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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 <오마이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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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처럼 질문하라'... 반기문 강연의 수상한 각본(링크)

 


기사는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이 쓴 페이스북 글을 토대로, 토론회의 질문과 순서가 정해져 있었고 청중 질문까지 각본대로 진행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질문 옆에 '농담처럼 유연하게'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을 헤드로 뽑아 문제 삼았다.


치고 박는 토론회를 기대했던 참석자는, 질문을 줄줄 읽고 줄줄 답하는 연극이 끝난 후 "반 전 총장의 해명을 위해 서 있는 마네킹처럼 느껴지더라"라는 소감을 전했다. 모로 보나 토론회라고 하기에는 우스운 토론회에 참여한 학생의 적절한 문제 제기다.


그러나 나는 이 기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몇 가지 핵심적인 사실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이 기사가 올라간 건 1월 20일 오후 6시 34분. 그 이틀 전인 18일, 본 기자가 직접 '어떠한 제보'를 취재하기 위해 광주에 내려갔고, 19일에 조선대에 들렀고, 20일 오전, 관계자를 통해 '제보'와 더불어 이 건에 대해서도 취재를 마쳤으니까. 아이템 놓친 게 아까워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




2.


먼저, 참석자의 이야기를 복기해보자. 그는 토론회를 위해 10가지 질문을 준비했으나 압축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질문을 압축해 보냈다. 그 과정에서 답변이 늦자, 학교 측에서 자신의 질문 10개를 임의로 압축해 질문지를 만들었고, 문제의 '농담처럼 유연하게'가 적혀 있었다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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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참여자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었고, 그 내용이 대부분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즉, 각본은 각본이되,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이라는 것. 해당 참가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조선대 관계자는 토론회 전 회의를 했고, "질문을 풍부하게 만드는 선에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사실로 반 총장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다. 반 총장 측에서 조선대에 사전 질문지를 먼저 요청한 것이 사실이고, '토론회'라고 이름을 달아놓고 질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구린' 행위임은 명백하다. 다만 비판점은 명확하게 잡고 가야 할 거 같다. 질문을 다듬어준(본 아이디어를 훼손하지 않았으므로 다듬은 것이라고 본다) 것은 반 총장 측이 아니라, 조선대 측이라는 것. 그 이유는 구체적 수치와 사례를 더해 질문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인 것이고.


다음, 문제의 '농담처럼 유연하게'라는 표현을 보자. 전체 문장은 이렇다.


설 이후에 밝히시기로 한 대선 행보에 대해 비밀로 해드릴 테니 저희에게만 살짝 말씀해주실 수는 없으신지요..(농담처럼 유연하게)



조선대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두둔할 마음은 없으나 기왕 알게 된 김에 설명하자면, 이 문구를 직접 넣은 조선대 관계자는 "설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이미 밝히지 않기로 했으나, 혹 알려줄 수 있을까 싶어 넣었다"고 밝혔다. 반기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유연하게 물어보자, 보단 어짜피 안될 거 같으니 가볍게 툭 질문하자, 는 의미에 가깝게 읽힌다.


청중 질문을 미리 준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반기문 측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라 학교 측에서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있어" 한 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어째 쓰다 보니 자꾸 조선대와 반기문 측을 두둔하는 것 같은 꺼림직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다 기사에 반론을 제대로 안 실어준 오마이뉴스 탓이다. 각각 포인트를 완전무결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포인트를 흐리멍텅하게 잡고 '각본'이라는 단어에 디테일을 뭉게고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구린 행사였다, 정도로 평하고 넘어갈 일이지 굳이 확대 해석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거다. 반 씨를 때리는 일이야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해야 주변에 있는 애꿎은 사람들이 맞지 않는 법이다. 전화 한 통이면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론조차 실어주지 않을 이유가 있었는가? 조선대 관계자로부터 반론을 들은 지금까지 수정을 안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이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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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청년 만나러 조선대 찾았지만… 중장년층이 80%

출처 - <머니투데이 the 300>



이러저러한 일은 제처두고, 그날 조선대 토론회에서 가장 빛난 건 단연 반기문의 컨텐츠다. 사전 질문지를 받았음에도 그는 청년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예컨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것", "정 일자리가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해라" 등 1994년쯤에 했어도 꼰대다! 소리를 들을 말을 뱉은 건 이번 대선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엉겁결에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당일 토론회가 시작되기 5분 전, 반사모가 조선대 관계자를 찾아왔다. 그들은 특정 학생을 지목하며, 이 학생에게 질문을 시켜달라는, 일종의 질문 청탁을 했다.


그러나 조선대 측에서 지지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 이를 거절했다. 어떤 질문을 준비해 왔던 건지, 무척 궁금하니 지나가는 반사모가 있으면 꼭 알려주시길..



4.

 

끝으로 '어떠한 제보'에 대해서도 살짜쿵 언급하고 넘어가자.


아직 취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이 역시 반기문 총장의 조선대 강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제보다. 본 기자는 제보를 받고 무려 KTX를 타고 광주로 달려갔다. 조선대 강연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원이 동원되었다는 제보였다.


그 제보는, 당일 뉴시스에서 찍은 다음 사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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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후 건물 왼쪽편에 모여 명단과 인원을 확인하는 모습을 본 사진기자는 이를 '출석체크'라 표현했지만, 조선대 관계자는 부서 담당자들, 계절학기 교수들을 확인했으나(학기가 끝나 계절학기 시즌입니다), 강연으로 출석 대체를 했거나, 출석을 확인한 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기자 역시 이들이 수업에 '출석'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어 이렇게 연기만 잔뜩 피우고 글을 마치게 되었다. 미안하다. 빠른 시일내에 취재를 마치고 기사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당일 조선대 강연을 들었던, 혹은 출석체크(?)에 응했던 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보자의 신원 및 제보내용은 철저한 비밀보장을 약속합니다.


ddanzi.coco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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