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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4.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그럼 왜 은하와 항성과 행성 등을 만들고 묶는 이 거대한 중력이 형편없이 약한 힘이라는 걸까...?


아래 사진을 보자.


 파토1.JPG


우리 소시적에 한번쯤은 다 해본 짓거리다. 서양애들이 풍선으로 잘 하는 거에 비해 우리는 책받침 같은 걸 많이 썼다. 그리고 과학에 도무지 관심도 취미도 없는 사람들도 이게 뭣땀시 일어나는 현상인지는 알고 있다.


글타. 정전기.


요놈은 이를 테면 마찰을 통해 일어나는 전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본 코너의 취지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암튼 정전기로 머리카락이 저리 곧추서는 거, 새삼 신기할 것도 없고 그저 그런 현상이다. 그럼 이게 절라 약한 중력하고는 무슨 상관이냐.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저렇게 된다는 것은, 저 순간 머리카락을 위로 끌어올리는 힘이 땅 쪽으로 떨어트리는 힘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전자의 힘은 정전기고 후자의 힘은 지구 질량에서 생겨난 중력이다. 이건 결국 지구 전체의 중력이 저 작고 가볍고 하찮은 풍선과의 마찰에서 생겨난 전기의 힘조차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니 중력은 약한 거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데, 실제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중력은 전자기력보다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배 약하다. 이 숫자를10의 40승이라고 하는데 일십백천~ 식으로 읽으면 열분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정’이라는 수가 되고, 인류가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별의 수보다도 훨씬 크다. 우웃.


이렇듯 중력은 어이없이 작은 힘이지만, 전자기력이나 나머지 힘들에 비해 월등한 강점이 있다. 일단 물질의 성분에 관계없이 모아서 덩어리로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커진다. 전자기력이 아무리 센 힘이라 한들 돌, 연필, 밀가루, 흙, 개, 담배꽁초, 철, 바퀴벌레, 물, 사람 같은 것을 마구 뭉쳐놓고 지징- 강해지길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력은 이런 게 되는 거고 이때 중요한 건 오직 질량뿐이라는 사실. 생각해 보면 지구도 저런 잡동사니들의 총합이니 말이다.


둘째는 멀리까지 전달된다는 점. 전자기력도 중력처럼 멀리 가긴 하지만(티비나 휴대폰 의 ‘전파’는 물론 태양빛과 별빛 등 각종 전자기파가 전부 전자기력에서 비롯) 천체의 운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힘’으로서의 역할은 중력과 비교할 수는 없다. 나머지 힘들인 강력이니 약력이니 하는 건 전부 미시 차원에서만 작동한다. 암튼 대략 이 두 가지 속성 때문에 중력은 지구와 태양, 은하 등의 운행을 지배하는 힘이 되는 거다.


근데 좀 깊이 들어가보면 중력에는 또 좀 기묘한 특징들이 있다. 일단 중력은 다른 것에서 만들어 낼 수 없다. 전기력과 자기력은 원래 다른 힘으로 여겨졌지만 코일과 자석을 사용하는 발전기나 전자석의 예처럼 서로 교환되는 힘이라는 사실이 19세기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 말은 전기를 자기로, 자기를 전기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고 이렇게 전자기력 electromagnetic force라는 통합된 힘이 등장하게 된다. 허나 중력은 이런 식으로 다른 것에서 변형시켜 만들어 낼 수 없다. 한편 중력은 막을 수도 없는데, 핵력은 아주 짧은 거리에만 미치고 전자기력은 특정한 물질 등으로 차단하는 게 가능하지만 중력은 그런 게 안 된다(중력 좀 아시는 분들은 요 시점에서 안티 걸고 싶어 근질근질하겠지만 좀 참으시라들).


헌데 중력의 신비를 정말로 알아 보려면 우리는 반드시 하나의 이론에 접근해야 된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 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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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의 좋은 예] 일렉트릭 기타야말로 전형적인 전자기 유도의 예.

영구자석으로 된 픽업 위에서 쇠로 된 기타줄이 진해서 

를 만들어 내고 그 전류가 앰프로 전달돼 소리로 바뀌기 때문.

맥스웰과 패러데이가 없었다면 록도 없었다...


위 양반이 젊었을 때인 1915년에 발표된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 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반 상대성이론의 중심 개념 중 하나는 중력의 힘과 일상적인 운동에서의 가속도가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 그럼 이게 대체 뭔 소린지, 지구를 예로 들어 함 설명해 보자.


지구의 중력은 약 9.8km/s 로, 1초당 초속 9.8m씩 빨라지는 가속도로 작용한다. 따라서 10초 동안 떨어진다면, 공기저항 등을 무시하는 경우 땅에 부딪히는 순간에는 초속 98미터에 도달하게 된다. 1초에 약 100미터를 가는 셈이니 우사인 볼트보다 10배 가까이 빠른 속도고 시속으로 환산하면 물경 352 킬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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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 가속도의 원리를 안다면 절대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안 된다.

15미터 높이의 다리라면 물에 부딪히는 순간의 속도는 대략 

15m, 즉 시속 54km가 된다. 다이빙 선수 수준의 입수를 하지 는 한 

신체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자동차던 로켓이던 사용해서 이 지구 중력과 같은 크기의 가속을 한다면 어떨까. 이럴 때 비록 한 쪽은 질량(지구)이, 한 쪽은 운동(엔진의 추진력)이 원인이지만 나타나는 결과나 효과는 서로 완전히 동일하고 어떤 관측이나 계측으로도 차이를 찾아낼 수 없다는 사실.


머 본의 아니게 좀 복잡하게 됐으니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우원의 체중이 80킬로그램이라면, 우원은 항상 그만큼의 중력의 힘을 받으며 살고 있는 거다. 가만히 있을 때는 잘 모르더라도 위로 점프를 하거나 어디서 뛰어내려 보면 즉시 체중에 해당하는 무게감과 충격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로켓이 하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로켓은 주위의 중력 영향이 거의 없는 먼 우주의 우주정거장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고 우원은 그 안에 서 있다.


 파토4.JPG

 

저 안에 타고 있는 이상한 넘 같은 식으로 

서 있다고 가정하는 거다.


그리고는 지구 중력과 같은 9.8m/s 의 가속도로 로켓이 발사된다. 그러면 그 속에서 나는 진행 방향의 반대 쪽인 발 쪽으로 지속적인 압력을 느끼게 된다. 관성 때문이다. 근데 로켓이 지구의 중력과 똑같은 가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내 발은 정확하게 80킬로그램의 체중을 받게 된다. 그 속에서 점프를 한다면 지구상에서 점프하는 것과 똑같은 높이만큼 뛸 수 있고 같은 충격을 받으며 떨어지게 된다. 즉, 이 상태는 내가 지구상에서 지구 중력을 받고 서 있는 것과 똑같다. 그냥 중력 ‘효과’가 나는 게 아니라 물리적인 측면에서 진짜로 똑같은 거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걸 과학 용어로 중력 질량과 관성 질량이 같다고 하고, 이게 바로 일반상대론의 기본 개념인 등가원리(等價原理)다. 그리고 이런 면이 중력을 전자기력이나 핵력 같은 자연의 나머지 힘들과 구별하게 만드는 기묘한 특성이기도 하다.


 파토5.JPG

 

시티 오브 놀음. 미쿡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놀이기구, 빅 샷.

자이로드롭과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치솟아 올라간다. 

때 탑승객들은 순간적으로 구의 중력에 더해 

빅 샷의 도가 합해진 압력을 받고 그만큼 몸이 무거워지게 된다. 

의 압력은 중력 질량에 의해, 후자는 관성 질량에 의해 생겨는데 

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등가 원리의 관점에서 보면, 아까 앞에서의 이야기와는 달리 실은 중력이야말로 걍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무엇이다. 지구 정도의 중력이라면 뛰던 날던 9.8m/s 의 가속도만 만들어 내면 얻을 수 있는 거다. 반대로 중력을 없애는 것도 가능한데, 작용하고 있는 중력과 상쇄되는 가속도를 만들면 된다. 지난 편에서 대충 뭉뚱그리고 넘어간 그래비티 영화에서 등장하는 무중력 상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ISS 나 허블 정도의 저궤도상에는 상당한 지구 중력이 미치고 있는데, 다만 지구 둘레를 엄청난 속도로 도는 인공위성의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중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걸 실제로는 중력이 작용하지만 무게를 느낄 수 없다고 해서 ‘무중량 상태’라고도 말하지만, 중력과 그 외 가속도 운동의 본질적인 동일성을 강조하는 일반 상대성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실제 중력’ 이라는 것도 별 의미가 없는 말이다.


 파토6.JPG

 

스탠리 큐브릭과 아서 클락의 <2001 Space Odyssey>의 한 장면.

원형으로 만들어져 회전하는 선내에서 발생한 원심력이 중력으로 작용,

주인공 보먼이 일상적인 차림으로 조깅을 할 수 있다.

은 회전하는 속도가 일정하더라도 성질상 가속도 운동에 포함됨.


이런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과연 중력이라는 게 진짜 개별적인 힘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만유인력이라는 이름에서처럼 정말 우리 속(질량을 가진 물체)의 뭔가가 서로를 붙잡아 끈끈하게 끌어 당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빅 샷이 우리를 쏴 올릴 때 나타나는 그 힘처럼 애초에 좀 다른 관점의 접근이 가능한 걸까.


머, 그래비티 영화 나온 김에 중력 이야기 좀 할려다가 너무 복잡하게 가는 것 같지만, 암튼 그래서 우리는 다음 시간에 일반상대론의 또 다른 중심 개념인 ‘구부러진 시공간’을 찾아간다.


이게 정말 신기한 것이여.



- 다음 시간에 계속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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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