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주
본지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빛나는 편집방침을
생각만해고수해 왔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은 지금, 독자 여러분의 관심사는 19대 대통령은 누가될까, 임에 틀림없다(아니래도 어쩔거냐). 헌데 이거, 대선후보들 말고 누가 확신하겠냐(왜냐하면 다 자기가 된다니까).
편집부 회의에서는 '사람들이 명리니 관상이니 안 믿는 척 하면서 뒤에서 무쟈게 다니던데 대놓고 해보자'라는 생각에 명리학을 도구삼아 대선을 예측해 보기로 했다. 근데, 편집부에 그런 거 할 줄 아는 사람 없다.
이에 편집부 전원이 집단명상을 통해 명리학의 고수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낸 결과, 유일하게 명랑 김피디만이 응답해왔다.
명랑김피디는 1997년 딴지일보 창간기에 ‘사주팔자 히떡디비기 시리즈’를 연재한 PD출신의 강호 은둔고수(본인주장)로 지난 20년간 히말라야와 엄청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냥 잘 먹고 잘 살아온 자이다. 이에 본지의 요청은 묵살당한채 ‘왕의 사주, 그것을 알려주마’ 시리즈를 연재한다고 연락왔다.
독자여러분 안녕. 전직 명랑 김피디다. 이제는 일호선생으로 불러주라. 그게 싫다면 명리학 김씨라 부르던가. 본 필자가 김총수의 낙하산 임명장을 천리안 메일로 받고서 넷츠고 서버 구석탱이에 자리잡은 딴지일보에 ‘사주팔자 히떡디비기’를 연재한 지도 어언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천리안도 없어지고 넷츠고도 없어지고 디도스인지 해킹인지 때문에 본 기자의 빛나는 연재기사인 ‘사주팔자 히떡디비기’도 사라질 뻔하고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났던 김어준 총수는 나꼼수를 하더니 내가 떠나버린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어가 앉았고, 참 많은게 변했다. 우째 지금 편집부가 20년 전 필자를 알아내어 연락해서 다시 등장했다. 딴지는 무슨 흥신소도 하는 거냐.
암튼, 편집부 요청 무시하고 왕의 사주 첫번째 편. 태조 이성계의 사주를 알아보도록 하자.
사주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도구로...
'아니! 지금 대선이 코 앞인데 말야. 뭣이 중헌디? 이성계는 천천히 해도 되잖아. 나중에 태정태세문단세 다 하게 해줄께.'
, 시작하려고 하는데 독자제위의 목소리가 들린다...... 니들 여전히 한 성깔 할 거 같다.....
오냐. 정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마. 복채로 금이빨도 받는다.
원빈은 전당포를 하면서 금이빨도 받았다.
일호선생은 상담료로 금괴도 받는다
문재인, 당신은 무엇인가?
건명(乾命) 1953년 1월 24일 亥시 [주¹] 64세
[주1] 문후보의 출생시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술시로 되어 있다. 해시의 출처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안 밝힌다. 다만 본 필자가 명리학계에 입문한 지도 30년이 다 되어간다는 것만 알려주겠다.
丁 乙 癸 壬
亥 亥 丑 辰
을목이 축월에 생하였고 계수가 월간에 투출하니 편인격이다. 천간의 임계수는 진토와 축토에 각각 통근하여 인성의 세력이 막강하다. 지지 또한 해수가 중첩해 북방의 세력을 이루고 있고 진토와 축토는 습토이니 인성이 극강한 명조이다. 재와 관이 미약하고 비겁이 없어 사주가 맑게 되었다. 한랭한 기운에 시간 정화가 온기를 가하니 강한 인성을 체로 하는 가운데 식신이 용이 된다.
문재인후보의 사주풀이는 이게 끝이다. 멋지게 들리지 않는가? 자고로 어렵고 모르는 말은 멋지게 들리는 법이다. 이걸 멋지지 않게 말하자면,
1. 인간 문재인은 순수하다.
순수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탁하지 않다는 것이다. 탁하지 않다는 것은 무엇인가? 잡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잡스럽지 않다는 것은 무엇인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깨끗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 그만해~~~~
순수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여러 가지 잡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주는 재와 관이 대단히 무력하다. 재와 관은 지지에, 그것도 년과 월의 지장간으로만 내재되어 있다. 또한 비겁이 전무한 것도 사주가 맑아지는데 기여하고 있다. 어쩌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맑고 깔끔한 명조라고 할 수 있다. 사주가 맑으면 성정도 맑다. 사주가 깨끗하면 사람도 깨끗하다.
2. 인간 문재인은 놀고 싶다.
재물욕심도 권력욕도 없다면, 어떤 욕심이 있을까? 이 사주는 놀고 싶은 욕심이 크다. 시간의 정화 식신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논다는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어떤 이에게는 ‘노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노는 것’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전자는 인성이 강한 경우 나타난다. 심하면 무위도식에 게으른 팔자가 그것이다. 후자는 식신이 작용할 때 나타난다. 심하면 일이 곧 노는 것인 경지에 이르러 일만 한다. 노동소외와 정반대되는 경우로, 노동이 곧 삶이고 일이고 휴식이고 노는 것이 된다.
문 후보의 사주는 식신이 희신이다. 그러나 약하다. 놀고는 싶은데 자기 마음대로 놀지는 못한다. 이 사주의 대운을 보면 정사대운(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시기)에 식상[주2]의 에너지가 강하다. 이때가 인간 문재인에게 가장 좋았을 시기로 판단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삶의 보람도 있고 자신의 에너지를 크게 표출해내는 시기가 된다.
[주2] 식신과 상관을 같이 일컬어 식상이라 한다. 이 둘은 오행은 같으나 음양이 다르다. 주체에서 발현하는 행태가 같기에 묶어서 통칭한다.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은, 당연히 본인의 주관적 판단이 그 기준이 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취를 이룬 시기라 하더라도 당사자는 얼마든지 힘들고 괴로운 시기일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행복에 있어서 남이 부러워해주는 건 필요조건도 아니고 충분조건은 더더욱 아니다. 짐작컨데 이 시기가 인간 문재인에게는 ‘가장 바쁘고 분주하게, 그리고 열심히, 그러면서도 마음 또한 편하게 지냈을 시기’였을 것이다.
3. 인간 문재인은 놀 수 있을 것인가?
금괴도 받지 못한 채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하다니 자괴감도 들고 이러려고 명리를 공부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본 필자 또한 문 후보처럼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로 한다.
이에 대한 답부터 말하자면 ‘인간 문재인은 앞으로 놀지 못한다’이다.
여덟 글자로 이루어진 사주 원국은 비유하자면 자동차이다. 대운은 이 자동차가 가는 길이다. 오프로드에 적합한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다니면 심심하고 따분한 여정이 될 것이다. 졸음에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반대로 경차나 전고가 낮은 차가 비포장도로를 다니게 되면 그 역시 자동차에 무리가 갈 것이다.
이 사주는 전술한 바와 같이 맑고 차분하다. 나대고 뽐내는 차가 아니다. 남방 화운인 여름길에서는 이 자동차가 열심히 다녔지만 서방 금운에서는 그 간의 활동과 노고를 갈무리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앞으로의 행로는 본인의 희망과는 거리가 있다. 놀고는 싶지만 그를 기다리는 운명은 그를 놀지 못하게 할 것이다. 본인도 이것을 알까? 몰랐다면 놀고 싶은 사람이 정치전면에 나서지도 않았을 터.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라 할 수 없다.’ 논어 맨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다.
공을 세우면 몸을 뒤로 한다
사주는 ‘그 사람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사주 여덟글자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도구이다. 명리학은 그깟 대권 따위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도구이다. 본 필자는 사주명리를 도구로 인간 문재인이 사실은 놀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의 노년은 놀기 글렀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 이런 진리를 금괴 한덩어리도 받지 않고 알려주는 건 너무 저렴하지 않은가? 일호선생은 이 정도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공수신퇴. 공을 세우면 몸을 뒤로 한다. 인류의 공존공영을 위해 모든 것을 까발리는 일호선생에게 무한한 영광 있으라. 끝.
추신: 다음 후보 궁금하면 니네가 댓글 달아봐봐.
일호명리학당 강주 일호 김태경
ilhohakdang@gmail.com
저서: ‘지피지기 명리학’, ‘체용으로 보는 명리해석론’
(현재 절찬리에 서점에 안 배치 중. 두 권 다 나올 예정이긴 함)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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