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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움의 기술

2013-11-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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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07. 목요일

멀더요원







다들 알다시피, 지난 주말 박근혜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에 나선 일요일, 기사를 보는데 되게 웃기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이 좌측에 있는 사진이...이게 왜 하나로 보이는 걸까? 심지어 저 아래 기사는 불룩 튀어나온 배에 불과하잖아. 아, 이거 종이 신문이었다면 똥싸면서 그림을 그려봤을텐데.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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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진배치가.. 가카가 웃통을 까고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날씨 탓인가?

나만 그런가?


그런데, 여태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이번에도 독특한 취향의 국내 유사언론사들에서 쏟아졌어야 할 '패션외교'에 대한 기사 대신에 프랑스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 얘기가 계속 나온다. 심지어, 대통령은 그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한민국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종북발언'도 서슴지 않고 하신 듯 하다. (설마, <르 피가로>를 패션잡지로 오해하고 막 던지신건가?)

 


참고 : [정치]공주님 판 짜니 청와대는 밑장빼기냐


 

뭐, 그게 진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 건지, 참모들이 위기탈출용으로 그러라고 한 건지, 실제로 뭔가 움직임이 있는 건지, 그냥 그럴 듯해 보여서 한 얘기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돕겠다고 한 모양이다.

 

누군가의 범행에 '도움'을 준다거나 어떤 특정후보의 당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국가기관, 언론사 등을 동원해서 '공작'을 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의 경우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면, 국가 간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받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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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헬프!'라고 하지 그랬냐



1. 원조(援助)


사전적 의미로는 '물품이나 돈 따위로 도와주는 것'으로 정의되며, 요즘에는 이상한 의미로 더욱 많이 쓰이는 바로 그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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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중 일부 

(딴지 편집부에 맡겨 놓으면 더 이상한 그림을 넣을 것 같으니 차라리 내가 넣고 말지.)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에 도움을 주는 것을 공적개발원조(ODA :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라고 하며, 원조를 주는 쪽을 공여국, 원조를 받는 쪽을 수원국이라고 한다.


원조를 분류하자면, 전달경로에 따라 '다자간 원조'와 '양자간 원조'가 있는데, 다자간 원조는 UN과 같은 국제기구에 돈을 내는 방법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원조하는 것이고, 양자간 원조는 원조를 주는 나라와 받는 나라간에 직접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참고로, ODA는 이름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평화유지군 등의 군사적 활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 주로 다루게 될 양자간 원조를 다시 분류하면 '무상원조'와 '유상원조'가 있는데, 무상원조는 말 그대로 공짜로 주는 원조를 말하고 유상원조는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원조를 말한다. 여기서, '원금과 이자를 받는게 왜 원조냐'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나라에 따라 25~40년 정도의 상환 기간에 0.01~2.5%의 이자를 받는 상황이라면 '그거 꽁짜잖어!'라는 생각이 들 거고 그래서 이것도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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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의 형태 및 유형 (링크)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계속 증가하여 2010년에 무상으로 5억 7천만 달러, 유상으로 3억 3천만 달러 정도로 전체 9억 달러(약 9천 5백억 원) 정도를 다른 나라에 원조했다(2012년 통계). 그러니까 통계적으로, 우리는 좋든 싫든 한 사람당 1년에 27달러 정도를 다른 나라를 위해 쓴 셈이다.

 

우리는 왜, 우리도 돈 없어서 노인복지마저도 국민연금과 연계할 정도로 찌질하고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다른 나라에는 '퍼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2. 잉여(剩餘)

 

한국전쟁, 2차 대전때 유럽에 쏟아부었던 폭탄보다 많은 양을 3년 동안 한반도에 퍼부었다는 그 전쟁으로 인해 한반도는 폐허가 되었다. 먹을 게 없어서 사람이 굶어 죽어가던 그 시절에 우리는 미국과 UN으로부터 식량, 군수물자 등을 비롯한 각종 원조를 받았다. 사실, 미국은 한국전쟁 이전인 1946년부터 '피점령지역 구호원조'라는 명목으로 농산물을 원조해 왔었다. 역시 세계의 경찰, 일본군을 몰아낸 미국느님답구려.


그러면, 미국은 정말 세계의 경찰로서 굶주림에 빠진 한국민을 구원하기 위한 순수하고 인도적인 목적만을 갖고 도와주었을까?


1933년 미국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농산물 가격과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농업조정법'을 만들어 주요 농산물의 최저 가격을 설정하였다. 이 법에 따라 농산물의 가격 하락을 정부세금으로 보전해 주었는데, 과잉생산이 발생하면 농산물을 구매,보관,처분하는 비용이 상승하여 재정에 부담을 주었고, 심지어 보관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다에 버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미국정부가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생산량 통제에 실패하면서 과잉 생산 문제가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2차 대전 참전에 따라 농산물 증산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2차대전이 끝난 몇 년 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농산물 증산 정책이 유지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더 이상 최저가격 설정 등의 방법으로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미국은 잉여농산물을 수출하여 처리하기 위해 수출지원제도(PL480 등)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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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정일의 정상회담 대화록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고 알려진 국가기록원의 자료 (링크)



옳거니!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미국에서 과잉 생산된 잉여농산물을 한국에 원조하는데, 그걸 팔아서 미국은 한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썼고 한국은 미국 무기를 사는 데 썼구나...


뭔가 좀 털리는 기분이긴 하지만, 뭐 안 그러면 굶어죽게 생겼고 공짜로 준다는데, 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러한 원조가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면서 국내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는데, 이것은 농업에 대한 투자 감소와 농가 부채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영농 의지를 상실한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 빈민이 되었다. 게다가, 때마침 공업 분야만의 성장과 수출을 강조하며 식량을 원조에만 의존하려던 군사 독재 정부로 인해 이농 현상은 더욱 심해졌고, 도시 노동 인력의 과잉 공급과 정부의 노동 정책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저임금에 기반한 성장을 해왔다. 이후, 대기업 위주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정부들은 농업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 왔는데, 그 결과...식량 자급율은 점점 낮아져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고, 농산물을 이용한 공업 원료도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을 통해 당시의 식량 원조를 받은 것이 잘했다거나 잘못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핵심은, 원조라는 것이 반드시 선한 의도에서만 비롯되는 것도 아니고, 그 결과가 반드시 선하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농산물 원조가 농산물 과잉 생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면, 한국의 원조는 무엇이 과잉 생산 되었을까?

 

바로, 한때는 국가 기반시설 건설의 역군이었으나, 재개발 부동산 업자들과 놀다가 이명박시대를 거치면서 결국 '악당'처럼 되어버린 '건설업'이다. 사실, 지금도 건설업이 국내에 해야할 일들이 여전히 많지만 부동산 불패 시대를 거치면서 과잉 공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제 이것을 해소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아마도 건설업이 포화되지 않았다면 이미 정비된 4대강을 파헤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겠다.)



3. 개발 원조 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양자간 원조는 무상원조든 유상원조든 상관없이 '구속성' 여부에 따라 구속성(Tied) 원조와 비구속성(Untied) 원조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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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원조도 좀 '아부나이'한데 잡아 묶기까지...

(이것도 딴지 편집부에 맡겨두면...위험하다! 그냥, 얌전하게 가자.)


여기서, '구속성 원조'란 원조를 해주는 나라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이고 '비구속성 원조'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쉽게 말해, '한국이 어딘가에 원조를 해 줄 때 한국 업체가 설계, 시공해야 하고 자재도 일부는 한국산을 써야 한다'라고 하는 게 '구속성 원조', '돈 줄 테니까 니들이 알아서 선택해서 해'라고 하는게 '비구속성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구속성 원조를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시장에 비해 과잉 공급되고 있는 건설업에 건설 현장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어쩌면 4대강에 쏟아부을 22조를 우리 건설 업체에 주고 아프리카 어딘가에 가서 땅을 파라고 했다면 적어도 우리의 4대강이 지금처럼 황폐화되어 앞으로 많은 유지 관리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겠다.)


반대로, 수원국의 입장에서는 돈을 받긴 받았는데, 자기네 나라 산업을 키우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고 와서 땅만 파헤쳐 놨기 때문에 더 짜증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과 수원국 간의 물가 차이로 인해 한국 건설 업체에 맞춰서 사업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수원국에서 자신들이 직접 하는 경우에 비해 15~30%정도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므로 수원국은 불필요하게 많은 돈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


비구속성 원조는 돈을 빌려주면 수원국에서 알아서 업체를 선정해서 하기 때문에 차관을 필요한 만큼만 빌릴 수 있고, 자기나라의 산업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수적으로 뒷돈을 좀 챙길 수도 있기 때문에 수원국에서 선호하긴 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우리 입장에서는 세금을 썼는데 우리한테 별로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한국 이미지를 알려서 물건이 더 잘 팔리는지는 모르겠고...예컨대, 프랑스에서 돈 빌려서 KTX 놨다고 프랑스 물건을 막 사고 싶어지는 건 아니잖아. 기껏해야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선진국의 면모를 보이며, 그 실체도 불분명한 '국격'을 높였다고 하는 정신 승리 정도랄까...

 

따라서,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당연히 원조를 주는 공여국 입장에서는 구속성 원조를, 원조를 받는 수원국 입장에서 보면 비구속성 원조를 선호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2010년 1월 1일,


우리나라가 OECD 산하의 '개발 원조 위원회(DAC)'라는 것에 덜컥 가입을 해버렸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은 "국제사회에서 받은 빚을 갚을 때가 됐다"며(기뻐서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뛰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라디오 연설도 하고, 2015년까지 해외원조 총액을 '세 배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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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공여국으로 우뚝 서다, OECD DAC 가입

외교통상부 링크


우리도 드디어 선진국이 되었단다.


자, 그럼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이라고 하면 돈 없다고 하지..ㅆㅂ



어쨌든,


OECD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 클럽들이 그러하듯, 그냥 회원가입하고 주민번호 입력하는 게 아니라, 선진국 수준의 뭔가를 요구하는데, 사실 그 요구라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매우 클 수도 있다. 가입조건이라는 게, 그냥 단순하게 원조 규모를 늘리라는 것과 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늘리라는...말이 쉬운(말만 쉬운) 그런 조건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니들 후진국에 가서 장사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돈이나 많이 풀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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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구속성,비구속성 ODA 현황 (한국수출입은행 : 2012 ODA 통계자료집)


DAC가 그렇게 요구하는 이유는, 원조를 해도 자기 나라 산업을 보호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으니 수원국에 도움도 안 되어 원조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유다. 매우 당연하고 인도적이며 바람직한 이유다. 남을 돕는 자세는 그래야 한다. 실제로,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구속성 원조는 공여국의 상품에 대한 수요처 정도로 이용되는 측면도 있고, 원조 자금이 엉뚱한 데로 흐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적 빈곤과 독재를 지원하는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결국 수원국을 더 못 살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도 그런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만큼, 그러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모양이다.


DAC 가입이후 '2011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시행계획'에 따르면, 원조 규모를 2015년까지 0.25%로 늘리고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도 2015년까지 유상원조에서는 50%, 무상원조에서는 100%까지 올린다고 한다. (참고로, 2010년 DAC의 원조 규모 평균은 국민총소득(GNI)의 0.34% 정도며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 83.6% 이다.)


역시, 우리도 이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국제사회에서 받은 빚을 갚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준 돈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산업이 발달하고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지구촌을 건설해야지...당연히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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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좀 수상하다..

 

뭐 원래 누군가를 돕는다는 순수한 의미라면 남을 도움으로써 내가 얻을 게 없어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어쨌든 뭔가 수상하다.


이거 여태까지 벌어져 왔던, 우리가 아는 국제 관계랑은 좀 안 맞는 거 아닌가? 좀 뭔가 너무 순수하고, 평화롭지 않나? 이거 국제사회가 이런 식으로 서로를 도우려는 아름다운 세계였다면, 전쟁이 벌어지고 굶주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잖아? 게다가, 왠지 우리가 돈은 많이 내는데 별로 얻는 게 없을 것 같고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계속 해도 계속 가난하던데. 원래 돈 뿌려주면 거기 산업이 막 발달하고 그러는 거 아니었나? 왜 그런거지?


DAC에 있는 선진국 얘네들이 다른 나라를 제대로 돕고 있는 건가? 아니, 진짜 도우려는 의지가 있는거 맞나?


아래에 있는 표는 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별거 아니니까 쫄지말고 차근차근 살펴보자. 그냥, DAC에서 2008년의 자료를 토대로 비구속성 원조 현황에 관해 만들어 낸 자료인데.(Implementation of the 2001 DAC Recommendation on Untying ODA to the LD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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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각국의 비구속성 원조 계약 현황, 쫄거 없어..그냥 표야..이런 표 따위에 쫄면 안된다구.

 

이 표를 위에서부터 잘 보면, '호주는 전체 12건의 비구속성 원조 중에서 10건을 호주 기업이 가져갔는데, 금액으로 보면 전체의 96%다'라는 얘기다. 심지어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는 자기네들의 비구속성 원조를 다 자기네 나라에서 수주해갔다는 얘기고. 빈 칸은 계약 현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나라. 여기서 주의할 점은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원래부터 구속성 원조를 아예 75%라고 못 박아둔 상태에서, 나머지를 비구속성 원조로 하는데, 그것도 약 63%는 자기들이 가져갔다.


에라이...CB-ROM들아.


니들이 그렇지. 그러고 보니 저기 올라온 나라들 중에 절반은 식민지 경영했던 놈들이잖아!! 그 버르장머리 개 못주고 막 그러는거 아녀??!!


아래에 있는 그림은 2011년의 자료를 근거로 만든 비구속성 원조현황 자료이고..(Aid Untying: 2012 Report, Review of the Implementation of the 2001 Recommendation and the Accra and Busan Untying Commit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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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여국에서 계약을 가져가는 비율이 특정 추세가 없이 들쭉날쭉 지 맘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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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년 각국의 비구속성 원조 계약 현황, 같은 방식으로 그냥 읽으면 되는 표


2008년에 비해서 좀 달라지긴 했으나 핀란드와 영국은 100%, 벨기에·프랑스·독일·일본을 제외하고는 다들 금액 기준으로 60~90%정도 자기 나라에서 가져갔다. 미국이야 원래 구속성 원조 75%가 아예 못 박혀있는 나라라서 그냥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여기에 2010년에 가입한 한국은... 비구속성 원조 6건을 다 다른 나라에 줘 버리는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준다. 사실, 저 그래프와 표는 전체 원조 현황에 대한 얘기도 아니고 최빈국(LDC: Least Developed Country)과 과도외채 빈곤국(HIPC: Heavily Indebted Poor Countries)이라고 부르는 나라에 대한, 그것도 '비구속성 원조' 자료만 있는 것이므로, 그 외의 나라에 대한 자료와 구속성 원조까지 감안하면 자기들이 가져가는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웃기는건, 쟤네들 가끔씩 모여서 서로 비구속성 원조를 확대하자고 하지만 비구속성 원조 대상국가에 대한 얘기에는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일본 등이 반대했고, 농산물관련 얘기만 나오면 미국은 반대해 왔다. 다들 지들이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새끼들...


그러면서, 우리한테는 원조 규모를 늘리고, 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높이라고 한다.


아까 그 뭐...거창한 이유 따위...지들이나 잘 하라 그래. 이건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다. 내 생각인데 아무래도 맨날 실체가 불분명한 '국격'이나 떠드는 인간들한테 정권 주는 나라는 그냥 그 잘난 '국격'이나 챙기라고 조롱하는 느낌이다.


이 내용이 조금 어려운 듯 해도 쫄지 말고 잘 들여다 보면 약육강식의 세상이 보이는데, 결국 핵심은,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후진국을 활용하고 있는, 뭐 아직도 그런 세상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는 2010년에 DAC라는 선진국들이 바글바글한 클럽에 가입했는데, 가입하기 위해서는 돈을 더 많이 내고 더 조금 가져가라는...그런 조건이라는 것 정도.



4. 한국의 상황


2011년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 한국이 원조한 비구속성 원조 6건 중에서 한국은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는데, 그걸 다른 OECD 국가가 2건, 개발도상국이 4건을 가져갔으며, 정작 최빈국은 가져가지도 못했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이 퍼준 돈으로 한국이나 최빈국에는 특별한 이득도 없이, 다른 나라들만 신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나라는 비구속성 원조를 하면서 자신들이 월등히 우수한 분야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입찰을 해도 점수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다. 또는, 입찰 일정을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하더라도 자기말로 되어 있는 홈페이지에서만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공개해 다른 나라의 참가 기회를 줄여버린다. (치사하긴..쯧!)


지금 한국의 상황을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어디가서 실적이나 기술력으로 승부하려면 일본에 밀리고, 가격으로 승부하려면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구속성 원조를 늘리면 그만큼 우리나라 업체나 가난한 나라보다는 다른 OECD 국가나 다른 개발도상국만 돕게 되는 희한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5. 결론


이런 상황에서도 자꾸 '국격'이나 얘기하면서 돈만 쓰는, 그렇다고 우리나 수원국이나 별로 득이 될 게 없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돈을 많이 쓰면 그 실체도 불분명한 '국격'이라는 게 진짜 올라가긴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례로, 아직까지도 장충체육관을 필리핀에서 원조해 줬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데, 사실 그거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원조받아 지었고 필리핀은 공사감리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돈 빌려준 아시아개발은행은 모르고 필리핀만 기억하잖아. 그럼 결국, 돈만 빌려주면 그 ㅆㅂ국격 안 올라간 거잖어!! 또, 1994년에 고속철도 하면서 TGV 산다고 프랑스한테 돈 빌렸잖아. 그래서 프랑스한테 고맙고 막 그런가? 프랑스 물건을 막 사고 싶어? 그럼 1997년에 IMF에서 돈 빌렸으니까 IMF 한테 고마워해야 하고, 그 다음 해에 IBRD 에서도 빌렸는데, 아주 ㅆㅂ 그럼 그것도 고마워 죽겠네?


결론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가난한 나라의 경제가 실질적으로 좋아질 수 있도록 비구속성 원조를 늘리자는 얘기는 '시민단체'수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아니, 시민단체는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아니면 그런 얘기를 누가 하겠는가. 더 적극적으로 우리정부 뿐만 아니라 외국정부에도 계속 해야 한다. 아마도, 전세계의 NGO와 시민단체들이 그런 얘기를 계속 했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의 수준이 기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국민의 세금을 갖고 국가의 경제와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할 행정부가 돈 없다고 '복지'를 축소하는 마당에 '국격'타령이나 하며 다른 나라에 '퍼붓기'할 클럽 같은거나 가입하고 있으면... 이게 되는거냐?


다른 나라들로부터 비구속성 원조를 늘리라는 요구가 얼마나 강하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런 경우에 가장 바람직한 정부의 대응은 한국인이 필리핀 깜빵에서 수년째 외롭게 싸우던 순간에 외교부가 해왔던 것처럼 '무대응' 내지는 '늑장 대응'일 수도 있다. (국민들의 요구는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외국의 요구에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앞으로 필리핀 깜빵에 억울하게 갇히게 될지도 모르는 한국인은 다른 나라 대사관을 통해 외교부로 얘기해야 하는 거냐?)


다른 나라 하는거 눈치도 좀 봐가면서 적당히 은근슬쩍...하든가.


"가부장제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패밀리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겪어온 시어머니에 의해 완성된다." 라는 얘기가 있다. 김어준 총수가 했던 말로 기억이 된다.(아님 말고, 설마 내가 이런 말을 지어냈을리는 없잖아.)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보호무역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후발 국가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도 역시 이를 충실히 따르는 몇몇 호구 국가들에 의해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지금 국제원조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국격'같은 소리나 하면서 쓸데없이 너무 충실히 따르려는 건 너무 모범생스러운 느낌인데, 원래 학창시절부터 죽어라고 성적에 매달렸던 놈들은 지금도 숫자 하나하나 세면서 피곤하게 살고, 뺀질거리고 살던 놈들은 여전히 뺀질거리면서 잘 사는 법이다. (저 위에 있는 표를 보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뺀질이 국가들도 여럿 있잖아.)


뭐...그래도 돈만 많이 써서 그걸로 '국격'을 올렸다고 계속 '정신 승리'나 할거면 그렇게 하시고.

 

 

 


****추가****

 

1. 여기에 인용된 자료들은 본 요원이 UN, OECD, DAC, IBRD, IMF 그외 국내외 다수의 정보기관에 특별한 끈...(같은게 있을 리가 있겠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구글에 뒤지면 다 나와. 니들도 좀 찾아봐. 재밌잖아. 나만 재밌나?

 

2. 최근에 '우리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광고가 아주 자주 나오고 있고, 마치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 밖에 없는 것으로 얘기를 하는데, 사실 2차대전 끝나고 미국은 유럽과 일본에 퍼줬고, 지금의 중국은 원조를 받기도 하면서 아프리카에, 그것도 뭔가 좀 있을 것 같은 나라에 대규모 원조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만 원조를 받아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거나 또는 이게 다 '박정희가카의 새마을운동' 덕분이라는 식의 얘기는 좀 안했으면 좋겠다.

 

3. 미국의 원조로 인해 농업 경제가 붕괴되었다는 얘기를 하면 당연히 나올 얘기는 보릿고개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절에도 누군가는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걸 나눌 수 있었다면 보릿고개에 대한 기억이 그리 참혹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4. DAC 라는 조직에 대해 선악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러나 그 조직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시점은 2005년이고, 실제 가입은 2010년이라는 점은 그 조직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숨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여당 지지자가 DAC를 나쁘게 평가한다면 그것은 2005년 노무현이 시작한 것일테고, 여당 혐오자가 DAC를 나쁘게 평가한다면 그것은 2010년 이명박이 가입한 것일게다.

 

5. 무상원조는 외교부 산하의 KOICA가,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 산하의 EDCF가 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 원조 관련해서 조중동 등 유사언론의 허접한 기사가 나온다면 그것이 무상원조를 늘리자는 것인지 유상원조를 늘리자는 것인지를 살펴보고, 만약 무상원조에 대한 얘기가 우세하다면 외교부가 기획재정부와의 파워게임에서 이기고 있거나, 이기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그딴 소설같은 기사를 즐기는 포인트가 되겠다.

 

6. 외국에 0.01%~2.5%의 이자로 25~40년 상환기간으로 퍼주는 돈을 북한지역에 '구속성 원조'의 형태로 원조를 할 수만 있다면, 국내 건설업계는 4대강처럼 욕먹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왜 쌩판 모르는 남한테는 막 퍼주면서 우리 기업이 다 가져갈 수도 있고 평화정착에도 도움되는 건 못하냐고.

 

이런 건 국민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아...국민들 마음 먹기에 달려있을 때가 좋았는데...지금은 어떤 한 분과 그의 보이지 않는 측근들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서 좀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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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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