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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7. 목요일

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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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 축구는 乙이다]

 







플레이오프 그리고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 그리고 그끝은 또다른 시작이다이말은 누가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서 참 적절한 말인거 같다관심이 덜하고 주목도 많이 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 WK리그가 드디어 새로운 챔피언 인천현대제철 레드엔젤스를 탄생시키며 막을 내렸다.

 

그래서 리그를 결산하는 의미로 결산 특집을 준비했다.(지난번 기사 이후 솔까 오래쉬었자나자나자나~ㅠㅠ)그 첫 번째로 명승부에 명승부를 거듭하며 보는 사람의 염통을 쥐락펴락했던,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세 팀의 치열했던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되돌아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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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때 최인철 감독의 손은 트로피 가장 많은 면적을 잡고 있었던 거였다.


플레이오프 고양대교 VS 서울시청

 

이미 리그가 종반으로 치닫을수록 1~3위까지의 순위는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1위 인천 현대제철

2위 서울시청

3위 고양대교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는 3위 자리를 고양대교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 충북 스포츠토토, 수원시설관리공단, 전북 KSPO 세 팀이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고양대교를 추격했지만 이 세 팀은 결정적일 때 승점을 쌓지 못하면서 고양대교의 3위를 빼앗지 못한다. 가장 근접했던 건 충북 스포츠토토였다. 리그 초반에 놓친 승점이 결국 리그 후반에 스포츠토토의 발목을 붙잡는 물귀신이 되었다. 결국 리그 최종 순위는 4위 전북, 5위 충북, 6위 수원으로 마무리 되었다.(최하위 7위는 감 잡으셨으리라...)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확정되고 나서 고양대교와 서울시청은 리그에서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으니…….



서로 간만보고 끝난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


이날 경기에서 양 감독은 힘을 빼고 경기를 치르며 서로 간을 보기 시작했다.


고양대교의 유동관 감독은 쁘레치냐, 그리고 심서연 선수를 스타팅에서 제외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투입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염두에 둔 듯 했다. 서울시청은 정상적으로 라인업을 출전 시켰으나 양 팀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되도록 자제하며 힘을 뺀 경기를 보여줬다.


첫 골은 고양대교에서 터트렸다. 하지만 왠일인지 서울시청은 공격적으로 밀고 올라오지 않았다. 전술적인 변화없이 경기를 진행하며 다만 간간히 역습을 시도할 뿐이었다. 고양대교 또한 마찬가지로 밀고 올라가는 플레이를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서울시청은 플레이오프를 염두에 둔 작전이었는지 고양의 차연희에게 고의로 백태클을 하였다. 레드카드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 상황에서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은 무반응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전략적인 파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반에 서울시청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동주 선수가 헤딩으로 득점하였다. 그렇게 1:1로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사실 이동주 선수의 골은 고양의 전민경 골키퍼가 점프해서 잡은 상태에서 달려들며 볼을 머리로 밀어넣은 즉, 사실상 차징 파울이었다. 하지만 선심과 주심은 그냥 골!로 인정해 버렸다. 중계를 본 사람들이 다 파울이라고 하고 중계진까지 파울이라고 하는데 왜~~~심판만 못봤을까??


이것도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겠다.


 

드디어 외나무 다리. 아니… 보은에서 만난 고양과 서울


필자는 이 경기에 앞서 어느 팀이 이길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없이 '고양대교!'라고 대답했다. 왜?? 플레이오프, 챔결을 많이 경험했다. 큰 무대에서 놀아본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다. '클럽에 처음 놀러가면 신세계를 경험하기 바쁘지 제대로 놀지 못한다'라는, 고기는 먹어본 놈 이론을 펼치며 고양의 우세를 점쳤다. 그리고 '박은선에 의존하는 서울시청보다 차연희, 유한별, 쁘레치냐가 버티고 있는 고양대교는 전술적으로도 우세하다!'라고.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설레발은 설레발일 뿐 진짜 경기가 끝나야 아는 게 아닌가?


930일 챔피언 결정전으로 가기 위해 두 팀이 충북 보은에서 만났다.

 

오늘에야 말로 결판을 내야하는 경기. 고양의 유동관 감독은 "꼭 승리하고 챔피언결정전으로 가겠다"고 했고,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은 "여기까지 올라온 선수들에게 고맙다. 오늘경기 즐겁게 즐기라고 주문했다"라며 욕심을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여러분~이거 다 거짓말인 거~아시죠~?~??)


고양대교도 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심서연을 센터백으로 내리고 쁘레치냐, 유한별, 차연희를 최전방에 포진시켰다. 시작부터 서울시청의 수비를 뒤흔들었다.고양의 쉐킷~쉐킷이 시작된 지 4분 만에 고양대교의 첫 골이 터졌다. 서울시청 아마조네스는 캥거루 펀치를 먼저 맞으며 비틀~비틀~. 그러다 전반 26분 다시 이민선의 추가골이 터졌다. 서울시청은 캥거루 펀치 2연타에 코피를 뿜고야 말았다..

 

유동관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는 승리 확신 세리머니를 보여주었다. 챔피언 결정전을 향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필자도 역시 역시 고양이 챔결을 향한 8부 능선을 넘었구나~ 시청은 여기가 한계구나~’라고 생각을 했드랬다.ㅜㅜ

 

하지만 고양대교가 너무 일찍 마음을 놓아 버렸던 걸까?? 후반전에는 대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박라탄 은선라히모비치(박은선의 스타일을 어필하기 위해 필자가 개인적으로 붙인 별명이다.) '박 은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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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라!!! 부딪히면 너 다친다~ 진격의 박은선 되시겠다

 

183cm 74kg의 우월한 기럭지와 피지컬을 기본 바탕으로 절대 힘에서 밀리지 않으며 거기다가 싱기방기한 볼컨트롤 능력, 거기다가 강력한 빠워슈팅 그리고 어슬렁거리다가도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붙이면 수비수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힘을 지닌 박은선.

 

이 형~ 아니 언니께서 경기를 뒤집어 놓기 시작한다. 후반에 서울시청은 김혜리를 투입했다. 리그 내내 박은선에게 양질의 패스를 뿌려주며 좋은 호흡을 자랑했던 김혜리가 들어가면서 경기의 양상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3분 만에 박은선의 골의 터진다. 역시 서울시청다웠따. 이선에서 길~~~~~~~~~~~~~~~~~게 때려주고 박은선이 수비수와 경합하여 볼을 따낸 후 일대일 찬스에서 골키퍼마저 가볍게 제치며 득점! 그 짧은 순간 키퍼를 제치는 신기방기한 개인 기술을 선보이셨다


이 때부터 경기의 흐름은 급격히 서울시청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고양대교는 다… 당황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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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대교 다..당황 하셨쎄요~???~


기세가 오른 서울시청의 박은선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며 골!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고양의 전민경 선수가 박은선의 슈팅을 온몸을 던져 막아냈다. 하지만 첫 골을 실점한 그 장면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고야 말았으니.


박윤주가 올린 크로스를 박은선은 정교한 퍼스트 터치로 볼을 잡아놓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발로 골망을 흔들어 버렸다. 순간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박은선은 볼을 바닥으로 패대기치며 '나 안죽었다고~~! 나 박은선이야~'라고 어필하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올 시즌 박은선의 골세리머니 중 가장 격하고 가장 기뻐하는 세리머니였다.)

 

고양은 더욱더 급해졌다. 발등에 불 아니 주변이 불바다가 된 것이다. 다시 역전 골을 넣기 위해 고양대교는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울시청도 이젠 '모 아니면 도 ! 못먹어도 고! 에라이 ㅅㅂ 그냥 다걸어! 올인!!!!'하는 분위기로 경기는 이제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러다가 심서연 선수가 태클로 인해 발목에 부상을 입고 경기장 밖에서 치료를 받는 사이 황보람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허지연이 돌파 후 슈팅을 날렸으나 고양 전민경의 손에 맞고 볼이 골대 반대쪽으로 흘렀다. 이를 쇄도하던 이동주가 몸을 날리며 볼과 함께 골대로 들어갔다. 그렇다! 들어갔다고! 이게 후반 37분이었다


쯤 되자 욕심을 버린 채 공수레 공수거~~하시던 서울시청 서정호 감독은 박은선을 불러들이고 수비수를 투입하며 이제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쯤 되면 어느 감독이든 욕심이 안 나는 게 이상한거다. 결국 고양대교는 권은솜까지 투입하며 공격에 열을 올렸지만, 굳게 닫힌 숭례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필자의 예상은 보기좋게 어긋나 버렸지만 극적인 드라마를 봐서인지 대략 한동안 정신이 멍~~했었다패한 고양의 팬인 지인에게 위로의 카톡을 날리고 필자는 박문성 위원과 같이 '예측하면 반대로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다.(회사에서 스포츠토토 즐기는 분에게 축구 경기 예측을 많이 해드렸는데진심 죄송하다... 한두번 틀린게 아니라서 ㅠㅠ)


이날의 영웅은 단연 박은선 선수였다. 진격의 박은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절정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양대교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디펜딩 챔피언은 그렇게 쓸쓸히 플레이오프에서 퇴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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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옵도 떨어지고전국체전은 수원에게 밀려 나가지도못하고시즌 마감한 고양의 유동관감독



챔피언 결정전은 홈 앤드 어웨이????


WK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은 홈 앤드 어웨이다. 이름에는 지역 명을 달고 있지만 실제 리그가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중립지역 경기인데 과연 홈 앤드 어웨이가 가능할까? 만약 그렇게 할 거라면 1차전은 서울에서 2차전은 인천에서 경기를 해야 맞다. 하지만 1차전은 보은에서 하였고, 2차전 장소를 두고 연맹은 고민에 빠졌다챔피언이 결정 되는 경기라 언론 노출도 생각해야 하고, 그래도 관중들이 좀 찾아올 수 있어야 하고, 뭔가 그럴싸하고 있어 보여야 하는 상황.(2차전엔 축구협회 회장님도 오신다그러니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엿맹은 서울 상암과 인천 숭의 아레나 두 경기장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으나, 서울 월드컵 경기장으로 결정되었다. 인천의 홈에서 하는 경기라면 당연 인천에서 했어야 맞다. 숭의든 문학이든 어디든 간에 인천에서 해야 리그 규정에도 맞으나. 2차전을 서울에서 함으로써 스스로 정한 규정을 부숴 버렸다.(숭의 아레나와의 협의 과정은 그닥 매끄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보은은 서울시청에게는 어웨이 같은 홈이고, 인천제철에게 상암은 어웨이 같은 홈이된다. 그래도 일관성은 있는 엿맹의 행정이다.


ㅅㅂ… -_-‘ (상암에서 경기를 열 때 연맹에서 돈 한푼 안들이고 대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소설을 써보자면 에이.하지말자 -_-;)

 

어쨌든 간에 1차전은 보은에서 펼쳐진다. 올해 서울시청은 인천제철과의 상대전적 4번 맞대결에 22무를 기록,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인천이 올 시즌 실점한 15골 중 5골을 서울시청에게 허용하며 서울시청의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던 정규리그였다.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최인철 감독의 다양한 전술이 준비되어있는 인천제철이 우세하나, 서울시청은 인천에게 강했다. 필자는 '챔피언 결정전은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하고 예측을 포기했다. 예측이 무의미한 그야말로 토너먼트기 때문에 객관적 전력 외에 변수가 너무 많지 않은가????????


소름 돋는 휘슬 소리에 맞춰 경기는 시작되었다. 여기서 이 경기의 주심을 잘 봐야 한다. 바로 리그 후반에 인천의 경기에 집중적으로 배정을 받으며 인천의 경기를 주물렀던 바로 그 주심 정 지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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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분이 정!!! 주심이시다. 경기의 가장 큰 변수가 등장했다!!!!

 

정지영 주심은 그동안 각 팀의 감독들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가장 많은 불만이 쌓은 레프리였다. 정지영 주심을 보는 순간 필자는 '~~~ 최대의 변수가 바로 주심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날은 왠일인지 칼 같은 판정, 그리고 카드 발급에 소홀했던 모습과 달리 옐로우 카드를 정확하게 발급하며 '칼지영'이라는 별명을 득템하셨다.

 

 

1차전, 아쉬움을 삼킨 서울시청

 

1차전이 열린 보은 공설운동장. 양팀은 전의를 불태웠다. 인천의 최인철 감독은 '4전 5기, 더 이상의 준우승은 없다!'며 출사표를 던졌고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은 '여기까지 온 게 어디냐. 우리는 그저 경기만 열심히 하면된다'며 사람좋은 웃음으로 칼날을 뒤에 숨겼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10분 여가 지나고 인천제철은 공격적으로 수비 라인을 올리면서 서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은선을 막기 위해 인천의 수비들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박은선은 종적인 움직임이 아닌 횡적으로도 움직이며 인천의 수비를 흔들기 위해 노력했다. 


측면으로 침투하는 박은선에게 스루패스가 연결되었다. 그리고 박스 측면으로 밀고 들어가는 박은선을 막기 위해 인천의 수비들이 달려들 때! 바로 그 때! 박은선은 직접 슈팅이 아닌 중앙으로 쇄도하는 이동주에게 패스를 했으며, 이동주가 빈 골대안으로 볼을 차 넣어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박은선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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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결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서울시청 이동주 선수

 

이후 경기는 중원에서 힘싸움이 지속되었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인천제철은 공격앞으로!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현대제철은 브라질듀오 따이스, 비아를 앞세워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따이스는 측면으로 파고들기 위해 애를 썼고, 비아는 중앙에서 포스트플레이를 겸하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애를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인천현대제철은 마지막 히든카드 공격수 정설빈을 투입한다.(정설빈 선수는 원래 다른 이름이었으나 잦은 부상으로 인해 고민하던 중 이름을 바꾸면 부상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무속인의 이야기를 듣고 개명을 하였다. 그 뒤로 부상은 줄었으나, 골수도 같이 줄었다라고카더라~하는 팩트가 들어간 소설이었다.) 그리고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중 시간은 흘러 흘러 추가시간으로 넘어갔다. 서울은 1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을 버티면 1승을 먼저 거두게 된다. 인천은 다급했다. 그 때 측면으로 이동한 비아가 중앙으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고, 볼은 문전에서 엉켜있던 선수들을 맞은 후 정설빈 앞으로 떨어졌다. 정설빈은 주저없이 골문으로 볼을 차 넣었다. 말 그대로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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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치맥은 언니가 쏜다!!!!!!!!!! 동점골 득점 후 기쁨을 폭발시키는 정설빈 선수

 

경기는 끝나고 인천의 최인철 감독은 선수를 불러 불만스러웠던 부분을 얘기했다. 좋게 보아 그런 거지만 사실 혼내는 거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잘버틴 서울시청이었지만 아쉬움은 남고 허탈한 마음도 컸을 것이다. 경기 후 서정호 감독은 경기장 밖 의자에 걸터앉아 '허허허허~ 뭐 축구가 내 맘대로 되나~ 이 정도 경기도 잘한 거지~ 난 마음을 비웠다~'하며 또다시 허허실실 하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그게 아니었을 거다. '마지막 경기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라고 다짐 하는 듯한 인터뷰였다.

 

이날 경기에서 서울의 핵심 선수인 김혜리 선수가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다. 서울시청은 마지막 경기에 빨간불이 뙇하고 켜지고 말았다. 김혜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박은선이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냐? 없냐?와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울시청은 아쉬움을, 인천현대제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올랐다.

 

 

The last match is final fantasy

 

서울시청의 거침없는 도전 또다시 준우승 트라우마가 인천의 발목을 잡을것인가?

 

2011년 상대적으로 약한 수원시설에게 발목을 덥썩 붙잡히고 자빨링하면서 트로피를 눈앞에서 빼앗기던 그 날의 기억. 인천제철은 우승을 위한 준비는 다 끝났다. 다만 정신적으로 4년 연속 준우승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이것이 관건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서울시청은 잃을 게 없다. 준우승도 잘한 결과니니 만족할 만하지만 어쨌든 마지막까지 온 이상 마지막 90분에 모든 걸 다 응집시켜서 쏟아내고 폭발시킨다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도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로써 두 팀은 마지막 2차전 상암에서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다. 이제 휘슬이 울리면 선수들의 전쟁은 시작된다. 긴장감이 가득한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인천제철의 직원도 서울시청의 직원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의 가족들도, 친구들도 그리고 wk리그 선수들, 대학 선수들 등 모두가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을 보기 위해 상암에 모여들었다. 한데 경기가 열리기 2, 3일 전부터 FC서울(서울시청도 서울이라 하기 때문에 혼란의 우려가 있어 FC GS라 하겠습니다.)의 서포터 수호신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는 서울시청이 결승전을 상암에서 하니 응원을 갑시다~'라는 글들이 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이 경기장에 나타났고, 서울시청 쪽 응원석에서 그들의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을 했다.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상암에서 하지 않았더라면, 경기장에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상암에 나타난 이유는 서울시청이 결승에 올라서 그리고 상암에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후에도 SNS를 통해 올라왔던 어이없는 내용의 글들은 필자의 눈에도 아직 어린 학생이 쓴 걸로 보여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어쨌든 와서 응원은 하는데, 원래 GS가 하던 응원을 하니 넥타이 부대가 그걸 따라 할 수 있었을 리가... 응원에서 엇박자가... 그러고 우린 잘했다고 생각하겠지???

 

분명 빅 매치이나 관중이 엄청나게 올 거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열기 만큼은 여느 결승전보다 더 뜨거웠다. 인천의 서포터는 더 이상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했다. 4년 연속 준우승의 한()서린 한마디였다.


드디어 마지막을 향한 휘슬은 울렸다.

 

전반 초반부터 서울시청은 강하게 공격앞으로~~~~ 인천을 코너에 몰아넣고 강하게 프레싱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반 10분 여까지 인천은 서울 진영으로 넘어 오기도 힘들 만큼!

 

전반 15분 서울의 중거리 슛을 골키퍼 김정미가 펀칭 해내며 코너킥을 얻었다. 그런데 이날 초반에 김정미가 불안불안했다. 잡을 수 있는 공을 캐칭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등 마치 작년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렇다 뭔가 불안했다. 서울의 중거리 슛. 조금 빠르긴 했지만 눈높이로 날아오는 볼을 캐칭하면 되는데 그걸 골대 뒤로 펀칭해냈다. ??? 그로 인해 코너킥을 얻은 서울. 코너킥이 날아오고 그 볼을 헤딩으로 박은선을 향해 헤딩패스~ 볼은 붕~~~~ 뜬상태로 박은선에게 연결되었다. 그렇다! 이 상황에서 박은선의 제공권을 제한할 수 있는 수비수는 국내에는 없다. 박은선은 방향을 바꾸는 헤딩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경기는 서울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서정호 감독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인천선수들은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4년 동안 2차전에서 무너졌어. 이번에는 그럴순 없어!”라는 무언의 메아리가 경기장에 울리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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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 감독의 신의 한 수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싱글벙글 서감독

 

인천은 동점골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몇 차례 좋은 슈팅과 공격 전개를 보여줬으나 위성희 키퍼에게 막혔다. 몇 차례의 패스미스가 반복되면서 '이렇게 인천은 또다시 무너지고 마는가?'라고 생각 하는 찰나.

 

역시 두드리면 열리는 거고 바위도 두드리면 어쨌든 손이 붓기 마련.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인천제철이 드디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후반 17분 전가을의 패스를 받은 비아는 전방 빈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는 따이스를 향해 스루 패스를 연결한다. 일대일 찬스를 맞은 따이스는 침착하게 동점골을 성공시킨다. 인천이 경기를 되돌려 놓았다!!!!! 이 때부터 경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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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마이 지쟈스!!!!!!! 따이스 선수는 골도 넣고 당연히 노란카드 받으셨다^^;

 

따이스의 셔츠를 벗는 세리머니. 시즌 초반에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따이스, 부상 복귀 후에도 부상 트라우마로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던 따이스가 경기를 되돌려 놓았다이 때부터 인천현대제철에게 승리의 여신이 슬며시 웃을 듯 말 듯 부처님 미소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아아이거 경기는 알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서울도 공격에 불을 당겼다. 하지만 박은선을 향한 패스는 한발 앞서 임선주에 의해 커팅되며 실패를 거듭했다기세가 오른 인천은 상대 수비와 볼경합 중 흘러나온 볼을 수비수 이세진이 달려들며 슛~ 역전!에 성공하게 된다. 드디어 5년을 기다려 온 우승 트로피가 손에 잡힐 듯 말 듯.

 

서울도 선수를 교체하면서 공격에 치중했으나 영리하게 수비를 하는 인천을 뚫지 못했다인천은 후반 43분 문미라의 재치있는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3-1로 경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추가시간 5분이 흐른 뒤……………………………………………………. 

 


The new champion 인천 현대제철 레드 엔젤스 !!!!!

 

드디어 그녀들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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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세례. 최인철 감독님 평소에 선수들 얼마나 갈궜으면ㅋㅋㅋㅋ

 

우승한 팀의 분위기는 대략 저런 사진 하나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분위기를 말로 표현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5번의 도전 끝에 인천의 빨간 천사들은 벅찬 기쁨을 나누었다.(리그 개막 미디어 데이 때 인천의 우승 공약은 비키니 화보랬는데. 흠. 과연 이행될지 지켜보자!!!)

 

서울은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박은선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응원해 준 서울시청 응원단과 gs의 서포터에게 인사를 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gs의 서포터 중 일부는 '응원해 줬는데 졌다고 인사도 안 한다며 매너도 꽝이니 질 만했다'라는 개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눈 앞에서 우승컵을 놓친 선수들의 상심이 얼마나 큰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필자는 안다.. 느낌~아니~까아아안. 난 이해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한 두 팀. 어차피 결승전이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반반으로 서로 나눠 가질 수 없는 경기다. 그 주인은 결정되며 우승트로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냉정한 승부 아닌가.

 

최선을 다한 서울시청 아마조네스 선수들에게도 진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한 그녀들도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 경기에선 패했지만 서울시청도 챔피언이나 다름없다. 경기에 져서 밤새 잠을 못자고 아쉬워 했다는 김혜리 선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아쉬움이 컸을 거다. 괜찮다! 내년을 기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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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대단한 거다. 서울시청에게도 박수쳐 줘라! 안치고 뭐하나?


 

인천 현대제철 드디어 5년을 기다려 온 우승 트로피를 가슴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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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챔피언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축하한다! 박수 안치고 머하나????

 

드디어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 WK리그 2013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각팀은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된다. 아쉬움도 기쁨도 슬픔도 많은 이야기를 가슴 속에 새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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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며 15년 인천 팬이라는 강모씨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필자가 응원하는 팀도 저 자리에 서는 날을 머리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기다려라. 곧 우리가 저 트로피 빼앗으러 간다우리가 우승만 해봐라. 인천 팬님아 그 앞에서 무슨짓을 할지몰라요!!!ㅋㅋ

 


P.S. 


'보고 싶은데 중계를 놓쳐서 못 봤다. 경기를 한번 봐야겠다.'싶은 독자분들은 주저없이 KFA TV에 접속하면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을 비롯하여 올시즌 WK리그 경기를 다시보기 할 수 있다. 물론 전 경기는 아니지만 한번 클릭 해봄이 어떠한가?


 


 


끝난줄~ 알았지~~

 

깨알 같은 여자축구 늬우스~~~!!!!

 

- 관심도 못 받고 있지만 19세 태극 소녀들이 '19 asia woman`s championship 대회'에 참가, 중국 난징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한국, 중국, 북한, 미얀마, 호주, 일본이 참가, 풀리그 방식으로 상위 3팀에게 -20 월드컵 티켓이 주어진다. 현재까지 한국은 중국과 2:2, 미얀마에 7:0, 난적 일본을 2:0으로 승리하여 북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월드컵 티켓 획득이 유력하다. 중계는 아프리카와 유트브 afc hub을 통해 볼 수 있다.

 

-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뛰고있는 지소연 선수 소식이 되시겠다. 현재 고베아이낙은 지난 일요일에 펼쳐진 센다이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여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경기에서 지소연 선수는 후반에 역전 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승리에 크게 일조했다. 고베아이낙은 내년 선수들의 계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유럽 진출을 고려하던 지소연 선수는 잔류를 할지 이적을 할지 향후 거취에 대해 변수가 생겼다고 하겠다.(일본 최고의 팀이지만 연봉이나 선수 대우가 생각보다는 높진 않다.)

 

-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경기가 20일부터 인천 중구 구민체육센터 내 잔디 구장에서 펼쳐진다. 각 지역을 대표하여 8개 팀이 토너먼트로 각축전을 벌이며 준결승은 22일, 결승은 24일 펼쳐진다.

 

- 올해 11월 신설된 WFA 컵은 여러 사정에 의해 취소가 되었다고 엿맹이 공식 발표를 하였다. 엿맹은 경기가 펼쳐질 강진종합운동장의 사정과 구단의 예산 문제 등 갖은 핑계를 대며 올해는 '마힘들다그리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올해 초에 개최 승인된 대회를 한 달 전에 급취소하는 촌극을 벌였다. 공지사항은 항상 2~3일 전에 공지하던 엿맹이 팬들과의 약속을 깨버리는 건 LTE-A급으로 발표를 해주시어 졸라 황송할 뿐이다.


 

이제 진짜 끝~!!이다. 다음 시간엔 시즌 결산 2탄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는 적당히 하시라!!!







안팀장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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