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3. 11. 13. 수요일

세라아빠













6.jpg


우리 나라 하천 수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신 우효섭 박사를 소개합니다. 우효섭 박사는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76) 및 석사(81학위를 취득 후 미국 포트 콜린스에 있는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마치셨으며(85), 이후 승승장구하여 한국 건설 기술 연구원(이하 건기연) 연구실장부장, 기획조정실장, 선임연구부장을 거쳐 20117월 건기연 원장 자리까지 오르게 됩니다. 한국 수자원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죠.


필자는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하천 복원에 관한 공부를 하였는데, 작년(2012) 콜로라도 주립대에 학회 참석차 방문한 우 박사가 토목과 학생들에게 밥 한 끼 사주며 격려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우 박사의 위치나 한국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이오와 대학에 물 관련 연구 자금이 넉넉하다는 것도 알 정도로 국내외 하천 학계 동향을 꿰고 계신 분이라 판단했습니다.


 

1. 하천수리학, 우효섭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분의 저서를 발견했습니다. 명성은 괜히 얻어지는 게 아니더군요. 제가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배웠던 여러 하천 관련 과목들을 단권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우 박사는4대강 삽질로 지천의 상류방향으로 침식이 확대될 것과, 또 준설 및 댐()의 축조로 인한 지하수위의 교란이 일어날 것임을 이미 2002년부터 대중에게 설파하시고 계셨습니다.

 

1.jpg

 하천 수리학, 우효섭. 청문각, 2002. 2. 20 - 844페이지

 

이 책 347페이지에서는 과거 금강의 준설 결과로 발생한 두부침식(=역행 침식)과 이로 인해 위태로워진 다리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2.jpg


마지막으로 지류가 유입하는 본류 하천에서 어떤 이유에 의해 수면이 내려가는 경우를 고려하자. 이 경우 지류 입장에서는 본류 수면이 일종의 기준면이 되므로 기준면의 저하를 의미하여, 이는 지류 에너지 경사의 증가를 의미한다. ••• 즉 그림 7.16에서 지류의 하상 경사와 유사량 증가는 하상의 침식을 의미하며, 이러한 침식은 상류로 진행된다. 이를 두부침식(headcut)이라 한다. 실제로 이러한 두부 침식 현상은 대청댐 하류 금강 본류의 하상 저하로 인해 그 구간으로 유입하는 지류 하천에서 관찰된다.”

 

동일한 사진에 대하여 11장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특히 금강을 접하고 있는 공산성이 무너진 원리 및 왜관 철도가 무너진 이유도 설명해 줍니다.

 

하상 저하 현상은 댐 하류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골재 채취로 하천에 커다란 웅덩이가 생기는 경우에도 나타난다. 이 경우 상류에서 이송되는 유사는 웅덩이에 포착되어 하류로 내려가지 못하므로 하류 하천에서는 유사 이송의 균형을 잃어 하상이 침식되어 저하된다. ••• 이러한 하류 하상 저하는 하천을 횡단하는 교량의 교각과 교대를 노출시켜 국부 세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금강 대청댐의 영향으로 하류 하천의 하상이 저하되어 이를 횡단하는 충남 연기군 금남교 교각의 기초부가 노출되어 1992년에 교각 보강 공사를 하였다. ••• 두부 침식은 상류로 가면서 지류의 하상 경사가 점차 작아져 상류로부터 유사 공급과 흐름의 유사이송 능력이 새로운 균형을 이루게 되면 정지된다.”

 

여기까지 읽고 저는 허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역행 침식 문제 제기를 해 왔던 박창근 교수 혹은 독일의 임혜지 박사의 설명과 우 박사의 저서 내용이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2. 역행 침식 vs. 두부 침식 논란


 

한참 역행 침식이 신문지 상에 오르내리자 우 박사는 2011624일 국토부 보도 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역행 침식이라는 단어는 지리학이나 하천공학에서는 없는 표현으로 잘못된 용어입니다. 영어로는 헤드컷(Headcut), 한자어로 번역해서 두부침식이라고 합니다. 두부침식은 하천의 바닥이 낮아질 때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만, 예를 들어 하상유지공의 설치 등 적절히 대비를 한다면 일정시점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정화 될 수가 있습니다.”

 

우 박사의 해명은 본인 책의 내용과 다를 뿐더러 심각한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하상유지공으로 지천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어떻게 자연스러운 안정화입니까? 실제 둘러 보았던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그리고 자전거로 직접 방문한 낙동강 지천들에서도 심각한 하방 및 측방 침식, 그리고 이를 어떻게든 숨기기 위한 수 많은 공사 현장들을 목격했습니다. 특히 댐()의 하단은 최소 수심 6.1m를 유지하려면 가장 많은 굴착이 이루어 져야 하는 지점이므로 지천과의 낙차가 커지며, 따라서 두부(역행) 침식의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강천보 하단 유입 지천의 신진교가 무너진 것도, 구미보 하단의 감천에서 진행 중인 하상유지공 설치 공사도 역시 4대강 공사로 인한 두부침식의 증거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4대강 인근 지천 교량들의 붕괴가 4대강 공사와 관계 없다는 국토부의 주장이 더 터무니없어 보입니다. 왜 낡아서 무너진 교량은 유독 4대강 사업 구간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만 존재할까요?

 

3.jpg

강천보 공사 이전과 이후 연양천 합수부의 변화-2008(), 2011()

 

4대강 공사 이전과 이후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연양천 합수부의 위성 사진은 물과 육지의 관계가 바뀌었음을 확연히 보여줍니다. 공사 이전에는 연양천이 남한강으로 모래를 쏟아내고 있었으나, 댐을 짓고 굴착을 하자 반대로 남한강이 지천 방향으로 먹어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노란색 원 안). 그 여파로 한참 공사 중이던 2010921, 합수부에서 500m 정도 상류 지점에 있던 신진교(빨간색 원 안)가 두부침식의 결과로 무너졌습니다.

 

낙동강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낙동강 하안 및 지천 제방 하단에 돌 망태로 보강 작업을 해 놓거나 공사중인 현장을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4대강 사업이 종료 되었건만, 아직도 수 많은 공사 구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연 그 예산은 어느 명목으로 얼마나 쓰여지고 있는 걸까요?

 

4.jpg

구미보 하단 감천의 낙동강 합류 지점에서 하상유지공 설치 공사, 가물막이 작업을 해 놓고

기초가 되는 시트파일을 박아 놓았다. 20131011

 

역행 침식이라는 용어 자체는 과거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용어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두부침식이라는 용어로 우박사의 저서에서 잘 설명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수자원 공사 직원들과 건기연 연구원들은 역행 침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한두 건씩 발생했던 지천 침식 문제가 과거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동시 다발 삽질로 여러 군데서 문제가 되니 마침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아닙니까?

 


3. 학자의 양심을 논함


 

전문가가 일반인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여 그럴 듯이 설명하면 일반인들이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죠. 따라서 전문가에 대한 비판은 동일 분야의 전문가가 나서 줘야 합니다. 경계가 모호한 인문/사회 과학과 달리 자연 과학과 공학 분야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수리학은 물의 흐름에 관한 역학을 연구할 뿐 하천 내부와 하천 주변의 화학적, 생물학적 상호작용은 다루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하천의 배수 용량을 잘 설계하고 감리할 수 있는 수리학의 대가라 해도 하천 주변의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 유지 및 관리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문외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박사는 2011528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하천공학은 누구나 모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이론과 자료에 기반을 둔 과학기술이다. ••• 비과학적 진단이나 일부 과장된 표현은 하천 문제는 마치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오해한 결과일 것이다.”


 

오해는 우박사님이 하고 계십니다. 우박사님은 수질 문제나 어류학, 조류학, 혹은 하천 생태학의 전문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우효섭 박사의 현재 위치를 생각할 때, 이 분을 개인적으로 비판하려면 수자원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심한 경우 밥그릇 놓을 각오까지 해야 합니다. 우 박사는 201211월 23일 한국수자원학회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4대강 보에 대해 하나의 사실을 놓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자신의 느낌이나 아마추어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쉽게 재단하지 않기 바란다.”


 

우 박사의 교재와 발언을 종합하면 10년 넘게 자신의 저서로 강의를 해 오면서 수 많은 아마추어를 양산한 셈입니다. 그의 강의를 들었던 많은 학생들도 이미 두부침식에 대해 배웠을 텐데, 왜 말씀들이 없으신 건가요? 비단 수자원 분야 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학회는 비록 거짓을 말한다 하더라도, 개인에 대한 비판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괜히 원수 졌다가 내 등에 칼 맞기 십상이거든요. 이러한 학회의 관행도 4대강 사업에 대해 대다수 침묵하는 학자들을 양산해 내는 데에 일조했으리라 의심합니다.

 

수자원 공사와 직원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당신들이야 말로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던 전문가들 아닙니까? 오염원이 적은 최상류에 지어진 안동댐, 대청댐, 소양강댐 등지에서도 한 해 걸러 발생하는 녹조 문제로 골머리를 썩여 왔고, 또 강의 준설에 수반되는 지천의 하상 변화를 오랜 시간 동안 모니터링 해오지 않았습니까? 제가 아는 수공 직원은 사장까지 교체해 가며 ‘니들 아니라도 일 할 사람 많다고 정권이 협박해 오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더군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수자원 공사에는 의인이 없습니까? 상부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하더라도 실무진에서 거부하고, 또 그 사람들을 노조가 막아줘야지요. 당신들의 목표는 공공의 이익입니까, 아니면 좋은 직장에서 정년을 채울 때까지 자리를 보존하는 것입니까?


8.jpg

 

제가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한국 수자원 공사와 콜로라도 주립대 토목과의 관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수자원 공사에서는 실무진을 해당 학과 대학원에 진학시켜 한국 수자원 공사의 과제를 교수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논문을 작성하여 학위도 받고 과제도 해결하더군요. 또 콜로라도 주립대에 있어 한국 수자원 공사는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쥴리앙 교수 같은 침식, 퇴적 이론의 세계적 전문가를 4대강 찬성 측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들러리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7.jpg

Pierre Y. Julien 미 콜로라도주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물론 한국 기자들이 그에게 4대강에 대해서 질문하면 한국의 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하라고 미리 교육시키는 것도 잊지 않고요. 그러고 보니 4대강 사업 추진 본부장이던 심명필씨도 서울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하신 분입니다. 수공학 분야의 하나회인가요?

 


4. 거짓을 말하는 학자들을 처벌하라.


 

4대강 국감이 끝난 지금, 공사에 관여한 건설 업계는 담합 비리 판정으로 인한 과징금에 공공 공사 입찰 제한이나 영업 정지 조치를 당할 처지에 놓이자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허나 자신들의 전문성을 무기로 이명박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을 보조한 비양심 학자들은 별 다른 제재 없이 오히려 임기 말에 대규모 연구 용역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학자가 거짓말로 받는 비용은 잠시 스쳐가는 여론의 비난 정도이겠지요. 반면에 그 대가로 연구 사업을 수주 받고, 또 정치권에 줄을 대어 지도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커다란 편익이 존재합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자신의 일자리를 위해 스승의 거짓에 눈감는 대학원생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때문에 학자들의 거짓말은 경제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거짓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우지 않는 이상, 그들은 또 다시 이익을 위해 양심을 저버릴 것입니다. 왜 기업은 처벌받는데 학자는 무탈하게 넘어가야 합니까? 거짓을 말한 학자들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공직과 각종 공공 연구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며, 관급 혹은 공공 연구 기관으로부터 용역 사업을 수급 받는 것을 제한하고, 또한 공공 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금지시키게끔 법제화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씨가 이른바 셀프 훈장을 받았다죠? 우박사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4대강 포상을 받은 1152명에 들어 있지는 않지만, 올 해 322일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습니다. 거짓에 대한 또 하나의 편익인 셈입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4대강 사업으로 남발된 훈장이 포상이 아닌 낙인이 되어 평생 그들을 쫓아다니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세금을 걷어 일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못된 행위를 또 다시 경험 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수박 농사를 망치신 낙동강 주변 농민 여러분, 우 박사를 찾아 가십시오. 우 박사는 자신의 저서 585 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저술하고 있습니다.

 

하상 저하는 통상 부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가져온다. 댐 하류의 하상 저하는 하류 하천의 수위를 떨어뜨려 기존 수리 구조물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 또한 수면이 내려감에 따라 양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하상 저하는 하천변 토지의 지하수위를 떨어뜨려 농작물과 식생을 고사시키는 문제를 일으킨다. ••• 따라서 댐 설계시는 하류 하상의 저하 현상을 적절히 고려하여야 한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농사가 절단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위정자의 그릇된 판단을 되돌리도록 충고하고 계도할 위치에 있으면서, 오히려 그 사업에 동참하여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을 존경하고 따르라 말할 수 있을까요?

 



 




p.s) 한국 수자원 학회 및 그 회원들에게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을 빌어 한마디 하고 싶네요.


 








세라아빠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