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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으로 전원주택 짓기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촉박한 예산과의 전쟁입니다. 만약에 저와 같이 적은 예산으로 고급주택을 짓고 싶거나 반대로 적은 예산으로 알찬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싶은 분이라면 이번 포스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짓게 되면 우리는 30장에 육박하는 건축공사 예상 견적서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그것을 다 읽기란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맨 앞에 친절하게 얼마 얼마의 금액이라고 총공사 비용이 나와있습니다. 1억으로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서 공사를 한다면 총공사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총 공사비가 제가 예상했던 금액에 근접하면 만족하고 계약을 바로 하면 될까요?


저는 여기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길 권해드립니다. 바로 세부견적 사항을 보는 것으로 말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건축을 하게 되면 시행될 '공정별 집계표'를 통해서 어떤 숫자가 어떻게 얼마나 나오는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3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그 안에 우리 집의 자재가 모두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같은 품목이라도 그 자재의 질이 다르므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습니다.




짓고 나면 부술 수 없는 주택


일단 집을 짓기 시작해서 준공이 나고 들어가 살면 집을 부수고 짓기란 엄두 안 날 일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짓기 전에 그 안에 들어가는 자재들이 제가 원하는 기준에 합당한 것인지 파악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법이 보완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좀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세부적으로 어떤 공정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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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데엔 이렇게 많은 자재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건축공사 공정


1. 공통 가설공사

2. 가설공사

3. 기초 콘크리트 및 토공사

4. 목구조 공사

5. 처마 마감 및 지붕공사

6. 조적공사

7. 미장/외벽마감, 방수공사

8. 타일, 석공사

9. 창호, 유리공사

10. 마감 목공사

11. 도장공사

12. 금속공사

13. 수장공사

14. 가구공사

15. 부대공사

16. 기계설비공사

17. 전기, 통신공사

18. 기타 공사

19. 인건비


1억으로 전원주택 짓기 위해 이렇게 많은 장수의 견적서를 살펴보게 되다니 신기합니다. 30페이지나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덜컥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게 되면 대부분 우리가 아는 내용이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살짝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아, 그런 게 있구나' 정도로 이해하셨다가 나중에 틈틈이 읽어보시면 좀 더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1. 공통 가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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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활용되는 컨테이너.

무역에 기여를 하는 물건이지만 건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현장에 컨테이너가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공사를 하기 위해서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가설전기 및 용수를 보증금을 걸어 임시로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나무를 자르기 위해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도구를 위한 전기입니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는 시시각각 전기와 용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집 주변에 빌라를 짓거나 전원주택을 짓는 곳에 가보시면 컨테이너가 하나씩 놓여 있는 것을 보셨겠지만 그것도 돈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현장에서나 작업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는데 필요한 기본 비용으로 보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2. 가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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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바라고도 불리는 강관비계. 

안전 기준에 따라 설치되어야 하며 

이것이 사라진 주택은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 측량을 하거나 안전 발판, 집을 짓는데 필요한 가설 도구들을 설치하는 과정입니다. 앞에 '가설'가 붙었으니 아시겠지만 공사가 끝나면 임시로 설치했던 시설물을 모두 치우게 됩니다. 비계는 강관비계라고 하며 강관은 쇠로 된 파이프를 클램프로 조립한 것입니다. 아시바라는 용어로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비계공사 또한 가설공사의 일종입니다. 이는 안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꼭 규정에 맞게 설치가 되고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3. 기초 콘크리트 및 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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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택 곳곳에 들어가는 콘크리트.


학창시절 공부를 하면서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산수'를 못하면 문제풀이 과정에서 틀리는 것과 같겠죠. 그래서 전원주택 역시 '기초 콘크리트 및 토공사'를 탄탄히 해야 합니다. 이것은 경량 목구조를 짓든 콘크리트 구조를 짓든 모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 터를 파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붓고 튼튼하게 철근을 연결하여 기초를 완성합니다. 때문에 이 과정은 거푸집도 세워지고 레미콘 차량도 들어갔다 나왔다 하여 왠지 대형공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이 과정이 부실하게 되면 집 자체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철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그 안에 어떤 단열재가 들어가게 되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견적서를 보면서 어찌 되었든 세상의 모든 일은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4. 목구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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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같이 보입니다만 나무젓가락이라도 수십 개는 사람의 힘으로 부러트릴 수 없습니다.

잘 건조된 나무라면 어마 어마한 수직력을 견디는 튼튼한 골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량 목구조는 북미식 경량 목구조입니다. 20년 전쯤에 목구조로 집을 지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캐나다 사람들이 와서 집을 짓고 갔다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벽 외벽 모두 2X4로 짓고 지하 창고를 짓는 등, 정말 미국에 나오는 듯한 집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는 여러 가지 개선을 거쳐서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에 맞는 경량 목구조가 발전했습니다.


경량 목구조는 골조를 '나무'로 짓는 집입니다. 그 외 외장재나 지붕재 등은 일반 콘크리트 집이나 스틸 하우스와다른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나무로 짓는 집은 무엇이 다를까 따로 공부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차후에 다시 다루게 되겠지만 일단 습도 조절이 쉽고 단열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리 측면에서는 유의사항도 있으니 참고해야 합니다. 




5. 처마 마감 및 지붕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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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모양은 개인에 따라 취향이 참 다양합니다.


집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겠지만, 처마 마감과 지붕공사는 특히 중요합니다. 처마 마감 처리 중에서는 '빗물 흘림'을 위한 처마 돌출선 마감이란 것이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집의 외벽을 타고 빗물이 떨어지거나 바닥에 '톡톡톡' 떨어지는 소음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지만. 집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합니다.


지붕공사 자재로 저희는 '컬러강판'을 선택했습니다. 진짜 징크와 유사한 형태로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붕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아스팔트 슁글, 기와, 세라믹 재질, 금속기와 등이 있습니다. 지붕은여러 가지 집의 형태를 정하는 '모자'와 같은 역할과 뜨거운 햇빛과 추운 눈과 바람으로부터 집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기에 꼼꼼히 확인할수록 좋은 부분입니다. 




6. 조적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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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해 보이는 조적벽돌. 하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세라믹 사이딩을 선택하면서 벽돌 조적공사를 빼기로 했습니다. 조적공사는 '쌓는다'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막내가 벽돌을 차곡차곡 쌓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쉬울 듯합니다. 벽돌 값은 한 장에 몇 백 원부터 몇 천 원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장당 가격만 생각해서는 조적공사의 만만치 않은 비용에 놀라게 됩니다. 바로 '인건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벽돌로 외벽을 조적하게 되면 따듯하고 튼튼한 집이 만들어 집니다. 외장재로써 수십 년은 거뜬하게 세월을 견뎌주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초기 비용이 스타코플렉스에 비해서 많이 든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워낙 튼튼한 외벽재이기 때문에 조적공사에 수천만 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는 과정입니다.




7. 미장/외벽마감, 방수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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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화장실 방수를 책임져줄 아쿠아 방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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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축자재에서 외벽을 담당하는 스타코 플렉스. 

스타코 보다 탄성이 좋아 추운 겨울과 여름이 반복되는 우리나라엔 안성맞춤입니다.


또 중요한 공정이 나왔습니다. 외벽공사와 방수공사입니다. 미장은 건축공사를 할 때 벽과 천장, 바닥 등에 흙이나 회, 시멘트 등을 바르는 공사를 말합니다. 그리고 외벽마감. 목조주택의 골조가 세워지면 처음에 벌거벗은 나무젓가락처럼 세워져 있을 뿐이라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없습니다. 합판을 대고 방수 및 방풍이 될 수 있도록 타이벡 등을 둘러주고. 다시 레인스크린을 걸고 스타코플렉스를 뿌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벽하나 세우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외벽마감은 매우 중요합니다. 집의 골조가 목조이기 때문에 젓가락 같은 골조 안에 물이 새어 들어가거나 하면 하자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이벡에 구멍이 생기거나 하는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타이벡을 보호해야 합니다.


방수공사 역시 중요합니다. (쓰다보니 모든 게 중요하다는 얘기로 흘러가는군요.) 만약 샤워를 하는 샤워공간에 물이 새기 시작한다면 그 집의 바닥이나 벽은 어떻게 될까요?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2층의 화장실에 방수공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1층으로 줄줄 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수공사는 2차 3차로 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8. 타일, 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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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타일은 집안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관리만 잘 해준다면 물을 먹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자재가 타일입니다. 그리고 방수공사가 들어간 곳에는 어김없이 타일이 들어가며 요즘에는 꼭은 아니더라도 인테리어적인 포인트 자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타일공사는 작업자의 실력에 따라 판이하게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숙련된 사람이 시공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시공을 위해서 깨고서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타일을 고를 때는 인터넷의 이미지보다는 실제로 눈으로 보고 꼼꼼히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욕실 분위기 등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염두하면 좋습니다. 배스 업체에 가면 모델하우스가 있으니 실제로 보고 참고하기 좋습니다.




오늘은 견적서를 읽는 방법 1편으로 타일공사까지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창호부터 인건비까지 견적서를 읽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이 길어지다 보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집 짓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1억으로 전원주택 짓기를 위해서 건축주가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만큼 따듯하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전원주택을 짓는 건축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에서 떠나 전원생활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 주말에 이용하시는 세컨드 하우스 역시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을 지은 후, 시공사와 건축주가 웃으며 마무리하는 경우는 적다고 합니다. 시공사 측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할 것이고 반대로 건축주 측에서는 처음에 이야기한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건축주의 요구가 분명해야 하며 시공과정에서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되어 시공되고 있는지 현장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그때그때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늘 강조드리듯 집이 일단 완성되면 내외부 모두 변경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럼 下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지난 기사


프롤로그. 집을 짓기로 하다

1. 결혼 후 들었던 의문

2. 신도시 vs 전원주택, 선택은?

3. 한국의 대표 전원주택지 Top4 비교

4. 집을 설계하며 나를 돌아보다

5. 좋은 주택 설계사의 조건과 설계 비용

6. 설계 공부도 할 겸 떠나본 일본 주택 투어

7. 주택 설계를 위해 스케치업을 배워보았다.

8. 건축비는 평당 얼마가 들까? 어떻게 절약할 수 있을까?

9. 주택을 짓는 3가지 방법

10. 전원주택 시공 계약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양평김한량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