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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29. 금요일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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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래의 YTN 기사를 읽어보자. 클릭!



[단독]21분 만에 온 구급차, 아이는 끝내…

 


어때? 너님들은 이 기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안 읽었으면 빨리 읽고 와! 영상도 보면 좋고.

 

‘구급 대원, 소방관 이 시키들’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지 않았나 싶어. 제목만 보면 ‘구급차가 늦게 와서 아이가 죽었다’잖아? 끝까지 기사를 읽어 보면 예산 문제니 인력 문제니 하지만 타이틀이나 기사 중반까지는 누가 봐도 마치 구급차가 늦어서 아이가 죽었다는 뉘앙스.


아마 실제로도 욕 많이 먹고 있을 거야.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 먹는 거지. 구급 대원들의 숙명이란...

 

그래서 내가 딴지를 한번 걸어보려고. 구급 대원들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조목 조목 짚어보려고 해. 문제 인식이 되어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법이니까.

 

 

YTN 기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한번 파악해 보자.

 

 

먼저 타이틀!

 

[단독] 21분 만에 온 구급차, 아이는 끝내…


아, 쉬발! 구급차가 늦게 와서 아이가 끝내,,, 죽었다는 말 같아. 일단 안타까우면서 뭔가 분노도 살짝 생길랑 말랑...


오늘은 구급차가 늦게 도착하면서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어이없는 사건을 고발합니다.


YTN 취재 결과 기도가 막혀 응급조치가 절실한데도 119구급차는 신고 2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8살짜리 어린이는 한 달 넘게 사경을 헤매다 결국 숨졌습니다.



구급차가 늦게 도착해서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어이없는 사건이래. 어이없다는 말은 사전적 정의로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야. 구급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안 죽어도 될 아이가 죽었다는 뉘앙스지. 게다가 첫 번째 문장이 (서술어의 주어가 명확한) 능동형이라 더 그렇게 느껴져. 늦게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온 사람들)의 잘못이 분명한 것처럼.

 

계속 보자.

 

사탕이 목에 걸려 의식을 잃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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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목격자]

"입술이 창백했고 얼굴이 파랗게 돼 있는 상태였고 주위에 사람도 많이 모여 있었고..."



사탕이 목에 걸려 의식을 잃었대. 기도가 폐쇄된 거야. 여기서 목격자의 진술을 보자. 입술이 창백했고, 얼굴이 파랗게 되어 있는 상태라잖아. 이건 이미 청색증이 관찰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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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삼성서울병원 링크

 

보는 것처럼 하나의 경동맥이 두 개의 경동맥으로 나누어 지는데, 이 경동맥을 통해 안면과 뇌에 혈액이 공급 돼. 외경동맥을 통해 얼굴에 혈액이 공급되고, 내경동맥을 통해 뇌에 혈액이 공급이 되는데 이 혈액이 산소 운반, 영양분 공급, 노폐물 제거 등의 일을 하지.

 

얼굴이 파랗게 되는 청색증은 결국 얼굴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는다는 거야. 기도가 막히니 혈액으로의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노폐물은 쌓이고, 혈액 순환도 원활하지 않고. 내경동맥과 외경동맥의 뿌리는 같으니 청색증이 관찰될 때 뇌 또한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어.

 

청색증은 기도의 폐쇄가 부분적인 폐쇄가 아닌 완전하거나 심한 폐쇄일 때 나타나는데, 기도가 막혀 뇌에 원활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4분 이내에 의식을 잃어. 4분이 경과하면 뇌조직이 파괴되고, 7분이 경과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5분 뒤 아이를 발견한 행인이 119에 신고한 시각은 오후 5시 27분!

 

1초가 아쉬운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구급차는 무려 21분이 지난 5시 48분에야 도착했습니다.


 

(아이가 쓰러진 시점으로부터) 행인이 아이를 발견한 게 5분 뒤인지 그 행인이 신고를 한 게 5분 뒤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아이가 쓰러진 시점에서 신고까지 적어도 5분가량 지난 것은 분명해.(기사에 따르면)

 

아이가 쓰러진 현장입니다.


이곳에서 소방서까지 차를 타고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제가 직접 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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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20초로 2km 떨어진 소방서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아이는 뇌사 상태로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고, 결국 지난 23일 8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소방서가 있는 걸 직접 차로 이동을 하며 확인을 했어.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는 거지. 보도를 보고 있으면(기사를 읽고 있으면)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와.

 


119에 신고했는데 신고에서 도착까지 21분 걸렸다. → 아이가 죽은 현장에서 소방서까지는 4분 20초 걸린다. → 아이는 한 달 넘게 사경을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

 

∴ 구급 대원, 소방서 이 슈퍼울트라캡숑짱짱맨 쌍노무 개시키드라머 뭔잡거리하다가 출동이 늦어쒸박


 


물론 이게 다가 아니야. 이런 뉘앙스에다 영상 중간에 나오는 좌측 상단의 '급박한데 20분 걸려', 중앙 하단의 '구급차, 신고 21분 만에 현장 도착' 문구가 무의식 중에 입력이 되니까 꼭 구급차의 늦은 출동이 아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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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링크)과 조선일보의 기사(링크)에서는 심지어 '늑장'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119(구급차)가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를 보였다는 말이야..

 

구급차 출동이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현장 근처의 119안전센터에서 다른 곳으로 출동을 나가 10km 가까이 떨어진 다른 소방서에서 구급차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퇴근길 혼잡까지 겹치면서 길을 비켜주지 않는 차량도 많았고, 소방서 역시 현장과 가까운 병원과 연락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출동이 늦어진 이유를 이제서야 설명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아이가 죽게 된 이유는 '구급차의 늦은 출동'으로 각인되어 있어. 출동이 늦은 이유가 현장 근처 119안전센터의 구급차는 다른 출동을 나갔기 때문이라고 얘기하지만, 소방서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언급함으로써 어찌 됐건 소방서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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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2013년 11월 28일 기사 링크

 

이번에 가장 가까웠던 고읍119안전센터의 경우 다른 신고로 인해 출동 중이었어. 그래서 구조대의 구급 대원들이 출동을 하게 되었지. 그런데 거리가 있고, 퇴근길 혼잡까지 겹치면서 21분이 걸렸어.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인데 고읍119안전센터에서 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즉시 상태가 호전되었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번 일은 여러 안 좋은 상황이 겹치는 바람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어. 어떤 일이든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신고야. 그런데 첫 번째로 신고가 늦은 것으로 보여. 기도가 막힌 상황인데, 최소 5분이 지났잖아. 두 번째는 응급 처치가 늦어서야. 목격자 말로는 주위에 사람도 많이 모여 있었다고 하는데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응급 처치를 못한 거잖아. 세 번째, 가까운 센터의 구급차가 다른 출동으로 인해 올 수 없었다는 것. 


이런 상황들이 다 겹친 것인데,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을 소방 대원들에게 마냥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재고할 여지가 있어. YTN의 뉘앙스는 살짝 자극적이기도 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효과적이겠지만, 전국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을 인터뷰해서 탁상공론으로 끝날, 혹은 현실과 맞지 않은 이야기를 해.

 

[인터뷰:김엽래, 전국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


"소방본부에서 지령이 내려가면 각 소방서에서 출동하되 인근 병원에서도 출동을 같이 받아서 다수 사상자일 경우에 같이 구급 지원 활동 될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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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지금도 실시가 되고 있어. 실제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면 구급차가 모자라 인근 병원의 구급차까지 구급 지원 활동을 해. 상황실은 소방 활동의 머리야. 그런 정도는 적절히 판단을 해서 지시를 내려. 다수 사상자 발생 시 병원 구급차의 지원 활동은 현장에 다수의 소방공무원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기도 해. 하지만 이번 출동은 김엽래 씨의 인터뷰와는 다른 상황이야. 

 


목격자의 진술로 보아 이미 청색증이 관찰이 될 때까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 즉 119신고 자체가 늦은 점, 그리고 다른 출동과 겹친 것, 그리하여 2선 구급차가 출동했는데 퇴근길 혼잡과 겹쳐 지연이 되었어.

 

하지만 소방서에서는 출동하면서 유선 상으로 현장의 사람들에게 응급 처치를 지도했고, 병원 이송 중에 구급차 내에서 응급 처치를 하여 기도를 막히게 한 이물질(사탕)을 빼냈다고 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 많은 비난을 받는 거지. 뉴스 또한 그런 뉘앙스로 보도가 됐고.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건만, 졸지에 죽음에 책임을 지는 입장이 되어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난을 받는다면 말야. 생각해 봐. 네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환자가 죽었다고 쳐. 그래서 '니가 잘못해서 죽었어'라는 시선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떠할지.


이번 보도로 현장 대원들의 사기는 많이 저하 됐을 것 같아. 그들에게 필요한 건 비난보다 격려가 아닐까? 21분이나 걸린 게 마냥 그들의 잘못은 아니잖아? 업무 태만으로 늦은 것도 아니고 말이지.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사고는 너님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거든.


사람들은 119에 신고를 하면 소방차나 구급차가 '항상' 재빨리 도착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구급차가 늦게 오면 화를 내고, 욕설을 하기도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어. 이론적으로는 그래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구급차는 드래곤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순간이동을 할 수도 없고, 날아갈 수도 없어. 똑같은 차야. 길이 혼잡하면 어찌 할 도리가 없어.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구와 차량은 넘치는데 국토는 좁거든. 또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지. 


그리고 신고 위치와 가장 가까운 센터의 구급차가 다른 출동으로 인해서 오질 못하고, 멀리 있는 구급차가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매일 여러 번 있어. 신고가 많으니까. 특히 불필요한 신고가 많을 경우에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늘어나지.


단순 타박상과 같은 긴급하지 않은, 즉 비응급 상황임에도 신고를 하는 경우에, 그런 신고들로 인해서 정작 위급한 상황에는 발빠른 대처를 못할 수 있어. A가 배가 아파 (단순 병원 이송을 목적으로) 신고를 하여 출동중인데 정작 위급한 B의 신고에 재빠르게 응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이번 일처럼 멀리 있는 구급차가 출동하는 것) 이런 일이 분명 없진 않거든. 그런 건 출동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도 없어요. "나 단순 복통인데 병원 좀 데려다 줘요." 이렇게 신고도 하지 않을 뿐더러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나갈 수 밖에 없는 게, 안 나갔다가 정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눈으로 현장을 확인해야 하거든. 


이번 일이 소방서, 구급 대원 만의 잘못이라면 그들이 노력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야 해.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들의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아이와 같은 일이 내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고, 너님 근처에서 일어날 수 있어.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들 만을 욕할 수는 없어.


[인터뷰:해당 소방서 관계자]

 

"(병원 사설 구급차는) 응급처치 안 하고 단순히 환자 이송하는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 놓고 병원에 지원 (요청)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기사에서는 소방서가 현장과 가까운 병원과 연락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해당 소방서 관계자의 인터뷰를 실었어. 해명하는 듯한 뉘앙스로. 그런데 해당 소방서 관계자의 발언은 해명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봐야 해. 구급차라고 다 똑같은 구급차가 아니거든. 소방의 구급차는 응급구조사 1, 2급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만 병원 구급차나 사설 구급차는 그냥 이송할 뿐이야. 너님 어머니 편찮으시면 너님이 승용차로 태워드리듯 같은 거야. 단지 차가 좀 큰 거고. 사설 구급차의 경우, 예를 들어 배뇨 비닐을 달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돈 받고 병원에 이송해 주고, 집에 데려다 주는 거. 병원 구급차의 경우 자신들이 맡을 수 없는 환자를 응급 처치 후 더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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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구급차(左), 병원 구급차(中), 119 구급차(右)


사설 구급차와 소방의 구급차는 완전 다르다고. 그들은 빠른 출동에 대한 연습과 훈련도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현장에 도착했을 때의 전문적인 대처 능력이 없어. 더욱 빠른 출동을 위해서 소방 대원들은 항상 지리조사를 해. 출동을 할 때 1분, 1초가 급한데 위치를 모르면 멘붕이 오거든? 사설 구급차에 연락하는 게 결코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봐. 그리고 상황실이나 소방서 입장에서는 신고자의 신고에 따라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데 다급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이 현장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하지 못해. 그러면 현장 그림이 잘 안 그려지고, 대처해야 하는 대원들도 불안해. 지금 기사로 사건을 접하는 우리는 모든 결과를 알고 보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현장에서의 상황은 그게 아니거든. 사탕 때문에 기도가 막힌 걸 처음부터 알겠어? 이번 한 경우 말고 소방공무원들의 입장에서 오면 이번 전화는 무수히 걸려오는 몇십 몇백 통 중 하나의 전화일 뿐이야. 그리고 신고하는 사람마다 말하는 성향도 다르고 그러한데 사설 구급차? 이건 진짜 모르고 하는 소리야. 신의 입장에서나 할 수 있는 판단이라고 봐.


만에 하나 요청했다고 해도 그들은 책임을 지는 입장이 아니야. 상황이 잘못 되면(가까이 있다고 빨리 도착하는 것만이 결코 답은 아니다.) 결국 책임은 공무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방서에서 지게 되니, 본 소속의 대원들이 현장에 빨리 가는 게 최선이지. 결과적으로 아이가 죽었기 때문에 소방서의 대처가 미흡한 것처럼 보도 되었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봐.

 

현장의 구급 대원들은 그 누구보다 아이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야. 그들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음으로써 갑자기 쏟아지는 비난이 그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충격일 수 있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노력은 동일한데 결과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죽일 놈이 되기도 하는. 아이의 죽음은 그 대원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어.


사실 나는 비슷한 경험이 있어. 구급차를 타는 일이 다른 사람을 돕는, 마냥 좋은 일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처음 느꼈던 때가 생각 나.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이송 후 세상을 떠난 분이 있었지. 그들의 가족은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세상에 우리가 전부인 것처럼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애원 했어. 하지만 경력이 오래 된 구급 대원은 이미 늦었다고 직감한 거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을 할 뿐이지, 사망을 판단·확정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울고불고하면서 우리를 잡고 간절히 매달리는 그 분들을 침착하게 한 다음, 심폐소생술을 실시 했었어. 그리고 전기충격을 주면서 병원으로 이송했지. 하지만 숨을 거두셨어. 그런데 유족의 그 애원과 절박함이 그 크기 만큼 그대로 분노가 되어 우리에게 오더라구. 그 분들은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고, 그 울분을 풀어버릴 곳이 필요했던 것이었거든.(정말 문제가 될 시엔 법적으로 문제가 이어짐.)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정말 당황스러웠어. 구급 대원들도 사람이거든. 마지막까지 오히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아 그들의 욕설과 비난을 들어야 했을 때의 기분이란... 그리고 그 폭언을 하는 분들이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우리에게 울고불고하며 애원하는 분들이었다는 것...


얘기가 잠시 샜는데, 


그럼 이번 일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구급차나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올 땐 최대한 비켜줘야 할 것 같아. 우리나라는 땅도 길도 좁은 곳이 많아서 특히나 신경 써야 해. (이건 화재 때도 마찬가지야.)너님의 그 작은 노력이 사람을 살릴 수 있어. 그러니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을 사람들을 위해 각자 노력하자. 위험에 처한 대상이 나나 우리 가족일 수도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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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주지는 못할 망정 앞길 막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불필요한 신고는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해. 음주자, 단순 타박상, 감기, 단순 병원 이송 요청 등 이런 건 하지 말자. 없을 것 같아? 너님은 그러지 않는다 해도 세상엔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거든. 구급차를 이용해 보니 편하니까, 한번 경험하고 나면 자주 애용하는 단골도 생겨. 그런 신고들로 인해서 정작 위급한 상황에는 발빠른 대처를 못할 수가 있고.

 

전문가들은 의료기관과의 긴급정보망을 구축하고 인력과 장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119의 구급 환자 이송 인원은 1년에 150만 명!

 

예산 문제와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건 아닌지 전반적으로 되짚어봐야 할 때입니다.

 

거시적으로는 소방의 처우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어. 위의 내용에도 적혀 있지만 예산 문제와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지. 어떻게? 정치지.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해. 예산은 어차피 한정되어 있는 것이고, 어떤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하느냐?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인데 이런 소방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정치인에 힘을 좀 실어주는 건 어떨까? 일단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의지를 보이는,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거야. 사실 소방은 정치인들의 이해 관계에서 동떨어진 분야라 돈도 없고, 힘도 없어. 하지만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사람 아닐까? 만약 유시민이 경기도지사에 당선이 됐다면 어땠을까? (유시민의 당시 공약) 눈 앞에 보이는 구급 대원들, 소방서 직원들에게 화살을 돌리기 보다는 이런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 바라 볼 필요가 있어.


 





추가 


응급 처치의 중요성은 아까 언급한 적이 있지? 119 신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응급 처치 또한 중요하니까 내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서라도 익혀 두자.


이번 일과 관련하여 독투에 올라온 음냐리 님의 글이 있는데 너님들도 한번 읽어봐. 딴지를 봤다면, 아흠다운 님의 글을 봤다면 살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야.

 

음냐리 - 딴지 봤으면 살릴 수도 있었다.

아흠다운 - 딴지 메인에 걸려 있는 소방관 이미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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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를 보도록 하자.

 

 

 

 

 

 

참조

 

http://www.ytn.co.kr/_ln/0103_201311281030144248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27108&cid=865&categoryId=1743

http://www.samsunghospital.com/dept/main/index.do?DP_CODE=VCS&MENU_ID=001032

 

 

 

 

 

 

 



처음엔 이번 일의 전후사정을 소상히 들은 후에 글을 쓰고 싶었으나

 

양주 소방서에서는 유가족에게 심려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본인들의 이야기가 언급이 되길 원치 않아 별다른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 분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아 글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랐던 한국 팀을 능가하는 


죽돌 팀장의 압박에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을, 그래서 더 힘들어 하고 있을 대원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고,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구급차 탑승 경험이 있는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