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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석현 회장의 신년사


한국기원 총재인 홍석현 회장의 신년사(링크)를 짤막하게 소개한 뒤 썰을 풀겠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 아침이 밝았습니다.
바둑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2017년 전국 각지의 새해 첫 해돋이 행사가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만, 육십갑자의 기준은 음력이기 때문에 실제로 정유년은 설날인 오늘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바둑계는 보람있는 결실을 많이 거두었지만 여러 가지 숙제 또한 남겼습니다. 중국의 약진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 바둑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구글 알파고의 출현으로 촉발된 바둑 인공지능 경쟁에선 우리나라가 아예 출발선부터 뒤처지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적으로는 기업의 바둑 후원 열기가 점차 식고 있습니다. 한국 바둑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바둑계 현안 중 올해 다음 네 가지에 더욱 중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상투적인 인사말이다. 보람 있는 결실이 뭐였을까. 필자는 모르겠다. 체전 정도. 


가장 먼저 ‘한국 프로바둑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지난해 한국 바둑은 국제대회에서 중국 바둑에 밀려 응원해 주신 바둑 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습니다. 주춤한 한국 바둑이 다시 비상하기 위해 새롭게 정비한 국가대표 상비군을 중심으로 차분한 복기가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패인을 분석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체계적인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프로기사 여러분의 노력에 한국기원의 지원을 보태면 머지않은 시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


말이 필요 없다. 한국 국가대표들은 차비도 자기가 내고 밥도 자기 돈으로 사먹는다. 이러면서 중국을 이기라니. 중국은 국가대표들을 먹여주고 재워준다. 지원은 해주고 중국을 이기라고 해야지, 지원은 안 해주면서 지면 왜 난리치는지 모르겠다. 애들 밥은 맥이고 훈련시켜라.


두 번째는 ‘한국형 인공지능의 개발’입니다.
지난해 국제 바둑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바둑 인공지능(AI)은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습니다. 바둑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바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드높인 ‘알파고’ 효과로 바둑 저변이 자연스럽게 넓어졌습니다.
‘알파고’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는 종전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멀찌감치 앞선 것은 물론이고, 전문기사들과도 대등한 실력을 겨루고 있습니다.

‘알파고’ 열풍을 교훈삼아 한국형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는데 다소 방관만 한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국기원은 올해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합니다. 세계적인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미래 한국바둑을 선도할 인공지능 사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착실히 기반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기원이 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TF 구성이다. 사람들이 “너희들이 월급 받으면서 하는 게 뭐냐”고 비난하면 “TF를 구성하겠습니다”고 답하고,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으면 “TF가 일하고 있습니다.”고 답한다. 이러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 흐지부지 되는 거다.


이세돌 기사회 탈퇴 건만 해도 그렇다. 기사회를 탈퇴한 게 작년 봄인데 아직까지 해결된 게 없다. 그보다 이게 한국기원이 주도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닌데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까?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세 번째는 ‘아마추어 보급사업 확대’입니다.
바둑이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으로 입성하는 것이 바둑인들의 숙원이었습니다. 이것이 마침내 성사되어 지난해 바둑이 스포츠 제도권 안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기원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생활체육으로서의 바둑 저변 확대를 위해 어린이와 어르신, 여성 등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바둑을 즐길 수 있도록 일반 보급사업에 힘쓰겠습니다.


체전과 생활체육은 대한바둑협회가 해야 할 이야기다. 한국기원은 프로기사들이 주 아닌가? 작년 기전이 박살났고, 특히 국수전이 폐지되었는데, 최소한 국수전 부활과 기전 유치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해야 한다. 일반 보급사업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기전부터 살려야 한다. 대한바둑협회가 할 일과 한국기원이 할 일을 구분하기를 바란다.  


네 번째는 ‘바둑팬과의 소통’입니다.
팬들과 소통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무대를 자주 마련해 바둑의 지적 즐거움을 나눌 것입니다. 매달 바둑팬과 전문기사들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팬덤(Fandom) 문화’ 활성화를 통해 바둑팬과 바둑 전문가들의 스킨십을 늘려나가려고 합니다. 바둑토크, 공개해설, 다면기 등을 아우르는 ‘바둑 콘서트’ 개최도 하나의 방안이 되겠습니다. 바둑팬 층이 두터워야 바둑 후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나 독지가가 늘어날 것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 있어 한국기원은 한 게 없다. 직원들이야 구글의 홍보대행사가 되어 바쁜 거 인정한다. 필자가 얘기하는 건 수뇌부다. 아마추어들도 자체적으로 이벤트 하는데 이 분들은 대체 뭘 한 건지 모르겠다.


덧붙여 한국기원을 화성으로 이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팬들하고 소통한다”고 하면서 화성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바둑 팬과 소통하는 것에 관심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자. 진짜 관심이 있다면 바둑행사를 평일 낮에 하겠는가? 백수랑 어르신 아니면 오지 말라는 거 아닌가? 한국기원 게시판이나 부활시키고 얘기하자. 게시판에 바둑 팬들이 “한국기원 일 좀 하라”고 욕하니까 폐지한 거 아니냐. 게시판 닫아놓고 무슨 소통을 논하는지 모르겠다.


올 한해는 인공지능과 맞물려 바둑계 동향에 일반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기회를 잘 살려 우리 바둑계가 다시 한 번 웅비할 수 있도록 한국기원은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많은 관심과 성원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새벽을 여는 닭의 기운으로 한국바둑 진흥에 힘쓰겠습니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였다. 올해도 별 일 없을 거다. 대회가 없어지고, 국수전이 사라졌는데 정신을 못 차렸다. 이걸 홍 회장이 직접 썼겠는가. 직원들이 쓰고 총장 급에서 오케이 했을 거다. 매년 팀을 만들고 바꾸고 특히 이번에는 총장이 바뀌는 바람에 조직이 더 복잡해졌다. 당연히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다.


필자는 홍석현 회장의 신년사를 보면서 대체 누가 썼기에 이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 걸까 싶었다. 수뇌부는 현재 바둑계 문제를 정말 모르는가. 우선 기전이 줄초상 나고 있으면 기전부터 살릴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다 이세돌 기사회 탈퇴 건은 대체 언제쯤 결론이 나는지 모르겠다. 이세돌이 은퇴 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 같다.


왜 대한바둑협회가 할 일을 한국기원이 신경 쓰며, 국가대표 밥값도 안 주고 차비도 안 주면서 중국을 이기라고만 하는지 모르겠으며, 또 인공지능은 인력과 예산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인데 그걸 한국기원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며(정부 예산이 살살 녹을 것 같고), 바둑 팬과 소통을 하면서 주중 낮에 이벤트 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이번에 LG배 결승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진다. 


너무 답답해서 신년사 비판으로 글을 시작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2. 기원으로 가는 대선주자들과 이세돌 


이번엔 대선 얘기다. 알파고 효과가 크긴 큰지 대선후보들이 모두 바둑에 한 발씩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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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오로>


문재인은 대선행보로 온 것이 아니라 지인의 부탁으로 온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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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오로>


안철수도 나왔다. V3를 개발한 컴퓨터 전문가를 어필하기 위해서 일본의 인공지능 젠6와 대국했다. 대국을 지켜본 지인이 의외로 잘 둬서 놀랐다고 한다. 모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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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희정은 후원회장으로 이세돌을 영입했다. 이는 안희정보다 이세돌의 승부수로 보인다. 지금 이세돌은 기사회와 한국기원과 싸우고 있다. (어떤 후보라도 이세돌을 가장 원하지 않았을까? 한국기원이 이세돌을 안 불렀을 수도 있고, 이세돌이 거절했을 수도 있다)


그런 중에 이세돌이 안희정 후원회장으로 간 거다. 이세돌 사퇴에 관련하여 열기도 가라앉았고 대중들의 기억에서 어느 정도 잊혀 졌으니 한국기원과 기사회에겐 이 건을 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소문에 의하면 제명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헌데 이세돌이 안희정 쪽과 연결되어 있으면 처리하기가 힘들어진다. 선거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누가 승천하여 용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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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오로>


원유철 의원도 부러웠나보다. 본인도 대선출마하는데 바둑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듯 하다. 그리고... 놀랄 만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이 바둑에 관심을 가지는 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알파고 인기에 잠시 편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장에 방문하는 정치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기원을 방문한 후보 중 대통령이 나올지 모른다. 그 후보가 바둑계에 정부자금을 지원해주면 고마울 것이다. 지금 기원은 바둑진흥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엔 바둑 팬들보다는 한국기원과 330여 명에 불과한 프로기사를 위한 정책이 다수다. 한국기원과 프로기사의 ‘바둑계’란 곧 자신이다. 짐이 곧 국가라는 생각이다. 프로들이 말하는 “바둑계가 어렵다”는 자기가 먹고 살기 힘들다는 뜻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대한바둑협회도 “요거는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이 협력해서 해야지 왜 한국기원이 맘대로 하냐”고 태클을 거는 중이다.



3. 그리고  


현재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사이가 좋지않아 심란하다. 바둑계도 알파고 덕에 주목을 받았지만 다시 걷히는 기분이다. 이래저래 심란한 탓에 오늘은 그야말로 '잡담' 형식의 칼럼이 되어 독자분들께도 미안하다. 


바둑계는 폐쇄적이라 내부적인 문제가 웬만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의문을 제기하면 어느샌가 바둑계를 떠나게 된다(이세돌은 특별한 경우다. 이 분, 오래 갔으면 좋겠다). 본인이 딴지일보에 글을 쓰는 이유도 필자가 원하면 완전한 익명이 보장된다는 조건 때문이다. 바둑계의 몇 몇 분들이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고 다니던데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 딴지 편집부도 실명제에 반대하기에 선거 때마다 천 만원씩 벌금을 내는 철학을 갖고 있는만큼, 새어나갈 일은 없을 듯하다. 


바라는 게 있다면 많은 분들이 바둑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요즘 딴지일보와 디씨 바둑갤러리에 익명으로 바둑종사자들의 글이 올라오는 걸 봤다. 좋은 현상이다. 기자들과 바둑계 내부자들이 하고싶은 말 못 하는 거, 다 안다. 고립되니까. 답답하면 딴지일보나 디씨 바둑갤러리에라도 하고 싶은 말들 하시라. 한국기원에는 말하고 싶어도 게시판이 없으니까.

 

그래야 바둑계가 변한다. 




뱀발


다음은 문용직 박사가 쓰다만 이야기를 필자가 이어서 써보겠다. 프로기전의 축소와 하수로 전락한 프로들의 위상과 대책이다. 필자가 대책까지는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 상황에 대해 진단이라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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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