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영화화되어 전미를 감동시킨 SF 영화 <마션>의 원작소설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된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그렇다.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확인한 우리 모두는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알렉 볼드윈이 분한 SNL을 통해 예견할 수 있었던 그대로 온 세계가 좆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나누고, 영화를 즐기며, 혀끝이 즐거운 음식을 찾기도 할 것이다. 퀸이 노래하지 않았던가.
“Show must go on.”
세상이 좆되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열망을 담은 노래는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이후 음악, 좀 더 좁혀 락 음악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인간은 본래 그 천성이 정치적 동물”을 굳이 따오지 않더라도 음악계 역시 정치의 영향을 받을 것이 자명한 가운데, 먼저 트럼프의 당선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을, 트럼프 지지를 표명했던 뮤지션엔 누가 있을지 조리돌림 살펴보자.
1. 진 시몬즈(Gene simons)
한국의 팬들에겐 둠바둠바로 잘 알려진 가수...와는 무관한! 최초로 자신들의 팬클럽 ‘Kiss army’를 출범, 뮤지션의 상업화에 성공한 하드락 밴드 키스(Kiss)의 베이시스트 진 시몬즈 되시겠다. 서커스단을 연상시키는 짙은 메이크업,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화려한 코스튬 등 학부모가 가장 싫어하는 밴드 상위권에 개근하였던 키스는, 대표곡 <Rock and roll all night>, <Detroiot rock city> 등을 통해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며 놀자는, 락큰롤 정신에 입각한 메시지를 전파했다.
키스의 멤버이자 1949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진 시몬즈는 대표적인 시오니즘(Zionism. 고대 유대인들이 고국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두산백과) 주의자로, 자주 ‘친공화당’임을 밝혔다. 대표적 먹튀 사태로 잘 알려진 악덕기업 콜트(Cort)의 해고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에서 “노동자를 해고하든 고용하든 그것은 고용주의 마음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Kiss - Rock and roll all night
2. 테드 뉴전트(Ted nugent)
진 시몬즈와 맞먹는 수꼴 친공화당 뮤지션, 테드 뉴전트 옹 되신다. 1948년 미시건 주에서 출생, 1958년부터 음악 활동을 해온 테드 뉴전트는 아메리칸 하드 락의 시초격에 해당하는 명곡 ‘Cat Scratch Fever’로 잘 알려져 있다. 보컬뿐만 아니라 기타리스트로서도 잘 알려진 그는, 기타에도 성조기를 그려 넣을 만큼 미국을 자랑스러워한다. 한국에는 1989년 스틱스(Styx)의 토미 쇼(Tommy Shaw), 나이트레인저(Night ranger)의 베이시스트 잭 블레이드 등과 함께 결성한 슈퍼 밴드 댐 양키즈(Damn yankees)의 멤버로 잘 알려져 있다.
Ted Nugent - Cat Scratch Fever
3. 키드 락(Kid rock)
테드 뉴전트처럼 미시건주에서 출생한 키드 락은 1990년 앨범 ‘Grits Sandwiches for Breakfast’로 데뷔, ‘힙합에 도전하는 백인 랩퍼’라는 야심찬 컨셉으로 도전하였으나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에게 밀려 대중과 평론 양쪽 모두에게서 혹평을 듣는다. 3집 ‘Early Mornin' Stoned Pimp’을 통해 재즈랩, 펑크 등에 도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묻히나 싶었으나, 1998년 당시 유행하던 뉴메탈의 시류에 편승한 앨범 ‘Devil Without a Cause’을 발매하고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다.
다음 앨범 ‘The History of Rock’까지 뉴메탈 성향의 음악을 선보였던 키드락은 이듬해 발매된 앨범 ‘Cocky’를 시작으로 컨트리, 서던락 성향의 음악으로 변화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2000년대 초반 반짝했던 뉴메탈 뮤지션으로 사라지나 싶었으나 2010년 한때 연인이었던 셰릴 크로우(Sheryl crow)가 참여한 서던락 앨범 ‘Born Free’이 대성공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던락, 컨트리 계열의 뮤지션들이 그렇듯 보수적인 성향의 뮤지션으로 잘 알려져 있다.
Kid rock - Bawitdaba
4. 파이브 핑거 데스 펀치 (Five finger death punch)
앞서 언급된 뮤지션들이 전성기와 살짝 거리를 둔 원로이거나 최소한 중견 급인 베테랑 뮤지션이라면, 파이브 핑거 데스펀치는 2005년에 데뷔,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그루브메탈(Groove metal) 밴드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이브 핑거 데스펀치 밴드가 트럼프 지지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밴드의 기타리스트(사진에서 길게 드레드 헤어를 늘어뜨린)인 졸탄 바소리(Zoltan Bathory)가 트럼프의 지지를 표명했다. 워낙 젊은 층의 인기가 없었던 트럼프 캠프에서 젊은 층에게 (그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뮤지션이라고 화제(라고 쓰고 비난이라고 읽는)가 되었다.
네바다 주의 라스베가스에서 결성, 현재까지 6장의 앨범을 발매한 밴드 파이브 핑거 데스 펀치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밴드 중 하나로 꼽히나 평론을 비롯한 적지 않은 메탈 팬들은 그들을 그저 10대에게나 인기 있는 팝 메탈, 뉴메탈 밴드로 치부하기도 한다.
Five Finger Death Punch - Jekyll And Hyde
이상으로 트럼프의 지지를 표명한 뮤지션들을 살펴보았다. 워낙 소수의 뮤지션이 트럼프를 지지한 데다 그 중에서 락과 관계된 이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표명해 왔던 서던락, 컨트리에 기반을 둔 뮤지션들이 이번에도 트럼프를 지지했다.
서던락, 컨트리는 미국의 전통적인 정신을 노래해온 장르로 한국에는 별 인기가 없는 음악이지만, 미국에선 아직도 주류의 한축을 이루며 그래미 어워드와 같은 유수의 평단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미국 음악, 락 음악계는 911 테러 당시 뮤지션들이 그러했듯 급격히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에는 힐러리의 지지를 표명했던 뮤지션들을 살펴보겠다.
shuha cha
편집: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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