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Athom 추천1 비추천0

2013. 11. 1. 금요일

Athom







                   

관련 기사

 

[알고나 먹자 - 소금편]

[알고나 먹자 - 간장편]

[알고나 먹자 - 된장편]

[알고나 먹자 - 고추장편]

[알고나 먹자 - 고기편]

[알고나 먹자 - 고기편 2]

[알고나 먹자 - 젓갈편]

[알고나 먹자 - 향신료편]

[알고나 먹자 - 향신료편 2(마늘)]

[알고나 먹자 - 파]

[알고나 먹자 - 생강/갓]

[알고나 먹자 - 김장]

[알고나 먹자 - 추석 음식]

[알고나 먹자 - 다양한 김치]

[알고나 먹자 - 조개1]
[알고나 먹자 - 조개2]

[알고나 먹자 - 갯바위조개와 담수조개]

[알고나 먹자 - 고둥1]











                  



바다를 바라보며





1993년 봄

마을 저수지 수면 위로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수 천마리는 되어 보이는 물고기들이 목숨을 연명하느라 아가미를 뻐금거렸다. 마을 사람들은 죽은 것은 버려두고 아직 살아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붕어, 잉어, 가물치, 빠가사리 등을 뜰채로 건져 올렸다. 내장만 걷어 내면 별 탈 없을 거라며 건져 올린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내장은 꺼내 저수지에 버리고 고기만 수대에 담아 집으로 돌아갔다.



                                  PS13052400180.jpg


집집마다 그렇게 물고기를 건져갔어도 물결에 떠밀려 온 물고기 사체가 저수지 변을 하얗게 뒤덮었다. 다음 날 저수지 상류 논두렁에서 깨진 농약병 몇 개가 발견됐다.


당일에는 저수지에 농약 냄새가 진동했다. 며칠이 지나도 물고기는 썩지 않았다. 세균들도 농약은 어찌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농약을 먹고 죽어선지 고양이도 얼씬하지 않았다. 비가오고 저수지가 흘러넘치며 죽은 물고기는 수로를 따라 강으로 흘러갔고 아마도 바다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물고기를 건져 먹고 탈이 났다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탈이 나지는 않았다.


그때 그 물고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계속해서 농약을 뿌렸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수로에서 참게를 잡아먹고 간간히 잡히는 장어도 잡아먹고 살았다. 농약이 있기 전부터 해오던 짓이었고 농약과 해오던 생활 방식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마을 남자들은 나이 70이 되기 전에 대부분 죽었다. 각종 병에 걸려 죽었고 70이 넘도록 살아있는 남자는 몇 사람 되지 않는다. 지금은 마을의 여자들이 당뇨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죽기 전 수로에선 참게가 우선 자취를 감췄고 장어치어(실장어)는 더 이상 바다에서 수로를 타고 올라오지 않았다.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각종 질병이다. 각종 질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오지게 담배들도 피웠고 술도 오지게 자셨다. 지독한 노동에 시달렸고 잘 먹지도 못했었다. 시절의 변화를 맞이하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질병의 원인을 이렇게 나열 할 수는 있겠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 20년의 시간은 원인을 다변화시켜 농약 먹은 물고기는 질병의 아무런 원인도 될 수 없게 되었다.
 


흐르지 않는 강에서
 
독약을 보았다네
독약을 보았다네
어린 아이의 눈처럼
맑은
검은
보라빛
독약을 보았다네
 
나는 스스로 떠나지 못하는 배
하얀 배는 하늘과 맏닿아 있고
아가미는 직접 공기를 빨아들이려는 양 하늘을 향하고 있다네
 
나는 검은 등을 반짝이며 갈대줄기 사이를 휘감아 돌았던 거대했던 물고기
 
이제
나는
검보라빛 독약을 머금은
사라지지 못할
죽음의 반역자
 
친구들아
갈대들아
내 몸에 작은 상처 하나만 내 주렴
그 작은 상처로 이 아름다운 독약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독약이 사라지고
살점들은 녹아 사라지고
뼈는 강 바닥에 가라 앉도록
 
독약을 보았다네
 
한여름 장맛비야 어서 내려주렴
지금은 5월
네가 찾아올 때 까지
검보라빛 독약에 찌든 내 몸이 누군가를 또 죽이겠구나
 
비야
어서 내려 나를 저 먼 바다로 보내주렴
강물을 높이 높이 차오르게 하렴
흐르지 않는 강을 너의 검푸른 소낙비로 넘실대게 해주렴
그럼 나는 너를 타고 이강을 넘어
넓은 바다 한켠에서 검보라빛 독약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
 
 
2010년 가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었다. 그 안에 살고 있던 셀 수 없이 많은 생물은 죽음을 맞았다. 복원의 꿈은 더 이상 꾸지 않는 것이 좋다. 학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환경운동가들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지금 뻘밭은 모래바람이 휘날리고 중장비들이 오고가며 다지고 북돋워 새로운 땅을 만들어가고 있다.



                         image-20071206-d9c6640ef482bdf3e0d23bf729ace73c.jpg 



3년이 지난 지금 그 땅에 밀과 보리를 심어 토질의 변화를 테스트 하고 있다. 하찮다. 뻘밭을 들썩이던 다종다양한 게와 조개, 갯지렁이, 낙지, 소라, 고둥 등을 보았다면 밀과 보리는 하찮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릿 날 강물을 역행해 거세게 밀고 들어오는 조수의 힘을 느꼈다면 새로운 땅은 하찮지 않을 수 없다.


엄마는 만경강 변에서 낳고 자라 여태껏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1950년대의 만경강을 이렇게 회상한다.
 
"지금이야 꽃게가 귀허다지만 그때만 혀도 집 앞이만 나가면 소쿠리로 건졌어.흔허디 흔헌 것이었지. 물이 들었다 빠질 때 큰 대소쿠리 들고 물길로 나가서 소쿠리로 죽 건지면 꽃게야 뭐야 가지가지 잡혀 올라왔었다. 그때야 귀헌것이었간디.


10월 넘어 알찬 꽃게 잡어다 끓여 먹고 쪄먹으면 그만이지. 또 말이 나왔응게... 느그 작은 외할아버지가 동네사람들 뫼서 그런짓을 잘 했었어. 성격이 좋았지.


농사 짖는 똘(수로) 안있냐. 봄 되면 바다서 거기(수로) 타고 장어 새끼가 올라와. 농사 짖는 동안 짠물 들면 안되니까 수문을 닫아 놓면 거기서 장어들이 안 크것냐. 가을에 농사 다 짖고 똘이 물을 쫙 빼. 위쪽(상류)물은 탁 막고 물을 쫙 빼면 장어며 미기(매기)가 그득혀. 동네 사람들이 그것으로 잔치를 허고도 남게 많이 잡혔어. 팔뚝만헌 장어를 요새는 구경이나 할 수 있가니?


미기 보다야 장어가 맛있지. 장어를 한 솥 늫고 오래오래 끓이면 그것이 끈적끈적혀. 쩍쩍 붙는다고. 묵처럼 끓인 그놈 한 사발 먹으믄 맛있지. 참 맛있어. 동네 사람들이 다 먹고도 남게, 그렇게 많었는디 인자는 다 틀렸어."
 
가을전어 따위 찾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 어릴 때도 가시 많고 먹잘 것 없는 전어는 고기로 여기지 않았다. 가을 장어, 가을 꽃게가 한창일 지금이다.


내 입에 들어갈 장어, 꽃게 타령 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바다와 강에서 사라지게 되었냐를 묻고 싶은 것이다. 내 입에 넣지 못해 아쉬운 게 아니라 그것들이 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것들이 거기에 살았으니 겨우 몇 마리 엄마와 마을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게 된 것뿐이다. 논란이 많은 기후변화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저지른 만행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011년 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 그 후로 유출, 검출, 유출, 검출..... 농약은 흘러들었다. 작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에 흘러들었다. 지옥의 묵시록 정도로 보이는가? 인간은 어쨌든 살아갈 것이다. 20년 30년이 지나 아프고 병들어도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인간은 지옥에서도 살아날 생명체니 크게 걱정 안한다. 후손들에게 그 피해를 넘겨줄 수 없다는 개소리는 집어 치우자. 이미 피해는 갈수록 최대화 되어가고 있다. 후손들은 이 짐을 떠안았다. 지금도 앞으로도 해결 방법은 없지 않은가?


사실 나는 방사능 물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농약에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데 방사능물질까지...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나와 내 주변인의 안위가 아니라 바다에 살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체들이다. 겨우 인간이라는 한 종의 생명체가 전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만종의 생명체들에게 이런 약영향을 미치다니, 이런 만행이 또 어디 있는가. 바이러스도 이런 지랄 발광은 하지 않는다.


1951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저서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서문은 지금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around us.jpg
 


『....지금까지 자연 자원의 관리자로서 인간이 담당해 온 역할은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최소한 바다만큼은 신성 불가침한 영역이라는 믿음에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어 왔다. 바다를 변화시키고 오염시키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순진한 믿음이었음이 드러났다.


원자의 비밀을 파헤친 현대인은 무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구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모든 위험한 물질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핵분열의 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직면한 끔찍한 문제는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이 독성 물질을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 불길한 문제를 다루지 않고 바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완전한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아주 광대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 때문에 바다는 폐기물 처리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고, 최소한 1950년대 후반까지는 거의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반 대중은 눈치도 채지 못하는 사이에 원자력 시대의 오염된 쓰레기와 ‘저준위 폐기물’을 버리는 ‘천연’쓰레기장으로 선택되었다. 이 폐기물은 콘크리트를 씌운 통에 넣어 바다로 가져가 미리 정해 둔 장소에다 던져 넣었다.


일부 장소들은 연안에서 160km 이상 벗어난 곳에 있었지만, 근래에는 연안에서 겨우 30여 km 떨어진 장소도 제안되었다. 이론상으로는 폐기물을 담은 용기를 1800m 깊이에 던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얕은 물 속에 던져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용기의 수명은 최소한 10년인데, 그 후에는 그 속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이 바닷속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며, 그러한 방사성 폐기물을 직접 바다에 투척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는 원자력위원회의 한 위원은 용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원래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불과 수백미터 아래에서도 일부 용기는 수압 때문에 균열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해저에 이미 투척된 용기들과 원자력 과학의 응용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더 투척될 용기들 속에 든 내용물이 바닷물 속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용기에 넣어 바다에 던져 넣는 폐기물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을 버리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강에서도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으며, 핵폭탄 실험에서 발생한 낙진 중 대부분도 넓은 바다 표면 위로 떨어지고 있다.


규제 기관들이 안전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긴 하지만,. 이 모든 관행은 불확실한 사실에 기초하여 저질러지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깊은 바닷속에 유입된 방사성 원소의 운명에 대해 ‘단지 애매한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폐기물이 강어귀나 연안 바다에 쌓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수십년에 걸친 강도 높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와 같이, 최근에 얻은 모든 지식은 바다의 모든 깊이에서 과거에 추측했던 것 보다 훨씬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깊은 바다의 난류, 깊이와 방향이 각각 다른 바닷속 거대한 강들의 수평이동, 깊은 해저 바닥에서 광물질을 함유한 채 솟아오르는 물, 반대로 아래로 하강하는 거대한 표층수의 흐름, 이 모든 것은 거대한 혼합 과정이 되어 시간이 지나면 방사성 오염 물질은 골고루 확산되고 말것이다.


그렇지만 바다 자체에 의한 방사성 원소의 이동은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에게 미치는 위험성 측면에서 본다면, 해양생물의 체내에 농축되어 전파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 해양 식물과 동물은 방사성 화학물질을 흡수해 체내에 농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자세한 과정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바닷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은 물 속에 포함된 무기물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만약 그러한 무기물의 공급이 모자랄 경우, 생물들은 있기만 하다면 그 무기물의 방사성 동위 원소를 섭취하게 되는데, 때로는 체 내에 농축되는 그 물질의 농도는 바닷속 농도의 100만 배 이상에 이른다. 이 경우 ‘최대 허용 수준’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 것인가? 작은 생물은 큰 생물에게 잡아먹히고, 결국에는 먹이 사슬을 따라 사람에게 까지 이르게 된다.



                           bikini_atomic_bomb.jpg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핵폭탄 실험 장소인 비키니 섬 주변 100만 평방마일 내에 참치는 체내에 축적된 방사능 농도가 바닷물보다 훨씬 높아졌다. 해양생물은 움직이고 이동하기 때문에, 방사능 폐기물이 투척된 장소에 머문다는 안일한 가설은 설득력이 없다. 작은 생물들은 밤에는 수면을 향해 위로 올라가고, 낮에는 바닷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광범위한 수직 운동을 한다. 그와 함께 몸에 붙어 있거나 체내에 축적된 방사능도 함께 이동한다. 물고기나 물개, 고래 같은 큰 동물들은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하면서 바다에 쌓인 방사성 원소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문제는 지금까지 인식되어 온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다. 폐기물 처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도 그 처리 방법이 근거로 삼고 있는 일부 가정은 위험할 정도로 부정확하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시실, 폐기물 처리는 우리의 지식으로 그 타당성이 입증되기도 전에 아주 급속히 이루어졌다.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연구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닷속에 일단 버린 방사성 원소는 회수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지금 저지른 잘못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되고 만다.


생명이 처음 태어난 바다가 그러한 생명 중 한 종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기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비록 나쁜 방향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자체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늘로 솟을 것인가?
곧 엘리시움이 열리겠구나!!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은 오직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는(때로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레이첼 카슨








작은 고둥들

 

목걸이.jpg

 

참 예쁘죠. 비단고둥, 총알고둥, 밤고둥, 비틀이고둥, 맵사리 등의 껍데기로 만든 목걸이입니다. 남해안 일대의 해안에서 주워 만들었다면 개오지도 분명 들어 있을 텐데 개오지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중부지방의 해안에서 주워 만든 목걸이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녀석들은 작은 고둥들입니다. 대체로 식용으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바다에는 먹을 게 부지기순데 삶고 까는 고생해서 이것을 먹자고 덤빌 이유는 없지요. 크기가 큰 맵사리나 대수리 같은 것을 아이들이 놀면서 불에 구워 먹기도 하지만 맵고 씁니다.


'맵사리'라는 이름은 매워서 지어진 이름이죠. 고추처럼 톡 쏘는 매운맛이 아니라 쓴맛이 강하고 매운맛이 나중에 입 안에 남아서 먹어 본들 입맛만 버립니다.

 

맵사리.jpg

맵사리


비단고둥이나 밤고둥은 그래도 먹기에 나쁘지 않지만 여타 조개들도 많고 앞으로 이야기 할 게들도 바다 가득인데 굳이 이 녀석들까지 잡아먹으려 하지는 않았었죠. 데치고 까서 된장국을 끓이면 그럭저럭 먹을 만하지만 저 어릴 때도 일반적으로 먹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것이 뭣도 모르고 갯가에서 주워온 것 죽여서 버리지는 말아야 하기에 데치고 까서 국을 끓여줬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제가 이런 거 잡아오면 아주 인상이 험악해졌어요.ㅋ


잡어 먹을 놈이!! 허라는 공부는 안하고!!


숭어나 갈게, 꽃게, 장어, 여러 가지 조개 등을 잡아오면 아무 소리도 안하는데 말이죠. 오히려 어깨가 으쓱해졌는데 말이죠. 네. 쩝.

 

크기변환_둥근고둥.jpg

 


크기변환_긴고둥.jpg

모양들이 얼추 비스무리하게 생겼죠

 

야들은 자유영혼들입니다. 서로서로 잡아먹고 잡혀 먹고 살아가지만 사람의 손은 별로 타지 않았습니다. 먹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으니 종은 다양해도 이름을 알고 지내지 않았습니다. 맵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것은 그저 맵사리. 째깐한 고둥, 그렇게 불렀던 것 같습니다. 


갯고둥의 종류도 다양한데 얼핏봐서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저 모두들 비툴이라고 불렀고 특이하게도 그걸 삶아 먹을 때는 호래비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걸 먹고 있는 모습이 참 홀애비스럽긴 합니다. 네 ㅋ

 

자숙갯고둥.jpg

'호래비'입니다.

 

겨울 되면 포장마차나 여느 난장에 가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뻔대기와 함께 군것질 꺼리로 갠찮긴 했는데 이제는 그거 먹자고 현기증 나긴 싫으네요. 모서리 끝을 니퍼로 잘라내면 공기가 통해 살이 빨려나오긴 하지만 몇 개 빨아 먹다 보면 현기증나요. ㅡㅡ;;

 

이런 애들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라고 놔두세요. 놔두면 죽어 껍데기만 남아 파도와 해에 쓸려 예쁜 색과 모양을 갖게 됩니다. 이걸 주워 모아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에도 걸어주고 손에도 걸어주면 얼매나 예뻐요. ^^


걸어주는 사람도 예쁘고 그걸 목에 건 사람도 예뻐 보일 겝니다. 호래비 면하려면 어서. 어서. 응?? 그거 빨아 먹고 있으면 평생 호래비 된다. 너거들. 내가 고둥껍데기로 목걸이 만들어주면 목에 걸 사람 거기. 거기... 있는 거야?? 응?

 

이런 자잘한 고둥 중에 가장 예쁜 녀석은 개오지입니다.

 

크기변환_개오지류.jpg

개오지

 

변산 해안가에서도 간혹 눈에 띄긴 하던데 찾기 쉽지 않습니다. 야들도 뿔소라처럼 난류성 어종입니다. 차가운 바닷가에선 보기 힘들죠. 인석들 무늬도 예쁘지만 모양도 아름답고 표면도 매우 부드러워서 조개껍데기 중 가장 고급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귀티가 철철 흐르죠. 그래서 야들은 고대에 화폐로 이용되었다네요. 그럴만도 합니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2만 5천 배는 더 값져보이잖아요.


제가 개오지를 처음 본건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서부터이지 않을까... 저는 집에서 태어났는데 말이죠. 어릴 때부터 있던 장롱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집에는 하나씩 있다는 그 장롱. 70년대 붐을 일으켰던 합판 자개농말이죠.

우리 집에도 하나 있었습니다. 그 자개농에 개오지가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 반짝이던 그것을 보고 방긋 웃지 않았을까 싶네요.ㅎㅎ 참 허술하게 만들어져서 학인지 닭인지 모를 새가 날아다니고 소나무인지 싸리빗자루인지 모를 나무도 그려져 있던 그 장롱에 박혀있던 개오지는 참 예뻤습니다.


개오지라는 이름은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패류도감을 찾아보고서야 그 이름이 개오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개오지라는 이름은 어쩌면 슬픈 이름입니다. 이렇게 예쁜 녀석의 이름이 개오지라니... 개보지라는 이름을 순화시켜 부르게 된 것이랍니다.


<원색한국패류도감> 유종생 선생이 이놈 이름 앞에서 엄청 난감했더랍니다.


'개보지가 뭐꼬??' 그랬겠지요. 그런데 현지에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는 거예요. 노인네. 고민에 빠졌겠죠. 어찌 학자된 사람으로서 입에 올리기 민망한 개보지란 이름을 쓴단 말이더냐. 저렇게 예쁘게 생긴 녀석에게 개보지란 이름이 가당키나 하단 말이더냐.


석 달 열흘 식음을 전폐하고 고심해서 ‘보’자를 ‘오’자로 고쳐 부르기로 하셨다능, 소심하기 그지없는 이름 짖기를 하셨다데요. 그냥 개보지라고 부르면 어뗘서!? 오랜만에 관습헌법 드리대기. 관습법상 개오지는 개보지가 맞다. 무튼, 그랬답니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예뿐 건 예뿐 겁니다. 자개농에 박혀도 예쁘지만 목걸이, 팔찌, 단추로 만들어도 참 예쁠 것 같습니다. 바닷가로 놀러가서 조개구이에 쏘주만 빨지 마시구요 겨울 해변을 거닐며 예쁜 조개껍데기를 모아보세요. 꿰어서 목걸이, 팔찌를 만들지 않더라도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 될 거시며 뜨거운 밤으로 가는 지름길이니라~

 

목걸이2.jpg

개오지로 만든 목걸이. 삘핀에서 만들었다네요.

 


전복/ 말조개

 

자개농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복과 말조개도 함께 알아볼게요. 전복은 겉 껍질은 우락부락 오무처럼 생겼지만 안쪽은 오색창연 곱디 곱습니다. 표면도 매우 부드운데다 단단하기까지 해서 자개를 만드는 최고의 재료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매우 귀한 것이 전복아니겠습니까. 전복 양식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오롯이 자연산이었습니다.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를 먹고 사는 녀석인데 대식가에요. 먹을 게 부족하면 굶어 죽습니다. 해조류가 나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배불리 먹고 살기도 어려웠겠죠. 게다가 번식력도 약해서 쉽게 번성하지 못하고 자연에선 5년은 자라야 성복이 되니 사람 손에 들어오는 전복은 귀하디 귀할 수 밖에요.

그래서 어떤 분들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복 껍데기로도 엿을 바꿔 먹었다능.ㅋㅋ


조선땅은 그나마 전복이 많이 났지만 중국은 전복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데요. 황제도 전복 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니 말 다했죠. 전하는 말에 의하면 조조도 전복 구경하기 힘들어서 서운했다 카더라... 뭐 그랬답니다.

이런 전복이니 껍질도 구하기 힘들었겠죠. 이 전복껍질보단 못하지만 번식력도 좋고 가공도 손쉬운 조개가 있었습니다. 바로 말조개죠.

 

말조개.jpg

 

말조개는 민물조개입니다. 말조개를 먹기는 했는데 질기고 흙냄새도 많이나서 개나 끓여주던 것이었죠. 그치만 껍데기는 참 예뻤습니다. 게다가 크기도 엄청 커요.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한 무지개빛이 빛의 반사에 따라 달라보이는... 이런 걸 뭐라 카던데... 무튼 그런 신비로운 색을 냅니다.


그래서!! 우리 여왕폐하의 아빠가 가카이던 시절에 말조개 장려 정책을 펴십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자개산업 활성화 5개년 계획. 참... 다양하셨어... 전국토의 저수지에 말조개를 풀어 키우도록 카여라. 그것들이 다 자라면 수거하여 자개산업을 활성화 시키는데 활용토록 카여라. 그 즈음 합판생산이 초절정단계. 70년대 지어진 집을 부셔보면 온 집의 내장은 전부 합판. 천정은 덴조 합판. 벽은 삼부합판. 바닥은 오부합판.

그러니 씨부랄 것. 집들이 그렇게 추운 거여.


무튼 그렇게 집들을 지었다구요. 그 합판을 어디에 더 써먹을 데 없을까 고민했겠죠. 집을 지었으니 장롱 하나씩은 들여야 할테고... 끙. 자개장 하나씩 집에 들이면 가다도 나고 얼매나 좋겠어. 말조개 껍데기로 대충 그림 그려 오지게 팔아 먹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학이 닭처럼 보이고 소나무에 대나무 잎이 붙어 있는 것도 보았다능. 끙;; 매난국죽 사군자가 매난국송 사군자가 되기도 하고 말이져. 그리하여 집집마다 싸구려 자개농 하나씩은 이고지고 살았습니다.

 

자개농.jpg

이런 자개농이 실려가는 걸 보면 어쩐지 서글퍼요 ㅜㅜ;;;

 

그러다 저러다 활성화고 나발이고 족보에 없는 합판자개농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조개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 뿌렸던 종패가 새끼를 낳고 자라 저 어려 꾀벗고 수영하고 놀 때까지 저수지에 그득 했었습니다.


자개농은 인기가 시들해 사라지고 말조개들은 농약 먹고 사라져 갔지요. 이제는 말조개 찾기가 어려운 시절입니다. 오래된 계곡저수지에서 종종 눈에 띄는데 예쁘지도 않고 먹을 것도 아니어서 물수제비 띄워 깊은 물로 돌려보내고 맙니다. 천수를 누려라~

 

말조개에 비해 전복의 껍질이 훨씬 고급스럽고 우아하지만 껍데기가 딱딱해 가공이 어렵습니다. 말조개 껍데기는 작두로 슥슥 잘리지만 전복 껍데기는 부서지고 깨지기 일수죠. 이 어려운 재료를 장인의 손을 거쳐 화려하고 품위 있게 만들어낸 자개농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가격을 보면 숨도 절로 멎을 것만 같긴 합니다.

 

레알 자개농.jpg

장인정신이란 때때로 매우~ 피곤합니다 ;;; 어케 저걸 조개껍데기로 그릴 생각을 했을까나.... 


철재 캐비넷에 기대 잠이나 청해야지.. 쩝.

 

자개가 전복의 전부겠습니까. 껍데기는 전복의 부속물. 허드레 것. 모든 폐류의 제왕이자 바다의 보배로 불리는 이유는 그 맛과 영양에 있는 것이죠. 전복의 종류는 참전복, 말전복, 오분자기로 나뉩니다.

 

크기변환_전복류.jpg

 

사진으로 보이는 모양과 색으로 얼추 구분이 가실 겁니다. 말전복은 확실히 색이 갈색여서 구분이 가지만 오분자기와 참전복은 얼핏 보기엔 구분하기가 여렵습니다. 자세히 보면 참전복은 구멍에 3~4개정도 뚤려 있고 오분자기는 6~7개정도 뚤려 있습니다. 구멍의 모양도 조금 다른데 참전복은 분화구처럼 올라와 있고 오분자기는 비교적 밋밋하죠. 전복을 보면 항상 오무가 생각납니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그 오무충. ㅋ

 

오무.jpg

나만 그래?

 

아주 작은 전복은 오분자기만 못한 맛이지만 큰 참전복의 맛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전복은 크기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같은 1KG의 전복이라도 2~3마리가 1Kg 나가면 30만 원을 상회합니다. 이거슨 양식전복을 말하는 것이고 자연산 전복이 이정도 크기라면 부르는게 값. 반면 30~40마리에 1Kg 나가는 작은 것들은 오마넌 미만.


오분자기만한 크기지만 값은 오분자기보다 저렴합니다. 여름에 전복 삼계탕 먹고 보양식 좀 먹었다 하겠지만 별것 아니라능. 작은 것은 살에 탄력도 없고 향도 없습니다. 작은 전복은 그저 마음만 훈훈해지시라.

 

적당한 크기로 자란 전복은 아주 좋은 향이 납니다. 살에서도 향이나지만 내장에서 아주 진한 해초향이 납니다.

전복내장을 다져 그것만으로 죽을 끓이면 소화된 해초의 진한 향이 입맛 돌게 만들죠. 전복내장죽을 한 그릇 마시고 전복찜이나 전복회를 먹게 되면 입안에 남아있는 내장의 향과 쫄깃한 살의 맛이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내게 됩니다. 전복내장은 젓을 담아도 일품인데 소금을 조금만 넣고 3~4일 상온에 두면 내장에 담겨있던 해초가 발효되면서 매우 진한 향을 냅니다. 너무 향이 진하고 끈적한 식감이 있어서 초심자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맛이지만 일단 그 맛을 알면 절대 그 맛을 잊지 못할 겝니다.삭힌 홍어간과 더불어 최고의 중독성 약물이라 말하고 싶네요. 쩝쩝쩝. 아... 쩝쩝.


전복은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고 장을 담아도 맛이 좋습니다. 오분자기나 작은 전복은 장을 담아 먹으면 짭짤하고 쫀득한 맛이 그만이죠.


전복요리 중에요, 제가 개발하고 여지껏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던 극강 전복요리 비법더딴지 12호에 공개했습니다. 11월이 되면 鴨鰒불끈湯(압복불끈탕)이 더딴지 구독자들에게 공개됩니다. 이런 거 그냥 갈켜줄 수 없자너!! 얼매? 단돈. 3300원. 쿵푸허슬 여래신장을 능가하는 극강비서. 이 비법을 알게 되는 순간 밤은 뜨거워질겝니다. 앗뜨거라~ 더딴지 12호

 


참고도서 - <원색한국패류도감> (유종생지음 - 일지사)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php?id=184&Page=1&Board=free_board&Ksearch=1&FindText=개오지


의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원색한국패류도감>은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1970년대에 전국해안을 발품팔아가며 써낸 책입니다.


그 시절에 이런 고생해가며 사람들이 관심갖지 않은 부분을 이렇게 열심히 써내신 유종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패류에 관심있는 분들께 권합니다.







Athom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