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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02. 월요일

견인차








 





혹시 학창시절이나 그 이후에, 교육시간 혹은 수업 중에 썼던 에세이들, 짧은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고(Accident)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사건(incident)을 사고라고 부르는가?'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이 가장 생각납니다. 당시 듣고 있던 수업 중에 사람들이 다친 케이스들을 많이 봐야 해서 멘탈이 바스러져 가고 있을 때 썼던 글이었습니다.


미국 응급의학에서는 사고(Accident)는 예방 혹은 방지가 불가능 했던 일, 예를 들어 길가다가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서 맞아 죽는 일 등을 의미하고, 사건(incident)는 예방이나 방지가 가능했지만 일어난 일, 예를 들어 음주 운전자가 혼자 다리 난간을 박고 떨어진 일 등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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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딴지일보 담당자님께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한 일이 있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사를 찾아 봤습니다. '호랑이, 사고'라고 많이 뜨더군요. 한국어로 사고는 좀 더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힘을 생각해 봤을 때 이번 일은 사고가 아닌 사건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라고 좋게는 말해보지만, 여우 우리에 시베리안 호랑이를 6개월 동안 가둬 놓자는 발상을 누가했는지 진짜 레알 얼굴 한 번 보고 싶네. 공간이 없으면 무리하게 번식시키지를 말던가, 개체 수에 욕심 내지 말던가 뭔 본격적 번식 프로그램 진행하는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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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사건이 서울시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 책임이라면 대한민국 6위 17부 3처 17청 사람들은 뭘 했고, 그 위에 있는 ‘주어없음’님은 뭐 하셨나요. 사건, 사고 생기면 잘잘못 따질 때까지 조용히 아닥하고 있다가 '너냐?' 하면 '저희 소관 아닌데요, 데헷.'했다가 찍히면 '죄송함다.' 하고 옷 벗으면 책임 지는 것 같죠? 아녜요. 책임지고, 시정하고, 고치고, 갈고, 닦고, 그리고 방지하고 그 다음에 옷 벗는 게 책임지는 거에요.


이 사람들이 옷만 훌렁 훌렁 벗으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뭔 스트립바 스트리퍼도 아니고... 근데 요즘은 그마저도 안 하데? 이런 시베리아에서 귤 까먹을...


그래서 오늘은 제가 화가 나기 때문에 시베리아/아무르 호랑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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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베리아 호랑이는 시베리아에 살지 않습니다.

 

이름부터 왠지 거리감 느껴지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정작 시베리아에 안 사는 반전의 캐릭터입니다. 시베리아 호랑이가 아무르 호랑이이고 아무르 호랑이가 백두산 호랑이이며 백두산 호랑이가 바로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에 나오는 한국의 흡연 호랑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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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사람이 되지 못 한 이유가

곰이 비흡연자라 배려차원에서 담배 피러 동굴밖에 나갔다가... 또르르...

 

조선왕조실록에만 732번 언급될 만큼 한국에서 번성했던 호랑이지만(심지어 첫 기록이 '호랑이가 성안에 들어옴 ㅠ^ㅜ'- 태조 2권), 일제강점기부터 아무르 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냥 당한 후 1924년 마지막으로 사냥 된 한 마리를 최후로 멸종된 것이 정설입니다. 기록상으로는 호랑이는 약 100마리, 표범은 약 600마리 사냥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두 배 이상 사냥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러시아에 약간 서식하고 중국에 쪼매 서식하며, 북한에 찔끔 서식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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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불렀쪙?

 

째깐한 한반도 국토와 현재 한국인구 수를 봤을 때 어쩌면 한반도에서의 멸종은 시베리아 호랑이나 아무르 표범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랑이와 표범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생태계가 어떻게 유지되고 국립공원이 어떻게 조성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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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랑 북한산에 등산 왔는데 방금 이거 찍음 대박 ㅋㅋㅋ

이런 게 SNS에 올라 왔을 지도...

 

 

2. 아무르 호랑이는 거대한 동물입니다.

 

호랑이는 가장 큰 고양이과 맹수 입니다. 전체 길이가 3미터가 넘고 몸무게는 300kg이 넘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무르 호랑이는 기록된 수컷이 총 길이 3.5미터 몸무게 384kg으로 단연 현존하는 6종의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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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커서 한반도 만함

 

 

3. 호랑이의 행동/영역 반경은 동물원 전체 보다 큽니다.

 

아무르 호랑이는 1,000 km까지 이동 합니다. 러시아 야생동물 보호협회에 따르자면 수컷 호랑이는 약 1,385km²의 영역을 필요로 하고 암컷은 성공적으로 새끼들을 길러 내기 위해서 약 250-450km²의 영역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서ㅇ대공원 동물원 면적이 196 k㎡? 물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정도 공간을 보통 가지고 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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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데 갇혀 있다 보니 지루함에 빠져 삽니다.

 

매번 '미숙한 어미가...', '매정한 어미가...' 새끼를 버려서 포육실에서 사육사가 새끼를 키운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랍시고 뉴스나 동물ㅇ장에 종종 나오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물원 환경이 너무 씨앗 같아서 어미가 '내 차마 이딴 데서 너를 기를 수가 없구나.' 하고 포기(하거나, 포육실에서 기르면서 대중한테 공개 하는 게 더 돈이 되기 때문에 어미에게서 뺏어 온다고)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님들 같으면 교도소 독방에 갇혀 살면서 강제로 비아그라 먹여지고 온 남자한테서 생긴 자식 키우고 싶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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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모성애가 아주 강한 동물 입니다.

 

동물원에서 잘 먹여주고 키워주니 갸들로써는 손해 볼 꺼 없지 않는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죠. 그럼 교도소에서도 먹여주고 재워주니까 독방 들어가 계세요. (진지함) 안 그래도 한반도 째깐해서 좁아 죽겠는데, 한 사람이라도 줄여 봅시다.

 

몇 년 전 말을 기르는 집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당시 겨울 중에는 여러모로 위험해서 말들을 풀어 놓지 못하고 ‘비교적’ 좁은 공간에 있게 한 적이 있습니다. 밥 주는 시간에 돌아가면서 한 마리씩 따로 데리고 나와서 풀어 놨었는데, 마사 안에 있던 말들이 정말 진심으로 화내더군요. 왜 쟤만 풀어 주냐고... 밥도 안 먹고 진짜 허공에 뒷발질 하면서 날 뛰는 말들을 보면서 신체 자유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삼 일 후 추수 끝난 농장에 부탁해서 겨울내 지평선이 보이는 들판에 풀어 놨었습니다. 당최 뭘 먹고 놀았는지 봄에 가 보니 다다 임신한 것 마냥 배때지가 불러들 있었다는...)


근데 호랑이를 여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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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 발아

 

 

4. 백호는 희귀종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백호가 시베리아 호랑이거나 희귀종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겨울중 아무르 호랑이의 모색이 약간 옅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백호는 단순히 유전적 결함을 가진 개체이며 ‘종’이 아닙니다. 백호의 흰색은 알비노(albino)증이 아닌 루시즘(Leucism)으로 반복적 근친교배로만 혈통을 유지 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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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호랑이 1

 

열성유전자 유지를 위해 근친 교배를 반복할 경우 당연히 유전자풀은 좁아지고 결과적으로 루시즘뿐만 아닌 다른 유전자적 결함을 가진 개체가 많이 태어나게 됩니다. 유전적 결함으로는 굽은 발, 신장병, 사시, 목의 비틀림, 불임 등이 있으며, 보통은 버리는 호랑이라고 불리며 ‘소유자’에 의해 철저하게 숨겨지거나 태어나는 즉시 죽여버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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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호랑이 2

 

호랑이에게 그 특유의 오렌지 빛 털색은 보호색으로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오히려 흰색은 자연 상태에서 아주 엄청 킹왕짱 심하게 눈에 띄는 색깔입니다. 미국 동물학 협회에 따르자면 백호들은 전부 시베리아 호랑이와 뱅골 호랑이 사이의 잡종이며 백사자, 킹치타를 비롯한 백호들을 계속 교배시키는 것은 동물 보호의 목적을 전혀 염두 하지 않은 행위로 2011년을 기점으로 전부 금지 시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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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체들은 엄연한 동물학대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특이하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인간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에ㅇ랜드 동물원도 백호로 아주 유명하죠. 중학교 때 소풍 가서 조막만한 유리 울타리 안에 햇볕 가릴 곳도 없이 땡볕에 헥헥 거리며 누워 있던 호랑이가 아직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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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

 

 

5. 호랑이는 사람도 잡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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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노리고 있다

 

백상아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주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게 없거나 병들거나, 늙은 개체는 상당히 쉬운 사냥감인 인간을 잡아 먹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인간과의 영역공유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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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수 있으면 잡아 먹는 겁니다

 

과거(그리고 현재도) 러시아에서는 가스관 신설, 토지 개간, 벌목 등의 이유로 먹이와 영역이 줄어든 아무르 호랑이들이 민가로 내려와 가축, 애완동물, 그리고 사람을 해치는 일이 잦아져 본격적으로 사냥을 했던 시기가 있었으나, 나름 호랑이 영역 밸런스 패치 이후 Lv. 1 닝겐과 Lv. 99 호랑이들이 적당히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호랑이 공원 조성 등의 노력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래 봤자 야생상태 개체 수 500이하로 지못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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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는 득표률 107%의 형아가 지켜주는데...

 

이번 호랑이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호랑이 라죠? 푸틴 대통령한테 고발하고 싶네요. 러시아에서 애지중지 개체 수 늘리려고 죽을 똥 싸고 있는 호랑이 달라고 해서 두 마리 줬더니 여우 우리에다가 가둬 놨다고. 동물원이 대중과 특히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환경교육’을 하는 곳이라고 쓰여 있는데,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동물원들은 생명 경시 사상의 근원지 같습니다. ㅇ울 동물원에서는 호랑이를 여우 사에 가둬 놓고, 에버랜ㅇ 동물원에서는 근친교배로 유전적 장애를 가진 동물을 대량 생산하며, 쥬ㅇ 동물원에서는 바다사자 수염을 잡아 당기고 회초리로 때리고, 패고, 결코 동물들의 복지나, 개채수 유지, 혹은 환경교육과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동물원은 애당초 권력자들의 권력을 자랑하는데 목적이 있었고 그 후에는 오락거리로 만들어진 곳 입니다. 동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실질적 동물 보호나, 구조에는 전혀 관련 없는 상업을 하는 곳이죠. 더군다나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이나 방문객들의 안전에 최선을 기하지 않는 동물원이나 이런 동물원들을 규제하지 않는 국가가 이번 일로 좀 반성하고 시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친 사육사님께서 빨리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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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아이들을 데려가기 전에, 사랑하는 것과 위하는 것 배려하는 것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먼저 알려주는 것이 참된 교육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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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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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2669.html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2099246

http://animals.nationalgeographic.com/animals/mammals/siberian-tiger/#

http://www.youtube.com/watch?v=oRX6DHkK_jM

http://en.wikipedia.org/wiki/Siberian_tiger

http://www.wcsrussia.org/en-us/wildlife/amurtigers/ecology.aspx

http://bigcatrescue.org/abuse-issues/issues/white-tigers/

http://sillok.history.go.kr/inspection/inspection.jsp?mState=2&mTree=0&clsName=&searchType=a&keyword=%ED%98%B8%EB%9E%91%EC%9D%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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