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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2. 화요일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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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기업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컨텐츠 마켓 플레이스, 쉽게 말해서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국정원이 시끌시끌하고 검찰이 와글와글한 이 시점에 그깟 보이지도 않는 장터에서 발생한 하나의 해프닝 가지고 뭐 이리 미주알 고주알 떠드냐고? 그럴 수도 있다. 국정원과 검찰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세력 싸움을 하고, 그 와중에 청와대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질만도 하다.


그러나 지난 주말부터 시작되어 한바탕의 소동이 벌어졌던 앱스토어 문제 속에도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할 중요한 것들이 숨겨져 있다. 그런 숨어있는 가치들을 발굴해서 독자제위께 헌납하는 것도 딴지일보의 중요한 사명인 바, 이 기사를 선물한다.

 


사건의 기원


앱스토어는 애플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장터이면서 스티브 잡스가 자랑하는 새로운 생태계이다. 사실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든 것 보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 업적이 바로 이 앱스토어의 탄생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잡스가 만들어낸 '컨텐츠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디지털 생태계에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하던 바로 그 시점부터 이미 이 모든 문제는 잉태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사건이 꽤나 복잡하다는 것이다. 꽤나 복잡한 문제라서 도대체 이 그림을 어떻게 독자들께 보여드려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하지만 사건이 이미 터졌으니 모른 척 할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사건이냐고?


표면적으로는 단순하다. 앱스토어에 앱을 만들어 올리려면 애플에다가 돈을 내고 개발자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수많은 개인 개발자들이 여지껏 잘 쓰고 있던 자신의 개발자 계정으로 앱스토어에 로그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말이다. 애플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아주 단순했다. 사업자 등록번호와 통신판매업 등록번호를 요구한 것이다. 이게 없으면 넌 로그인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문을 열어주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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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난리가 났다. 당장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던 무료 앱 개발자들은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앱을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등록하려던 사람들, 또는 책 같은 것을 등록하려던 사람들은 일제히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거기다가 이에 대한 아무런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점이 사람들의 성질을 아주 강력하게 긁어 버렸다. 인터넷에는 관련된 사람들의 하소연, 분노, 체념, 비아냥, 말다툼들이 아주 화산 폭발하듯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애플은 이 조치를 철회했다. 로그인 화면에서 사업자 등록번호를 요구하던 폼(form)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상황은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일부는 허탈해 하고, 일부는 그냥 한 번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는 이 문제가 아직 물 밑에 숨어 있는 잠재적인 위험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일단 얘기는 앱스토어 자체에서 시작된다. 앱스토어라는 존재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앱스토어, 혼돈의 시장


애플은 앱스토어를 만들었고, 이와 유사한 것으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가 있다. 일단 그 두 가지의 메커니즘은 본질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하자.


앱스토어는 말 그대로 가게이다. 점빵. 하지만 단일 점빵이 아니라 상품의 공급자과 소비자가 혼재되어 있는 시장이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공급자와 소비자의 국적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다국적 시장이다. 또 앱스토어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배송과정'이 필요없는 디지털 상품이다. 바로 앱, , 음악, 그림, 등의 전자적 존재이다. 이들은 물리적인 배송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더해서 앱스토어상의 모든 거래는 항상 3자 거래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에도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중개 역할을 하는 오픈 마켓들이 다수 존재했지만, 그들은 그저 당사자간의 거래에서 수수료만 받는 수준이었지 애플처럼 직접 중간에 개입해서 거래를 하지는 않았다. 형식적으로나 내용면으로나 구분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오픈마켓 보다 앱스토어에서의 애플이 훨씬 더 강력하게 거래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또 있다. 앱스토어라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의 상당수는 돈이 오가지 않는 거래라는 점이다. 바로 무료 앱, 무료 콘텐츠들의 존재다. 이 무료상품들의 거래는 실질적으로 돈이 오가지 않게 되므로 정부가 개입해서 과세할 대상들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비영리 거래들이 어느 순간 인기를 끌면서 실질적인 돈이 오가는 거래로 변신할 수 있는 환경도 완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거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정도면 시장의 관점에서 앱스토어는 상당히 특이한 존재이며, 이런 복잡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세 정책 역시 그에 맞게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앱스토어가 시작 된지 5년 이상의 시간의 흘렀다. 우리의 정부 당국은 이 혼돈의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들에 대해 어떤 관리를, 어떤 조세 정책을 펴나갈 것인지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할 시점이 온 것이다.

 


가능성을 팔다


앱스토어를 단순한 시장으로만 본다면 이걸로 얘기는 끝이다. 하지만 앱스토어에는 그런 표면적인 특징을 넘어선 더욱 본질적인 무언가가 숨어 있다. 바로 창작의 결과물,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결과물들이 거래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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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스토어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은 그 상품이 얼마나 팔렸는가에서 일이 마무리 되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향후 무궁무진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의 최초 구현물이라는, 즉 엄청난 가능성을 속에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품들이라는 점이다.


잘 만들어진 앱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다면 그것은 바로 하나의 비즈니스로 전개되기 마련이다. 수많은 스타트업, 그러니까 이제 막 시작하려는 벤쳐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앱으로 만들어 앱스토어에 등록하고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리고 앱스토어에서의 성공은 해당 아이템의 사업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주는 근거가 되고, 해당 회사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은 수많은 젊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기회를 잡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앱스토어의 문을 두드린다. 이로 인해 앱스토어는 단순한 시장의 수준을 벗어나,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앱스토어 문제로 왜 사람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난리를 치는가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들은 앱스토어에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희망의 문이 닫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 뿐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앱스토어의 존재가 중요해진다. 이런 디지털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수많은 성공적인 앱, 또는 컨텐츠들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한다면 정체기에 접어든 우리의 경제 시스템에 활력을 제공하는 더 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망쳐서는 곤란하다. 이런 가능성의 싹을 잘라 버려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이 앱스토어 세계에서는 애플이라는 하나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자기들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조차도 이들에게 어떤 정책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소득세의 관점


앱스토어는 시장이다. 시장에는 거래가 있고, 그 거래는 누군가에게 돈을 벌게 해준다. 그리고 소득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 있어야 한다.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은 소득세, 혹은 법인세다. 물론 이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있다면, 즉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여기서도 세금이 발생한다. 우리는 이를 부가가치세라 부르고,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를 소비세라고 부른다. 소득세와 부가세(혹은 소비세)의 두 가지 세금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기에 나눠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소득세를 보자. 소득세나 법인세는 동일한 것이고, 당연히 공급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다. 상품의 공급자라는 것은 역으로 돈의 종착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지불한 돈은 중개자를 거쳐 공급자에게 오게 된다. 따라서 공급자들은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야 한다.


법인은 당연히 매출이 발생해서 수익이 돌아오면 그게 전체 매출액에 포함되어 수익으로 산정되고 이에 따라 법인세율이 적용된 법인세를 납부하면 된다. 이건 단순하다.


개인 공급자, 즉 개인적으로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리고 이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등록, 즉 사업자 등록이 없었다면, 등록하고 등록번호를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이다. 물론 이 소득세 관련해서는 굳이 사업자 등록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개인 소득으로 신고를 성실히 하고, 이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소득세 정산 할 때 반영해도 된다. 이거면 다 해결된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애플이 개발자 계정을 상대로 돈을 지급할 때, 상대가 한국의 개발자라면 소득세를 미리 원천징수해서 한국 정부에게 납부해주고, 그 나머지를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애플이 아직 이러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럴 계획도 없을 것이다.


또 무료 컨텐츠를 공급하던 사람들은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돈을 벌지 않았으니 소득세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상황이 좀 다르다. 여기서부터 상황이 엄청나게 복잡해진다.

 


부가가치세의 문제


부가가치세는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세금을 내고, 공급자가 이를 모아 대리납부 하는 형식으로 거두어지는 세금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살 때 부담하게 되어 있다는 면에서 소비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렇게 소비세라고 부른다.


복잡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세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와 그 세금을 정부에 지급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

일단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마다 돈을 두 곳(공급자와 정부)에다가 낼 수는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대신 모아서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직거래를 하게 되기 때문에 공급자가 모아서 일시에 납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사실 이 세금이 소비자가 낸 세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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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부가세의 기준은 '소비가 발생한 지점'이 된다. 즉 한국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한국 정부에 부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누가 모아서 내는가는 나중 문제이다. 물론 부가세는 하늘이 내려주신 원칙은 아니기에 다양한 면세 조건이 발생한다.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할 경우, 즉 무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변화가 생기고, 농산물이나 서적 같은 경우는 부가세가 면세되기도 한다. 규정에 따라 그 때 그 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의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거기에는 당연히 (특별한 면세 규정이 없는 한)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문제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국적이 서로 다른 경우이다. 이럴 때에도 원칙적으로는 소비자 기준으로 과세하면 된다. 소비자가 살고 있는 국가의 정부에 내면 되는 세금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소비자가 앱스토어에서 컨텐츠를 구매했을 때, 한국 정부는 이 부가세를 과세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에 이미 앱스토어 뿐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거래되는 소프트웨어나 컨텐츠에도 부가세를 과세하겠다는 정책적 입장은 결정이 되었고 SKT KT에서 운영하는 마켓 플레이스에는 정상적으로 부가세가 과세되고 있었으나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과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현실은 어떨까? 한국의 소비자가 앱스토어에서 앱을 구매하게 되면 그 돈은 애플 본사로 간다. 그리고 공급자와 애플이 7:3 비율로 나누게 된다. 이 때 개인의 경우는 원천세 명목으로 10%를 먼저 떼고, 나머지 돈을 나누게 된다. 이건 일종의 소득세 개념이다. 부가세 혹은 소비세는 전혀 아니다. 즉 한국 정부는 부가세를 과세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바로잡는 방향도 이미 대략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부가세의 경우, 앱스토어에서는 특이하게도 공급자가 이를 모아 대신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자인 애플이 대신 납부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소비자가 지불한 부가세는 애플이 모아서 한국 정부에게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고치면 된다.


실제로도 일본이나 호주, 유럽의 몇 나라에서는 이미 이렇게 고쳐놨다. 일본의 경우에도 애플은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세워 일본 소비자가 지불한 돈 중의 일부를 애플 일본 지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게 납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도 호주 소비자가 지불한 돈의 일부가 호주 정부에 소비세 명목으로 지불되고 있다. 애플이 모아서 대신 지불한다.


호주와 일본은 외국의 공급자들이 파는 상품에 대해서도 자국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경우에는 모두 이 소비세를 물리고 있다. 이것도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못하지? 여기서 우리의 정책 당국이 한 번 삑사리를 낸 것이다. 왜 못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이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애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이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애플에다가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호주나 일본의 소비자들은 앱스토어에서 구매를 할 때, 자국 화폐로 결제를 한다. 그러니 소비세 계산도 쉬워진다. 그러나 한국 앱스토어에서는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 결제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율 문제도 개입하고 여러가지로 복잡해진다.


이 문제는 애플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정부는 애플에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한국에도 법인을 하나 세워 한국의 소비자가 앱스토어에서 원화로 결제한 대금을 관리하도록 해야 하며 이 법인이 한국 정부에 부가세를 납부하면 다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한국 정부와 애플의 공동책임이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일을 안 해주는 애플도 문제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애플을 가만히 놔두는 한국 정부도 문제다. 애플의 뒤에 서 있는 미국 정부가 두려워서 그러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이건 정말로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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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는 안 된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앱스토어 매출에 대한 부가세 과세를 포기한 상태인가? 그게 또 그렇지는 않다. 이제 소비자가 낸 부가세를 중개자에게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니 공급자에게서라도 받고자 하고 있다. 아니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앱을 팔아 매출을 올린 경우 중에는 외국의 소비자가 구매한 경우가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은 '수출'로 간주되어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런데 애플은 한국 기업이 앱스토어에서 올린 매출을 국가별로 구분해서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전체 매출액을 몇 개 국가씩 묶여져 있는 지역별로 구분해서 알려줄 뿐이다. 그러니 과세가 힘들어진다.


만들었는데 외국의 소비자가 구매한 경우는 '수출'로 간주되어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런데 애플은 한국 기업이 앱스토어에서 올린 매출을 국가별로 구분해서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전체 매출액을 몇 개 국가씩 묶여져 있는 지역별로 구분해서 알려줄 뿐이다. 그러니 과세가 힘들어진다.


개인들이 만들어서 올린 앱의 매출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받지 못한다. 사업자 등록도 없는 사람들에게 부가세를 받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앱스토어 매출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실질적으로 부가세를 거의 못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어찌되었거나, 앱스토어에서 발생한 거래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부가세(혹은 소비세)를 내는 것이 맞는데 우리 정부는 이걸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넘어가기로 하자.

 


사업자 등록의 문제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문제로 인해 분노했다. 분노할 만한 일이다. 잘 사용하고 있던 애플의 개발자 계정이 어느 날 갑자기 먹통이 되어 버렸으니 화를 안내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앱스토어는 어디까지나 시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래를 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를 하면 부가세를 내야 하고, 그 거래로 인해 소득을 올렸으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건 원칙이다.


소득세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의 자격으로 내도 된다. 하지만 부가세는 거래의 주체가 되는 사업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자, 즉 시장의 공급자가 되려면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전자상거래법이라는 관문이 또 하나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최근 6개월간 매출 600만 원 이하, 10회 이하의 거래만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건 현행 법이다.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려면 사업자 등록이 있어야 한다. 이래저래 사업자 등록은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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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등록을 내고, 통신 판매업 등록을 하는 절차는 뜻밖에 간단하다. 생각보다 절차도 쉽고 관련 담당 공무원들도 전과는 다르게 무척 친절해졌다.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귀찮기는 하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보면 대략의 해법이 나온다. 세금 문제도 그렇지만 전자상거래법이라는 현행법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앱스토어 시장에서 공급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 중에, 6개월간 600만 원 이상, 10회 이상의 거래를 하게 될 사람들은 사업자 등록을 하고,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이건 타협의 여지가 없는 법의 문제이다. 애플이 강제하지 않더라도 국내 개발자라면 해야 할 의무이다. 이 때 규모가 크지 않다면 간이과세자로 사업자 등록을 할 것을 권해본다.


그리고 그 정도의 매출을 낼 계획이 없는 경우라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료 앱을 만들거나, 공부를 위해 앱을 만들어 보는 개발자들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 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경우도 포함된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사업자 등록 번호를 요구해서 벌어졌던 해프닝은 이런 구분 없이 '모두'에게 등록번호를 요구한 탓에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조치는 정말로 말이 안 되는 조치였고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라도 철회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해프닝이 생긴 이유


도대체 왜 이런 웃기지도 않은 해프닝이 생겼던 것일까?


일단 사업자 등록 번호 없는 모든 계정의 로그인이 안 되기 시작하자 인터넷 공간은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어떤 사람은 애플을 비난하고, 어떤 사람은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사람들은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공급자들을 상대로 부가세를 과세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 번호를 필수로 넣게 만들라고 애플에 요구했고 애플이 이걸 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서 어떤 요구도 애플에게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하도 많이 속아서 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는 믿어 주는 것이 예의이다.)


그러자 한 편에서는 전자상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앱 공급자들에게 통신판매업 신고 번호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시스템을 수정하던 애플이 실수로 이런 결과를 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이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인 공정위 측 역시 이와 관련해 애플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해프닝과 관련해서 어떤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원화결제 문제나 엉뚱하게 미국 정부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부가세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 책임은 있겠지만, 최소한 이 해프닝에는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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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입장은 어떨까? 애플은 이와 관련해서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로 애플의 기술적인 실수였단 의미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낸 것일까? 알 수 없다.


그야말로 해프닝은 도깨비처럼 시작되어 귀신처럼 마무리 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이런 저런 음모론들이 난무하긴 했지만, 하나 같이 실질적인 근거는 없는 주장들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모든 개발자들에게 사업자 등록을 요구한 것은 정부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업수를 늘리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미워도 이런 구차한 음모론은 떠올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꾸기 위해 새로운 세원을 만들어 내려고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질적으로 앱스토어 시장의 매출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미국 정부에게 10%의 소비세를 납부하고 있는 이상 추가적인 부가세 수입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앞뒤가 안 맞는 음모론이었다.


또 한 쪽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앱스토어 등록 대행 서비스를 하는 일종의 브로커 회사들이 성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업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사업자 등록 번호는 대여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작권을 위임하는 계약 하에 진행하는 경우는 가능하겠지만, 어찌되었거나 이 조치가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고 철회되는 바람에 대행업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해프닝을 통해 현재의 앱스토어 시스템과 한국 정부의 과세시스템이 서로 맞지 않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으며 빠른 시간 내에 시정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 대중에게 알려진 점일 게다.

 


결론


아무 말 없이 애플이 조치를 단행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었지만, 급작스럽게 그 조치를 철회해 버리는 바람에 김이 빠지기도 했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내내, 그리고 화요일까지 이어지는 시간 동안 수많은 정보들이 새롭게 등장했고, 수십 번 기사를 수정하느라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그리고 결국은 기사를 완전히 새로 쓰다시피 했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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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이후 바뀐 화면


비록 김은 빠졌지만 이 문제가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앱스토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등장하게 될 경우 정부의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단순하게 실무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어차피 새로운 시장이 하나 생겼으니 거기에 걸맞는 과세 시스템이나 잘 만들어서 세원을 잘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거라도 잘하면 정부는 최소한의 임무는 다 한 셈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세원 확보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최소한의 임무이지 그걸로 모든 임무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형태의 새로운 시장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그걸로 우리 사회의 젊은 창업자들이 세계 시장을 상대로 어떤 일을 펼칠 수 있는지, 정부가 도와줘야 할 일은 없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진정한 존재이유이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정부, 애플과의 3자 협상을 통해 줄줄 새고 있는 부가세를 회수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 아니 방안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일본이나 호주처럼 해 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대한민국에는 비록 삼성의 기세에 눌려 있기는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앱등... 아니 애플 소비자들이 있다. 이들은 애플의 장비를 선호하고 앱스토어에서 컨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다.


이 시장을 놓치기 싫다면, 한국 사회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면 한국 정부의 과세 시스템에 맞추라고 애플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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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 앱스토어의 본질, 가능성의 시장이라는 점을 발빠르게 연구 분석하고, 우리의 젊은 창업자들이 이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현실화 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서 지원해야 한다. 모든 개발자 계정은 사업자 등록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식의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가 앞장서서 막아줘야 한다. 앱스토어를 앱스토어이게 만들었던 풍성한 아이디어들은 거의 대부분 무료 앱을 만들어 올린 개인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그런 가능성의 통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앱스토어 역시 흔해빠진 온라인 오픈마켓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며 그 시장은 여전히 대기업들이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망가져 갈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앱스토어라는 글로벌한 생태계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시험해 보는 젊은 세대의 분출구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나마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좁은 공간이다. 이런 숨통조차 틀어 막는다면 우리 사회에는 진짜 아무런 희망이 없다.


오히려 앞장서서, 앱스토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새로운 앱을 발굴하고 그 앱을 만들어낸 개발자들을 지원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앱스토어 기반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 일을 정부가 제대로 해 낸 적이 없어서 비관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 자꾸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할 때도 있겠지.


이게 몇 안 되는 개발자들
, 소프트웨어 덕후들만의 문제라고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앱스토어에서는 앱 형태의 소프트웨어만 오가는 것이 아니다. 책도 있다. 그림도 있다. 음악도 있다. 다양한 창조의 결과물들이 오가는 곳이다. 모든 저작권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앱스토어가 잘 나가면 당연히 애플이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 시장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애플의 입장과 관계 없이 앱스토어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는 앱스토어, 굳이 앱스토어가 아니라도 좋지만 현재 거의 독보적으로 존재하는 그런 가능성의 시장을 지원하고 활성화 시킬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뿐이다. 뭐 우리가 애플 장사시켜 주고 싶어서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는,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는가 하는 적응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가 잘못 처리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고생을 하게 된다. 한 번 잘못 만들어진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몇 배의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도 있겠다.


국정원, 군부대 동원해서 댓글이나 달게 만들지 말고 제발 이런 것 좀 신경 쓰자. 진정한 창조경제는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제2의 새마을 운동.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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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