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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서

2013-11-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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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 추천9 비추천0

2013. 11. 22. 금요일

범우







정신 건강을 위해서 요즘 티비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운전을 할 때도 라디오를 켜지 않는다. 교과서에 나오는 옳고 그름이 아니더라도 인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소식들을 듣고 무뎌지는 것이 싫었다. 산속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서 세상일에 눈감고 귀 막고 살고 싶다는 마음과는 별도로 보이고 들려오는 것들이 있다.


언론 노조 파업이 한창일 때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개인적인 안면이야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언론 노조원들이야 사회적 엘리트들이고 사는 세계가 틀리다보니 생산직 해고 노동자와는 무척이나 큰 갭이 있다. 그래도 언론 노조의 마스코트처럼 상징되던 잘생긴 젊은 아나운서를 기억한다.


언론 노조의 파업을 응원했었다. 사유화된 권력의 횡포와 사회 부조리 체제의 빈틈을 조명해주는 언론의 순기능을 회복하고자 하던 강직한 목소리들의 외침에 큰 힘이야 못 돼도 그들이 주장하고 외치는 바를 듣고 고개 끄덕여 줄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데 무척이나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스치지도 않은 몸짓에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진단서를 끊어 고소·협박을 하던 이가 공영방송(?)의 메인 앵커로 힘센 놈한테 붙어야지 너희들이 어쩔 거냐는 듯 얼굴을 들이밀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중요한 이야기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뉴스를 진행한다.


지난 오 년동안 쥐뿔도 없이 입 놀리면 몸 다치고 밥줄 끊어진다는 걸 영특한 머리로 체득한 언론인 들은 사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쓰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소식을 전하기보다는 좀 더 힘센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뉴스를 만들어 낸다. 언론인들이라기보다는 생업에 종사하는 생활인에 가까워 보인다.


국정원 직원들에 고소 당한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의 얼굴이 고단해 보인다. 눈 한번 질끈 감고 모른 척 못 이기는 척 살았으면 어디가나 대접 받고 살았을 분인데 ,언론인이란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과 생각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오기 비슷한 의지로 가시밭길을 가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시궁창 아래에서 다시 헤어나지 못 할 거라는 생각만은 안 들게 하는 고마운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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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사그라드는 잿더미를 바라보는 것처럼 엠비씨 파업에 한팔 힘을 보탰던 이들이 모욕감과 분노를 품고 퇴사하는 뉴스를 보았다. 혼신의 힘을 바쳐 정권에 개처럼 충성하던 김재철 사장은 수억 원의 퇴직금을 챙기고 어디로 갔는지 소식이 없다. 소식을 전해줄 언론인이 제도권 언론엔 남아있지 않는 것 같다.


용산 참사의 책임 소재가 있는 것이 명명백백한 김석기 전 경찰청장이 주인을 모시는 개같은 충정으로 일구어 낸 참사에 어쩔 수 없이 벗은 경찰복에 대한 반대급부로 받은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내던지고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건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후과가 불안해서 였을 것이다.


국회의원에서 떨어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어졌다. 대통령이 된 박근혜 씨도 견마지로의 개 같은 충정을 바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김석기 씨는 공항공사 사장이 되었다. 죽은 사람들을 가슴에 묻은 가족들만 이리 깨지고 저리 멍들고 연행이 되고 사회에서 유리되어 간다.


해외 순방 중에 대통령 박근혜 씨의 옷차림과 국빈방문 중인 나라의 상서로운 징조인 날씨를 뉴스로 내보내는 언론인들을 생각하며 쓰게 웃는다. 어느 나라에서는 비가 와서 상서로운 징조고 어느 나라는 화창해서 상서롭다. 며칠만이라도 상서로운 외국 나라들이 부럽지 않다. 우리는 앞으로 4년 이상은 날씨들이 상서로울 것 같다 . 상서로운 겨울 한파와 상서로운 장마, 상서로운 태풍들이 다채롭게 이 땅의 국민들을 생동감 있게 할 것 같다. 국민들의 상서로움을 받아들이고 그 어떤 지랄도 상서롭다고 인정할 것 같다. 지랄도 풍년이고 풍년은 항상 상서롭다.


언론들이 세계 만방에서 상서로움을 전하는 중에 영국에서

대통령 박근혜씨 발에 한복 치마가 걸렸는지 아니면

대통령 박근혜씨 발목이 삐끗한 건지 그도 아니면

대통령 박근혜씨 발이 한복 치맛단을 밞았는지 아니면

대통령 박근혜씨 발에 힘이 풀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대통령 박근혜씨 발을 헛디딘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박근혜씨 발이 꼬인 것인지 치맛속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순 없지만

대통령 박근혜씨 발이 문제가 되어서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 버렸다.


엠바고를 요청받은 착한 언론들은 충실하게 상서로운 일들 만을 보도했지만 외신을 통해 사고를 접한 소식을 들은 국민들이 걱정을 해오자 언론들은 대통령 박근혜씨 발이 접지르거나 부러진 것이 아니라 바로 벌떡 일어나는 존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셔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무언지 모른 멋진 외교적 성과를 내었다고 했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던 젊은 아나운서는 엠비씨에 사표를 제출하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언론 삼사 파업 중에 복근을 자랑하며 예능 프로에 출연하던 타사 아나운서에게 일갈을 하던 모습이 잊혀지기 전에 복근 자랑하던 아나운서 손에 이끌려 종편 예능 프로에 출연해서 수줍은 듯 멋쩍은 모습을 보인다. 아직 뻔뻔해지기엔 감성이 살아있거나 타인들이 알지 못하는 무수한 이야기를 가슴에 묻어둔 모습이었다.


선정적인 종편 예능 프로에서 아직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저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만들어가고 싶었던 방송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석희 사장님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아나운서가 그 시절 그 시간을 지우고 싶은 부끄러운 시절로 기억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석희 사장님 회사에는 노조가 없는 것 같은데 노조가 만들어져서 방송 편성에 목소리를 내려하면 손석희 사장님은 사주의 편에 서실지 후배들의 편에 서실지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북한 주민들은 정부나 고위층에 관한 뻘소리를 잘못하면 수용소로 끌려간다는데 참 불쌍하다.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그 정도는 국밍의 당연한 권리이고 기껏해야 해고만 시키는데 이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크게 해고 걱정할 일이 없으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그나저나 넘어지신 대통령 박근혜씨 발이 뿌러지거나 금이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뜩이나 나라 살림도 어렵다는데 병원비까지 쓰지 않아서 세금을 쥐똥만큼이라도 아끼게 되어 돈 없는 궁민들에게나 아픔을 겪지 않게 된 대통령 박근혜씨 발에게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또한 상서로운 징조다.


마땅히 애국 보수라면 대통령 박근혜씨 발에 만세를 부를 일이다.


대통령 박근혜씨 발 만세 ! 대한민국 만세!

대통령 박근혜씨 발 만세 !! 대한민국 만세!!

대통령 박근혜씨 발 만세 !!! 대한민국 만세!!!


만세삼창을 했더니 애국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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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