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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에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7차 청문회. 마지막 청문회였으나 여러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출석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세월호 당일 박근혜의 머리를 손질해준 자매 등)으로, 세월호 사고 당일에 대한 행적을 파헤치는 것은 전적으로 특검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나마 오후 청문회에 조윤선 장관이 출석함으로써,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성과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7차 청문회의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윤선 장관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2.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에 얽힌 의혹
3. 세월호 당일과 보안손님
4. 위증교사 의혹
5. 삼성과 박근혜와의 뇌물죄 성립관계


이 중 2번은 최순실과 정동춘 이사장과의 관계를 캐고, 나아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위함이었습니다. 5번에 대해선 삼성의 박상진 증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진단서를 제출, 불출석함으로써, 삼성 관련 증인 없이 해당 사안에 대한 발표로 그쳐야 했습니다. 이화여대의 남궁곤 증인도 참석했지만, 존재감이 밀려서 별로 얻어낸 것이 없기에 이번 글에서는 빼도록 하겠습니다.



1. 정동춘 이사장, 안녕~


이혜훈 의원이 ‘조윤선 정무수석이 재직 당시, 근무시간에 최순실, 우병우 장모와 함께 정동춘 이사장이 운영하던 마사지샵에 방문했다’는 점에 대해 추궁했습니다만, 정동춘 이사장은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또한, 정동춘 이사장은 노승일 부장에 대해 해고를 목적으로 징계위를 열었다는 의도에 대해, “의원님, ‘해고를 목적으로’라는 말을 빼주십시오.”등의 발언도 했는데요. 그동안 정동춘 이사장이 청문회에서 보여줬던 소극적인 태도에 비해 매우 단호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김성태 위원장은 정 이사장의 태도를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동춘 이사장은, “자신의 해임 건을 다룬 이사회의 회의록이 조작되었다”며 제출을 꺼렸는데요. 김성태 위원장 및 여러 의원들의 압박에 2부를 제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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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이 제출되자 의원들은 두 가지 회의록을 비교하며 질의했습니다. 두 회의록은 ‘1월 12일부로 정동춘 이사장의 임기를 종료하는 해임 결의안’이 들어간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납니다. 정 이사장은 이 부분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노승일 부장은, 다른 두 이사들이 회의를 통해 연임을 반대하고 해임을 결정했는데, 정 이사장이 이에 대해 “나는 위에서 결정해 준 사람이다. 당신들의 결정은 무효”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합니다. 문체부의 의견에 대해선 “문체부가 그렇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월권행위다.”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문체부의 월권행위는 맞는 것 같지만, 이사회의 결정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건 어이가 없네요.


녹취록 전문가 박영선 의원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정동춘 이사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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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노승일 부장을 징계하겠다는 자신의 의견에 대해, 김성태 위원장의 “내부고발자를 징계하는 것은 고발조치 하겠다”라는 인터뷰에 대한 것이라고 밝힙니다만, 박영선 의원은 해명이 비논리적이고, 전체적으로 국회모독죄에 해당하는 발언이라 지적합니다.


정리해보면, 정 이사장이 노승일 부장을 징계하려 했던 이유는 내부 문건이나 사정을 공사 구분 없이 외부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의원들은 출근 일수가 현저히 부족한 박헌영 과장에 대해서는 경고만 하고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냐고 지적합니다. 징계 사유인 ‘언론 노출’ 건에 대해서는, 회의록에서 이미 내부의 이사들도 박헌영 과장 역시 같은 행위를 했다며 노 부장의 징계를 반대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이사장직을 버릴 수 없다”는 정 이사장의 주장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혜훈 의원은 청문회 말미에, 오늘 청문회에서 있었던 정동춘 이사장의 위증에 대해 총정리를 했습니다. ‘노승일 부장 해임 건을 정동춘 이사장이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정 이사장은 “그런 적 없다. 반대한 사람 데려오라.”며 거칠게 나왔었는데요. 이혜훈 의원은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참석자가 정동춘 이사장 외 2명 밖에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며, 회의록에서도 노 부장의 해임을 주장한 사람은 정동춘 이사장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며 정 이사장의 위증을 밝혔습니다.


또한, 회의록 조작 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자신이 있지도 않았는데 회의록이 조작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 자체가 정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 이사장이 제외된 건 당연했습니다. 따라서 ‘조작 주장은 무효’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위증이 드러나면 10년 형도 감수하겠다”는 이사장님, 큰일 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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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노승일 부장은, “정동춘 이사장이 유임된 상태에서 재단 예산이 집행될 시에는, 최순실 재산이 또 늘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해임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활동에 대해 집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만약 뇌물죄의 성격이 드러날 경우엔 압류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정동춘 이사장은 김성태 위원장으로부터 쁘레젠또를 받게 됩니다. 의원들의 선물이라 말하며 정동춘 이사장 해임 권고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인데요. 정 이사장은 이 해임 권고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히며 사임 여부를 유보하였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이 분은 이제 빠이빠이겠네요. 외통수에 걸렸습니다.



2. 조윤선, 블랙리스트 “없, 없,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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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장관의 위치를 제보 받은 김경진 의원


당초 조윤선 장관은 불출석하였으나, 동행명령장이 발부되고, 김경진 의원에게 위치가 제보되면서 출석을 피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불출석 사유서에 매우 법리적인 해석을 곁들어 자신에 대한 방어를 다졌는데요. 청문회에 출석을 한 뒤 증인 선서를 거부하며, “지난 국조특위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답변이 위증으로 고발이 된 상태이므로, 어떤 말을 해도 향후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근거로는 헌법 12조의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138조의 증언거부권을 들었는데요. 김앤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법률가의 노련함이 돋보였습니다.


사과문을 비롯, 여러 의원들의 질의에도 잘 정리된, 법률적으로 탄탄한 문장을 반복해서 대답하는, 그래서 의원들의 뒷목을 잡게 하는 ‘매크로 진술’을 했습니다. ‘재용-고리즘’에 이은 ‘윤선-고리즘’이었는데요. 조 장관의 답변 패턴은, 짤방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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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갤


검사 출신인 김경진 의원은 조 장관의 태도를 잘 정리했습니다. “문체부에서 잘못을 했고 사과를 하지만, 문체부에서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특검이 밝혀내라. 특검이 밝혀내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하겠다. 만약 조 장관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김 의원의 발언은 조 장관이 앞으로 취할 태도를 딱 꼬집었습니다.


이어 조 장관의 매크로에 굴하지 않는, 이용주 의원의 “블랙리스트 있지요?” 폭풍질의가 이어집니다. YES or NO까지 동원했었는데요. 직접 보시죠.




한숨을 쉬며 “명단이 있다”고 말하는 조 장관. 내적갈등이 얼마나 심했을까요. 이용주 의원은 질의시간 전체에 걸쳐 이 질문을 받아내는데 주력했습니다. 이 의원의 노력은 이후 다른 의원들의 질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아~주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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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블랙리스트 인정’이 조 장관의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모호한 해석’이나 ‘완강한 부정’을 하였습니다.


먼저 조윤선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조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 휘하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위의 ‘정무리스트’가 작성되는 시점까지 조 장관이 정무수석이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조 장관은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는 물론,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바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부인합니다. 이 답변은 의원들에게 ‘조윤선 바보설’, ‘조윤선 왕따설’ 등의 야유를 받게 합니다.


지난 청문회에서 문체부 김종덕 전 장관 역시 전부 ‘모른다’고 일관되게 답변한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직원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상관, 그저 무능하고 뭐든지 잘 모르는 장관, 스탠스가 똑같네요. 과연 조 장관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될까요?


시인으로서 누구보다 이 블랙리스트에 쓰인 시인들의 사정에 대해 잘 아는 도종환 의원은, “시골에 사는 시인들에게 ‘문재인을 지지했다’ ‘안철수 캠프에 있었다.’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사유를 붙여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냐”는 추궁에 이어, 국정원의 개입 여부도 추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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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건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조 장관은, “본 적 없다”고 대답합니다.


여러 의원들은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존재를 언제 알았냐”고 묻습니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못 봤지만, 특검 수사 이후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작성한 직원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시기를 올해 초, 그러니까 2017년 1월 첫째 주라고 했습니다. 이 답변은 의원들의 분노를 야기했는데요.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진 지가 언제인데 진상파악조차 하지 않았냐는 질타가 이어집니다. 또한, 박영선 의원은 문체부 소속의 제보자의,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고했다는 증언을 소개하면서 조 장관을 압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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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보도 이후 조 장관은 “‘청와대에서 내려 보낸 9,000명의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했다”고 답했는데요. 그런데 부처에서 ‘블랙리스트를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답변도 합니다. 한국일보의 보도는 10월 초였고, 조 장관이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9월이었습니다.


조 장관의 지시와 제보자의 보고 시점(10월 말~11월 초)이 잘 맞아 드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조 장관이 지시해서 파악한 바는 “청와대에서 내려 보낸 리스트는 없다.”였습니다.


나아가 여러 관련자들이 제기한 조 장관의 연루설에 대해서 발끈하며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에 조 장관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조 장관은 무슨 배짱인 걸까요.


정리해보면, 조 장관이 한국일보 보도 이후 국정감사 종료까지 조사한 바는, ‘청와대에서 내려 보낸 리스트는 없다’였고, 올해 초 특검 조사 이후 직원들에게 보고받은 것은 ‘문체부에서 리스트를 작성한 직원이 있다’입니다. 또한 리스트를 직접 본 문체부 직원은 없으며, 문체부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는 의혹 역시 부인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진 이후로는 ‘문체부가 붕괴되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를 조사할 여력이 없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오늘 조 장관이 택한 것은, 전략적인 모호한 진술들이었습니다.


1월 초 예술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을 하면서, 우상일 예술국장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우상일 예술국장은 김종 전 차관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면서, 국정감사 때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를 건넸다가 징계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안민석 의원은 김종 차관이 우상일 예술국장을 데려오기 위해서 김종덕 장관을 건너뛰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건의하는, 소위 ‘쓰리쿠션’ 전술을 쓴 것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특조위는 우 국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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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제기된 ‘하드디스크 교체를 통해 증거를 은폐하려는 의혹’에 대해서 본인은 몰랐던 일이며, “전임자의 하드디스크를 잘 보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답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를 달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평창 올림픽 관련 배지를 달고 있는 조 장관에게 사퇴 의사를 묻지만, 조 장관은 “사퇴 여부에 앞서 특검에서 자신에게 얽힌 의혹을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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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의원은 조윤선 장관의 흑역사를 공개하였고, 다른 의원들도 박근혜 대통령을 여전히 존경하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곁에서 모시면서 하신 말씀들을 듣고 존경했다”고 답합니다. 박근혜 지킴이 조윤선. 장관직을 던질 수가 없겠지요. 이제 문체부에 대한 공격을 막아줄 사람 조 장관 밖에 없으니까요.


하태경 의원은 조 장관에게 민주주의 OX퀴즈를 내며,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박근혜 정부 및 조윤선 장관의 민주주의 의식을 검증하기도 했습니다. 블랙리스트가 사상검증의 일종인데, 똑같이 사상검증을 하는 것 같아 필자에겐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들이 한 행위만 다루는 것이 더욱 적확한 듯 보이는데요.


몇몇 의원들은 대놓고 반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분노가 쌓여도, 그들의 뻔뻔함에 화가 나더라도, 좀 지나쳤다 생각합니다. (첨언하자면, 전체 청문회를 통틀어 유독 조 장관에게 반말이 많이 나온 점은 그간 의원들에게 조 장관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나타내는 듯 보였습니다)


박범계 의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양심의 자유, 예술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예가 나치 정권의 십자가 밟기라고 우리 헌법 책에서 배웠습니다. 조윤선 장관 아시죠?” 법률가이면서 문체부의 장관인 조윤선 장관은, 저 말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과연 느꼈을까요? 이어지는 “전혀! 몰랐다”라는 강한 부정은, 조 장관에게 양심이 있는지 의심케 한 답변이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총수에게 낚여 조윤선 장관을 저격한 이혜훈 의원은 결국 조 장관에게 고소를 당했다고 하네요. 홀라당 휴가를 떠나버린 김총수, 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3. 구순성 행정관의 “그 날, 나는 자느라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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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마지막 청문회에 나온 대통령경호실 경호관 구순성 행정관은 보는 이의 뒷목을 잡게 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의원님들을 존중하기 위해 나왔다”는 그는,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맞서 싸웠습니다. 의원들은 왜 질타를 했을까요.


세월호 당일, 구순성 행정관은 ‘휴무였기 때문에 자느라 몰랐다’는 요지의 답변을 합니다. 잠이 든 시간은 세월호 보도가 커진 시간보다 늦지만, 귀가 후 이리저리 정리하느라 몰랐고, 그 이후에는 자느라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당일 청와대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한 적도 없고,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는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자느라 몰랐다.”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답변. “초딩 수준, 유딩 수준”이라는 안민석 의원의 평에 매우 발끈하기도 했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이영선 행정관이 은색 카니발로 보안 손님을 태우고 왔는데, 보안 손님을 본 적이 없냐”고 질의합니다. 구순성 행정관은 모든 보안 손님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근무할 때는 카니발로 보안 손님을 데려오는 것을 못 봤다”고 답합니다. 박 의원은 최순실, 차은택, 김상만, 김영재 같은 구체적인 보안 손님 이름을 댔지만, 모두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했습니다.


왜 보안 손님을 근무할 때 보지 못했냐는 추궁에는, “경비 시스템 상 관저 앞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포지션을 순회한다. 또 근무 날도 계속 바뀐다.”는 근거를 제시했는데요. 그러나 나중에 “김상만 주치의가 보안 손님으로 들어오는 것은 두 번 정도 본 적 있다”며, 진술을 바꿨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대통령 7명을 경호한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보안 손님을 보지 못했다는 구 행정관의 증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 관저로 들어오는 차량의 선탑 인원은 확실히 체크해야 한다는 증언인데요. 구 행정관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청문회가 끝날 때 김성태 위원장이 호통을 쳤습니다. 그것만으로는 구순성 행정관의 답변을 지켜본 국민들의 화가 풀리지 않을 테지만요.



4. 손혜원 曰 “알고 보니 삼성의 국정농단”


손혜원 의원은 ‘삼성의 정유라 지원’ 타임라인을 정리하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연성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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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삼성이 직접 딜을 쳐서 삼성은 정유라를 지원했고, 박근혜는 삼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타임라인입니다. 간접적인 증거들일 뿐입니다만.


노승일 부장을 통해 최순실이 삼성의 지원을 받을 때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8월 26일, 삼성과의 계약 날에 같이 있었던 노승일 부장은 이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최순실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것을 직접 지시하였고, 이를 통해 삼성과 계약을 맺었으며, 최순실이 갑이었다고 증언합니다. 삼성은 승마지원이라는 명목을 좀 더 포장하기 위해 ‘선수선발대회’등의 계획을 제시하지만, 최순실이 삼성의 박원호 씨에게 “누구 덕에 하는 건데 선수 선발한다고 꼴값을 떤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삼성은 승마지원에 대해 “전체적으로 운영비 명목만 지원했다”고 해명하며 자신들의 의도는 순수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혜훈 의원은 계약서를 토대로 삼성 측에 청구한 내역을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강아지 팬티 비용 등 온갖 쓸데없는 비용들에 대한 영수증도 있었습니다.


노승일 부장은 “삼성은 정유라 측이 사용했던 영수증까지 요구했다”라고, 삼성의 해명과 정반대되는 증언을 했습니다. 삼성은 정유라와 최순실이 누구인지, 그들이 뭘 하고 다니는지 다 알면서도 승마지원이란 명목과 관련 없는 비용까지 지원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박근혜-삼성-최순실의 관계에서 적어도 한 쪽은 거의 완벽히 밝혀진 것 같네요.



5. 위증교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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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화면 아닙니다


최교일 의원은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이사장이 만났던 자리에 함께했었던 사실과 관련되어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정동춘 이사장에게 묘한 질의를 합니다. 앞뒤도 안 맞고 뭔 소리인지도 잘 파악이 안 되지만, “그 날 저를 처음 만났고, 이후 자신을 녹색으로 처리한 문건을 만들었죠?”라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정동춘 이사장이 만든 ‘청문회 대응 지침’ 문건에 친박의원들을 녹색, 박영선 의원 등은 적색으로 표기한 것 말이지요.


이런 전후 사정으로 위증교사 의혹에 연루되었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듯 보였습니다만, 정동춘 이사장은 “친박이라 표시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을 합니다. 장내 의원들이 빵 터졌네요.


이 위증교사 의혹은 ‘박뿜계의 팩트체크’ 시간에 정리되었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확고한’ 신념으로 노승일 과장의 손을 들어주었는데요. 노승일 부장에게 질의하며 팩트를 정리해 나갔습니다.


“정동춘 이사장이 위증 혹은 위증교사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클리어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위증 혹은 위증교사면 정동춘 이사장이 클리어된다.”


“금년 10월 27일 날 녹취록에는 최순실이 노 부장과 대화한 내용이 있다. 이 때 최순실이 증인보고 ‘내가 노 부장을 믿어도 돼?’라고 얘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노 부장하고 최순실은 좋은 사이였다. 이 때 대화는 ‘태블릿 PC를 훔친 거로 몰아가야 돼’라는 것이 요지다. 이 이전에, JTBC는 태블릿PC를 공개한다. 최순실이 ‘몰아가야 돼’라고 말하기 전까지, 태블릿 PC가 고영태 것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정동춘 이사장의 위증 지시에 대해 박헌영 과장이 ‘그거’라고 말한 대화는, 노 부장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들은 이야기다.”


위와 같은 정리를 하며, 노 부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힘을 보태줍니다. 그러면서 ‘정황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청문회를 유도한 그 사람, 딱 한 명에게, 위증교사 의혹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분, 누구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아는 그 분 맞습니다.



중요한 장면들은 다 짚은 것 같습니다. 놓친 부분도 있겠지만, 지면에 한계가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2차 청문회부터 미흡한 정리를 해오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청문회의 효과, 또 청문회장에 이뤄지는 지나친 발언들, 그리고 증인의 참석과 위증에 대한 제재 여부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성태 위원장이 마무리 발언에서 하였듯,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는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헌정사에 남을 청문회’라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시민들의 실시간 제보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청문회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세월호 7시간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할 때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때 조윤선 장관은 민정수석이었지요. 세월호 7시간은 청문회가 헌정사에 남을 만큼 우리 가슴에 슬픔을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모든 과제를 특검에게 넘기고, 특검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특검을 국회에서 선출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청문회장에서 밝히는 것에 비해 다소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의원들이 마무리 발언에서 소회를 밝혔지만, 저는 노승일 부장의 짧은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년, 2년 동안은 국민들이 지켜줄는지는 모르겠으나, 10년 뒤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듣고, “미행이 있는 것도 같다”며 신변의 위협을 느낀 노 부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선 국민이 가장 무섭다.”


노 부장을 지켜주는 것도 국민이고, 노 부장의 마지막 말을 지켜주는 것 또한 국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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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라능. 국민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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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 관람기 上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 관람기 下

최순실 국정농단 3차 청문회 관람기

최순실 국정농단 4차 청문회 관람기

최순실 국정농단 5차 청문회 관람기





빵꾼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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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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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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