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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26. 금요일

워크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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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예상치도 못했던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 내용은 대서특필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신기하게도 기사들 중에는 말미에 이부회장이 행동형 펀드 엘리엇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중이라며 대단히 불쌍한 표정의 사진을 삽입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여론을 통해 동정표를 얻어야 할 정도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진행중인 삼성의 입장이 곤궁하다는 방증입니다.


삼성을 공격하고 있는 엘리엇이라는 행동형 펀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삼성물산이 표대결에 유리한 입장을 점유하기 위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사실에 대해 법원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소송까지 제기해 놨습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오너가 되고자 합병을 계획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아픈 공격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는 순환출자를 통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래 구글 이미지 검색결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에 나설 정도로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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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환 구조의 약점은 외국계펀드에게 번번히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2003년 소버린 펀드가 SK를 공격했고, 이듬해인 2004년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을, 2006년에는 칼 아이칸이 KT&G를 공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요. 

하루 하루의 노동과 그 벌이로 살아내는 소시민들에게 이런 골치아픈 사건은 딴세상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그 속 사정을 이해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이 사건에는 우리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저녁이 있는 삶,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일터, 부의 크기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격조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죠.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여러 이유가 떠오르곤 하지만 혹시 우리가 이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참여하지 않기에 아니 방관하고 있기에 그렇지는 않을까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뭘 알아야 참여하고 비판할 수 있을테니 차근 차근 이 사태를 짚어가 보겠습니다.



1. 펀드? 행동형펀드?


펀드는 재산 증식을 위해 돈을 맡긴 사람들의 자금을 모아서 만든 기금 또는 그 기금을 운용하는 투자회사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기금(기본자금)을 잘 불려 나가야 하고, 잘 불려서 투자자들에게 원금보다 많은 수익을 돌려줘야 ‘용하다.’는 소문이 나서 더 많은 신탁(돈을 믿고 맡기는 행위)을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더 높은 수수료를 벌 수 있죠.


세상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제각각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펀드들도 돈을 버는 방법은 각기 다르고 그 형태에 따라 사모 펀드, 헷지펀드, 행동형펀드 등으로 나뉘어집니다. 펀드의 초창기에는 일반인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활동을 했습니다.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에 자본을 투자해서 그 기업이 상장하는 시점에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거나 주가가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주식을 매각해서 이문을 남겼던거죠. 그런데 전주(돈을 맡긴 사람들)와 펀드운용사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돈을 벌고 싶은 아주 순수한(전임가카와 같은) 욕망 말이죠.


펀드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예 회사의 지분을 충분히 인수해서 경영권을 빼앗은 다음 기업을 분할해서 매각해 이익을 남기는 등의 과감한 행보를 하게 되죠. 이런 행위에서 산업의 장기적 발전, 노동자와의 상생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자본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자본가의 사회적 책임을 아주 잠깐 살짝(?) 추궁했던 영화가 바로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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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티우먼의 남자 주인공 직업은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죠. 선박 제조사를 인수해 팔아버리려고 하다가 선량한 투자자로 변한다는 스토리,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제가 보기엔 로맨스영화가 아니라 경제영화로 보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래전 1990년의 영화를 소개했는데요. 당시 영화에 그려진 펀드업계의 모습은 피도 눈물도 없는 모사꾼들이지요. 하지만 그 후 펀드업계는 이보다 더 진화된 방식으로 기업을 사냥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합니다.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어렵게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보장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만 인수,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해서 단기간에 주가를 올리고 팔아 치우는 방식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번 삼성물산 사태에서 등장한 엘리엇이 바로 이런 방식을 쓰고 있는데요. 기존 펀드들과 달리 활발하게 기업경영에 간섭한다고 해서 ‘행동형 펀드’라고 합니다. 엘리엇은 상법에 의해 보호되는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간 주주들의 무기력한 행동과 다를 뿐이지 폭행, 강도와 같은 위법행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사람들이 선한 자본가일수는 없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화되는 금융전문가의 멋진 모습은 실제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영화로 그들의 본모습을 유추해 보면 아마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이 더 어울리지도 모르겠습니다.

탁자 밑에도 사람 있음.




2. 또 하나의 가족? 또 하나의 약속?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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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아파트를 건설하고, 스마트폰도 만듭니다. 삼성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을 뿐이지 제일모직 같은 회사는 옷도 팔고 놀이공원도 운영합니다. 컴퓨터 수리도 하고, 보험사업도 하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은 발을 부치지도 못하게 대기업이 싹쓸이해버리는 독식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이런 여론에 삼성은 생활에서 어디에 눈을 두던 만날 수 있는 삼성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신들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이미지 메이킹을 해 왔지요.


하지만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뒤 3년여만에 숨진 황유미씨에게는 가족답지 못했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약속(another family)>란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대한민국 GDP의 20%를 책임진다는 삼성그룹이지만 삼성그룹을 국민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간의 시각들도 있지요.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비상장 기업이던 에버랜드의 주식가치를 저평가한 후 그 주식을 인수해 순식간에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승계 과정을 통해 증여세를 내지 않고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무임승차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작전이라는 시각이 대다수입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당시를 재현하듯이 이번에도 합병되는 양 회사 중 이재용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는 높게 평가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저평가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엘리엇이 바로 이 부분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구요.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엘리엇은 이런 이번 합병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했으나, 어떠한 이유로도 사용이나 인용을 금지하고 있어 이 글에 삽입하지는 않습니다. 상세한 내용이 보고 싶으신 분들은 관련된 자료를 아래 사이트(http://www.fairdealforsct.com)에서 직접 보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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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직접가서 자료를 보라니, 분명 어려울텐데...' 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아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으로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문제를 설명해보겠습니다.  


남과 여가 각자 자신의 경제권을 따로 갖고 있다가 결혼을 하면 재산이 합쳐지잖아요. 자, 신부 삼순양과 신랑 이재용군이 결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랑 이재용군은 실반지에 무너져가는 집 한 채, 자전거 한대를 혼수로 준비해 왔어요. 그리고는 실반지를 마치 다이아 반지인 것 처럼, 허름한 집을 고래등 같은 집인 것 처럼 우기는 거죠. 안 봐도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 명품이라고 우길거고요. 반면, 신부 삼순양은 계획적으로 주식투자를 많이해서 우량주 주식을 십 여개나 갖고 있고,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빼어난 커리어 우먼으로 미래에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인데도 이재용군은 삼순양이 보유한 주식은 언급도 안하고, 자기랑 같이 살게 되면 더 일 잘하게 될거니까 삼순양의 주식도 예금도 다 자기 명의로 하겠다는 겁니다. 뭐, 대략 이런 상황이니 삼순양의 가족들은 게거품을 물게 되는 거죠.


에버랜드 전화사채 사건, 태안 유류 피해 그리고 최근의 메르스 사태와 삼성병원의 대응까지 삼성에 대한 여론이 좋을 리 없습니다. 이 상황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고, 거기에 엘리엇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싸움에서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는 엘리엇과 공조하기로 했고, 9.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의 백기사로 나서겠다고 하지 않는 난처한 상태입니다. 


되려 국민연금은 최근 6월 2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는 SK와 SK C&C의 합병과 관련된 주주총회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SK그룹 또한 삼성과 같이 SK C&C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최태현 회장이 SK라는 지주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SK그룹 전체 소유권 강화를 목적으로 했었는데요. 국민연금의 반대권 행사에 대한 결정이유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는데,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 SK라는 지주회사와의 합병을 진행함에 있어 SK C&C가 유리하게 평가됐다.

  • SK주주들의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손해다)

  • 주주 입장에서 합병 찬반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감성적 애국심 논쟁을 의식한듯)

  • 적절하지 않은 합병을 눈 감을 경우 국민연금이 지속적인 생존을 할 수 없다.


위에 열거한 합병 반대 이유는 엘리엇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주장과 유사한 대목이 많이 있습니다. 


삼성이 본 합병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 마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서 더 큰 회사가 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자료 또한 공개되어 있는데 아래 보시는 것처럼 모호한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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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라이드먼이 ‘경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지요.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


보통 사람들은 ‘어떤 경제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더라도 경제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라고들 하는데, 대석학도 이런 대중의 불만에 답을 찾기 위한 고뇌를 갖고 있었나봅니다. 그러고 보면 인류가 하루에 아침이나 저녁 한 끼만 먹는 세상이 오지 않는 한 두고두고 회자될 명언이지요.

지금까지 살펴본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금수저 물고 태어난 놈도 삶은 고달프구나~”

“돈으로 돈 버는게 세상에서 젤 쉬운 방법이여~”


혹시 이런 식으로 계속 관망하실건가요?


어떤 사람들은 이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삼성이든 엘리엇이든 둘 다 질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사회를 이루는 99% 약자들의 돈을 털어가서 그 돈으로 어떤 부가가치도 만들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주머니만을 채우는 기업과 머니게임으로 무임승차하는 1%의 자본 모두 용서하지 않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뼈있는 말입니다.


공짜 점심이 없듯 관망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공정한 사회 역시 공짜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공정한 사회가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힘든 내게는 거대담론이라고 생각되신다면 당신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은 이번 표대결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시고, 내가 가입한 국민연금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당당히 요구해 보는 걸 어떨까요.

당신은 소비를 하고, 생산을 하며, 국민연금과 세금을 내는 경제 주체로서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 참고자료

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

2.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관련 설명자료(2015.06.24 http://www.samsungc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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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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