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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7. 목요일

독투불패 분노하샘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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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 전에 생각해 볼 것들


일단 집을 짓기 시작하면 1년 안에 집이 완성된다. 짧게는 3개월 만에 집이 지어지기도 한다. 집에서 애도 안 보고 집안일도 안 하고 노다지 집 생각만 하고 살면 모를까, 생각 외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집 짓기 전에 이런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집을 지어서 얻는 것과 잃는 것


독주택을 꼭 지어야 될까? 지어서 얻는 이득과 손실을 따져보자.



1. 이득 - 층간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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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때문에 아는 친구들 다 데리고 야구빠따 들고 아랫집 위협했다는 빠따 최씨가 오랜만에 생각난다. 층간 소음이 지긋지긋해서 단독주택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단독주택에 살면 그거 하나는 좋다. 막 뛰고 굴러도 되는 것.


아파트나 공동주택 1층에 살게 되면? 층간 소음 문제에 있어서는 갑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위층에 빠따 최씨가 안 살아야 가능하겠지? 빠따 한 대에 수표 한 장씩 날렸다던 그 최씨 말이다. 약간 어두침침하고 습기가 스물 스물 올라오는 점은 아쉽지만, 그 점에서는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윗집에 양심 있는 인간이 살면 명절에 입막음용 선물도 주니, 얼마나 좋아? 층간 소음이 문제라면 1층도 생각해 보시라.



2. 이득 - 누군가에게는 손해.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환상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말이 여러분의 감성을 마구마구 자극해서 자꾸만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서 오드득오드득 씹어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면? 일단,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게 되겠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자. 마당이 있으면 뭐가 좋아? 운동회라도 할거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봄·가을은 없고, 이 와중에 마당에서 뭘 할 수 있을지는 좀 생각해보길 바래. 솔직히 일 년에 마당에 나가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 어른들이야 쌈지돈이라도 아껴볼 심산으로 텃밭도 일구고 그러면서 밖에 나가보는데, 아이들은 ‘마당’에서 논다는 표현보다는 ‘동네’에서 논다는 말이 더 맞지 싶어. 우리 어릴 때 생각해 봐. 누구네 마당에서 놀았냐 하면, 그게 아니고 골목에서 놀았지.


잔디 깎고 잡초 뽑고 가지치고 씨 뿌리고 배수로에 낙엽치우고...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마당이 있으면 좋아. 근데, 저런 거 귀찮거나 바쁘거나 한 사람들에게는 부부싸움의 화약고라고 볼 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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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때에 따라 부부싸움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3. 이득 혹은 지옥 - 이웃과 오순도순 지내는 삶


사람이라는 게 그래. 단독주택에는 좌파 빨갱이가 살고, 아파트에는 수구 꼴통들만 산다든? 아니면, 아파트에는 B형 인간들만 드글거리고 단독주택으로 가면 O형만 살아서 다 퍼줄까?


운이 좋다면, 내가 사는 집 주변에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겠지? 그러면, 술마시면서 정치 얘기도 하고, 경제 얘기도 하고, 교육 이야기도 하고, 사회 이야기도 하고, 문화 이야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도 서로서로 같이 봐주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 아프면 서로 걱정해 주고, 뭐 그러면서 살 수 있겠지?


운이 나쁘다면, 내가 사는 집 주변에 나랑 안 맞는 사람들만 바글바글 하겠지? 그러면, 집 밖으로 나가기 싫겠지? 그런데, 동네모임 있다고 나오라 그러겠지? 나가기 싫겠지? 옆집 애랑 어울려 노는 게 싫겠지? 우리 애가 옆집에 놀러가는 게 싫겠지? 옆집 배불뚝이 아저씨는 맨날 담배 연기를 우리 집 쪽으로 디바우러처럼 슝슝 날리고 있겠지? 우리집 애가 그 연기 마시고 있겠지? 집은 복덕방에 내놔도 안 팔리겠지? 차라리 주변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아파트가 낫다고 생각하겠지? 이건 마치, 포카 마지막 패를 기대를 잔뜩하고 까봤을 때 개패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겠지?


일반적인 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그렇듯, 일정 비율의 또라이와 일정 비율의 나랑 안 맞는 사람과, 일정 비율의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존재하게 되겠지? 여러분은 지금까지 NPC로 여기던 위의 여러 가지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찾고 나랑 안 맞는 사람과는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리를 두면서 또라이들은 최대한 멀리해야하는, 보이지 않는 밀당을 하면서 살아야 되겠지?


물론, 나처럼 ‘난 당신이 싫수다.’ 확 지르고 안 보고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적을 만들고 살고 싶지 않겠지?


아파트에서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NPC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나 월세 세대가 많아 2년 단위로 사라지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하고, 뭐 이유는 많아. 그런 건 있어, 주택 마을에서는 이웃에게 말 걸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있고, 아파트에서는 그런 사람을 이상하게 치어다보는 분위기가 있어. 같은 공동주택이라도 빌라로 불리는 그런 공동주택에서는 서로서로 인사하고 안부도 묻고 사는 동네도 많이 있는 것 같더라. 아닌가?


요약하자면, 아파트에는 바글바글 살면서도 서로서로 신경 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주택으로 갈수록 띄엄띄엄 살면서도 서로서로 신경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아. 아이러니하네. 내가 통계나 설문조사는 해본 적이 없어서 객관적 근거는 없으니 알아서들 판단해.



4. 이득 보다는 무조건 손해 - 집 관리


집사와 정원사가 없다면, 스스로 집을 관리해야 된다. 물론, 다달이 ‘일반관리비’라는 명목으로 관리실에 내는 10만 원 정도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야. 그런데, 생각보다 스스로 관리해야 될 것들이 많아. 특히나 나처럼 공구/도구 이런거에 문외한이고 해본 적 없고, 세면대 막히면 관리실에 전화하던 사람은 엄청 불편할 거야. 주택 살면서 내 손으로 고치자니 공구를 하나씩 하나씩 사다가 지금은 집이 공구상이 될 지경이야. 파이프랜치, 망치, 니퍼, 펜치, 스패너, 몽키스패너, 절연테이프, 톱, 직소, 원형톱, 클램프, 충전드릴, 삽, 곡괭이... 계속 사고 있어. 1년째 사고 있어. 다음 해에는 좀 덜 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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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살면 각종 공구가 필요하다. (사진 : 도또)


물론, 집 관리를 하면 보람있고 재미있어. 내 집을 내가 고친다는 기분에 전에는 없던 ‘내 집에 대한 애착’도 형성되고 있어. 그런데, 시간이 제법 들어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골치 아프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리고, 기술자도 아닌 내가 작업을 하다보니 마무리는 깔끔하지 못하더라. 이웃들 보니까 전문가보다 더 깔끔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더라만.



5. 손해 - 교통


대단지 아파트에 비하면 주택 단지는 교통이 안 좋기 마련이다. 사람 많이 사는 곳의 교통이 발달하기 마련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도심의 아파트 바로 옆에 집을 짓게 되면 괜찮겠지. 그런데 그런 곳은 땅값이 좀 많이 비싸다는 건 지난번에 얘기했지? 촌구석으로 가게 되면 교통은 점점 나빠져. 차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갈 수도 있어. 우리 동네에도 집집마다 차가 두 대씩 있는 집이 많아지고 있어. 우리 집도 10년 차 똥차가 두 대 굴러다니고 있지. 솔직히 나는 자전거타고 다니고 차는 한 대만 있어도 되는데, 아내가 자전거는 위험해서 안 된다네.;;;



6. 손해 혹은 이익 - 마트가 엄서요


도심에 집을 지으면 좋겠지만,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그건 돈 많은 놈들 얘기야. 대형 마트에는 원래 잘 안 갔지만, ‘피치 못할’이라는 핑계로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고는 했어. 예전에 살던 곳보다는 훨씬 촌동네인 이곳에 오니 대형 마튼 엄서. 물론, 차 타고 시속 100킬로에 육박하는 속력으로 달리면 20분 정도 거리에 생협 매장이 있어. 그리고 그렇게 이용하는 이웃들도 있는 것 같아. 이 분들도 우리 집의 영향으로 조금씩 생협의 세계로 빨려 들어오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튼, 대형 마트가 물리적으로 거리가 생기니 나의 경우에는 정말 안 가게 되더라. 백화점도, 대형 마트도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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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가 엄서요...


단, 예전에는 집 근처에 있는 생협 매장에 걸어서 20분 정도면 도착했는데, 이제는 차 타고 허벌나게 밟아서 20분이니, 생협 매장에도 안 가게 되더라구. 인터넷 주문은 게을러서 맨날 주문 날짜 놓치고. 그러다 보니 동네 슈퍼나 차 타고 3분 거리에 있는 농협하나로에 가게 되는데, 시골에 중국산이 더 많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 농협하나로에서 파는 수입산... 내가 농사 지은 것은 대도시의 돈있는 사람들이 사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수입산 사먹는 야리꾸리한 일이 벌어지나봐.


세탁소, 문방구 같은 간단한 물품을 파는 상점이 없는 것도 문제야. 내가 이사올 당시에만 해도 걸어서 갈 수 있는 미용실/세탁소/문방구/PC방이 있었어. 1년 사이에 다 망해서 없어졌어. 문구류도 죄다 대형 마트에서 사오는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세탁소도 마찬가지로.



7. 손해 혹은 이익 - 동물 세상


잠자리, 나비, 매미, 메뚜기, 방아깨비, 귀뚜라미 이런 놈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방 떼거지, 모기떼, 파리떼, 쉰발이(노린재 같은 놈), 지네, 쥐, 뱀, 집게벌레, 콩벌레,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존도벌레들... 집 사람은 정말 싫어하고, 손바닥 만한 놈들은 나도 싫다. 손바닥 만한 방아깨비랑 귀뚜라미;;;; 문제는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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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된 딸래미는 이제 어지간한 벌레가 집에 들어오면 손바닥으로 턱하고 잡아서 자랑하고, 방아깨비 잡아서 놀고 그런다는 점에서는 좋은 건가?



8. 손해 혹은 분명하고 무서운 손해 - 눈


겨울이 되면 눈이 온다. 눈이 오면 교통이 마비된다. 내 집앞 눈은 내가 치워야 된다. 다시 군입대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발끝은 아려오고 눈은 계속 온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장정이었는데다가 쪽수라도 많았지, 동네 아저씨 다 모여봐야 몇 명 되지도 않는다. 나이는 군대에 있을 때보다 두 배는 많고. 아주 죽을 것 같다. 반면, 애들은 아주 살판이 난다.







독투불패 분노하샘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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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는 가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