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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9월,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CCTV 사찰에 대한 문제가 화제가 됐었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의 한 간부가 상황실 근무자에게 특정 근무자의 근무 태도를 CCTV로 확인할 것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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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링크)

 

많은 사람들이 “수상하거나 문제가 있는 직원의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CCTV 녹화내용을 보고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 할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위법이다. CCTV 녹화 내용을 확인 하는 것은 범죄예방 및 수사, 시설 안전관리, 교통정보 수집 등의 목적이 있을 때, 해당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세종정부청사에서 발생했던 CCTV 확인 지시는 사실상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찰이 불법인지 잘 모른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보통 CCTV 돌려보고 그러지 않나?”라는 대답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일을 지시한 사람도, 실행에 옮긴 사람도, 또 그 일을 당한 사람도, 정작 무엇이 잘못되었고 이러한 행위가 어떤 법률에 위배되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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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링크)

 

위 기사에서 노조 관계자는 “교육에 불성실한 사람을 CCTV로 적발해 계약해지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대부분 CCTV의 사용 목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CCTV를 통해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현실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냐?”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한국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는 명백하게 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신을 사찰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 링크된 사이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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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통한 근무태도 감시 - 원문 링크

(CCTV와 관련된 사항을 법률과 연결지어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으니 참고하시길!)

 

기본적으로 CCTV 는 노동자들의 근태 관리를 목적으로 설치되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사찰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수집 당하는 정보주체의 개별적인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한국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개인 정보에 대해 덜 민감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 조직에서 행해지는 채용 면접을 보면, 아주 개인적인 질문들을 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결혼 계획이나 임신 여부를 묻기도 한다. 향후 출산 계획도 확인하고 시댁과 친정의 출신지를 질문하기도 한다. 꼭 면접의 예를 들지 않아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보면, 나이나 고향, 출신학교를 아무렇지 않게 묻고, 심지어는 외형(살이 쪘니 안 쪘니 등)에 대한 평가까지도 스스럼 없이 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관습이 개인정보의 소중함에 대해 조금은 덜 민감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일례로 영국의 경우, 일반 가정용 CCTV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어떻게 정부가 규제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해 놓았는지 아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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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링크)

 

2015년 5월, 영국 ‘텔레그라프’(The telegraph)에서는 CCTV와 관련된 기사를 다루면서, 어떻게 가정용 CCTV를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지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은, Information Commissioner’s Office (ICO) 를 운영하고 있다. CCTV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정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등록이 가능하다.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제도 속으로 손쉽게 들어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 아래는 개인정보보호 및 CCTV운영과 관련된, 짧지만 명확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영국 정부사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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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링크)

 

그런데 이러한 제도들은 일반적 습관에서부터 나오기도 한다. 영국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묻지 않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나이. 또한 개인적인 질문들도 잘 하지 않으며 집주소나 전화 번호 등도 아주 필요한 경우에만 묻는다. 취업을 위해 인터뷰를 할 때에도, 질문자들이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의 학력과 경력 및 기타 활동 사항 이외에 개인적인 것을 묻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임신이나 출산 계획 등에 대해서 묻는다면 고소를 당하게 될 수 있다. 영국 한 나라를 예로 들었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는 것에 대해, 마치 원래 그래도 되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우리는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CCTV를 통해 사찰을 하는 이의 입장은 어떨까? 왜 그토록 쉽게 CCTV 녹화 내용을 돌려볼까? 왜 그렇게도 타인을 관찰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일까? CCTV를 통해 누군가를 직접 사찰하는 사람이나, 혹은 이를 지시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길래 그럴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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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주영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당시 총무과장이던 한 외교관은 대사관 입구에서 근무하는 보안 요원에게 출근 후에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나 간식거리를 사 가지고 오는 인원이 누구인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CCTV 녹화 내용을 확인하여 두 달여간 오전 9시를 전후로 공관 밖을 나갔다 들어오는 인원을 모두 체크하라고 한 것.

 

당시 보안요원은, 2개월 동안의 녹화 내용을 일일이 체크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근무시간에 CCTV녹화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거부했다. 하지만, 총무과장은 ‘야근을 하라’, ‘4배속을 돌려보라’고 지시하며 해당 인원에 대한 명단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누가 무엇을 가지고 들어오는지 품목까지 적어서 리스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래서 보안요원은 상부의 지시대로 리스트를 작성해 보고했고, 당시 출근시간 전후로 리스트에 보고된 사람들은 총무과장과 개인 면담을 받아야 했다. 물론, 평소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직원들만 불렀다. 자신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면담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연히 영국인 직원들도 제외됐다.

 

CCTV 사찰은 매우 위중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범죄 행위이다. 이는 인터넷에 관련 정보만 검색해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위에 예를 들었던 외교관은 이러한 절차들을 모두 무시했다.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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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CCTV 사찰을 지시한 기저에는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재외공관이라 불리는 대사관은 본부가 있는 한국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다. 따라서 직접적인 관리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게 해서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태도가 퇴적되어 왔다. 이러한 태도는 함께 일하는 직원이 그저 관리와 감독의 대상이자 수족으로 여겨지는 조직문화로 이어졌다. 외교관에게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사관에서는 출퇴근시간 확인을 지시하면서, “확실하지 않으면 CCTV 돌려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이나 혹은 직접 이를 지시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가치관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자리에서 오는 권위와 권력으로 타인의 인격마저 무너뜨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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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범죄예방·수사·시설안전·화재예방 등 보안·방호 업무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쓸 수 있다. 분명한 설치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동의 없이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사관 뿐만 아니라 정부나 일반 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덧. 한 가지 씁쓸한 단상이 있다. 한국에서는 CCTV 사찰이 지적되어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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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링크)

 

위 기사에서 보도가 된 것처럼, 결국 불법을 지시를 한 사람보다는 지시를 받은 용역 직원만 징계를 받게 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확인은 해야겠고, 책임은 피하고 싶은 일종의 무책임의 극치인 셈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리더쉽을 발휘하기 보단 스스로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처벌을 아예 안 하거나), 처벌은 약자에게 미뤄진다.

 

진정한 리더쉽(Leadership)은 멤버쉽(Membership)을 갖출 때에야 완성된다. 군림하려는 자는 진짜 권위를 가질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힘에 의해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게 하는 권위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겠는가. 함께 고민하고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리더인 것이다. 사람들 감시하려고 하지 말고, 개인적인 인격부터 존중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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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