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3. 11. 05. 화요일

아까이 소라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1편을 통해서 프랑스의 국가 단위 일간지를 간략하게 살펴 보았다. 발행부수로 유추해 보는 영향력 면에서는 <르 피가로>, <르몽드>, <르 파리지앙>, <레제코>, <리베라시옹> 등의 순서임을 밝혔고, 그 정치적 성향의 다양성을 아래와 같이 도식화 했다.


1.JPG

 

참 재미있게도 이번 GH의 프랑스 방문으로 <르 피가로> 지의 청와대 인터뷰로부터 시작하여 프랑스 일간지에 박근혜에 대한 기사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2013년 11월 4일 프랑스 시간으로 낮 12시 현재, 11월 1일자 <르 피가로> 기사와 11월 4일자 <레제코> 기사가 그것이다.

 

자, 위의 스펙트럼을 잠시 보자. 보다시피 <르 피가로>는 우파 성향을 갖추고 있는 종합 일간지고, <레제코>는 중도좌파적 성향을 지닌 경제일간지다. 경제지라고 해서 딱 경제에 관한 내용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GH를 다룬 두 신문의 정치 성향이 각기 상이한 바,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2편에서는 이 두 신문을 살펴보고 각 언론사에서 박근혜를 어찌 묘사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르 피가로>


2.jpg


<르 피가로>는 프랑스 전국 범위의 종합일간지 중 최대의 발행부수(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318,506부)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 우파 정론지다. 저번에도 언급했듯이 <프레장>은 극우수구꼴통 신문이란 조롱 섞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라 크루아>는 카톨릭 신문, <르 파리지앵>은 아무래도 파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바, 우파 성향의 프랑스인들, 전통적 부르주아의 시선을 대변하는 신문이 바로 이 <르 피가로>.

 

1826년에 창간되었으며 현존하는 프랑스 일간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 피가로 ≫라는 이름은 18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피에르 드 보마르셰(Pierre-Augustin Caron de Beaumarchais)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Sans la liberté de blamer, il n'est point d'éloge flatteur. ≫

비판할 자유 없다면 아첨꾼의 찬사만이 남는다.


<피가로의 결혼> 중 피가로의 대사다. 바로 이 것이 <르 피가로>의 창간정신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이래 <르 피가로>는 프랑스의 전투기 및 개인전용기를 생산하는 대표 대기업 다쏘(DASSAULT)의 통신 부문 계열사 속프레스(Socpresse) 소유가 되었다. 그런데 다쏘의 회장인 세르쥬 다쏘(Serge Dassault)는 파리 남쪽에 위치한 에손느(Essonne) 지역의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다쏘씨가 속한 정당은 UMP. 흔히 대중운동연합(Union pour un Mouvement Populaire)이라 번역되고, 프랑스 전 대통령이었던 그 유명한 사르코지가 있는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이다.


이 정도면 <르 피가로> 지의 성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으리라 판단, 본격적으로 이 신문이 박근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2013년 11월 1일자 기사이고 요즘 한참 회자되는 <르 피가로>지의 청와대 인터뷰와 함께 실렸다. 다음은 번역 전문.




박근혜,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의 후계자


3.jpg

 

대한민국의 대통령, 한국 경제 성장 기적의 아버지, 대통령 박정희의 딸은 프랑스에서 공부한 바 있다. 그녀의 양친은 모두 암살당하였다.

 

서울

 

"근혜공주"가 파리로 돌아온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오를리 공항에서 동북아시아 첫 여성 대통령의 운명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프랑스의 어린 여대생이었던 박근혜는 이곳에서 신문 헤드라인을 통해 어머니의 암살 소식을 알게 된다. 퍼스트 레이디였던 박근혜의 어머니는 북한의 과격파에 의해 서울에서 암살을 당했다. 이 날로부터 한국 경제 성장 기적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딸에게는 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낙인이 새겨진다. 올해로 61살인 이 유명인사는 점차 성장하고 단단해져 스스로를 "나라와 결혼했다"고 여기기에 이른다.


그녀는 독재자 아버지 곁에서 일한다. 1979년에는 한 발의 총성으로 아버지가 암살 당하는 차례를 맞는다. 이후 긴 사막을 지나, 선거운동 중에는 암살이 그녀 자신에게 다가왔다. 칼로 암살당할 뻔한 사건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이후, 작년 12월 역사적인 승부수에서 승리를 거머쥔다. 이로써 그녀는 민주적 방식을 통하여 자신의 유년기가 깃든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이 후계자는 "선거의 여왕"이 되었다. 이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 그녀의 아우라를 비추게 해 주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는 과거 독재로의 회귀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 주었고, 그녀의 거리를 유지하는 스타일을 비판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미스테리 후광으로 둘러싸인 이 통치자는 자신의 침묵을 깨기 위하여 <르 피가로> 지를 선택했다. 이번 인터뷰는 대선 이후 청와대로 진행된 첫 인터뷰다.

 

연약한 실루엣에 수줍은 미소, 하지만 확신에 찬 눈빛을 가진 이 여성 대통령은 산자락에 둥지처럼 자리잡은 청와대에서 우리 취재진을 프랑스어로 맞아 주었다. "나는 한 번도 대통령이 되어 파리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라고 아시아 4대 경제강국의 대통령이 우리에게 털어 놓았다. 그녀는 월요일 프랑수아 올랑드를 만난 후 영국 여왕을 만나기 위해 런던으로 간다.

 

원문 링크


 


이 기사를 쓴 세바스티앙 팔레티(Sébastien Falleti)는 파리 4대학 소르본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교수자격증을 취득하였으며, 런던 정치경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서 2008년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간지 <유로폴리틱(Europolitique)>에서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2009년 1월부터 현재까지 <르 피가로>와 <르 푸앙(Le Point)>의 한국 특파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두 매체는 모두 프랑스의 보수 성향 신문으로 전자는 일간지, 후자는 주간지다.

 

우선 필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하여,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프랑스인의 자문을 구했음을 밝힌다. 필자가 여행 중이라 보다 많은 프랑스인의 자문을 구하지 못한 점을 한계로 인정하나, 필자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 만큼의 지적 역량을 갖춘 자임이 검증되었기에 본 필자가 자문을 구했음을 독자가 인지하기를 바라는 바다.

 

Park Geun-hye, une héritière coréenne au destin shakespearien


박근혜,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의 후계자


거창하다.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이라니! 필자가 이렇게 번역한 destin shakespearien(직역: 세익스피어적 운명,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그 운명적 비극으로 유명함)이라는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프랑스로 돌아온 것이 운명의 장난인 듯 느껴지도록 하는 동시에, 문학 작품을 대하는 것과 같이 그 대상(여기서는 박근혜)에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번역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본 기사의 문체가 상당히 그러하다. 나세르딘 씨에 의하면 프랑스의 신문 기사에서 이러한 타이틀을 택하는 것은 흔치는 않으나 가능한 일이라 한다. 다만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기사보다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한편, 뉘앙스를 담음으로써 특정한 인상을 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기사에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라 전한다. 또한 프랑스어의 언어적 특성상 일반 문학작품은 물론, 그 기사마저도 문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La présidente sud-coréenne, qui a étudié en France, est la fille du président Park Chung-hee, père du miracle économique sud-coréen.


대한민국의 대통령, 한국 경제 성장 기적의 아버지 대통령 박정희의 딸은 프랑스에서 공부한 바 있다. 그녀의 양친은 모두 암살당하였다.


본 기사의 소제목격의 역할을 하는 문장이다. 본격적으로 기사를 시작하기 전, 여기서 본 기사가 보여주고 싶은 바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여기서 본 기사의 시선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박정희를 본문에서는 독재자로 한 번은 칭하고는 있으나 여기서 보다 비중을 두고 있는 박정희에 대한 묘사는 "경제 성장 기적의 아버지". 게다가 팔레티 기자의 한국 관련 기사에는 이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한국이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며(세계인이 거의 동의하는 바와 같이), 그 주역이 박정희였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에서 공부했다는 것은 박근혜가 엘리트라는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이 인물이 친 프랑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양친이 모두 암살당했다는 것은 기사 제목의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과 함께 그녀의 슬픈 운명을 암시, 감정이입을 돕는다.


La ≪princesse Park≫ est de retour à Paris.


"근혜공주"가 파리로 돌아온다.


이 기사를 쓴 <르 피가로>의 팔레티 기자는 한국에서 흔히 박근혜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는 "근혜공주"를 "Princesse Park"으로 번역, 인용하였다. 하지만 기사 속에서 "근혜공주"는 한국에서 쓰이는 의미와 전혀 달리 이해되고 있다. 기사 제목의 "후계자"라는 말에 이어져 나오는 "근혜공주"는 그녀의 혈통이 마치 왕가의 일원인 것 같은 인상을 주며, 이 용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지 않다.

 

또한 이 부분은 기사 본문의 도입부다. 기사 제목의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에 이어 기사는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시작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기사에 몰입하는 동시에 그 장면을 그리면서 박근혜에 대한 감정이입을 돕고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인물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사용되기도 하는 기법이지만, 이 기사에서는 조금 과도하게 쓰였다는 나세르딘 씨의 평가다.


Cette célibataire endurcie de 61 ans se considère ≪mariéà son pays≫.


올해로 61살인 이 유명인사는 점차 성장하고 단단해져 스스로를 "나라와 결혼했다"고 여기기에 이른다.


"나라와 결혼했다"는 박근혜의 선언에 대한 나세르딘 씨의 소감을 물어 보았다. 그 대답은 "박근혜라는 여성이 어두운 과거를 헤치고 보다 강인한 한 인간으로 거듭난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즉, 박근혜가 괜찮은 정치인으로서,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인정 받을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lle travaille auprès de son père autocrate.


그녀는 독재자 아버지 곁에서 일한다.


현재형으로 쓰였으나 현재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은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박근혜의 인생을 쭉 훑고 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어머니의 암살 소식을 듣게 되고, 그 이후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된 그 시점에서의 서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필자가 '독재자'로 번역한 'autocrate'라는 단어다. 사전을 찾아 보면 이 단어의 한국어 해석은 독재자가 맞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dictateur'라는, 독재자를 뜻하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이 두 단어 사이에는 아주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독자도 알다시피 이 미묘함이 큰 차이를 낳으므로 두 단어에 대한 간단한 비교를 하고자 한다.


이 기사에서 채택한 autocrate라는 단어 역시 그 자체로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민주주의를 수 차례의 혁명과 사회운동으로 스스로 쟁취한 프랑스인에 있어 독재란 죄악이자 개발도상국의 상징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배제한 dictateur는 autocrate보다 한층 심각한 독재자를 의미한다. 즉, 학살이라던가 고문, 심각한 사회통제 등이 수반되는 통치를 한 자에 대해서는 autocrate보다 dictateur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르 피가로>는 박정희를 dictateur라기보다는 autocrate로 묘사하였다.

 

또한 나세르딘 씨에 의하면 보통의 프랑스인에게 있어 남한은 항상 북한과 비교되어 인식된다. 고등교육을 받은 프랑스인이라면 냉전시대, 한국전쟁이 있었음을 안다. 하지만 보통은 한국전쟁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삼성의 부상과 함께 한국의 모더니티가 강조, 한국을 현대적 민주주의 국가로 인식한다. 따라서 6.25 종전과 동시에 한국이 민주화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980년대까지 독재가 자행되었음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할 수 있다. 아마도 autocrate라는 단어만으로도 많은 프랑스인에게는 충격일 거라는 코멘트.

 

retourner au palais présidentiel de sa jeunesse par la voie démocratique.


그녀는 민주적 방식을 통하여 자신의 유년기가 깃든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프랑스인에게 있어 독재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는 박근혜가 모든 역경을 딛고 "민주적 방식"으로 대통령이 됨으로써 과거와의 고리를 완전히 끊은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같은 날 기사를 통하여 12.19 선거 부정의 의혹을 소개하고는 있으나 이는 엎어치나 메치나 그냥 의혹이다. 여기에서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과정에 대해 일어나고 있는 잡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전혀 아무 문제 없이 국정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Ce destin shakespearien lui procure une aura auprès de l'électorat conservateur, alors que les jeunes générations craignent un retour à l'autoritarisme du passé et critiquent son style distant.


이 세익스피어 비극적 운명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 그녀의 아우라를 비추게 해 주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는 과거 독재로의 회귀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 주었고, 그녀의 거리를 유지하는 스타일을 비판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본 기사는 보수 성향을 지닌 유권자의 입장과 젊은 세대의 입장을 모두 소개함으로써 마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나세르딘 씨는 이 부분을 통해 '한국에서 박근혜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단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해했다고.


Silhouette fragile, sourire timide mais regard déterminé, la présidente nous a recus en francais dans son palais niché à flanc de montagne.


연약한 실루엣에 수줍은 미소, 하지만 확신에 찬 눈빛을 가진 이 여성 대통령은 산자락에 둥지처럼 자리잡은 청와대에서 우리 취재진을 프랑스어로 맞아 주었다. 


묘사가 또 나온다. 문학적 기법. 프랑스 기사에서 꽤 쓰이는 기법이라 하더라도 이 짧은 기사의 절반이 이런 식으로 쓰여졌다.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전반적인 평

 

전반적으로 프랑스 정론지답게 균형을 지키려고는 하지만 자신의 시각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박정희는 독재자로도 그려지지만 “한국 경제 성장 기적의 아버지”로도 묘사되며, 그 무게의 추는 “한국 경제 성장 기적의 아버지” 쪽으로 더 많이 기울여져 있다. 계속해서 나오는 문학적 기법은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독자로 하여금 그 대상에 감정이입을 시키는, 즉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후계자, 공주라는 묘사와 함께, 부모님이 차례로 암살당하고 자신마저 암살당할 위기에서 벗어나 “선거의 여왕”이 되고, “나라와 결혼”했다고 스스로 여기는 한 사람의 당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스토리는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와 운명 희비극, 즉 세익스피어적 운명에 다름 아니다.


자, 그럼 오늘 방금 나온 따땃한 <레제코>의 기사를 한 번 보자.



2. <레제코>

 

4.jpg


<레제코>는 1908년에 창간된 프랑스의 국가단위 경제 일간지다. 2007년부터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LVMH 그룹의 계열사 레제코 그룹(Groupe Les Echos) 소유다. 여기서 Les Echos란 Les는 복수의 정관사, échos는 ‘메아리’의 복수형이다. 2012년 라이벌 경제지 <라 트리뷘>지가 주간지로 바뀌면서 프랑스의 유일한 경제 일간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발행 부수는 국가단위 일간지 중 5위인 122,149부.


경제지라서 우파 성향을 지니고 있으리라는 판단을 하기 쉬우나 중도좌파 신문이다. 여기서 프랑스의 언론이란 그 소유주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가 엄격히 보호되는 국가임을(예외도 가끔 있으나)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럼 더욱 자세한 소개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방금 나온 기사를 한 번 보자.



오늘의 인물

박근혜


 5.jpg


그녀의 프랑스 방문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게 있어 일종의 성지순례와 같다. 40여 년 전, 그르노블(역자 주 : 프랑스의 한 도시. 알프스에서 멀지 않다)의 공학도였던 그녀는 프랑스 땅에서 어머니의 암살 소식을 알게 된다. 열렬한 불교신자였던 그녀의 어머니는 한 젊은 북한의 열혈 신봉자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사실 이는 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다. 아버지의 차례는 몇 년 후인 1979년에 몇 방의 총알로 돌아온다.


미혼이자 ≪ 얼음공주 ≫라는 별명을 지닌 당찬 그녀의 인생에 있어 유일한 남자였던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박근혜의 경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쟁에 있어 그녀의 능력이 미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는 ≪ 경제 기적 ≫의 이미지는 그녀의 2012년 12월 한국 대선의 승리에 상당 부분 기여하였다.


또한, 영국의 전 수상 마가렛 대처를 신봉하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박근혜가 취하는 최소한의 제스쳐는 17년간 위협적인 통제로 나라를 통치해 온 권위주의적 방식이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6년 당시 여당의 수장이었던 박근혜 역시 그녀의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테러의 희생자가 되어 얼굴을 60바늘 꿰매야 했다. 겨우 되살아난 그녀의 첫 마디는 ≪ 대전은요 ? ≫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은 전설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한국의 다섯 번째 도시에서 짙어가던 지방선거의 패색은 물러나고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제 파리에서 뭔가 걱정거리가 생긴다면 어떻게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 지 알았을 것이다.


원문 링크



 

 

캐리커쳐


누가 이 기사를 썼는지 확실치 않다. 단지 <레제코>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우선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박근혜의 캐리커쳐를 보라. <레제코>의 “오늘의 인물(En vue)” 란은 모두가 사진 대신 이런 캐리커쳐를 사용한다. 프랑스 대표 지적 채널 카날플뤼스(Canal +)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시 10분부터 8시 5분까지 방송되는 <르 그랑 주르날(Le Grand Journal)>에는 ≪ 인형극 뉴스 (Les Guignols de l’Info)≫라는 꼭지가 있다. 주로 정치인을 풍자하고 희화하는 ≪ 인형극 뉴스 ≫는 프랑스 문화에 있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인물의 말투나 행동을 꼭두각시 인형을 통해 똑같이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주면서도 그 인물에 대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6.jpg

<르 그랑 주르날>의 ≪ 인형극 뉴스 ≫에 등장한 유명인들

누군지 알겠는가 ?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으나 인물의 특징을 잡아 희화화 및 풍자한다는 것이 이 프로의 특징

이걸 보다 보면 배꼽잡고 웃다가 속이 시원하다가 비판하다가 그런다.

어느 정도 좌파적 성향을 지니고 있기는 하나 그 비판의 대상에는 좌우, 남녀노소가 없다.

 

≪ 인형극 뉴스 ≫를 연상케 하는 캐리커쳐를 <레제코>지 ≪ 오늘의 인물 ≫의 컨셉으로 잡고 있다는 것은 결코 그 인물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겠다는 암묵적 표현이며, 프랑스인 독자는 <레제코>의 성향을 알든 모르든 기사의 대상에 대하여 우선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글을 읽어나가게 된다.



글의 전반적 내용


사실 글이 담고 있는 내용 자체는 위에 언급한 <르 피가로> 지의 11월 1일자 기사와 많이 다르지 않다. 그녀의 운명, 그녀가 살아온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판이하게 다르다.

 

la nouvelle de l'assassinat de sa mère, fervente bouddhiste, par un jeune exalté nordcoréen qui visait en fait son père.


그녀의 어머니는 한 젊은 북한의 열혈 신봉자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사실 이는 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다.

 

자,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 그녀의 어머니가 아버지 대신 암살당했다는 것. <르 피가로> 지에서 그녀의 비극적 운명을 강조하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암살당했음을 이야기한다면, <레제코>에서는 그녀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박정희 때문에 어머니를 잃게 되었다고 본다면 조금 과장이 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기사 내에서는 이러한 뉘앙스를 놓치지 않는다. 즉 <르 피가로>에서 어머니의 죽음과 박근혜의 한반도 통일 및 북한에 대한 신념을 연결시킨다면 <레제코>에서는 그런 연결점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Seul homme dans la vie de cette célibataire endurcie et sans enfant, qu'on surnomme ≪ la princesse de glace ≫, ce père continue de peser sur la carrière de Park Geun-hye. Même si ses propres talents ne sont pas minces en matière de batailles politiciennes, elle lui doit en partie soélection au poste suprême, en décembre 2012, tant l'image paternelle est associée pour les Coréens avec les plus belles années de leur ≪ miracle économique ≫.


미혼이자 ≪ 얼음공주 ≫라는 별명을 지닌 당찬 그녀의 인생에 있어 유일한 남자였던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박근혜의 경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쟁에 있어 그녀의 능력이 미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는 ≪ 경제 기적 ≫의 이미지는 그녀의 2012년 12월 한국 대선의 승리에 상당 부분 기여하였다.

 

이 부분 역시 <르 피가로>와 판이 하다. <르 피가로>에서 박근혜가 운명의 고리를 끊고 한 사람의 당찬 정치인으로 거듭나 민주적 방식으로 대통령이 된 과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 <레제코>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배경에는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가 자리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admiratrice de Margaret Thatcher


마가렛 대처를 신하는

 

프랑스인들은 영국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를 어떻게 볼까? 좌파 성향을 지닌 이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마가렛 대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 프랑스의 공기업이 민영화된 이후로 프랑스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요금은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전기 요금을 못 내는 경우, 빈곤층이라 하더라도 EDF의 전기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그 공급을 끊어버리는 몹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사회는 현재 민영화된 공공 분야라 하더라도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세우고 있는데, 올해 동절기(11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부터는 가스나 전기 공급을 임의로 중단할 수 없게 하는 브로트법이 가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여기.

 

* 필자 주 : EDF(Electricite de France)는 프랑스 전력청을 전신으로 하며, 2005년 부분 민영화된 이후에도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민영화로 인하여 이전까지만 해도 EDF의 독점체제였던 프랑스의 전기 공급 시장은 여러 사기업의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

 

여튼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 마가렛 대처 신봉자 ≫라는 박근혜에 대한 묘사는 보다 부정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상을 프랑스인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les moindres gestes de la nouvelle présidente sont disséqués de peur de voir resurgir chez la fille, admiratrice de Margaret Thatcher, les manières autocratiques de celui qui régna par l'intimidation pendant dix-sept ans sur les destinées de la Corée.


박근혜가 취하는 최소한의 제스쳐는 17년간 위협적인 통제로 나라를 통치해 온 권위주의적 방식이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서도 <르 피가로>와 마찬가지로 ‘독재’ 대신 ‘권위주의’라는 표현을 채택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이 붙어 있다. ≪ 위협적인 통제 ≫로 번역한 intimation은 글자 그대로 ‘위협, 협박’에 다름 아니다. 단순한 권위주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레제코>에서 읽히는 ‘권위주의 ‘는 <르 피가로> 기사의 ‘권위주의’와 글자는 같을지 몰라도 그 뉘앙스 면에서 훨씬 독재와 가깝다. 아니, 독재로 이해된다. 그러니까 <레제코>에서 묘사하는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며, 그 독재자적 성향을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통치’로 번역한 régner는 오히려 ‘왕이나 군주가 군림하다, 통제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박근혜가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되는 그 ‘권위주의’적 통치는 ‘전제주의’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겨 준다.


Francois Hollande sait désormais ce qui lui reste à faire s'il a des inquiétudes sur Paris.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제 파리에서 뭔가 걱정거리가 생긴다면 어떻게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 지 알았을 것이다.

 

이 기사의 결론이자 백미다.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오늘, 박근혜와 올랑드가 만났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현재 그 지지율 면에서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중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박근혜한테 한 수 배우라는 것. 이 게 과연 진정 어린 충고일까나? 아니면 박근혜 식의 정치 전략에 대한 조롱일까나? 답은 독자에게 맡겨 둔다.



자, 어떤가? 프랑스 우파와 좌파 신문의 시선의 차이가?


하나의 이슈에 대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한국의 언론에 비하여 놀라울 정도 아닌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일간지가 정치적으로 어떠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대부분 알고 있으며 이를 감안하며 기사를 읽고, 이해한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으로 인하여 이렇게 생생한 예를 들어 가며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눈물 나게 고맙다. 다음 편에서는 다시 본래의 흐름으로 돌아와 보다 심도 있고 지적인 기사를 써 보도록 하겠다.


이틀 연속으로 죽지 않는 돌고래에게 시달리느라 얼굴이 반쪽이 된 본 필자에게 응원 한번 보내 주시라.


끝으로 도움을 준 나세르딘(M. Nasseredine) 씨는 프랑스의 경제 전문가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의 배경 지식만 있을 뿐 국내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 거의 잘 알지 못하는 일반 프랑스인의 반응을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프랑스 지식인층에 속하는 그의 기사 분석을 통하여 오류 발생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그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는 바다.




편집부 주 


<물건너 언론 분석 특집 관련기사>


[알고나 까자 - 언론과의 싸움(독일) <1>]

[알고나 까자 - 언론과의 싸움(독일) <2>]



본지는  

야매 외신 적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물건너 언론을 분석, 해부할

해외특파원을 모집 중입니다.


국내 언론이

외신 짜집기 구라질을 해대면 때치하고

국외 언론이 썼다하면

무차별적으루 정론인양

인용 취급하는 세태에 빡치는 까닭입니다.

 

모집요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외 언론 관련 기사 1편

(역사, 분석, 비교, 외신 구라 까발리기 등

분량 제한, 주제 제한 엄슴 )


2. 특파원 관련 지 자랑질 이력


3. 연락처

(비우방국 우대)



DDANZI.NEWS@GMAIL.COM 









아까이 소라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