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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걸렸다. 운이 어떻게 이리 없을 수가 있나. 넘어갈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던 탓인지, 걱정은 더더욱 심해지기 시작했고 며칠동안 로커한테는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구글로 다른 브로커를 찾아보기까지 했지만, 무조건 돈을 먼저 줘야 하고, 일단 얼굴먼저 보자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캐나다에서 매일매일 입었던 속옷을 다시 빨아 입으며... 왜냐하면 처음 시도할 당시 차에 있던 짐을 로커가 LA로 가는 바람에 자연스레 LA 친구집에 있었다. 짐때문에라도 돌아가지 못했다.


난 로커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도 연락 안 주실거면, 저 그냥 가겠습니다. 한국에, 그리고 동생 한테도 말할 거구요. 지금 장난 하시는 것도 아니고, 2000불 먼저 달라고 해서 줬더니... 연락 주십시오”


라고 문자를 남기자, 숫자 1은 금세 없어졌고,


"어~ 나 지금 모텔로 가는 길이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엔 넘어갈 진짜 좋은 곳으로 정했고, 그쪽 촬영하고 플랜 짜느라고 며칠 걸렸어. 기다려..."


“아~ 그래요? 아저씨~ 왜 연락 안 했어요. 혼자서 조마조마 했어요.”


아... 갑자기 생긋 웃었다...


로커는 2번째 걸리게 한 게 내심 미안했는지 두 손에 먹을 것도 사오고, 미안하단 말을 연신 뱉었다.


"내일 넘어가야 하는 거 보여줄게. 이건 캐나다 쪽에서 찍은 거, 이건 미국 쪽에서 찍은 거."


동영상을 보니, 캐나다쪽 국경 제일 끝 집과, 미국쪽 제일 끝 집이 마주보고 있는 길을 촬영한 것이었으며, 무슨 철책도 없고, 한 1미터 정도 도랑을 건너면 미국이었다.


로커의 플랜은 이랬다.


자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수비대가 자주 서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근데 근무 시간 교대가 되면, 그 차량들이 떠날 것이며, 그 틈을 타 아파트 사이를 지나서 기다리는 차량에 타고, 몇번째서 왼쪽 오른쪽 직진하면 끝이란다. 말은 쉽지, 처음 보는 길을 왼쪽 오른쪽 이러면 누가알아?


“아니, 아저씨... 운전하는 사람이 길 알 거 아니에요?”


"그치그치 내가 다 얘기해 놓을 거니까, 그냥 걱정말고 차에 타서 게임이나 하다가 시애틀 가면 돼."


라고 한다. 난 일단 해변을 피했기 때문에, 그나마 걱정을 좀 덜었다.


"오늘 일찍 자고, 내일 거사 치뤄야 하니까~"


난 한국에 전화해서 내일 넘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얘길 하고, LA 동생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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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2번 걸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마지막 시도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로커가 앞에 있다고 전화가 왔다.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이상한 옷을 주며,


“이걸로 다 갈아입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내가 나중에 LA로 보내줄 테니까.”


"어? 오늘은 아저씨가 운전해 주는 거 아니에요?"


“응 오늘은 내가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외국 여자가 해줄 거야...”


차는 어느 주유소에 다다랐고.


“자 이제 넘어갈려면 한 시간 전이니까. 남은 계산 끝냅시다.”


"뭔 돈을 자꾸 달래요. 넘어가서 준다니까요?"


“아니, 안 넘어 갈 거야? 저기 운전하는 여자애 돈을 줘야지 움직일 거 아냐?"


"아니 그러다가 오늘 또 못 넘어가면 어떻게 해요."


난 반쯤 울먹이는 소리를 냈고, 돈을 줬다가 저번처럼 잡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이번엔 나 믿어, 절대 넘어갈 거니까."


난 남은 잔금 6000불을 다 주었고, 부탁드린다는 말만 하고 불안함에 다리만 떨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 안에서 국경수비대 차량이 없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드디어 차가 없어졌다.


난 검은 모자, 회색 츄리닝, 샌들, 추리한 차림으로 차에서 내려 외국인 여자와 함께 작전 장소로 천천히 걸어갔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JUST GO"란 얘길 듣자마자 미친듯이 뛰었다.


그러다가 잡혔다.



1편 - 밀입국 (링크)

현지 체포, 한국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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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문이 옆으로 덜덜덜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고, 나를 태운 차량은 천천히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도착을 하자마자, (팔목엔 이미 수갑이 채워져 있으니) 발목에 수갑을 한번 더 채우고 손목에 있는 수갑에 연결하는 고리를 하나 더 달았다.


“헤이~ 테러리스트~ 안녕~ 이리 와서 앉아.”


난 어리둥절.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미국에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해... 미국에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해...’


난 중얼거리듯 작게 얘기하면서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자리에 앉았다.


“어이~ 이거 전화기 잠금 걸려있네? 풀어줄래?”


말도 하기 싫었고,


"몰라..."


“몰라? 그럼 여기 사인해봐.”


종이를 들이 미는데, 그냥 언뜻 봐도 잠금을 해제하네 마네, 동의서였던 것 같다.


사인을 하고나서, 내 가방에 있던 모든 것들, 주머니에 있던 담배 라이터, 잔돈, 소지품들이 하나의 비닐백에 담겨졌다. 그 백 안에는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 사원증이 있었고, 그 사원증이 흔들거리자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금세 눈이 퉁퉁부었다.


“야 테러리스트, 울지마. 여기가 놀이턴 줄 알아? 니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인 줄 알아?”


하면서 윽박을 질렀다.


‘미안해, 미안해’ 라고 말을 하며 참아봤지만 틀어막은 손바닥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했다.


“여기 사인해."


또 사인을 하란다. 그 종이는 내가 잡힌 섹터 검거 현황표(?) 같은 거였다. 그날 잡힌 사람이 나만이 아니었다. 중국인, 중국인, 필리핀, 인도, 중국, 중국, 나만 한국... 겁나 울었다. 눈알이 빠지도록 울었다.


그냥 뭘 물어보지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사인만 두 세번, 손/발가락 지장 찍고, 냉장고 문보다 더 두꺼운 철창을 열어서 날 던져버리고는 닫아 버렸다. 차가운 바닥, 여러 개의 담요, 스테인리스로 된 변기, 그 바로 옆은 스텐 세숫대. 거울인지 쟁반인지 벽에 하나 달려있었다.


감옥이다. 감옥엘 들어왔다니, 미국 감옥에...


다행히 난 혼자 수감 되었고, 캐나다 여자도 옆방에 수감되었다. 여자도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를 연신 외치며... 나도 덩달아 꺼이꺼이 울고 있는데,


“헤이~ 길~~~ 내가 너 잡힐 줄 알았다 이 새끼야~ 내가 말했지, 잡히지 말라고. 그나마 나한테 안 잡힌 걸 진짜 다행으로 알아라. 와후~~ 잡았다. 이 새끼야~”


감옥 철문 바로 옆에 상반신이 보일 정도의 큰 아크릴판이 있었고, 밖에서 날 쳐다 볼 수 있었다. 개CXX 새X 하면서 난 큰목소리롤 엉엉 울었다. 울다 보니까 잠이 슬슬 왔다. 아침부터 잠을 한 숨도 못 잤으니까. 한 삼 십분 정도 잤을까? 누군가 창문을 툭툭 치면서 일어나라고 했다.


“어이. 테러리스트, 일어나. 일어나라고!!!”


난 깜짝 놀라서 일어났고, 바닥이 너무 차가웠던지 몸이 나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창문을 보니, 운전했던 여자가 풀려나고 있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미안하다고 눈짓을 보냈다. 나도 말은 하지 못하고 괜찮아, 고생했어, 라고 눈빛을 보내니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서 갔다. 저 여자 때문에 잡혔지만, 지금 와서 이 안에서 원망하면 뭘 할 거며, 욕하면 누가 들어주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리고 날 데리고 갔다. 다리 사이에 쇠고랑 때문에 걸을 때마다 치렁치렁 소리가 따라 들렸다. 복도를 지나서 끝까지 걸어가니, 문이 하나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장차림에 깔끔한 파란 눈을 가진 미국인이 날 쳐다보며 반갑게 인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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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길? 나 FBI에서 나온 조사관이야. 만나서 반가워. 앉아서 얘기 좀 할까?”


총 세 명이 앉아 있었고,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은 다 소속이 달랐다. 한 명은 ICE, FBI, 한 명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국가기관이었던 것 같다.


“나 오늘 휴가였어. 근데 길 때문에 휴가를 망쳤어.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빨리 말하고 빨리 끝낼 수 있음 좋겠어.”


난 고개를 들고 얼굴을 천천히 쳐다 보았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미국에 있을 방법은 없어? 내가 점프한 건 미안하지만, 나도 그럴 사정이 있었어. 내가 미국에 있을 방법이 없을까?"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인데. 어떻게 어떻게 끼워 맞춰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나 예전에 한국에서 미국 대사관 갔다가 비자 거절당한 적이 있어. 근데 한국에서 너무 살기 싫어서,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있었어서... 회사 다 그만두고 점프를 시도하게 됐어.”


말을 하면서 울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나 좀 도와줘. 난 미국에 있어야만해.”


"지금 당장은 니가 미국에 있을 방법은 없어. 그치만 내가 너의 기록을 보니까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으니까, 일단 눈물 그쳐. 그리고 내가 묻는 거에 대답을 성실히 잘 하면 충분히 도와주겠어."


거짓말이건 뭐건, 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FBI 직원에게 털어 놓았다. 난 원래 관심있게 보는 건 기억을 잘 하는 편이다. 그냥 생각없이 보는 번호판은 잊어먹고 마는데, 눈여겨 보는 것은 오래 기억을 한다. 당연히 브로커의 번호판을 다 외운 상태였고, 차종까지 아는 것을 모두 알려줬다. 잡히자마자 전화기는 잠금이 풀린 지 오래였기 때문에 그들은 브로커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어떤 사진을 보여주며,


“니가 말한 사람이 이 사람이야? 안경 끼고?”


무섭다. 이 사람들 모야... 내가 준 차 번호판으로 그 사람의 얼굴까지 찍어왔고, 내 휴대폰에 있던 문자 내용을 다 복구 했는지, 이름까지 다 알고 있었다.


“이사람한테 전화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었어. 내가 방금도 했는데 꺼져 있어.”


“그래도 솔직히 잘 말해줘서 고맙고, 넌 내일 시애틀에 있는 이민국수용소로 옮겨질 거야. 거기서 수사 잘 받고, 협조하지 않으면 힘들 거야. 추방이 결정 돼도, 거기서 진행될 거고.”


조목조목 말해주면서 은근 겁을 줬다.


난 쇠사슬을 바닥에 끌며 다시 감방으로 돌아왔고,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 밑에 조그만 식사구를 통해 샌드위치가 들어왔다.


“배고프지? 이거라도 먹고, 잘 수 있으면 푹 잤음 좋겠어.”


그래도 불쌍했는지 말이라도 건네줬다. 샌드위치는 딱딱한 식빵에 딱딱한 치즈, 오렌지 한 개, 컵 한 개. 난 정신없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 맛있네. 미국빵 맛있네~ 아 맛있어~”


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라서 그랬을까? 국경수비대 애들은 다 군복을 입고 있어서 더워서 그랬을까? 에어컨 바람이 그렇게 추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바닥은 세멘 바닥이라서 그랬는지, 하루종일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잔 것 같다. 지푸라기 이불을 덮고서...


해가 뜬 건지 진 건지 아침인지 밤인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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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잠은 잘 잤다. 아침이 밝은 건지 뭔지, 독방 안에서 보이는 창문으로 어제 밤엔 보이지 않았던 수비대들이 커피를 마시며 한가롭게 떠드는 모습을 보고선 '아침이라 출근해서 모닝커피 한 잔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작은 배식창구로 어제보다는 조금 먹을만해 보이는 샌드위치를 처다 보고, 난 모닝커피 대신 짠 눈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변기 쪽으로 걸어가니, 벽에 붙어 있는 은쟁반 거울 속 내 모습이 그냥 처량하고 구질구질해 보였다. 수도꼭지를 틀고 흐르는 물에 얼굴을 닦아 보았지만 두려움과 슬픔까지는 닦아내지 못했다.


“어이 테러리스트~ 잘 잤어? 오늘 넌 시애틀에 있는 감옥으로 가게 될 거야.”


전에 날 두 번이나 잡았던 국경수비대가 놀리듯이 웃어댔다.


‘그래... 고마워, 알려줘서...'


애써 침착한 척 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웃어? 웃겨? 테러리스트? 감옥이라고, 감옥이 뭔지 잘 모르나 본데? 잘 가라~”


'그럼 니 앞에서 펑펑 울까?'라고 중얼거리며 뒤로 돌아서서 말 그대로 펑펑 울었다.


운송차량은 운전만 할 수 있게끔 앞만 보이고 뒷쪽은 전부 다 창살로 가려져 있었다. 유치원생이 봐도 죄수 호송차였다. 가슴에 G.E.O. 라고 크게 쓰여져 있는 반팔티를 입은 덩치 큰 남자 둘이 나의 양팔을 잡고, 수갑을 다시 확인하며 입을 막기 시작했다. 차에 태우고 나서도 시트와 수갑 사이에 수갑을 더 채웠다. 운전석에 탄 G.E.O. 직원이 뒤를 돌아보며,


“한 2시간 쯤 갈 건데, 가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그냥 싸야 해. 널 내려 주거나 차는 신호가 걸리지 않는 이상 감옥으로 향할 거야.”


"어? 나 지금 오줌 마려운데... 지금 싸고 가면 안 되나? 2시간은 못 갈 것 같은데..."


“왓 더 뻑. 타기 전에 말하지..."


"니가 안 물어 봤잖아. 2시간을 가는지 20시간을 가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1시간 30분만 참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투덜투덜 거리면서 일부러 손에 쇠고랑이 부딪히게끔 풀기 시작한다.


“빨리 다녀와, 독방으로 다시 집어 넣는다.”


진짜 맘 같아선 대변까지 보려다가, 창문이 너무 커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운전수는 운전을 하면서 온갖 욕을 해댔다. 니네 때문에 매일 매일을 4시간씩 운전해서 여길 온다는 둥, 아주 없애 버려야 하는 인간들이라는 둥, 돌아다니다가  자길 만나지 말라는 둥 못 알아듣는 줄 알고 겁나 욕을 해댔다. 난 일일이 한국어로 대답을 다 했다. 욕도 섞어 가면서, 입을 막았을 뿐이지 꼬맨 건 아니니까.


2시간을 정신없이 달리고 꾸벅 꾸벅 졸고 있던 난, 차가 정지하는 느낌을 받고 천천히 눈을 떴다. 앞을 보니,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고 지나가고 난 후에, 내 눈앞에는 감옥 입구가 서 있었다. 입구 옆쪽엔 'Northwest detention Center'라고 크게 쓰여져 있었다. 차는 어느새 아주 큰 철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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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이익- 쇳덩이가 바닥에 있는 레일을 사정없이 긁으며 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니 안쪽에 한 개의 작은 문이 더 있었다. 감옥은 한 번에 두개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것 같았다. 뒷쪽에선 쇠 긁는 소리가 다시 났다. 소리가 멈추자 앞쪽에 있는 작은문이 덜컥 소리와 함께 열렸다.


진짜 감옥이다. 벽을 빙 둘러서 있는 작은 감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운데는 경찰인지 뭔지 가슴에 뱃지와 이름표를 하나씩 달고 죄수들을 맞이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보였다.


나 역시 죄수였고 혼자 감옥에 갇혔다. 한국으로 말하면 감별소 같은 거였나 보다. 국경수비대 감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날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감옥에 들어가니, 벽에 붙어 있는 전화기가 보였다. 난 전화기부터 집어들었다. 난 괜찮지만 지인들이 걱정할까 싶어서... 당연히 전화는 작동이 되지 않는 전화기였다. 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이곳에선 아무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문이 덜컥 열리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난 어떤 멕시칸과 함께 작은 방에 들어가 서 있었다. 오늘 나처럼 이 쪽으로 온 사람이 꽤 많은듯 했다. 작은 방안 벽에는 사람들이 벗어 놓은 바깥의 흔적들이 작은 가방에 담겨 있었고, 나 또한 모든 걸 벗어 던지고 서 있었다. 가방에 들어갈 것도 별로 없었다. 난 가방에 내 이름을 쓰고 죄수복으로 갈아 입었다.


다시 감옥으로 들어왔다. 난 은쟁반 그릇을 처다 보았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안경은 나사가 빠졌는지 귀에 걸리지 않고 자꾸만 흘러 내렸고 죄수복은 누가 입었던 걸 주는 건지 목은 다 늘어나 있었고, 안 그래도 마른 몸에 제일 큰 옷을 줬는지 흘러내리고 있는 바지 허리춤을 두번 정도 뒤집어 까고도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내 이름을 불렀다.


난 의자에 앉아서 G.E.O. 직원과 마주 앉았다.


“환영해, 수용소에 온 것을. 오, 한국사람이네? 여기 한국사람들도 좀 많아. 니가 마주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게 말하는 건지 나쁘게 말하는 건지.


"으응..."


난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조차도 믿기 싫었다.


"여기서 얼마나 지내야 하지?"


“뭐, 길게 있는 사람은 10년도 있고, 짧게 있는 사람은 3개월 정도?”


10년... 1년도 있기 힘들 것 같은 이곳에서 10년을 어떻게 있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꾸 테러리스트라고 불렀으니까.


“자, 길. 이제부터 우리 수용소에서 너의 모든 것을 통제할 거야. 감옥이니까. 이게 네 죄수번호고. 사진 찍어야 하니까 카메라 봐.”


사진을 찍고 난 후에 파란색 아이디를 주며,


“이게 이 안에서 사용하는 네 아이디고, 잃어버리면 말해.”


난 그냥 가슴에 있는 포켓에 집어 넣었다. G.E.O.는 내 소지품들에 하나하나 죄수번호를 적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 미안한데. 나 전화기 안에서 번호 몇 개만 적으면 안 될까?”


그것까지는 허락을 해 주었고 난 전화기를 받아 들고 전원을 켰다. 전화기 비밀번호도 풀려 있고, 영어로 바뀌어 있었다. 전화기를 싹 뒤진 것 같았다. 난 몇 개의 번호를 적어들고 카카오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문자 앞 마디만 살짝 보고 울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메시지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잡힌 거야?", "연락 좀 해줘... 전화기 잃어 버렸어?", "시애틀이야? 걱정하니까 문자 좀 줘..."


난 울음을 그치려 애를 썼다. 그래도 착한 G.E.O.다. 휴지를 주며 눈물을 닦으라 하고, 큰 박스 안에 여벌의 옷을 더 넣어주며 나중에 또 보자고 하며 저쪽에 서 있으라고 했다. 난 훌쩍거리며 벽을 보고 서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가 날 불렀다.


“길~ 보건검사 받아야 하니까 이쪽으로 서.”


박스를 들고 병원 표시가 있는 곳으로 향하니, 그곳 만큼은 바깥에 있는 병원이랑 똑같은 분위기였다. 아시아인 여성 간호사 한 명이 뒤뚱뒤뚱 걸어서 내쪽으로 오더니 흐르는 안경을 스윽 올리며 올려다 봤다. 이쁘진 않았지만 환하게 웃어주는 모습이 좋았다. 언뜻 보기에도 한국사람이었고 이름도 한국 이름이었다.


그래도 난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여성 역시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날 담당한 군의관 여성 또한 한국 여자였다. 나이는 40을 훌쩍 넘긴 듯 했고 내가 말을 못 알아 듣겠다고 하니, 한국말을 사용했다.


“제가 하는 질문 외에는 받지 않을 겁니다.”


“한국에서 어디 아파서 병원 간 적 있나요?”


를 시작해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을 물어봤다.


"좀 어지러운 거 빼고는 아픈 데 없어요."


라고 말을 하고 길게 말을 하지 않았다. 맘 속에선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수 있나요?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국사람 여기서 보신 적 있나요? 죄수 중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건강검진이 끝나고, 감방으로 갈 시간인 듯 했다. 흘러내리는 바지를 힘겹게 붙들고 작은 복도를 걸어가니 벽 끝 쪽에 철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도관이 벨을 누르자, 띠익~~~ 하면서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또 하나의 문을 지나고 하나의 문을 더 지나고 왼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복도와 감방 사이에 있는 큰 아크릴판 창문. 안에서 긁었는지 밖에서 긁었는지 안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건 엄청 많은 인원이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감방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서 있는 앞의 벨을 누르자, 털컹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삐라~~~~~ 삐라~~~~~~~""


몇 명 인지도 모를 많은 인원들이 날 향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잘 시간이 다 된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침대에 앉아서 미친듯이 날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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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west detention Center


"아... 이제 어떻게 하냐... 어떡해..."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기사


1편 밀입국

2편 국경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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