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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2.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우원이 시간여행이라는 망측한 개념을 처음 접한 건 꼬꼬마 때 본 ‘동짜몽’이라는 만화에서였다. 원래는 유명한 일본 만화 ‘도라에몽’ 이지만 그 시절에는 고유명사조차 일본 말을 그대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국내의 누군가가 ‘동글짜리몽땅’이라는 발음이 비스무리한 이름을 붙여 준 거다. 실로 천재적인 작명 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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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여러가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시간여행이었다. 하도 오래 돼서 늘 그런걸 할 수 있었던 건지 어쩌다 한번 나온 건지도 잘 모르겠고 찾아보기도 귀찮다마는, 여하튼 아직도 기억하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진구는 미뤄놓은 숙제 때문에 밤을 새야 할 상황. 하지만 고민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동짜몽에게 부탁해서 또 다른 자신들을 미래에서 데려와 숙제를 나눠 하면 빨리 끝낼 수 있지 않냐는 거였다. 그렇게 미래의 자신들이 여러명 소환되어 달라붙은 끝에 숙제는 금방 마무리 되고 진구는 속편하게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느닷없이 동짜몽이 와서 일어나 숙제를 하라며 깨운다. 시간은 흘러 ‘현재의 진구’ 가 어느덧 ‘미래의 진구’ 가 된 거다. 그래서 과거로 끌려가 다른 여러 진구들과 함께 숙제를 마치고 돌아와 잠을 청한다. 하지만 잠시 눈을 붙였을까, 다시 불청객 동짜몽이 나타나 숙제를 시키러 깨운다... 이런 상황이 아침까지 계속되면서 게으름을 피우려던 진구의 잔머리는 헛짓으로 귀결되고 만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야 걍 초보적인 시간여행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눈에 이게 얼마나 신기하게 비쳤을지는 대충 짐작 가능할 거다. 이 간단한 스토리에는 시간여행의 기본적인 소재중 하나인 ‘두개의 나’ 개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암튼 이 만화를 본 그날부터 우원은 시간여행이 가진 기묘한 패러독스의 매력에 빠져들어 오늘에 이른다. 흠.


흔히 SF의 소재로만 여겨지곤 하지만 시간여행, 타임 트레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타임 슬립은 사실 현대 물리학의 진지한 탐구 주제다. 이것이 가능한지 아닌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연구하고 실제 논문도 발표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같이 유명한 과학자들도 이 논쟁에 뛰어든 바 있다.


시간여행에는 크게 미래와 과거,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일단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분명히 가능하다. 물리학적 방법은 로켓 같은 걸 타고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거다. 광속에 가까울수록, 긴 시간을 움직일수록 더욱 빠르게 미래로 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거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늦게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사람 바깥의 세상, 즉 지구의 시간은 그만큼 빨리 가는 거다. 한편 비물리학적 방법으로는, 안전하게 할 수만 있다면 냉동되는 방법으로도 미래로의 시간여행 효과를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는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고.


허나 과거로의 여행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논리적인 문제와 물리학적 문제가 있는데, 알고 보면 이 두 갈래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도 하다. 일단 논리적인 문제부터 함 이야기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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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할아버지의 역설이라는 게 있는데 비교적 알려진 이야기니 들어본 적 있을 거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내 할아버지를 죽인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러면 내가 태어날 수 없게 돼 버리는데, 그럼에도 그 원인 제공자가 바로 나인 거니까 아주 명백하고도 직접적인 모순이 생겨나 버린다. 물론 꼭 할아버지일 필요는 없고, 뭐가 되었던 내 존재에 필수불가결한 과거의 어떤 요소를 내 스스로 제거해 버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간여행 이야기의 고전적 걸작이라고 할 1985년작 <백 투터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30년전 과거로 돌아갔다가 고등학생인 엄마가 자기한테 끌리는 걸 피하면서 헬렐레한 못난이 아빠 조지와 결혼하도록 상황을 이끌어 나간다. 만약 엄마가 자기라는 변수 때문에 아빠와 결혼하지 않게 되면 그게 바로 할배의 역설에 빠지고 마는 거다.


그 담에는 사기꾼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이건 미래를 보고 돌아와서 그 미래를 바꾸려 들 때의 모순이다. <백 투더 퓨처 2>에서 우리의 주인공 마티는 미래에서 나타난 브라운 박사의 손에 이끌려 30년 후인 2015년으로 간다(날아다니는 자동차와 스케이트 보드가 대중화된 설정인데 이제 1년 여 밖에 안 남음. 젠장). 가 보니 1편의 악역 비프가 다시 과거를 바꿔서 맥플라이 가족의 미래가 그만 엉망이 된 건데, 그 꼴을 보고 마티는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로 잡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마티가 이미 미래를 직접 보고 왔다는 거다. 만약 현재나 과거로 돌아가 그 미래를 바꿔 버릴 수 있다면 과연 그가 보고 온 미래는 무엇이며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세 번째는 정보의 역설이다. 예컨대 우원이 내일 길을 가다가 맨홀에 빠졌는데 그게 시간과 공간을 점프하게 해 주는 일종의 웜홀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도달한 곳은 1970년대의 미국. 마침 잘 됐다 싶어 록 음악을 즐기며 끝물 히피들하고 어울리던 우원은, 유달리 똑똑하면서도 좀 이상한 성을 가진 키 큰 청년과 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우원은 그에게 숨겨 갖고 다니던 아이폰을 건네 주며 이렇게 말하는 거다. 스티브, 이걸 자네에게 줄 테니 뜯어 보게. 언젠가 미래에 자네가 내게 다시 주게 될 거야. 그리고는 우원은 며칠 후 다시 맨홀에 빠져 현재의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 이렇게 되면 아이폰이라는 물건의 근본은 대체 어디 있는 거냐? 세월이 지나 잡스가 결국 아이폰을 만들게 된 것은 내가 완제품을 이미 건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걸 들고 있었던 것은 잡스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돌고 도는 상황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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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대략 이런 모습이었지. 기억나..

 

 


마지막은 성 역설. <백 투더 퓨처>에서 과거로 돌아간 마티가 결국 엄마의 유혹에 넘어가 잠자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참고로 엄마가 모르고 아들을 꼬시는 설정이 근친상간이라며 5공 정부는 이 영화의 수입을 1년이나 보류했다). 그리고는 마티는 미래로 떠나고 엄마는 결국 조지와 결혼하고 애를 낳지만, 그 애가 실은 마티의 애였다고 치자. 이러면 자기가 자기의 생물학적 아빠가 돼 버리는 조낸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만다.



...이상과 같은 역설들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언어도단이자 자가당착이며 따라서 불가능하다는 게 회의론자들의 주장이고, 그들 중에는 스티븐 호킹같은 유명한 물리학자도 포함된다. 실제로 호킹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증명하려는 실험으로 파티를 열기도 했다. 2009년 6월 28일에 ‘열린’ 이 파티는 사전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아래와 같은 초대장을 해당 날짜가 지난 ‘후’에 세상에 알렸다. 만약 언젠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해 진다면 미래의 사람들이 이 초대장을 보고 호킹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파티에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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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참석여부를 알려줄 필요 없이 그냥 오면 된다고 친절하게.

 


 

물론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머 어쩌면 다양한 미래의 사회, 정치적 이유 때문일 수도 있으니 과학적으로 엄밀한 실험이었다고 할 것 까지는 없다.


하지만 저 역설이 과연 황금율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현대 물리학에서 시간은 공간과 함께 수학으로 정리될 수 있는 물리량이다. 그렇다면 역설들을 우회할 수 있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다. 그 중에 하나가 열분들도 이름은 들어봤을 평행우주론인데, 이거는 원체 복잡미묘한 분야니 다음에 날을 따로 잡아 자세하게 이야기 해야지 싶다. 시간여행 관련된 핵심만 언급한다면 과거로 가서 뭔가를 바꿔 놓으면 그때부터 우주가 갈라져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 땜에 역설에 부딪히지 않게 된다는 거다.


마, 그럼 이번에는 기술적인 부분을 논해 보자꾸나. 논리적으로 이렇게 미묘한 상황들인 만큼 과학적, 기술적으로도 특별한 접근을 필요로 할 거라는 점, 대충 예상 가능하실 거다.


일단 한 가지 가능성으로 광속을 넘어서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타우 방정식의 속도 V 에 광속 C 보다 큰 값을 갖게 하면, 이런 속도를 내는 물체는 질량과 길이, 시간의 흐름이 허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괴력난신한 현대물리학의 세계라 한들 이런 괴상한 넘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기는 무리고, 우리가 탑승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건 더 무리다.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웜홀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웜홀. 이넘은 블랙홀의 사촌이거나 확장형이라고 보면 대략 맞는데, 입구는 블랙홀과 같은 대신 반대편에 화이트홀이라는 게 있어서 들어간 걸 다 토해낸다. 그렇게 토해져 나오면 다른 시공간에 위치하게 되는데 만약 이걸 조절할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웜홀이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존재한다 한들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을 버틸 수 있을리 만무하며, 게다가 이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려 들 때 필요한 과학 이론, 엔지니어링 기술, 에너지 등을 감안한다면 그저 막막하다.


하지만 현대과학의 위대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은 남다른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이론으로 만들어주는 무기인 수학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미묘한 가능성을 찾으려 든다는 점이다. 웜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이론상의 존재였을 뿐인 블랙홀은 지금 다수가 실제로 관측되고 있다(보이지 않으니 물론 간접적인 방법으로 찾는다). 웜홀도 분명 수학적으로 가능한 존재인 만큼 조만간에 우리 눈에 드러날지도 모른다.


블랙홀의 초거대 중력 문제는 특수한 형태의 회전하는 블랙홀의 경우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블랙홀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커 Kerr 블랙홀이라고 하는데, 중력이 무한대인 특이점이 점이 아닌 링 모양이기 때문에 이걸 따라 들어가면 원심력과 상쇄돼서 편안하게 진입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웜홀로 연결된 경우라면 다른 시공간에서 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혹은 다른 우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쪽은 이쪽과 물리 법칙이 아예 다를 가능성이 크니 살아남지 어렵다. 예를 들어 중력이 수백배 강하게 작용하는 우주로 튀어나온다면 그 세상의 경이를 살펴보기는커녕 1초도 안돼서 짜부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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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커 블랙홀(1963년 뉴질랜드의 수학자 로이 커(Roy Kerr, 1934~)가 회전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 블랙홀은 무거운 별의 중력 붕괴에 의해 생긴 것이고 모든 별들은 회전하고 있으므로 블랙홀도 회전한다고 주장. 이후 무거운 별의 진화에 의해 생긴 블랙홀은 이름을 따 커블랙홀임이 증명 - 편집자 주)에 붙은 웜홀을 발견해도 과거로 가려면 반대쪽 출구, 즉 화이트홀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쪽 블랙홀 입구에서 멀어지게 했다가 다시 가깝게 오도록 해야 된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인데, 또 한가지 문제는 이 방법은 화이트홀 쪽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작업이 시작된 지점까지만 과거로 돌아올 수 있고 그 이전으로는 못간다는 점.


이런 식으로는 막대한 경비를 들여 타임머신을 만드는 이유가 나중에 ‘지금’으로 돌아오기 위한 거라는 뜻인데, 모름지기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면 공룡도 보고 네안데르탈인도 봐야 되는거지 이래가지고야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하긴 일종의 ‘체크포인트’를 현재에 만들어 들 수는 있겠다. 하던 일이 잘못되던가 세상이 엉망이 되면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곳 말이다. 우원이 얼마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했던 강연에서 소개한 컴퓨터 시물레이션 우주의 체크포인트 론과 관련된 건데 이것도 다음에 함 이야기해 보자).


재미있는 사실은 만약 과거로의 여행이 이렇듯 타임머신이 만들어진 시점까지만 가능한 거라면 지금 우리 주변에 시간여행자들이 우글거리지 않는 이유, 또 호킹의 파티에 아무도 오지 않은 이유가 설명된다는 거다. 그건 지금 현재 타임머신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소위 ‘우주끈’을 이용하는 거다. 70년대에 이론물리학자 탐 키블이 제안한 이 끈은 광자 한개보다 가는 굵기지만 밀도가 엄청 높고 길이가 수백만 광년에 달하는 우주공간상의 이상한 끈인데 빅뱅의 부산물로 여겨진다. 이런 끈 두개를 충돌시키면서 그 주변을 빠르게 이동하면 광속보다 빨라지는 효과가 있기 땜에 과거로 갈 수 있단다. 허나 그럴려면 우주끈의 밀도가 1cm 당 10억 톤을 100만배 곱한 정도가 돼야 하고 광속의 99.9999999996% 의 속도로 움직여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저걸 얻어낼 수 있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머 대략 이런 방법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개발돼 있다. 굉장히 단순화시켜 설명한 거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접근이 또 있지만, 현대 물리학에 있어서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절라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 정도 맛뵈기로 보여드렸다. 허나 이론적으로는 분명 가능성이 있고 지금으로선 요원하지만 긴 세월이 지나면 해결될 지도 모른다.


고대인들이 달 로켓이나 입자 가속기에 적용된 기술과 에너지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 처럼 기술적인 문제는 결국 상대적이다.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인 캘빈 경 조차 - 절대온도 K가 이 사람 이름을 딴 것 - 공기보다 무거운 것은 날 수 없다고 주장했으니 이런 예측이 얼마나 근시안적일 수 있는지는 다시 말해봐야 잔소리인 거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알고 있는 걸 기준으로 모든 걸 해석하고 평가한다.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V 로켓의 1단 로켓 출력은 1억 6천만 마력에 달했다. 불과 2,3백년 전만 생각해봐도 말 1억 6천만 마리가 끌어당기는 힘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만한 수의 말을 구하는 것부터 말이 안되거니와, 어떻게 구해온다 한들 광활한 평원에 늘어 세운 후 말 하나하나에 끈을 매달아서 뭔가를 끌어야 한다는 식으로만 생각할 수 있었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 말들을 통솔할 인원과 먹일 건초 등등을 생각한다면 이런 규모의 사업은 완전한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틀 속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접근이 있으며 그 힘으로 인간을 달에까지 밀어 보냈다는 사실을 안다. 따라서 지금 우리 관점에서 ‘태양 전체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같이 표현되는 거대한 작업도 천년 후의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로켓 이야기처럼 그저 비유거나 심지어 우스개 소리같이 생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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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톰슨 캘빈 남작.

영국의 수학자, 물리학자, 공학자로 한때 울나라에서도 유행한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중심인 열역학 제 2법칙의 설명을 처음 제안할 정도의 뛰어난 과학자.

바보가 아니었단 말씀.

 

 

 

그런데 말이다, 실은 우원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물론 특정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를 직접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원에게는 미래가 훨씬 흥미롭다. 과연 인류가 앞에 적혀 있는 저런 것들을 실현시킬 만큼 발전할 수 있을지, 산적한 정치, 사회, 종교적 문제를 극복하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놨을지, 지구 바깥의 생명체들과 건강하게 교류하고 있을지 등등이 열라 궁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로 가는 건 과거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고 운이 좋다면 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막상 갔는데 형편없는 세상이 펼쳐져 있다던가, 심지어는 소행성 충돌이나 핵전쟁 등으로 아예 죽음의 행성이 돼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향수병이라는 넘이 도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려면 이 시대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돌아온다’는 게 미래 관점에서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는 점이다. 결국 미래로 맘 편하게 가고 싶다면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개발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미래로의 여행과 과거로의 여행은 결국 동전의 앞뒷면이다.


근데 글을 맺으면서 궁금해졌다. 만약 누군가가 열분들에게 수백년 후 미래로의 편도 여행을 제안한다면 어떠시겠는가? 미래 세상이 현재보다 발전되고 안정된 세상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 있다고 치고 말이다. 다만 혼자만 갈 수 있고 돌아오는 건 무조건 불가능하다. 즉, 새로운 미지의 것을 얻는 대신 내가 이 시대에 갖고 있는 것은 사람과 지위, 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사라진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게 되느냐는 아마도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느낌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줄 거다. 그래, 가시겠냐?


우원은 어떠냐고?

 

 

...비밀이다.

 

 파토

트위터 : @patoworld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