돼야 합니다.
예컨대 롯데야구단이 프로야구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자기의 삶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신문도, 방송도, 유세도 믿지 말고 선거 전에 각 정당의 정책을 차분하게 읽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누가 더 나은가를 알 수 있습니다. 떠도는 말과 이른바 대세에 편승하는 것은 올바른 주권행사라 할 수 없지요. 현재의 선거법 아래서는 후보가 장밋빛 환상을 나열하고 흑색선전을 퍼부어도 그것에 대해 올바른 가치판단을 해줄 수 있는 장치가 언론뿐이나 그 역할을 믿기에는 아직 모자람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차이를 올바로 알지 못한 채 지역성에 따라 투표하게 되는 것이지요. 언론이 하지 못하면 국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나 현행 선거법이 규제하고 있으니 우리 유권자들은 선거기간에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침해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선거법은 이번 대선이 끝나면 또다시 위헌시비를 불러 개정의 도마 위에 올라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신의 오래된 소신, 철학을 이야기한다. 유권자의 수준도 꽤 높아져서, 많은 이들이 이젠 저 양반이 진짜 소신으로 말하는 건지, 보좌관이 써준 대로 읽는 건지 파악할 능력이 있다고도 본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선거법, 선거구제, 나아가 '선거'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꽤 오래된 것임은 확실하다. 그니까 그 생각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제 좀 이겨보... 아차차, 자꾸 손가락이 안으로 굽는다. 박지원 대표에 빙의해서 쓸걸.
<문재인_밖에_모르는_남자>
문재인의 운명, 가교출판
그 남자 문재인, 리얼텍스트
팟캐스트 문재인 탐구생활 블로그 (http://blog.daum.net/_blog/BlogTypeMain.do?blogid=07r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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