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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한풀 꺾였던 특검팀에겐 호재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수사해야 할 건들이 많이 남아있다. 탄력을 받았으니 좀 더 전투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차례지만,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았다. 대한민국을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던 장본인들이 책임을 못질망정 수사도 못하게 하고 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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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해는 간다. 지금이야 박근혜-최순실에 ‘직접적으로’ 부역한 이들을 수사하고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이번 사건과 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까지 모두 수사 대상이 될 거다. 수사 기간을 짧아야 떡고물 먹은 흔적을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다.


새누리당은 오래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링크). 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독재를 통해 세뇌 받은 이들의 세력을 등에 업고 박근혜를 대통령에 앉혔다. 이런 이들에게 도덕적 양심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사실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국민들에게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대통령도 말을 바꾸는 마당에 누구를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들의 이와 같은 ‘염치없음’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보이는 곳에서는 마치 대단한 수고라도 하는 것처럼 멋들어지게 꾸미대지만, 실상은 이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필자가 주영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시절인 2015년 6월, 친박계 최경환, 현 의원이자 당시 경제부총리 겸 총리대행(이하 최 전 총리)이 영국을 방문했었다. 국무총리 대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와 한국경제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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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5년 6월은 한국이 메르스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던 때였다. 위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 이와 관련된 최 전 총리의 행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하여 국가 재난 상황에 매우 잘 대처했다고 보도되었다. 이 기사를 읽었던 분들은 최 전 총리가 나라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기사의 마지막에도 언급된 것처럼,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국민들도 정부의 노력에 진정성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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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럴까? 메르스 사태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던 정부와 각 부처의 협력이 있었음에도 왜 실패한 것일까. 중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하나로 어떻게 대한민국이 전체가 위기 빠질 수밖에 없었는가?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한겨레>의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6월초의 혼란과 불안을 떠올려보자. 초기대응이 실패했다는데, 무엇이 잘못되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서울시가 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격리한 것은 잘한 일인가 아닌가? 국가와 리더의 책임을 묻던 기억이 벌써 희미하다.”


그렇다. 통계만 보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격리되었던 사건이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다들 ‘최선을 다했다’고 하고, ‘안타깝다’고 말은 하지만, 전혀 전달이 되지도 위로가 되지도 않는다. 애초부터 별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을 방문했던 최경환 전 총리는 기사에 묘사되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총리 대행으로 행정 각부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그가, 진심으로 마음을 쓴 일은 다른 것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관료가 방문하면 외교관들은 초긴장 상태다. 의전 준비는 물론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이런 자세 때문에 국회의원 및 고위관료들이 해외를 방문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대사관 측에 개인적인 일까지 부탁하는 모양인데, 최 전 총리도 다르지 않았다. 영국에 오기 전부터 여러 가지 요청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여자였다.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어떤 여성이 최 전 총리와 함 영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직원들 중에 최경환 전 총리에게 내연녀가 있는 것은 아니냐며 의구심을 품는 이도 있었지만, 내연녀가 아니라 최 전 총리의 딸이었다. 미국 복수국적자이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최 전 총리의 딸이 왜 갑자기 영국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당시 대사관 내에서는 딸의 뮤지컬과 식당예약 등을 주문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관광차 영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공무상 영국을 방문하는 것인데다, 가족을 불러들여 여가를 즐길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당시로썬 매우 어이가 없었다. 고국에서 백성들은 풍상고초를 겪고 있는데 자신의 딸 만큼은 영국에서 최대한 혜택을 누리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딸 챙기느라 바빴던 분이 국내에서 발생된 메르스 사태에 얼마나 관심이나 있었겠는가. 언론의 뭇매를 맞을까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하긴 했지만, 최 전 총리가 짧은 기간 영국을 방문했던 행적을 미루어 보면, 국가가 왜 그렇게 어수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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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위 기사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처가 왜 이렇게 미흡했는지 답이 나온다. 당시 새누리당은 고정적인 지지층이 있었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미흡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삼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문제를 삼는다 하더라도 막강한 권력 앞에서는 우이독경.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신 대통령과 그 밑에서 권력을 나눠 먹으며 각종 특권을 누리는 이들이 메르스로 누가 죽고 누가 병들었는지 관심이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세월호를 생각해보면 뒤에서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동했을지 답이 나온다. 그저 내 자식이 좀 더 멋진 것을 보고 내 몸 하나 좀 편하면 된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누가 그랬던가. 정치에 관심 갖지 않으면 저속한 인간들에게 통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나라를 위한다고 하는 저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채우려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렇다고 스스로 인식조차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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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특검을 막아선다. 세월호로, 메르스로, 그리고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를 갖고 있는 그들이 제대로 나라를 세워보겠노라 모인 국민들을 우롱하고 나섰다. 나라야 어떻게 돌아가든, 내 살 길 찾아 나선다는 이기심 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건데도 말이다.


박영수 특검은 국민들의 이례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라고 볼 수 있는 한국 최고 재벌 총수를 구속시켰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장관과 비서실장도 구속시켰고, 국정농단 관련자들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런데,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한 사람들의 집단이 기회를 날리려 한다.


국민들에게 본인들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그들 스스로는 알고 있을까? 국민들도 더 이상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실상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 속지말자. 더 이상 속아주지도 말자. 그리고 특검이 연장될 수 있도록 어떻게든 힘을 모았으면 한다.





BRYAN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