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Athom 추천2 비추천0

2013. 12. 16. 월요일

Athom







                   

관련 기사

 

[알고나 먹자 - 소금편]

[알고나 먹자 - 간장편]

[알고나 먹자 - 된장편]

[알고나 먹자 - 고추장편]

[알고나 먹자 - 고기편]

[알고나 먹자 - 고기편 2]

[알고나 먹자 - 젓갈편]

[알고나 먹자 - 향신료편]

[알고나 먹자 - 향신료편 2(마늘)]

[알고나 먹자 - 파]

[알고나 먹자 - 생강/갓]

[알고나 먹자 - 김장]

[알고나 먹자 - 추석 음식]

[알고나 먹자 - 다양한 김치]

[알고나 먹자 - 조개1]
[알고나 먹자 - 조개2]

[알고나 먹자 - 갯바위조개와 담수조개]

[알고나 먹자 - 고둥1]

[알고나 먹자 - 고둥2]

[알고나 먹자 - 알레르기와 식재료]

[알고나 먹자 - 녹색혁명 VS 로컬푸드]

[알고나 먹자 - 문어]

[알고나 먹자 - 회]

[알고나 먹자 - 오징어]










갯벌.jpg







한여름.

뙤약볕.

해풍과 육풍이 교차하는 고요한 시간.


소리라고는 귀를 울리는 바람소리 뿐이었던 갯벌에

공기의 움직임이 정지하고

바람이 잦아들 때

질퍽한 갯벌에서 들려오는 와글거리는 소리.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들의 발자국 소리.

뛰어가는 장뚱어의 철퍼덕거리는 소리.

갯지렁이가 땅을 파고 지나가는 소리마저 들릴 법한 고요한 갯벌에

수천만의 생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자글거립니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10여 분 남짓.


기온이 오른 육지를 향해 바다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것들의 고요한 웅성거림은 바람 소리에 묻힙니다.

자글자글. 조글조글. 짝짝짝짝. 쪽쪽쪽쪽, 사분사분, 스르럭스리럭.

해가 저물어 갯벌에 나가면 해풍이 육풍으로 바뀌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다시 한 번 맞이하는 고요의 시간.

이제는 소리만 들립니다.

사그락서그럭. 자글조글, 짝쪽쪽짝.

바람소리보다 고요하게 분주한 갯벌의 생명들을 눈을 감고 그려봅니다.

후훗.



기억을 뒤적거려 처음으로 건져 올린 것은 바로 이놈입니다.


1.JPG



전라도에선 게를 ‘귀’ 혹은 ‘기’라고 부릅니다. 갈귀.


참 독특한 놈입니다. 축축한 갯벌이 아니면 살지 못하는 녀석인데 바닷물을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담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비가 오면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하고 바닷물이 들면 ‘끙’ 숨죽이고 바닷물이 빠지기만 기다립니다. 겨우 바닷물이 빠져야 구멍에서 기어나와 밥이라도 한 술 뜨자 하는데 마른 땅에 구멍을 파고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보이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항상 축축하긴 하나 비가 들지 않고 바닷물도 사리 때만 간혹 들고 나는 갈대 숲에 구멍을 파고 살아갑니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저녁 무렵이면 손전등 하나와 수대를 양손에 들고 축축한 갈대숲으로 나갔습니다.

할머니는


“갈귀는 말이다. 비오믄 좋은개벼. 비만 왔다 허먼 그 짚은 구멍 마다허고 밖으로 나와 비를 방긴단 말여.”


할머니도 참... 반겼다기 보다는 게구멍으로 빗물이 들어오니 나 살려라 하며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허둥대는 것이었는데...


갈게는 눈도 밝고 귀도 밝은데다 구멍도 깊이 파고들어 쉽게 잡을 수 없는 녀석이었지만 비오는 어두운 밤이면 사면초가에 이르러 우왕좌왕하다 사람 손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비오는 밤엔 손전등을 비쳐가며 기어다니는 갈게를 찾아 주워 담기만 하면 되었죠. 한 수대 잡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했었습니다.


그 많던 갈게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부안 곰소갯벌에서도 찾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천성이 허드레곳간에 등 붙이지 못하는지라 살 곳이 마땅치 않았을 테지요.


갈게는 칠게나 달랑게, 농게보다 감칠맛도 좋고 담백해 작은 크기의 게들 중 가장 몸값이 높았습니다. 보통 간장에 담거나 소금에 절여 먹었는데 작지만 꽃게보다 맛이 진해 모두가 좋아했던 밑반찬이었습니다. 갈게 집게발은 매우 단단해 몸통은 떼어서 어린 저에게 주고 단단한 다리만 와드득와드득 씹어 먹던 아빠가 생각나네요.

새끼 키우는 것이 이러했지...



칠게.jpg

나가 칠게요~ 



작은 크기의 게들 중 갈게가 가장 맛이 좋았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했던 것이 칠게입니다. 칠게란 놈. 갈게와는 달리 갯벌만 있으면 어디서든 잘 사는 놈인지라 갯벌에서 눈에 띄는 게들 중 3할은 이놈들일 겝니다. 이제 갈게는 자취를 감췄지만 칠게는 여전히 서남해안의 갯벌을 누비며 살아갑니다.


IMG_0884(640x480).jpg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칠게입니다. 강화도 갯벌 어느매에서 살았을 녀석들일 테죠. 흔하디 흔해 허드레것이나 다름 없던 칠게를 노량진시장에서 만나니 잊고 지냈던 고향 친구를 서울에서 만난 듯 어찌나 반갑던지. 칠게를 먹는 방법은 갈게와 비슷하지만 갈게보다 껍질이 단단하지 않아 통째로 튀겨 먹을 수도 있습니다. 입 안에서 바삭바삭 부서지던 칠게의 고소한 맛이 아련합니다.


농게-가오.jpg

가오짱!!



농게입니다. 농게는 살에 물이 많고 쓴맛이 있어 고향에선 먹지 않았던 것들인데 충남, 경기 해안가에서는 장을 담아 먹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이놈들은 색깔도 멋있고 모양도 특이해서 먹기보다는 하는 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큰 집게발을 오므려 작은 구멍으로 들락거리는 모습도 신기하고 싸움이 벌어졌을 때 커라단 집게발이 싸움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모습도 우습고 재미있습니다. 말하자면 우왕떠는 유전자를 타고난 것이죠. 실전용이라기 보다는 위협용. 어깨. 가다. 一 心. 그런거지 않겠나...


2.jpg



영화 <헬보이>를 보며 농게가 생각나 혼자서 키득거렸습니다. 그 수컷의 우악스런 오른손을 보고 농게가 생각 났더랬습니다. 농게는 수컷에게만 커다란 집게 발이 달려 있고 암컷은 양쪽이 같은 크기입니다. 스타일은 짱 멋진데 쓸데는 없어요. 맛도 없고. 퉤.


붉은발 농게 암수(800x600).jpg

왼쪽이 암게, 오른쪽이 수게.



맛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잡지 않고 다른 포식자도 즐겨 먹진 않는지 개체수가 칠게에 뒤지지 않습니다. 붉은 손을 움직이며 게구멍으로 들랑팔랑하는 농게는 잿빛 갯벌에 점점히 박힌 붉은 활력소처럼 보입니다. 이 회색의 도시 국가에서 가오로 죽고 사는 수컷 김총수 같달지... 끙.ㅋㅋㅋ 맛은 없습니다. 네.ㅎㅎ


먹지는 못하지만 참 웃긴 녀석이 한 놈 더 있습니다.


LJW_8789.jpg

도둑게



이 녀석도 바다가 있어야 살 수 있지만 바다에선 살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바다에서 얼마간 떨어진 바위틈이나 개울가에서 살아가다 꼴릿 할 때가 되면 바다로 달려갑니다. 사랑은 바다를 바라보며. 삶은 두메산골에서. 그렇다고 아주 멀리 깊은 산을 찾아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겨우 해안에서 1km 내외의 개울가에서 살아가고 잡식성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생활권과 식생활이 겹칩니다. 도둑게라는 이름은 그래서 생겨났습니다. 해안가의 주택 뒤뜰, 개울가, 샘 주변에서 살아가고 종종 부엌이나 마루 밑까지 들락거립니다. 볕에 말리는 생선은 물론이고 부뚜막의 밥까지 훔쳐 먹기 때문에 도둑게가 되었죠.

아무리 도둑이라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도둑게 웃음.jpg



이놈들. 웃는 가면을 쓰고 다닙니다. 밥 훔쳐가는 이놈 보고도 손바닥으로 탁 때려잡기보다는 그저 웃고 넘길 만하죠. 울긋불긋 색깔도 예쁘고 크기도 작고 귀여워 미움을 사기보다는 그저 어처구니없이 웃기고 즐거운 녀석입니다.


종종 하는 짓을 봐도 븅신 같고 웃기고 그래요. 제가 살던 집은 해안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어 도둑게를 볼 수 없었지만 해안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던 외가에 가면 도둑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감나무 옆으로 개울이 흘렀는데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씩 미소를 지으며 어리버리 살금살금 지나가는 도둑게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크기도 작고 힘도 약해 집게발에 물려도 참을 만했습니다.왜 어렸을 때부터 그 물리는 느낌이 좋았을까나?? 이제는 외가집도, 감나무도, 개울도, 도둑게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농게나 도둑게는 쓴맛이 있어 먹지는 않았지만 바위틈에 사는 달랑게, 엽낭게나 얕을 물에 사는 밤게, 그물무늬게 등은 한테 넣고 장을 담아 먹었습니다. 그중 최고의 맛은 역시 갈게였죠.


다양한 게들.jpg



이렇게 작은 게들은 갯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손쉽게 잡을 수 있었지만 꽃게, 민꽃게, 범게, 깨다시꽃게 등은 바다로 나가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중 갯바위에서도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민꽃게입니다. 꽃게만큼 맛있진 않지만 잡기 수월하고 가격도 저렴해 민꽃게를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민꽃게는 갯바위 침수지역에 몸을 숨기고 살아가기 때문에 돌게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호전적인 성격 탓에 벌덕게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꽃게보다 집게발이 크고 단단한 이녀석은 아무리 거대한 적을 만난다 하더라도 대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도망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집게발을 치켜세웁니다.


민꽃게 공격.jpg

덤벼 짜샤. 확 물어벌라.



집게발에 물려 아프지 않은 게가 있을까마는 민꽃게에게 물리면 더럽게 아픕니다. 덤빌 때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죠. 맨손으로 잡으면 반드시 피를 보고 장갑 하나를 끼고 잡으면 멍이 듭니다. 목장갑 세 켤레는 껴줘야 참을 만한데 손가락의 감각이 둔해져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남 서산에 가면 민꽃게로 만든 특별한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게국지입니다. ‘게국’은 게장 국물을 말하는 것이고 ‘지’는 김치의 방언입니다. 싱건지라는 말도 싱거운 김치란 뜻이죠.


게국지는 민꽃게로 게장을 담았던 간장으로 김치를 담는데 일반 김치에서 사용하는 젓갈대용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배추에 김치를 담듯이 여러 가지 양념과 고춧가루, 게국을 넣고 싱싱한 민꽃게를 잘라 넣고 버무립니다. 늙은 호박과 무를 나박나박 썰어 넣으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이렇게 담아두고 1주일 후에 먹는데 김치처럼 생으로 먹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게국지는 찌개 전용 김치입니다. 찌개를 끓이기 위해 숙성시키는 것이죠.


김치 중에 호박지라는 것이 있는데 이 호박지도 게국지와 마찬가지로 찌개를 끓이기 위해 담는 김치입니다. 화하게 삭힌 맛을 좋아한다면 더 오래 두었다 끓이면 그 맛이 홍어탕처럼 강해집니다. 전통적으로 민꽃게를 사용했지만 꽃게로 게국지를 담아도 맛은 갠찮습니다.


민꽃게는 꽃게보다 살도 적고 딱딱해서 2인자 취급을 받지만 게국지를 담기에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껍질에서 우러나는 국물맛이 시원하고 꽃게보다 단 맛이 덜해 개운한 국물맛을 내기엔 제격이죠. 게장이 없다면 새우젓으로 대신해도 시원한 국물맛을 낼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데 그 맛은 매우 특별하니 추운겨울날 게국지로 속풀이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23d_(3).jpg



6월 21일 ~ 8월 20일까지는 수산자원관리법으로 정한 꽃게 금어기입니다. 이 시기에 꽃게를 잡으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꽃게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깨다시꽃게와 범게가 반짝 장에 나타납니다.

꿩대신 닭이랄까...왕의 귀환을 기다리며 섭정이 통치한달지...


금어기 도표.jpg

금어기의 수산물들입니다. 잡았다간 쇠고랑 찰 수 있다능. 



대부분의 게들은 6~9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탈피를 해 금어기를 가져야 마땅하지만 깨다시꽃게와 범게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도 금어기를 갖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산란기에 잡혀 올라오는 깨다시꽃게와 범게는 반드시 찾아 먹어야 할 계절 별미입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각자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있어서 꽃게가 시장에 나타나면 게눈 감추듯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DSCN1499.jpg

깨다시꽃게



깨다시꽃게는 동해안에선 금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sand crap-모래게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깨다시꽃게는 껍질도 무르고 살도 물러 쉽게 상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6월~8월은 가장 무더운 시기인데 이런 단점은 매우 치명적인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변화도 없어 등딱지를 까보지 않고는 신선도를 확인하기 어려워 종종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섞어 팔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통과정에서 오래된 게가 섞여들어 장을 담았을 때 게장 한 통을 썩게 만들기도 합니다. 뒤에서 장을 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겠지만 깨다시꽃게로 장을 담을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산란기를 맞은 깨다시 꽃게의 맛은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산란기의 황복도 맛있다고 처묵처묵하는데 이정도야 뭐...


범게.jpg



범게입니다. 생긴 것부터가 까칠하게 생겼죠. 이 까칠함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게들 중 가장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놈 집게발을 깨물다 이가 깨지기도 했네요 ;;;


살도 맛있고 내장도 맛있지만 너무 단단해 사랑받지 못하는 내유외강형 되겠습니다. 산란기를 맞은 게가 다들 그렇듯 범게도 내장이 알차고 살도 꽉 들어차 있습니다. 특히 범게의 붉은 내장은 그 어떤 게의 내장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딱지 안에 들어있는 찰떡이라고나 할까? 


게딱지를 열면 음... 뭐랄까 그 ... 찰지고 붉은 무언가가 있단 말이죠. 아오~ 찰진 것. 이 찰진 것 먹겠다고 이빨이 부서졌지만 여전히 여름이 되면 범게를 찾습니다.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그 맛을 즐길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것이죠. 대신. 집게발은 뺀찌나 뿌라야를 동원하는 것이...흠... 이빨 절단나니 주의해서 드시길 바랍니다.


1342252188(565x800).jpg

아흑. 까칠하니 찰진 범게같으니라궁. 앙!


깨다시꽃게와 범게는 꽃게 금어기에 섭정 노릇을 한 것이고 금어기가 풀리면 왕이 귀환합니다. 앞에서 말한 모든 게들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부각된 게들의 제왕.


2009052900236_0.jpg

꽃게



꽃게는 금어기를 전후해 암게와 수게의 맛이 달라집니다. 봄철에는 산란을 준비하는 암게의 맛이 좋고 가을에는 월동을 준비하는 수게의 맛이 좋습니다. 사실 금어기가 풀린 직후에는 어떤 놈도 맛이 좋진 않은데 그 희소성덕에 인기가 높은 것입니다. 수게는 10월 이후에 가장 맛이 좋습니다.


암게 수게.jpg



수게는 배딱지가 뾰족하고 암게는 배딱지가 넓습니다. 저 배딱지 안쪽에 알을 품고 다닙니다. 모든 게는 다 저러합니다.


금어기는 산란하는 암게를 보호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허물 벗고 연약해진 게들을 보호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잡히는 게를 물렁게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게들은 구멍을 파고 숨어들어 허물을 벗거나 바위틈에 숨어 허물을 벗고 단단해 질 때까지 기다리지만 꽃게는 보호하는 집이 없이 허허벌판에서 허물을 벗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꽃게는 생존을 위협받는 시기입니다. 단단한 등딱지도 없고 날카로운 집게발도 없기 때문에 며칠은 숨죽이고 굶어가며 단단해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탈피를 하기 직전에 살을 찌우고 몸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금어기가 적용되지 않던 시절의 6월은 꽃게가 허물을 벗기 직전이어서 꽃게의 제철이었지만 이 시기의 꽃게를 보호하지 않으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금어기로 지정한 것입니다.


금어기 동안 산란도 하고 허물도 벗어 안전하게 자라는 것이 봄암게, 가을수게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길이 될 것입니다.


물렁게 2.jpg

물렁게


꽃게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도 작고 맛도 덜한 점박이꽃게도 있습니다. 점박이 꽃게는 난류성 어종이기 때문에 국내에선 제주도 인근 해안에서만 잡히고 대부분 중국 남부나 베트남, 태국에서 잡힌 것을 냉동 상태로 수입해 들여옵니다.


점박이꽃게는 살과 내장이 물러 찜과 탕을 했을 때 흐물흐물 흘러내려 먹잘 것이 없지만 장을 담았을 때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게장무한리필’이란 현수막이 붙어있는 게장백반 집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요, 대부분 점박이꽃게를 사용한 곳입니다.


다른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장으로는 훌륭한 맛을 내니 싸다고 의심말고 점박이 꽃게장 맛나게 드십쇼.


꽃게 비교 copy.jpg



이 말고도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와 털게의 맛은 정평이 나 있지만 그 맛의 차이를 구분조차 못하는 저로서는 언급의 대상이 되지 못하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게, 붉은대게, 너도대게, 영덕대게....암만 봐도 참...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네.


게를 가지고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은 매우 다양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게요리는 단연 게장이겠지요. 게장을 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너무나도 고전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거나 게가 가진 특유의 맛을 경감시키는 재료를 사용하는 레시피들이 많이 보입니다.


게장은 게가 어떤 식재료인지를 먼저 알고 조리해야 합니다. 게는 매우 상하기 쉬운 식재료입니다. 껍질과 살 사이에 공간이 있고 그 곳에 공기가 들어 있어 연한 속살이 금세 상하게 됩니다. 또한 게 껍질은 산화반응이 빨리 일어나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맛은 좋지요.


이 맛있는 게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해 간장이나 소금을 넣어 장을 담았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상하기 쉬운 게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는 매우 짜게 담아야만 했습니다. 고전적인 방식으로 게장을 담아 맛을 보면 너무 짜서 그 맛을 구분하기조차 힘들고 상온에서 숙성시킬 경우 아무리 짜게 담아도 상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언젠가 싱싱한 꽃게를 가지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게장을 담아 상온에서 숙성시켜 엄마에게 맛보게 했습니다.


“아이고. 이 좋은 살퀴(꽃게)를 왜 이래 놨냐? 집에 냉장고 없냐? 그전에 냉장고 없을 때나 이렇게 담었지! 냉장고 있어 상할 일 없는디 이 좋은 살퀴 맛 버리게 왜 이렇게 짜게 담어. 이렇게 짜게 담으면 어디 귀 맛이나 나것냐. 간장 짠맛 뿐이잖여!


음... 그러고 보니. 참 짜구나...;;;


고전적인 장 담는 방법은 꽃게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맛을 포기하고 신선도를 선택했던 것이었습니다. 간장에 담아 상온에서 한달 간 숙성시킨 게장의 맛이 어떨 것 같습니까?


놀랍도록 짜고 게딱지 안의 살과 내장은 모두 녹아내린 상태입니다. 물론 그 간장의 맛은 매우 좋습니다. 간장을 먹고자 한다면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것이 좋겠지만 담백한 게장을 맛보고 싶다면 3,4일 장에 담가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간장과 물의 비율을 1:1 내지 2:3으로 했을 때 짭짤한 맛이 나고 그보다 싱거운 맛을 원하면 3:5의 비율이 적당합니다. 불쾌한 비린 맛을 잡아줄 생강과 마늘만 넣는 것이 가장 좋고, 비린 맛이 영 내키지 않으면 월개수 잎 두세 장만 넣어 주면 게장에서 나는 모든 잡내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온갖 약재를 무슨 이유로 넣는지는 정말 모를 일입니다. 감초를 넣어 안그래도 달달한 꽃게장 맛을 들큰하게 만드는가 하면 보약도 아닌데 간장보약을 달여 넣는 경우도 허다하더군요. 게를 맛보고 싶으면 게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게장이 무슨 보약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여러 가지 레시피를 훑어 봤을 때 일반 가정보다는 식당에서 필요한 레시피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의 게를 장으로 담는 것입니다.


한 끼에 열 마리씩 꺼내 먹을 거라면 뭐. 그렇게 담아도 되겠지만 한두 마리 꺼내 먹을 것이라면 서너 마리씩만 담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게는 냉동 보관하고 한 마리 꺼내 먹으면 또 한 마리 간장에 담아 순차적으로 장을 담아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꽃게장을 먹는 방법입니다.


음식디미방이나 증보산림경제 등에 나와 있는 고전적인 조리 방법들은 매우 귀중하고 훌륭한 자료들입니다. 그러나 게장과 같은 음식은 냉장보관을 할 수 없던 시절에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조리법임을 알고 냉장고를 적극활용해 짜지 않고 신선한 게장을 만들어 먹는 것이 현명한 조리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게장 하면 간장게장을 떠올리겠지만 레알 게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소금게장입니다. 간장게장보다 상하기 쉽고 간장게장의 달달한 맛도 나지 않아 잊혀지는 조리법이지만 꽃게 본연의 신선한 비린 맛을 맛보고 싶다면 소금게장을 강력추천합니다.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소금게장을 담기는 더욱 수월해졌습니다.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통 바닥에 두텁게 깔고 게와 소금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마지막으로 소금을 두텁게 덮어주면 일단의 조리는 끝입니다. 소금게장을 담는 게는 살아있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상해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소금이 젖어 물이 되고 감당하기 힘들만큼 짠 그 무엇이 되고 맙니다.


신선한 게를 소금으로 덮어두면 게의 몸 안에 있던 수분과 불쾌한 비린 맛은 소금으로 빠져나가고 소금간이 게살 안으로 스며듭니다. 수분이 빠져나간 게살은 매우 쫀득하고 감칠맛은 배가 됩니다. 


소금게장도 3~4일만에 꺼내 먹는 것이 좋습니다. 1주일 이상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살이 마르고 짠맛은...음... 오지게 짜죠. 간장게장에 비해 짠맛은 강하지만 개운하고 신선한 게 맛은 간장게장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


고전이란 이렇게 이해되고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MB00001a240a83.jpg



게 중 민물에 사는 참게가 있습니다. 게장 중 참게장을 으뜸으로 치는 분들 많을 것입니다.


한동안 북한에서 많이 수입되었었는데요, 깨끗한 물이 아니면 살지 못하는 녀석들이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에 북한강과 남한강 등지에서 많은 수의 참게가 서식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전 만경강 상류에서 낚시를 하면서도 한 두 마리가 눈에 띄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사라져 눈에 뜨지 않던 녀석들이 이렇게 강으로 돌아오니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참게도 갈게처럼 비오는 밤이면 밖으로 기어나옵니다. 비오는 밤강에 나가 뱀장어도 잡고 참게도 주워 담는 상상을 해 봅니다. 어쩐지 흐뭇하지 않으세요? ^^


한강의_참게-_잠실의_참게__3.jpg

잠실에서 발견된 참게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