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개월 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이름을 들었다. 그 집 가족만 해도 몇 명인가.(절레절레) 더는 새로운 이름을 뇌에 새기기 어렵겠다 생각했던 그때, 내 뇌를 파고 들어온 이름 두 개.

서석구 변호사

그리고,

김평우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일종의 태극기 어벤져스 중에서도 유독 두 분은 헌법재판소에서 연일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마치 어벤져스 중에서도 캡틴 아메리카랑 아이언맨 같은 존재랄까. 고령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의 고유한 깽판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이 둘의 실시간 검색어 장악력은 열애설 터진 연예인의 그것에 견줄만하다.

감히 국론 분열이라니

그런데,

이 훌륭한 콘텐츠를 두고도 깽판이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감히 우리의 (아직까지는) 대통령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국론 분열을 앉아서 목도할 수만은 없었던 본지,

그래서 <깽판 지침서>를 준비했다. 세상 약한 여자 한 분을 변호하는 분들이 그분의 뜻을 거스를 리 없다고 판단, 오늘만은 본지와 함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깽판 지침서>를 일독해주시리라 믿는다.

실전 깽판 지침서

국어사전을 참고했을 때, 일반적으로 깽판의 목적은 무언가를 훼방하거나 망치는 데 있다. 다만, 대통령 대리인단에게 주어진 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 깽판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생략하고 효과적인 실전 깽판술과 그 예시를 준비하였으니 그 점을 유념하시고 읽어주시면 되겠다.

1. 난이도 下 - 드러눕기

가장 쉬운 방법인 드러눕기는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옷에 먼지가 조금 묻는 것 말고는 깽판러가 감수할 위험부담이 크지 않아 어린이들을 비롯한 초보 깽판러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쉽다고 해서 효과가 적을까. 위와 같이 여러 명이 드러누우면 시선을 강탈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게 당혹감을 주기 쉽다. 대리인단 전부 동원해 헌법재판소 내 단체 드러눕기도 시도할 만하다. 여기에서 소리내어 울거나 팔다리를 휘적휘적 흔들면 효과가 더 높아진다.

이렇게 휘적거리다보면

피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난이도 中 - 정신 흐리기

이 깽판술은 서석구 변호사와 김평우 변호사에게 각각 다른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헌법재판소 내 '태극기 퍼포먼스'로 헌재 BJ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에게는, 헌재에서 태극기를 흔들 수밖에 없었던 그의 흥에 맞게 흥력으로 재판관 정신 흐리기를 추천한다.

솔직히 이 정도 태극기 흔들기 가지고는 깽판이라 하기 힘들다. 헌재 재판관들의 정신을 흐리려면 손에 든 태극기를 꽉 쥐고 조금 더 움직일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어 이렇게라든지,

이 정도 결기는 보여줘야 한다. 단, 지난번 태극기 퍼포먼스를 교훈삼아 헌재 경위가 다가오기 전에 짧고 굵게 끝내야 한다.

매사 화가 많은 듯한 김평우 변호사에게는 

깽판의 고전, 상엎기를 추천한다. 단, 상 엎으실 때 소중한 저서인 '탄핵을 탄핵한다'는 오른손에 꼭 쥐고 계시기 바란다.

난이도 上 - 탈의

최종 변론일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대통령을 위해 모두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다면, 탈의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단, 탈의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보고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고르시면 된다.

걍 이렇게 시원하게 벗을 수도 있겠지만 벗는 방식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상의탈의를 한다면? 옷이 상하지 않지만 보는 이의 충격이 덜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반쯤 벗기도 전에 경위가 다가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셔츠 찢기. 빠르고 충격적이다. 위 움짤처럼 세차게 벗어제끼면 제아무리 젊은 경위여도 미처 말릴 수 없다. 쇄골 부위에 태극기 문신이라도 하는 날에는 효과가 더 커진다.

하지만, 도저히 훤한 대낮에 이런 탈의가 어렵다면,

수줍은 복근 공개와

수줍은 뒷태 공개도 충분히 가능하다.

탈의와 드러눕기를 합치면 파괴력이 더욱 커지니 참고해보도록 하자.

아, 물론 상의만 탈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음, 그러니까

...???

아, 이건 아무래도 안 하는 게 좋겠다.

번외편 - 트렌드 벤치마킹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야 비로소 깽판은 완성된다. 눈길을 끌기 위해선 비교적 최근 깽판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나이를 고려해 그나마 몸을 덜 쓰고 앉아서 깽판치는 법을 생각해보자면,

역시 이것이 좋겠지.

앉아서 치는 깽판이 보기에 다소 지루할 수 있으니 이런 대사를 응용해 소추위원들과 재판관들에게 어필해보자. 물론 기내가 아니라 헌재더라도 포박당할 수 있다.

이상으로 대통령 대리인단을 위해 준비한 <깽판 지침서>를 마치기로 한다. 잦은 막말과 협박, 태극기에 지루해진 국민들을 위해 부디 고퀄 깽판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감히 이런 행동을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국론 분열러들에게 일침을 날리기 위해서라도 고퀄 깽판을 보여줄 당위성은 충분하다.

끝으로, 젊은 사람이면 '야'쯤은 마구 날리시는 김평우 변호사님을 포함한 변호인단분께 젊은 사람이 높임말로 말씀드리겠다.

변호인단 여러분, 가짜 뉴스 때문에 화나시죠? 저희도 화납니다. 그러니 부디, 이 깽판의 정석을 참고하시어 진짜 뉴스거리 하나 만들어주시죠. 김평우 변호사님이 싫어하시는 쓰레기 언론이 아닌, 민족정론지 딴지일보가 보도하겠습니다.

이런 뉴스거리, 기대하겠습니다.

딴지일보 인지니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