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블록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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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시라이시 코지
주연 : 야마모토 미즈키, 타마시로 티나, 안도 마사노부, 사츠카와 아이미, 다나카 마사토, 코모토 마사히로
음악 : 엔도 코지
촬영 : 시노미야 히데토시
15세 관람가 / Color / 98분
원제 : 貞子 VS 伽椰子




. . . . . .



충공깽 엔터테인먼트


(스포일러 좀 있습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된 데에는 내 마음 속 자리한 어떤 절망감으로부터 비롯됐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아직 큰 상영관에 걸려있으려나 룰루루 하면서 갔다가 목도하게 된 충격적인 풍경 때문이었다. 그 작품이 조그마한, 그러니까 홍상수 감독 작품을 상영한다면 아담허니 어울릴만한 조그마한 상영관들 위주로 배치되어 있더라.


나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엎어지던 관심없기에 <스타워즈> 팬들을 마음껏 탓할 수 있었다. 으아니. 우리나라 스타워즈 팬들 화력이 이거밖에 안 되나. 작품이 큰 관에 몇 주 걸릴 수 있게끔 화력 지원 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트와이스 팬들은 지네가 덕질하는 가수한테 포카X 스웨트 광고까지 끌어주면서 생명 연장 시키는데 말이야. 팬들이 힘을 써야 나같은 일반 관객이 어슬렁 어슬렁 보러 들어가서 입덕할 거 아닌가! 왜 이리 빨리 사라져? 팬들을 비난하던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슬퍼졌다. 뭔가 많이 슬퍼졌다. 슬퍼지니 갑자기 현 시국이 겹쳐지고,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 죽을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결론 내렸다. 정신적 자살을 해보자고. 나는 자살하는 심정으로, 현장에서 원래 보려던 작품을 포기한 후 <사다코 대 카야코>를 보러 들어갔다. 열도를 강타한 명성은 익히 들었다. 엄청... 웃기다고 들었습니다. 기왕 하는 정신적 자살, 명성이 높은 작품에서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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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게 싸움구경이란 말이 있듯이, 누구 둘을 싸움 붙이는 데는 일단 말초적인 재미가 50% 정도 기본으로 차지하고 들어간다. 다만 공포 장르에서 이런 싸움이 벌어지면 걱정이 된다. 만약 공포영화 캐릭터들끼리 싸움 붙이면, 거기서 유발되는 재미가 '공포로서의 재미' 로 연결될 수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두 작품인 우인태 감독의 <프레디 VS 제이슨>, 폴 W.S. 앤더슨 감독의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는 사실 무서운 맛으로 보는 작품은 아니었다.


두 초월적 존재의 살인마들 사이에서 인간들이 공포에 떨며 고군분투 하지만 보는 사람은 알고 있다. 그것이 최소 공포 장르로서의 체면 치레는 해야하기에 기능적으로 넣은 수준이라는 것을... 마침내 살인마들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서로 싸우게 되면, 공포는 완벽히 사라지고 해당 장르의 팬이 꿈꾸는 드림매치 '액션' 만이 남는다. 그리하여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바로 프레디 크루거가 '무에타이의 달인' 이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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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VS 제이슨> 속 이소룡 뺨치는 프레디의 연속 발차기.

그는 엘보우 찍기도 잘 한다.
...근데 이런 사실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사다코 대 카야코>라는 제목을 보면 좀 복잡한 마음이 든다. 완전히 잘못된 제목은 아닌데, 보는 사람의 기대와 상당히 어긋나서다. 사다코와 카야코가 만나는 순간은 거의 작품이 끝나기 15분 전쯤에서야 등장한다. 당연히 관객은 두 귀신이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해하여 찾아올테니, 저 제목 믿었다가 배신감에 치를 떨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저 제목으로 인해 생각해볼 지점도 많아진다. 일단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품은 <프레디 VS 제이슨>. 둘 다 이야기의 진행이 유사하다. 처음엔 두 살인마가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죽이다 어느 순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고, 마침내 두 살인마 중 하나의 홈그라운드에서 만나 최종 결전을 벌인다.


<프레디 VS 제이슨>이 가지는 문제는 이렇다. 작품이 두 살인마가 서로 싸우는 데에 온 우주의 기운을 집중한 탓에, 산소 가스 내뿜어가며 희생자 역할로서 솔선을 수범하던 인간 캐릭터들이 어느 순간 잉여 인간이 됐음을 그것은 관객인 내가 잘 알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 보고 나면 두 살인마가 붙어서 승부가 났는데 이로 인해서 남는 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얘네는 애초에 서로를 죽여야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데. 어차피 둘 중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는 너무나 명확한 질문에서 시작된 기획이었으니, 딱 그 지점만을 증명해주는 데서 끝나는게 당연한 것이긴 하다만서도. <사다코 대 카야코> 역시 <프레디 VS 제이슨> 처럼 진행된다. 다만 이 작품은 좀 더 괴이한 경지에 가 있다.


고백하련다. <사다코 대 카야코>는 좀 놀라운 작품이었다. 사실 감독 이름을 봤을 때부터 이미 불안한 프로젝트였다. 시라이시 코지. 아주 재미없는 공포물인 <나고야 살인사건> 만든 양반 아닌가. 심지어 작품의 초반부에 도시전설 운운하면서 <나고야 살인사건>의 살인마인 입 찢어진 여자를 잠시 언급하기도 한다. 무슨 패기지? 그 때보다는 낫다는 얘기인가. 그런데 <사다코 대 카야코>는 정말 공포 장르의 작품으로서 재미가 있었다. 물론 그 날 극장에는 나를 포함해서 관객이 총 11명이었는데, 2명 빼고는 전부 다 욕을 하면서 나갔으니 내 눈깔이 삐꾸일지도 모름을 미리 말해두고자 한다. 나도 이제 몇 년 지나면 서른이라 예전 같지 않으니 말이지. 실베스터 스탤론과 다르게, 이미 예전부터 팔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무덤덤하지만.


작품이 의외로 이야기가 탄탄하다. <링>의 비중이 살짝 더 많긴 하다만, <주온> 연작의 비중도 가능한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두 원작은 각각의 마을로 배분되어 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각각 저주에 걸려 육체와 정신의 공포를 겪는 과정을 비중 있게, 무엇보다도 '길게 보여준다'. <링>과 <주온>에서 등장인물들이 저주에 걸리는 공식들 역시 자연스럽게 재활용한다. 따로 놀던 두 세상은 중반부에 등장하는 퇴마사(안도 마사노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가지는데, 여기서 <사다코 대 카야코>는 일명 'J-호러' 를 상징하는 두 귀신 캐릭터의 명예회복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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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시절 그녀들의 우아한 자태


냉정히 얘기해보자. 일본 영화사의 전무후무한 귀신 캐릭터인 사다코와 카야코 + 토시오는 더이상 과거의 공포감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친숙하고 웃음마저 줄 정도로 전락했다. 작품은 일단 보는 사람에게 두 귀신이 더이상 웃음거리가 될 수 없게 만드는데 주력한다. 그 점이 기특하며, 공포를 유발하는 연출도 성실하고 으스스하다. 두 프랜차이즈의 핵심과도 같은 '음향에서 비롯되는 공포' 의 재현도 충실하다.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믹싱된 작품이라 그런지 애트모스 관에서 감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 정도다. (이 포맷으로 더 많은 덕을 보는 쪽은 당연히 <주온>의 카야코와 토시오 모자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작품은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이 제일 좋다.


다만... J-호러는 피와 살이 튀기는 것을 절제하며, 공포물에서 상당히 중요하지만 의외로 소홀히 다뤄진 '음향'을 주된 요소로 다룬 장르로 잘 알려져 있다. 거기서 조금은 다르지만 여지껏 보지 못했던 독특한 공포감을 구축해 왔던 것이다. 음향효과는 J-호러를 설명할 수 있는 인장과도 같았다. 이 작품도 그 중요성을 인지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은근히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공포 유발 시퀀스들을 집어넣는다. 대표적으로 본토에서 '폭풍간지' 로 인정받을 정도인 토시오가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보여주는 활약과, 산 속 신사에서 스티븐 시걸이 빙의한 듯한 사다코의 목 꺾기 쇼가 이에 해당된다. 심지어 피가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고어라 부를만한 연출도 등장한다. 물론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광경은 사다코와 카야코, 그녀들이 '점프 하는 모습' 이 등장할 때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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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나도 이 때는 웃었다. 


작품이 취한 전략은 캐릭터들이 가진 공포스러움을 다시 살려냈지만, 그 대가로 J-호러가 가진 고유함을 모독한 것과 같다. 여기서 팬들이 또 한 번 등을 돌릴 수 있다. 어째서 이런 연출을 고집했을까? 이 작품을 만든 영화인들의 역량이 모자라서 과거의 J-호러가 했던 방식으로 공포를 창출해 내기 어려워 했던 것일까. 혹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사다코와 카야코 같은 캐릭터들에게서 이제 더 이상 공포감을 심어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결국 제작진의 결단을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공포 연출에 만족하는 편이다. 애초에 J-호러 장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박력' 을 봤다고나 할까. 사다코가 남의 몸에 빙의해서 박치기로 사람 얼굴을 짓뭉개 버리는 순간까지도 나는 사랑하고 있다. 그런 충격효과라니!


그리고 <사다코 대 카야코>는 3.11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바라본다는 감흥을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극장에서 같이 개봉 중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 해도 되겠다. 두 원작은 각자 속편이 제작되면서 '저주의 확장' 을 보여준 바 있다. 사다코의 VHS 테이프는 시간을 견디며 사람들의 손에 전해지고, 카야코는 자신의 집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였으니 말이다. <사다코 대 카야코>가 이런 확장의 메타포를 위해서 이용한 쪽은 <링>이다. 저주의 도구가 VHS 라는 특정한 영상 매체이니 이야기를 짜기가 더 용이했을 것이다. 사다코의 저주에 걸린 등장인물은 너무나 절망한 탓에, 오히려 다 같이 죽자는 듯 그녀의 저주를 디지털화 시켜 온라인에 영상을 유포한다. 그리고 구원자처럼 등장한 퇴마사는 각자의 저주를 서로 맞붙게 해서 소멸시키자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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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할 부분은 퇴마사가 제안하는 '저주를 저주로 맞붙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사다코와 카야코는 내추럴 본 사이코패스 킬러라기 보다는 원귀, 즉 한 맺힌 귀신이다. 그러므로 둘에게는 분노와 증오가 담겨져 있다. <링>에서 사다코는 생전에 어느 박사에게 살해당해 우물에 던져졌고, <주온>의 카야코는 남편에게 살해당해 지박령이 되었다. <사다코 대 카야코>는 두 저주가 충돌했을 때 하나의 저주가 승리하는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거기엔 관심이 없는 작품이다. 퇴마사가 대안으로 내놓는 여러 가능성들은 모두 무기력하게 좌절되며, 주인공들의 행동은 더 많은 죽음의 재촉과 저주의 확장을 불러온다. 방심하다 궁지에 몰리고 마는 퇴마사의 모습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현실에 대한 은유와도 같다. 3.11 대지진의 여파를 수습하기는 커녕 덮어버린 결과로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향하는 현실 말이다. 저주와 저주는 곧 재난과 재난이라고 변형할 수 있겠지.


둘이 맞붙으면 더 큰 저주나 재난이 될 뿐, 하나가 사라져서 상쇄되지 않는다. 두 살인마가 서로를 죽여서 뭐하겠는가. 저주와 저주가 맞붙으면 그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크고 지독한 저주가 될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과격한 연출이 이 부분에도 적용되는데, 결말에 나오는 '그것'의 모습은 관객 스스로 시각을 포기하게  만들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징그럽고 끔찍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3.11 이후의 일본이 보여주는 어떤 빛과 재건에 대한 의지를 담은 지점에 서 있다면, <사다코 대 카야코>는 그 반대. 어둠과 염세의 지점에 위치해 있다. 작품은 그렇게 후쿠시마에서 시작됐던 비극이 점점 전역으로 확대되어 가는데 이를 막지 못하고 비극을 재촉하는 일본의 현재를 은유해서 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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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끝까지 남는 의문은 있다. 위에서 거론한 지점들이 과연 J-호러 팬들이 언제나 꿈꿔왔던 드림매치에 필요한 것이었을까? 싸움은 싸움답게 그 승부만을 깔끔하게 보여줘야지, 굳이 그런 함의를 담아야 했을까. 그 와중에 피날레는 그렇게 'PPAP 스럽게' 해야했을까.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주제가 역시 최악이라 할만하고, 쿠키 영상은 두 여인의 팬들을 절망시킬 수 있다. <사다코 대 카야코>는 어찌 보면 '3.11 대지진 이후' 일본영화계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고 혼탁하게 뒤섞인 결과물이다. <프레디 VS 제이슨> 같은 스타일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두 여인의 팬이라면 당연히 피해야 할 지뢰. 그게 이 작품이다.


하지만 정신적 자살을 위해 보러 들어간 내게 <사다코 대 카야코>는 예상 외로 굉장히 재밌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2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두 공포물 캐릭터가 갖고 있었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일종의 수정주의 공포물이라고 해도 되지 않으려나? 무분별한 수정주의는 큰 문제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해괴하고 기괴망측한 공포와 재미가 있다. 카도카와 영화사 4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도 놀랍기도 하고. 이 작품을 보는 경험은, 뭐랄까... 심장병 환자가 죽으려고 달리기 대회에 출전했는데, 5등 상품으로 김치냉장고를 타고 마는... 그런 것이었다. 죽고자 하면 결국 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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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사실 작년 여름 쯤에 개봉했어야 할 작품이 갑자기 미뤄지면서 해를 넘겨 개봉한 것이다만, 여러가지 의미로 올 해의 문제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근데 다 쓰고 생각해 보니, 애초부터 J-호러 팬들 중에서 이 둘의 대결을 기대했던 사람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2) <사다코 대 카야코>에 대한 리뷰인데 왜 야구 하는 사진이 있는가 궁금하실텐데, 작년 일본 개봉 당시 홍보를 위해 벌였던 시구 시타 행사였다. 개봉이 급작스럽게 미뤄지기 전, 작년 한국에서도 문학구장에서 행사할 때 똑같이 저런 행사를 벌인 적이 있다. 홍보를 저런 식으로 했으니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을 코미디 장르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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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호


편집: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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