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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6. 월요일

견인차








 






아프리카의 생존왕! 하면 어떤 동물이 생각나십니까? 베어그릴즈 말구요. 보통 분들은 아프리카의 생존왕! 하면 치타, 사자, 하이에나, 자칼, 그리고 표범 등등 많은 동물들을 생각하시지만, 혹여 그럼 하마는? 하고 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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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갠 쫌 그래...”

 

하고들 말씀 하십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마들이 별로 생존하기 쉬울 것 같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뚱뚱한 몸매에 짧은 다리, 커다란 얼굴, 언뜻 보면, 비엔나 소시지도 닮았습니다. 그렇다고 나무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프리카가 생존하기 결코 쉬운 곳인 아닌데 이 비엔나 소시지스러운 동물은 당최 어떻게 살아 남는 걸까요? 나무늘보처럼 늘어지게 긴장 풀고 돌아다니는 게 생존 전략인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그럼 오늘은 하마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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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마는 난폭합니다.


하마는 사이즈로 포유류 지상 NO.3 입니다. 짱짱 큰 메가초식동물(Mega-herbivore)입니다. 초식동물이라고 하면 왠지 얌전하고, 착하고, 순하고, 사람을 좋아해줄 것만 같지만, 속으시면 안됩니다. Mega라는 이름이 붙은 것 치고 순한 게 없어요. 강력크합니다. Gentle Giant(젠틀자이언트) 이딴 거 하마에게는 없습니다. '눈앞에 거슬리면 다 듁여버리겠어!!!'하고 다 죽여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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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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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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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형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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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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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의 이런 폭력성은 단순히 ㅎㄷㄷ하게 무섭습니다. 지상 포유류 NO. 3 이지만, 지상 사람 잡은 포유류 NO. 1 입니다. 매해 약 3,000명의 사람이 하마에게 밟히거나 물리거나 수장 당해 죽습니다. 다치는 사람까지 세면 훨씬 많을 듯 합니다.

 

하마의 이런 폭력성은 아프리카의 가뭄시기와 맞물려 더욱 심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수륙양생의 동물인 하마는 항상 물을 끼고 살아야 합니다. 물웅덩이나, 호수나 강에 살아야만 하죠. 하지만, 가뭄기에는 이런 하마의 주요 서식지가 많이 사라집니다. 쫄딱 말라 버리죠. 안 말라버리더라도 그 사이즈가 많이 줄어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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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대한 호수나 강에 살아서 이런 걱정 덜 해도 되는 하마들도 있지만 그런 애들은 타워팰리스에서 헬기로 출퇴근 하는 것 같은 애들이고, 나머지 하마들은 한여름 8:30 am 신도림 역의 짜증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동네 킹왕짱은 무리 내에서 어떤 놈을 쫓아 낼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럼 순위를 내려야 하죠.

 

1. 나한테 슬슬 시비 걸기 시작한 수놈

2. 곧 나한테 시비 걸기 시작할 수놈

3. 내 여우 같은 마누라들이랑 토끼 같은 애기들

 

그럼 당연히 1번이나 2번을 싹 다 쫓아 냅니다. 그럼 분노에 가득 찬 젊은 수컷이 아프리카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며 살 곳을 찾게 됩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은 동물이 다니기에도 상당히 편한 길이므로 하마가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야생동물은 다른 동물을 만나면 Fight or flight (공격/도피)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사람을 비롯한 기타 다른 동물들을 하마가 마주치면 불행하게도 하마는 싸우길 좋아합니다. 하마처럼 1,000-4,500 kg 정도 되는 동물이 달려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별 수 없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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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와 일롸 팍마!

 

 

2. 하마의 입은 180도 정도 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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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하는 거 아님 화내는 거임

 

하마의 강력크한 입은 단순히 먹는 데 쓰는 도구가 아니라 싸움도구이자 위협도구입니다. 보통 영역 내 수컷간 싸움이 일어나면, 실질적인 피 튀기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입을 벌려 서로 맞대고 벌리고 밀어내기 싸움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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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벌로마!!!!내 입이 더 커!

 

이러다가 안되면 피 튀기는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 피 튀기는 싸움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수컷들이 죽습니다. 하마의 치악력은 8,100 뉴톤 입니다(NGO 브래디바의 측정). 전에 다뤘던 바다악어의 딱 두 배 정도죠.

 

하마들은 다른 수컷과 싸울 때뿐만 아니라, 허락치 않은 다른 동물의 침입에도 입을 벌려서 경고를 하곤 합니다. 하마가 입을 벌리면 정말 엄청나기 때문에 쉽게 못 보고 지나칠 수 없어서 경고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만, 하마는 경고는 입을 벌리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물속에서 소리를 내서 경고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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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경고를 할 때는 위 사진과 같이 눈과 코만 내놓고 특유의 소리를 내서 상대를 경고합니다. 특히 외지에서 온 다른 수컷에게 이 소리를 내며, 이 경고음에 대한 하마들 사이의 반응은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 소리는 물 밖에서는 들리지 않죠......?!!?!?!?!!?!!!

 

고로 사람이 카누라도 타고 지나가다가 하마가 경고했는데 사람이 못 듣고 가던 길 계속 가면, 하마는 ㅆㅂ개객기가 내 소리가 거품소리로 들리냐!!! 하고 공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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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들리냐!!!!

 

 

3. 하마는 사실 수영하지 않습니다.

 

하마는 사실 수영 안 하... 못합니다. ㅋ

 

물 속에서 사실상 걸어 다니거나, 바닥을 박차고 물위로 올라가거나 혹은 물 속에서 발끝으로 중심잡고 서있습니다. 하마가 단순히 지방으로 뚱뚱한 게 아니라 뚱뚱한 근육바보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가라앉습니다. 하마의 움직임을 관찰한 논문에도 명확히 써있죠.

 

“The animals were never observed to swim in the water.”

 

그 동물이 수영하는 것은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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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도 걸어 다녀요.

 

하지만, 하마의 몸은 유선형으로 물의 저항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며 물 속에 들어가면 중력의 영향 또한 저게 받기 때문에 오히려 물속에 가라 앉아서 발로 방향이나 속도 등을 조절하는 것이 단순히 수영하는 것 보다 더욱 섬세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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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이짜!

 

 

 

4. 하마는 물 밖에서도 잘 뜁니다

 

물 속에서 잘 움직인다고 하니까 물 밖에서는 못 움직일 것 같지만, 잘 뛰어 다닙니다. 북극곰이 유일하게 사지 멀쩡한 해양포유류였듯이, 하마도 유일하게 사지 멀쩡한 민물포유류 입니다. 우다다다닥하고 잘 뛰어 다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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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고통 받는 흑형

 

하마는 약 30km/h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 따위 우다다다다다다 하고 밟아 버릴 수 있죠. 뭐 우사인 볼트 급으로 500m 정도 쭈욱 달릴 수 있다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마는 뚱뚱한 몸매에 짧은 다리 덕에 옆으로 굴리면 쉽게 넘어 갈 것만 같지만, 사실 트라이포인트 걸음으로 위에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걸을 때 거의 항상 세 다리를 땅에 붙이고 있어서 몸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안정적으로 이동합니다.

 

고로

 

하마가 쫓아오면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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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5. 하마는 항생제를 들고 다닙니다.

 

야생동물들이 모두다 어느 정도 이상은 강력크합니다. 다들 싸움 잘하고 잘 뛰고 잘 살아남죠. 하지만, 다들 싸워대지는 않습니다. 예로 표범을 들자면, 표범은 강력크 하지만, 밥 먹는 데 온 자칼들이 아무리 귀찮아도 괜히 싸움을 벌이지는 않죠. 그 이유는 야생에서는 아주 작은 상처에도 쉽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야 녹슨 못 같은데 다치거나 하면 병원 가서 항생제 알약 하나 받아 먹거나 파상풍 주사 뙇! 하고 맞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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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등장

 

하지만, 야생동물들은 재수없게 물린 상처에 몸이 조금씩 썩어드ㄹ... 음 네, 어쨌던 동물들은 다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하이에나처럼 초강력크한 항생제 침이 모두에게 있고 그 침으로 온몸을 핥을 수 있게 유연했으면 좋겠지만 모든 동물들이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습니다.

 

BUT!

 

하마도 이런 항생제를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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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님

 

이 붉은 액체는 땀도 아니고, 피도 아닙니다. 이 분비물은 사실 원래는 붉은색도 아닙니다. 원래는 무색이지만, 공기 중에 노출 될수록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한 뒤 나중엔 갈색으로 변합니다. 이 분비물은 하마에게 선크림으로 작용하여 햇볕으로부터 화상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항생제로도 탁월하게 작용하여 하루 종일 물 속에서 지내고 맨날 쌈박질해서 여기저기 상처가 있는 하마를 감염으로부터 지켜냅니다.

 

하마는 덩치와 느긋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게으르거나 어쩌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아프리카에 숨겨진 강자입니다. 하마의 폭력성은 그다지 이렇다 할 이유 없는 무서운 행동으로만 보이지만, 이런 공격성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이 하마서식지 근처에도 안 가도록 본능적으로 느끼죠. 덕분에 힘이 없는 어린 개체들이나 늙은 하마들이 보호받을 수 있고, 이런 시스템으로 자신의 개체자체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눈에 현재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며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는 힘을 기르도록 합시다.

 

고로 민영화 반대입니다.

 

한국에 계신 모든 여러분 힘내세요.

 

응원하고 있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

 

 

 

 

참고자료

 

AFRICAN WILDLIFE FOUNDATION. "Hippopotamus." Hippopotamus. Washington DC: .

 

BARKLOW, William E. "Amphibious communication with sound in hippos, Hippopotamus amphibius." Animal Behavious. 68.5 (2004): 1125-1132. Print.

 

COUGHILIN, Brittany L. "Hippopotamus Underwater Locomotion: Reduced-Gravity Movements for a Massive Mammal." American Society of Mammalogists. 90.3 (2009): 675-679. Web. 8 Nov. 2013.

 

HASHIMOTO, Kimiko. "Studies on the red sweat of the Hippopotamus amphibius." Pure and Applied Chemistry. 79.4 (2007): 507-517. Print.

 

NOWAK, R. M. 1999. Walker's mammals of the world. 6th ed.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Baltimore, Mary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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