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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04. 수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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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니 회가 생각납니다. 오징어 꼴뚜기 따위는 건너뛰고 오늘은 회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음력 8월부터 10월까지 세 달 동안 망둥어 낚시 철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시간부터 아빠를 따라 망둥어 낚시를 다녔습니다. 겨울을 이겨낸 단단하고 곧게 뻗은 대나무를 잘라 처마 밑 그늘진 곳에 말려 두면 가을에 질기고 탄력 있는 낚싯대가 됩니다. 여름 대나무는 물이 많아 마르면 쪼글쪼글해지고 탄력이 없습니다. 가을 대나무는 힘이 세서 부러지기 쉽습니다. 겨울을 이겨낸 대나무라야 낚싯대의 깜이 되는 것이죠.


영화 <관상>의 에필로그에서 팽헌이 바닷가에 앉아 낚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피식 웃음이...


‘그 두껍고 무거운 왕골대로 무슨 낚시를 하겠다고... 쯧쯧’


악어낚시.jpg

그런걸론 악어나 잡는거라구. 이냥반아.



가늘고, 가볍고, 단단하고, 초릿대 끝까지 힘있게 뻗은 신우대, 이대, 오죽이 낚시에 적합한 대나무입니다. 우리 집 주변에는 신우대와 이대가 많아 그것들로 낚시를 만들었습니다. 이대는 오죽이 검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면 얼추 그 모양을 짐작하실 겁니다.


대나무 끝에 명주실을 매고 줄 끝에 납추와 바늘을 달아 바닷가로 출발합니다. 아빠가 운전하는 88오토바이 뒷자리에 낚싯대를 묶고 그 위에 올라타 아빠 허리춤 붙들고 바닷가로 낚시를 갔습니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는데

국민핵교 오학년 때 술 취해 잠든 아빠 몰래 키 빼들고 나와 시동 걸어 달리기 시작했는데

중핵교 때 그것 타고 해 지는 선미네 집 찾아가곤 했는데

고등핵교 때 VF 쇼바 올리고 가오다시 깨나 떨며 흐벅진년들에게 허리춤 내주며 오빠 노릇 깨나 했었는데


그 허튼 가오다시 끝에 그만 덜썩.


오른 다리 병신 되었어도, 대가리 피 찍 흘렸어도, 석 달 만에 다시 그것 올라타더니 여짓 그 재미 쏠쏠하더이다. 암만. 세상 재미 이것저것 많다마는 그것 올라타는 재미 만 헌 것 있간디?


마징가.jpg

마징가



그렇게 아빠 허리춤 잡고 갯가 나가면 망둥어 백여 마리 잡아오는 것은 예삿일이었습니다. 망둥어 잡다보면 우럭도 올라오고 숭어도 올라오고 놀래미도 올라왔습니다. 그것들 담긴 어망들고 집에 돌아오면 아빠는 우선 당장 회를 떴습니다. 망둥어 그까이꺼 무에 먹을 것 있다고 회까지 뜨나 싶겠지만 살 오르고 기름진 망둥어 회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가장 맛있는 회 중 하나입니다.


음력 10월이 지나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숭어 새끼의 맛이 그만일 때입니다. 볼펜보다 작은 숭어들은 모치, 그보다 크면 마록쟁이, 더 크게 자라면 숭어라 불렀습니다.


눈 펑펑 오는 날 아빠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모치와 마록쟁이를 한 다라이씩 실어 왔습니다. 갯가에 살던 외할아버지는 사위의 식성을 알기에 겨울이 되면 배타는 사람들에게 ‘숭어잡고 남은 모치 버리지 말고 모아 달라’ 부탁했던 것을 받아온 것이죠.


망둥어회.JPG 모치.JPG

망둥어와 모치



그물로 겨울 숭어 잡고 남은 모치며 마록쟁이는 아직 어린 것이라 놓아주기 마련인데 오늘처럼 눈 펑펑 오는 날은 어부들도 그것들 놓아주지 않고 들고 와 안주거리로 삼았습니다.


숭어는 겨울이 되면 금식을 합니다. 그래서 내장이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 통째로 먹을 수 있습니다. 어린 우리에겐 작은 모치를 골라주고 어른들은 조금 큰 마록쟁이를 골라 먹었습니다. 모치의 머리끝을 붙잡고 신문지로 몸통을 쓱 잡아당기면 비늘이 벗겨집니다. 그렇게 비늘을 벗겨낸 고기 위에 잘 익은 김장김치 올려 뼈까지, 머리통까지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쓸개가 터져 나와도 눈 질끈 감고 꼭꼭 씹으면 고소하고 쌉쌀한 그 맛이 일품이었지요.


그렇게 숭어회를 먹어 버릇해 중딩 때는 튼실한 뼈를 가진 마록쟁이를 베어 먹을 수 있었고 더 커서는 커다란 숭어도 그렇게 먹는 것이 맛있다 여겼습니다.


지금도 회를 먹을 때 잘 익은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 맛있고 초장보다는 된장을 찍어 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칼로 얇게 썰어 놓은 회는 어쩐지 감질나고 껍질 벗긴 농어나 도미를 보면 눙물이 날 정도로 아깝지요.


‘그 쫄깃하고 고소한 껍질을 왜....벗겨??! ㅜㅜ’


Gollum.png



이렇게 유년기를 보내고 어찌어찌 살다보니 사시미칼을 손에 쥐게 되더군요. “니가 가라. 하와이~!” 할려고 손에 든 건 아니구요.;; 밥 벌어 먹자고 손에 든 겁니다. 오해 마시길...;;


일을 하다 보니 회라는 것이 저처럼 거침없이 처묵처묵만 한다고 회가 아니더군요. 생선 본래의 맛을 알고 숙성시켜 변화시키고 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할 때 맛의 정수에 다다를 수 있다 카더라...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오늘 이야기할 회에 대한 원칙과는 거리가 먼 방법으로 회를 식탁에 올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야기 했던 ‘신문지’, ‘통째로’, ‘김치쌈’ 등도 회라 불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것처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회를 요리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원칙적인 것들을 이야기 할 테니 횟집에 가서 이러니 저러니 훈수두지 말기. 닷지 앞에서 가장 병맛은 맛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러니 저러니 훈수 두는 아자씨들입니다.


올드보이.jpg

최면만 아녔음 귀퉁방머리깜여 쉐꺄!!



우선 생선 본래의 맛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바다의 물고기들은 사시사철 바다에서 살아갑니다. 망둥어가 음력 8월~10월 사이에만 뿅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죠. 항상 바다에 살고 있지만 그 계절에 맛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제철 생선이라 말하죠.


또한 같은 숭어라도 지역마다 선호하는 계절이 따로 있습니다. 남해안에선 보리숭어라 해서 보리가 패기 시작하는 봄에 잡히는 숭어를 최고라 하고 경기 서해안 일대에선 가을 숭어를 기름지고 고소하다하여 최고로 치지만 제가 살던 군산에선 봄, 여름, 가을에 잡히는 숭어는 흙냄새가 나서 “개나 끓여줘.”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깨끗하고 단맛이 좋아 겨울 생선 중 으뜸의 하나로 칩니다. (물ㄹ 겨울 생선 중 절대 갑은 살 오론 참돔입죠. 네.)


숭어.JPG

숭어회...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지역마다 제철을 달리하는 이유는 먹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군산 앞바다에 사는 숭어들은 갯벌에 사는 것들을 파먹고 살기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흙내가 나는 것이고 남해안과 동해안에 사는 숭어들은 맑은 물에서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봄, 가을에도 흙내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여름 숭어는 어떤 것이건 간에 개도 안먹는다고 하긴 했습니다. 네. 쩝.


실제로 엄마는 겨울 숭어 외에는 입에 대지 않습니다. 여름 제사가 한 차례 있어 숭어찜을 상에 올리지만 제사를 지내고나면...음... 네. 개에게 먹입니다.;;; (이 글로 인해 70먹은 노인네 소박맞는 것 아닌지 몰라...)


“아니 그걸 왜 개한테 줘. 아까운 걸.”


“시안이(겨울에) 난 것 아니고는 흙내 나서 못 먹는다. 그런 것 먹을 생각 말고 박대나 한 마리 찢어 먹어.”


이처럼 제철 생선이라 해도 지역에 따라 철을 달리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생선이라도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광어나 우럭이 양식되어 유통되기 때문에 중간치로 평준화된 경향이 있는데 이런 생선들은 무조건 커야 맛이 좋습니다. 양계장의 닭과 같은 것이죠. 일정 정도의 크기로 자라면 더 크게 자라기까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출하시기를 앞당기게 된 것입니다. 한 때 광어 한 마리 9900원으로 뫼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양식에 소모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맛은 형편없지요. 닭도 1년 이상 키운 닭이 맛있지 30일 키운 닭이 어디 맛있을려구요. 광어는 10kg 이상 되어야 기름져 고소하고 단맛을 내고 우럭은 3kg이상은 되어야 제 맛을 냅니다.


광어.JPG

광어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올~~



모든 생선이 크기만 하다고 맛있을려구요. 백조기, 도다리, 원양갈치, 붕장어는 큰 것보다 적당한 크기가 맛있고 꼴뚜기, 멸치, 젓새우, 황석어는 자잘해야 억세지 않고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요약하자면 생선마다 제철이 있고 지역마다 맛이 다르고 크기에 따라 맛을 달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들을 알고 생선을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한 점들을 알고 어물전에 나가면 신선한 생선을 골라야겠지요.


신선한 생선 고르는 방법은 널리 알려졌으니 간단하게 요약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색을 보고 눌러보고 냄새를 맡아 봐야합니다. 피부의 색도 중요하지만 아가미의 색을 확인하세요. 대부분의 생선은 아가미만 봐도 쉽게 선도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선홍색을 띄면 신선한 것이고 회색을 띄면 신선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가미가 회색이면 일단 비린내가 많이 나고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탄력 없이 그대로 눌려 있습니다. 모든 생선은 비린내가 나는데 신선한 비린내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아가미를 보고 손가락으로 살을 눌러보면 선도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횟감은 살아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후 다섯 시간 이내의 것도 횟감으로 훌륭하고 얼음으로 신선도를 유지한 것은 10시간 이내의 것도 괜찮습니다.


물고기도 동물처럼 죽으면 사후경직이 5시간 정도 일어납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뭉쳤던 근육이 풀리면서 다시 흐물해지죠. 시장에서 거래되는 선어들은 대부분 사후경직이 풀린 녀석들입니다. 사후경직 이후 내장부터 부패가 시작됩니다.


흰 살 생선들은 사후경직 이후에도 비린내가 덜해 횟감으로 이용되지만 붉은 살 생선은 살았을 때 피를 빼지 않으면 부패 속도가 빨라지고 비린내도 심해 횟감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10여년 전부터 고등어가 횟감으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활어 상태로 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방어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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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 고등어회를 올리고, 밥, 마늘, 고추에다 **식당 만의 특제 양념을 버무려 먹으면 캬아~ 



이제는 활어보다 선어가 횟감으로 더욱 훌륭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지만 어떤 것을 최고의 선어라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횟감으로써의 선어는 활어일 때 포를 떠 5~10시간정도 숙성시킨 것을 말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살아 있을 때 죽인 것입니다.


제가 일하던 일식집에는 매일 아침 양식 활어를 실은 활어차가 도착해 활어를 수족관에 채워줬습니다. 그날그날 예약 손님의 숫자에 따라 아침 일찍 생선을 잡아 둡니다. 흰 살 생선에도 피가 있기 때문에 아가미 사이나 꼬리 끝에 칼을 넣어 피를 빼냅니다.


살아 있을 때 피를 빼낸 생선살의 모세혈관에는 아주 적은 양의 피만 남아 있습니다. 횟집에서 회접시를 받았을 때 유난히 실핏줄이 눈에 띄는 회를 만나는 경우들이 있는데 활어를 사용하지 않고 죽은 선어를 사용한 경우입니다. 때때로 물고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멍이 든 경우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실핏줄이 많아 보이면 죽은 선어로 회를 떴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죽은 선어가 횟감으로 부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어의 신선한 비린내를 좋아합니다. 죽은 선어가 횟감으로써 매우 훌륭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만 그 이유를 들어 횟감으로 부적절한 오래된 생선을 회로 조리해 상에 올리는 경우들이 있어 횟감으로써의 최고의 선어가 무엇인지를 이야기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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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시프요,,, 선어회



활어의 피를 빼고 살을 발라 면포에 싸서 5~10시간 냉장숙성을 시킵니다. 숙성을 시키면 감칠맛이 살아나고 숙성과정에서 수분이 적당이 빠져나가 쫀득한 맛이 배가 됩니다.


양식한 생선은 활어차로 운송이 되기 때문에 주방에서 바로 피를 뺄 수 있지만 자연산은 쉽게 죽습니다. 그래서 자연산 활어를 주문할 때는 현지에서 꼬리에 칼집을 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새벽에 잡은 생선 꼬리에 칼집을 내면 이동과정에서 피가 빠지고 아침에 선어로 생선을 받았을 때 비린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자연산 생선도 이렇게 받아 포를 뜨고 면포에 싸서 숙성시킵니다. 이것이 활어를 선어로 만들어 숙성시키는 과정입니다.


생선마다 숙성 방법을 조금씩 달리 하지만 기본은 이러합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은 다시마에 싸서 숙성시키고 붉은살 생선은 식초물을 끼얹어 숙성시킨다거나 소금을 살짝 뿌려 탄력을 더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그것은 응용분야이니 건너뛰겠습니다. 영업비밀이기도 하고.. 흠흠 흐흐.


이렇게 숙성시킨 생선을 어떻게 잘라 먹느냐하는 마지막 원칙이 남았네요.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솔까 붴칼로 뚝뚝 썰어 먹는다 해서 맛의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이는 분명 일본인들의 그 오바하는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생선 몸에 처음 칼을 대기 시작 할 때부터 마지막 한 점의 회를 썰 때까지 원칙을 지킨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맛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우선 칼의 종류에 대해 알아봅시다.


좌수도.jpg

좌수도들 입니다. 왼쪽부터 세 자루는 회칼, 그 다음 두자루는 대바, 오른쪽 끝은 장어칼입니다.



칼의 종류가 다양하죠.

칼의 용처가 분명하긴 하지만 주방장의 성향에 따라 몇 가지만 사용하기도 하고 하나의 칼로 모든 과정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늘칼.jpg

비늘칼



비늘을 걷어내는 비늘칼 입니다. 생선을 도마 위에 올려 놨을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어떤 칼로든 비늘은 벗겨지긴 합니다만 비늘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빨리 비늘을 벗겨낼 수 있습니다.


대바.jpg



대바입니다.


대바부터 좌수도와 우수도가 나눠집니다. 저는 왼손잡이라 좌수도를 사용합니다. 생선회칼은 한쪽 면만 벼려져 있습니다. 좌수도는 칼을 잡았을 때 왼쪽이 벼려져 있고 우수도는 오른쪽이 벼려져 있습니다. (그림의 대바는 우수도 입니다. 칼을 잡았을 때 오른쪽면이 벼려져 있습니다.) 생선이 절단될 때 절단되어 떨어져나가는 부분이 밖으로 밀려나게 하고 손으로 잡고 있는 부위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전적으로 부드러운 생선을 절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칼입니다.


대바는 두껍고 짧고 튼튼합니다. 뼈와 살의 사이로 칼을 밀어 넣어 뼈에 밀리지 않고 생선포를 뜨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칼이 얇고 길면 뼈에 밀려 생선살에 생채기를 내서 깨끗하게 포가 떠지지 않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걸리는 두껴운 뼈를 잘라가며 포를 떠야는데 힘을 주어 뼈를 절단할 때도 유용합니다.




이 아저씨는 커다란 다금바리를 회칼로 해체(오로시)하고 있습니다. 잘 하시는데 끝에 가서 결국 대바를 이용합니다. 뼈를 잘라내기 힘들었던 것이죠.



사시미칼.jpg



회칼입니다.


포떠진 생선살을 자를 때 사용하는 칼입니다. 찌르거나 돌리거나.. 뭐 그런 거 아닙니다. ;; 칼의 길이가 다양하죠. 칼의 길이는 생선의 두께에 비례합니다. 생선회는 톱질하듯이 자르지 않습니다. 한 번에 스윽 잡아당겨 잘라 최대한 부드럽고 매끈하게 잘내지요. 생선이 두꺼우면 길게 잡아당겨야 하기 때문에 긴 칼을 사용하고 얇은 생선은 짧은 칼을 사용해 잘라냅니다.


작은 회칼.jpg



이것도 회칼입니다.


이 칼은 전어, 밴댕이 같은 작은 생선의 포를 뜰 때 사용합니다. 똥파리 한 마리 잡자고 바주카포를 쏠 수 없듯이 밴댕이 한 마리 잡자고 대바를 꺼내들 수는 없는 일이죠. 작은 생선에는 이런 작은 회칼이 어울립니다.


이밖에도 칼들은 다양합니다. 복어는 아주 얇게 포를 떠야하기 때문에 길고 얇고 가는 복어 전용 칼을 이용하고, 장어는 독특한 뼈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그 구조에 맞는 칼이 개발되었습니다.


회칼의 종류는 얼추 이러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깊고도 오묘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칼을 만드는 재질부터 날의 각도, 연마 방법, 단조의 횟수, 벼르는 방법 등 오묘하고 심오한 세계가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건 알고 먹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논쟁으로 맡겨 두겠습니다. 


다시 살아 있는 생선을 마주할 때로 돌아가겠습니다.



생선은 비늘과 껍질과 살과 뼈와 내장으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지느러미는 뼈에 포함시킵시다. 우리가 회로 먹는 부분은 살입니다. 이 살을 오염원으로부터 보호하면서 바깥으로 비늘과 껍질, 안으로는 뼈와 내장 사이에서 끄집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겨우 부드러운 회를 맛볼 수 있는 것이죠.


이 난해한 과정을 거치는 방법과 사용 도구는 매우 다종다양하고 고수들마다 순서나 방법이 다르므로 저는 원칙적인 것만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배를 갈라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회를 뜨기도 합니다. 절세 고수는 그렇게 해도 됩니다. 내장의 어떤 부분도 칼 끝으로 건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그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생선의 내장에 살고 있던 여러 가지 세균이 칼에 묻어 생선살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금바리 아저씨는 상당히 위험하게 일을 하고 계심미다.)


도미를 손질하는 도미아저씨의 동영상도 함께 보시죠. 




비늘칼로 생선의 비늘을 제거하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합니다. 이 과정까지 생선살에 물이 묻어들 가능성은 없습니다. 내장과 살 사이에는 얇은 막이 있어 살로 물이 묻어 들지는 않습니다. 내장과 비늘을 제거하면 깨끗이 씻어줍니다. 깨끗이 씻은 생선에 묻어 있는 물기를 마른 면포로 완전히 닦아줍니다. 물기가 생선살에 묻어 스며들면 감칠 맛도 덜하고 나중에 숙성시켰을 때 탄력도 잃게 됩니다.


이렇게 생선이 준비되면 대바로 포를 뜹니다. 얇은 사시미 칼로 포를 뜨는 경우들도 많지만 칼이 얇고 길면 칼이 뼈를 타고 이동하다 안쪽 살에 상처를 낼 가능성도 높고 칼의 이동 방향이 틀어져 귀한 살을 낭비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뼈와 부디쳐 이겨낼 두껍고 짧은 대바를 이용합니다. 또한 중간에 뼈를 잘라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얇은 사시미 칼은 이 과정에서 어긋나 손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도미 아저씨와 다금바리 아저씨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미를 손질하는 아저씨는 내장을 제거했고 대바를 이용하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면서 포를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칼이 뼈를 이겨야 하는데 다금바리 아저씨의 칼은 살에 눌리고 뼈에 밀려서 칼이 닿는 안쪽 살에 생체기가 많이 생겼을 것 입니다. 이렇게 포를 뜨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회칼을 이용해 부위별로 살을 도려내고 다듬습니다.


대부분의 생선은 등살과 뱃살 사이에 작은 가시들이 박혀 있습니다. 가시들을 핀셋으로 빼내거나 칼로 오려내기도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다시 도미아저씨를 보세요. 


두툼한 회를 썰 때는 칼을 반듯하게 잡고 칼의 바깥으로 썰어냅니다. 초밥용으로 넓게 회를 뜨거나 얇게 회를 뜰 때는 칼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잡고 몸 안쪽으로 잡아당깁니다. 칼을 잡지 않은 손이 잡고 있는 부위도 다릅니다. 두꺼운 회는 큰 덩어리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고 얇은 회는 잘려나갈 부위를 잡고 가볍게 들어주고 있죠. 이 모든 행위는 가오다시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목적에 맞게 군더더기 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4.JPG   5.JPG



도미아저씨의 동영상 중 특별한 행위 한가지가 있습니다.


면포에 도미살을 싸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끼얹습니다. 이 도미살은 껍질을 벗겨내지 않은 것입니다. 뜨거운 물을 끼얹는 이유는 껍질을 익히기 위해서입니다. 생선껍질은 익히지 않으면 질기지만 뜨거운 물이 잠깐만 스치고 지나가도 부드럽고 쫄깃하게 변합니다.


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토치를 이용해 껍질을 익혀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익혀내고 곧바로 찬물에 담가 열기가 더 이상 생선살로 들어서지 않게 막습니다. 마스까와라 불리는 조리방법입니다. 불에 익히는 것은 히비끼라 합니다.


이밖에도 회를 조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뜨거운 기름을 끼얹기도 하고 우리가 즐겨먹는 물회도 회를 조리하는 한 가지 방법이죠.


초밥, 회무침, 회냉면, 샐러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를 즐길 수 있지만 그 맛을 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기본을 지켜야 가능한 것입니다.


생식은 화식에 비해 영양소 섭취량이 저조합니다. 인류는 생식을 하다 화식을 하면서 건강해졌고 지능도 높아졌고 번식도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생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생선회는 인류역사와 반대 길을 걸어 본능을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듯 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우아하고 부드럽게 썰려 나온 생선회를 맞이하다 보면 거친 마록쟁이의 뼈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껍질과 뼈와 내장을 한 입에 넣고 치아와 턱의 힘을 확인하는 그 기분과 맛은 제 몸에 새겨져 있는 진정한 생식 본능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날생선.jpg

이맛이지~ 쩝. 추룹...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