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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9. 화요일

아까이 소라














위험하고 찌질한 유혹 2 - 실전 편




잠시 휴식 차 런던에 다녀 왔어. 파리에 비해서 넓고 깨끗하더라. 어쩌면 파리는 (특히 지하철은) 서유럽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일 지도 몰라. <위험하고 찌질한 유혹>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특히 프랑스에서처럼 길 가는데 붙들고 수작 거는 놈팡이들이 없는 게 참 인상적이더라.

 

아니라고? 런던에도 있다고? 뭐, 있겠지. 남자와 여자가 있는데, 혹은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있는데 수작이야 어디든 없겠어. 한국에서도 길거리 헌팅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아니라고? 한국에 없다고? 그건 니가 한 번도 ‘못’ 겪어 본 거야. 그러는 나님은 겪어봤냐고? 노코멘트로 해 두자. 적어도 여기(파리)에선 하루에 과장 좀 더 보태서 수십 번도 더 겪고 있어. 아니, 프랑스에서 흔히 보인다는 그 ‘작업’이 얼마나 특이하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느냐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놈의 위험하고 찌질한 유혹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도록 할게. 아! 맞다, 그 전에, 우선 여기에서는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찌질한' 수작만을 대상으로 함을 밝혀둠. 왜냐구? 젊은 층에서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프랑스에서 '작업'의 주체는 남자들인 경우가 훨씬 많거든. 인터뷰를 해 보니, 지방인 경우, 그리고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남자들 왈,

 

"먼저 작업 거는 여자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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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니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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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니가 작업하는 것도 아닌데 무섭긴 뭐가 무서워…!

 

뭐냐, 이 찌질한 반응은? 뭔가 충격적이지 않아? 왠지 프랑스는 그런 거에 개방적이고, 여자들이 먼저 눈웃음 치고 말 걸고 작업도 걸고 연애도 하고... 음... 막 더 그럴 것 같잖아?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라틴계인 이놈의 나라는 상당히 마초적이라는 거. 그래서 뭐랄까? 먼저 작업 거는 여자는 뭔가 의도가 있거나 몸을 파는 여자이거나 혹은 정신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지방에 살수록 이런 사고방식이 강한 듯.

 

자, 그럼 이제 진짜로 본론!



유형 1. 극소심 형


가령 니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쳐. 그런데 길가에 있던 어떤 놈팡이가 너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만 너의 눈을 바라보려 애쓰며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jolie(졸리, 예쁜데?)', 혹은 'belle(벨, 아름답군요!)'이라는 단어를 뱉어내는 거야. 그게 다야.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가면 돼.

 

근데 사실 얘네들도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큰 반응을 기대하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아.

 

굳이 칭찬에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싶다면, 절대 부끄러워하지 말고 너의 아름다움에 자부심을 느끼며 최대한 시크하게 'Merci(멕씨, 고마워)!' 한 마디 날려 주고 그냥 가던 길 가면 됨. 여기서 포인트는 '시크'해야 한다는 것.

 

괜히 어설프게 부끄러워한다거나 처음 듣는 칭찬에 황송해 하며 밝게 웃는다면? 그 다음엔 그 놈팡이가 어떻게든 그 대화를 이어가려고 할 거야. 그게 언어의 대화든 몸의 대화든. 어떻게 아느냐고? 겪어 봤으니 알지, 어찌 알겠어.

 

벌써 10년 전 이야기. 고등학교 때부터 프랑스어를 전공한 필자에게 프랑스는 정말이지 꿈과 환상의 나라에 다름 아니었어. 처음으로 프랑스 땅을 밟았을 때의 그 황홀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하지만 알지? 꿈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런 일 따위는 생기지 않았을 텐데, 젊음이란 어리석음의 동의어이자, 그 어리석음을 극복해 나가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

 

여튼 그 때는 프랑스 땅에서 길거리의 '봉주르'만 들어도 몸에 전율이 오던 그런 시기. 누군가 날 보며 '마드무아젤, 부 제뜨 졸리(아가씨, 예쁘시네요)'라 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더랬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 가령 백발이 무성하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였어도 그랬어. 내게 말을 거는 사람에게 친절해야 할 것만 같은, 위대한 한국의 예절 교육을 확실히 받은 소녀의 반응은 그럴 수밖에.

 

그런데 그러잖아? 그러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그 때부터 나를 따라오며 계속 말을 붙여. 안되겠다 싶어 '시간 없어요 죄송해요!'라며 발걸음을 재촉하며 도망가며 상황을 모면하긴 했지만 일은 얼마 안 되어 터지고 말더라. 참고로 내가 살던 스튜디오 건물 앞에는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항상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던 광장이 있었더랬어. 집으로 들어가려면 어찌 됐든지 그 곳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그런 구조.

 

그 날도 '고마워요', '죄송해요'를 연신 남발하며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어. 그런데 그 광장 한가운데 정도 갔을까? 저기서 내게 몇 번인가 말을 붙였던 한 남자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내 팔을 잡아채더라. 그러더니 내 한쪽 팔을 부여 잡고 '만세'를 부르며 외치는 거라.

 

"Voilà ma femme! (여길 봐라, 내 여자다!)"

 

근처 있는 사람들은 날 보며 낄낄대고, 이 남자는 나를 놓아주질 않고...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얼굴은 시뻘개 져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겨우 겨우 집에 들어갔어. 그 날 이후, 프랑스의 행복한 장밋빛 하늘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양, 길을 걸을 때 시선은 땅, 최대한 굳은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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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만세다, 이놈 자식들아….

출처: 영화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 2013, 마이클 윤(Michaël Youn)

 

지금은? 이 정도 수작이야 껌이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겠다, 게다가 예쁘다는데! 이 고귀하고 아름다우신 몸이 눈을 맞추어 주는 영광 정도는 선사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도도하게 '고마워!' 한 마디 날리고 가던 길 그냥 간다. 프랑스인 친구는 '고마워!' 대신, '나도 알아(쥬 쎄)!' 그러고 간다네.

 

이 유형은 가장 소극적인 수작이지만, 정말 길을 걷다 보면 수십 번은 더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난이도 별 하나.



유형2. 지식인 형

 

두 번째 유형은 아시아계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유형. 당사자인 아시아 여자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짜증나는 유형이기도.

 

자,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길을 걷는 네 뒷통수에 대고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니야~ 니야~"


어디서 고양이가 우나 싶어 고개를 뒤로 돌려 보면 어떤 남정네가 네 뒤를 따라오고 있을 거야. 웬 병신? 이러면서 다시 가던 길을 가려 하면 이번에는 그 남정네가 딴 소리를 해.

 

"곤니치와~ 곤니치와~"

 

그제서야 깨닫겠지. 처음에 고양이 소리인 줄 알았던 건 바로 '니하오', 중국어 인사. 여기 사람들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구분을 못하므로 마주칠 확률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중국어, 일본어 순으로 말을 걸어 보는 거야.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곤니치와'에서 끝났다면, 요즘에는 가끔 '안녕하세요'까지 나온다는 것.

 

도대체 누가 가르쳐 준 거니?!! 이것도 한류 붐의 증거라며 기뻐해야 하나? 여튼 말야... 이런 식으로 해서 한국어가 나왔다고 반갑다고 응수해 주면 '웬 떡이냐' 하고 달라붙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에 관심이 있을까? 성급히 결론지으면 안되겠지만 대부분은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라. 만약 한국에 관심이 있어서 네게 말을 걸었다면 '니하오'부터 나오진 않았겠지. 이들의 관심은 오직 너와의 대화. 그 것이 언어의 대화든, 육체의 대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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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에 대한 막연한 이런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것…

 

도대체 이것들이 왜 그럴까? 우선 이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하겠고. 믿고 싶지 않겠지만, 기분 더럽겠지만 ‘유럽에 온 아시아 여자들은 쉽다라는 생각도 존재해. 이건 그냥 루머에 불과하지만, 10년 전에는 터키에선 ‘아시아 여자랑 안 자 본 남자는 남자도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 프랑스 모 사이트들에 올라온 코멘트들을 정리해 보면 이들의 시선에는 대강 이런 생각들이 깔려있는 듯.

 


1. 유럽에 온 아시아 여자들은 유럽 여자에 비해 작업에 넘어올 가능성이 더 높음.

 

2. 다만 이 아시아 여자들은 우리(프랑스 남자)를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노력 필요.

 

3. 특히 일본 여자가 쉽고, 중국 여자는 고향이 어디냐에 따라 다름..

 

4. 스킨십에 보수적인 경우가 많으니 처음에는 조심할 것.

 

(출처1 : 링크, 출처 2 : 링크)



 

솔직히 말할게. 필자 개인적으로 어떤 부분에선 한국 남자들이 더 로맨틱하다고 봐. 물론 로맨틱에 대한 정의에 따라 시선은 달라지겠지만.

 

몇 년간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 길들여진 한국 남자들은 기념일엔 꼬박꼬박 꽃과 선물과 근사한 저녁식사 등을 준비하여 챙겨야 하고, 여자친구를 공주마마로 대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잖아. 대부분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리 하지 못하는 경우 상당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기비하를 하기도 하잖아? 물론 결혼과 동시에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더 이상 주지 않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로맨틱은 오히려 선택의 문제야. 그러기에 오히려 더 로맨틱할 수는 있으나, 사람에 따라 천지 차이가 난다는 것. 아, 결혼한다고 해서 그리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장점은 있는 듯.

 

여튼 이 유형은 타지에서 외국인에게 듣는 한국어를 가뿐히 무시해야 한다는,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만 살짝 억제한다면 걸려들지 않을 유형이므로 난이도 별 두 개.

 

 

유형 3. 피하는 게 상책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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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이렇게 우스꽝스러웠음 좋겠어.

 

앞에 언급한 두 유형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도 별 탈이 없는 데에 반해, 이 세 번째 유형은 응대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수도 없는 난이도 상(上)의 수작.

 

첫 번째 유형이랑 비슷하지만 훨씬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라는 면에서 달라. 얘네들이 내뱉는 멘트들도 상상을 초월해. 느끼한 로맨틱형에서부터 노골적인 변태형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대강 이런 것들?

 


- 거기 아가씨, 완전 예쁜데 공부는 해서 뭐하게?

 

- 너 눈이 완전 바다빛을 복사해 놓은 것만 같아!

 

- 우리집에 안 올래? 바비큐 파티하는데, 잘 노는 애 하나만 있으면 완벽하거든.

 

- 너 예쁘다! 웃어봐, 그럼 더 예쁘겠구만!

 

- 저기요, 오늘 밤 우리가 같이 잘 확률은 50%예요. 왜냐하면 전 이미 동의했거든요.

 

- 너는 예쁘고 좋은 냄새도 나서 니 몸 곳곳을 핥아주고 싶어!

 

- 헤이, 아가씨! 날도 추운데 니 팬티 안에 손 좀 넣자.

 

- 이리와, 내가 너 거기 광 좀 내 줄게.

 

- 안녕 아가씨! 라인이 죽여주는군요!

 

- 니가 너무 예뻐서 니 머리채를 움켜쥐고 싶어!

 

- 스키 좋아해? 내 거기 위에서 경기 한 번 안 해 볼래?

 

- 거기 예쁜 다리 ! 몇 시에 열려 ?

 

(출처 : 링크)



 

충격적이라고? 말도 안 된다고? 그러게 말이야. 니가 생각하는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프랑스’에서는 말이 안 되는 건 아닌가 봐. 물론 상식적으로 그에 누군가가 화답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하는 말은 아닐 거야. 그런데 또 그걸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잖아? 그럼 뒤에서 욕을 하거나, 심한 경우 쫓아오면서 오만 욕을 쉴새 없이 뱉어내기도 해. <프랑스라는 이름의 파라다이스> 4편에 나온 북역 에피소드 있지? 그 얘기를 듣고 친구들이 나한테 정신 나갔다고 한 게 바로 이 세 번째 유형의 수작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 북역 쪽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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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키들, 뺨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지만 순간의 ‘욱’에 인생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피하는 게 상책

 

혹시 야한 옷을 입은 여자들한테나 일어나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집어치우도록 해. 더 쉽다고 생각해서 이런 일을 당하는 횟수가 조금 더 많을지는 모르지만, 프랑스 파리 거리를 거니는 여자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일이니까.

 

결국은 이런 일들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정의의 사도란 SF 영화에서나 존재하는 탓에 니 몸은 니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것. 놈팡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국적을 지닌 프랑스인이므로 특별히 범죄 기록이 있는 치에게 걸린 경우가 아니면 의사소통의 문제로 경찰에 가서도 그닥 너에게 득될 일이 없을 거라는 것. 아, 그리고 프랑스 경찰의 출동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게 느림...

 

그럼 어떻게 니 몸을 니가 알아서 지키냐고? 뭐, 참 무책임하지만 이런 거 말고는 조언해줄 수 있는 게 별 거 없네.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던가 우범지대를 피하라던가 그런 거. 우범지대는... 대강 4편에서 말했던 그 정도. 아, 늦은 밤 센 강변도 주의할 것. 다른 곳에서도 이런 종류의 수작은 수없이 일어나지만, 우범지역에서는 정말 대책 없을 것.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내 경험만으로 일반화시키면 안 되기에 인터뷰(남 50, 여 50, 총 100명)를 통해서 이런 종류의 수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어. 우선 프랑스 여성 50명 중 이런 수작에 응해준 경우는 단 한 건. 꽤 귀엽게 생겼길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다네. 어찌 됐냐고 물어 봤더니 이후에 한 번 만나서 술 한 잔 하더니 계속 집으로 데려 가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연락을 안 받았다는데, 한 달여 동안 매일같이 스토커짓 하며 난리 치는 통에 죽는 줄 알았다고.

 

인터뷰한 100명 모두 예외 없이 이런 종류의 수작을 공격적이고 저질이라 보고 있어. 또한 이런 종류의 수작이 먹힐 리가 없다고도 이야기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적으로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는 대강 두 가지로 갈리더라.

 

1. 거기에 응해 주는 같은 부류의 여자가 있나 보지?

 

글쎄. 인터뷰 결과, 딱 한 명 있었는데... 확률로 따지면 2% 정도 되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기에 응해 주는 여성들을 '같은 부류'로 본다는 것. 그 말인즉슨 이런 찌질한 유혹을 펼치는 이들을 ‘자신과는 다른’ 부류로 본다는 것. 자기랑은 상관 없다는 거지.

 

2. 아랍애들이라서 그래.

 

갑자기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한 대답. 프랑스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 중 하나는 인종차별주의자. 섹스도, 동성애도, 이혼도, 그 무엇도 터부가 아닌 이 곳에 거의 유일무이한 터부는 인종차별주의.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욕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2002년 대선에서 FN의 후보 장 마리 르펜(Jean-Marie Le Pen)이 17%란 엄청난 득표율로 2차 대선까지 진출하자 프랑스인들이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고, 또한 어부지리로 자크 쉬락이 다시 한 번 재선에 성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여튼 그래서 ‘아랍’이라는 단어도 사실은 공공연히 내뱉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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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대략 두 가지 시선이 혼재되어 있다고 봐. 우선 하나는 프랑스 사회에서 부적응자로서의 아랍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타자적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더 나아가서 아랍문화권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적 시선. 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종차별적 사고에서 나온 것은 맞으니 이들로서는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겠지.

 

그리고 말이야, 사실 이 찌질한 유혹의 주체는 아랍 출신이 많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보통의 ‘프랑스인’에게는 그렇게들 느껴지나봐...

 

 

은밀한 동시에 공공연한 인종차별주의

 

흔히들 영국과 프랑스를 비교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 “런던에선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여기며 적당히 섞여 살아가는 반면, 파리에선 프랑스인은 프랑스인끼리, 북아프리카인은 북아프리카인끼리, 터키인은 터키인끼리 산다”(더글라스 케네디, 파리 5구의 여인, 서울: 밝은세상, 2012, p95)는...

 

동시에 이런 이야기도 있어. “프랑스인이란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그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이다.”(링크) 이는 프랑스 사회의 ‘자유’, ‘평등’, ‘박애(에헤이대략난감 님은 얼마 전 딴지의 프랑스 혁명 관련 글에서 ‘우애’로 번역했지만 필자는 더 일반적인 ‘박애’라는 개념을 차용하겠음)’라는 세 가지 대전제와 더불어 하나의 기본적인 정신이자 프랑스인을 정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분명 프랑스는 상당히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프랑스 사회는 이 ‘인종(race)’이라는,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단어마저 하나의 금기어로 만들었을 만큼 인종차별주의에 엄격한 곳이야. 참고로 이들은 이 금기어를 피하기 위해 ‘출신(origine)’이란 말을 써.

 

하지만 현실은?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를 잠시 살펴볼까? 전통적으로 부르주아들이 사는 구역인 16구에는 보통 이들이 말하는 프랑스인 - 백인, 갈색 머리, 갈색, 녹색, 회색 등이 혼재된 눈동자 색을 지닌 이들. 13구는 중국인 지역, 10구는 터키나 아프리카 등지의 이민자(불법체류자)들이 많이 사는 곳(점차 북쪽으로 북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 등으로 지역적으로도 그 구분이 비교적 극명해. 18구와 생드니 얘기는 전편에서도 했었고.

 

그러니까, ‘프랑스인’의 정의가 아무리 그 문화적 속성에 기반한다 해도, 백인의 시선이건 흑인의 시선이건 아랍인의 시선이건 간에 각 집단마다 자신과 외모가 다른 이들에 대한 타자화가 이루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 그 안에 위치한 계급분화적 성격은 프랑스 사회가 엄격히 금기로 지정해 놓은 인종차별적 사고를 오히려 공공연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

 

그런 사회에서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출신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계급으로 개인을 규정하고 있는 거야. 이런 시선을 가지고 이 놈팡이들을 이해하려고 잠시 노력해 보자. 사회의 변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은 오히려 이들을 주변인으로 자각하고 그 역할을 강화시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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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에서 야채상 주인 꼴리뇽에게 매일 구박받던 순둥이 점원 루씨앙을 기억하는가 ?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아랍 출신 중 하나인 배우이자 코미디언 자멜 드부즈(Jamel Debouzze)

하지만 그 역시 프랑스 여성과 결혼하면서 오히려 주류 프랑스 사회에 쉽게 편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수작 거는 애들도 무슨 자기 인생의 대단한 사랑을 찾겠다고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야. 일종의 유희인 거라. 나도 여기에 있다는 분노 섞인 외침인 거라. 하지만 이 인종의 도가니 속에서 이러한 찌질하고도 위험한 유혹을 겪어야 하는 우리는 또 무슨 죄란 말인지...

 

이 걸로 일단 <위험하고 찌질한 유혹> 편은 찜찜하게 마무리하도록 할게. 그럼 다음 편에선 진짜 ‘먹히는’ 작업은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봅시다!







아까이 소라

트위터 : @candy4sora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