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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이 소라 추천7 비추천0

2013. 12. 23. 월요일

프랑스특파원 아까이 소라


 



 

 

 

자다가 봉창

 

요즘 프랑스는 크리스마스로 들썩인다. 거리마다, 백화점과 쇼핑몰마다 일 년 동안에 번 돈을 여름 휴가와 크리스마스 식사에 쏟아 붓는 프랑스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좀처럼 휴일에 열지 않는 프랑스의 가게들도 크리스마스 특수를 맞아 일요일에도 ‘특별히’ 그 문을 열어 젖히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필자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온다 하여 지인의 아파트를 빌려 거나하게 놀 준비를 하느라 직접 상그리아(필자 주 : 일종의 와인 펀치)도 담그고 요즘 살짝 들떠 있는 상태.

 

한국의 분위기도 좋은 듯 했다. 한국의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되기는하였지만, 최근 ‘안녕들 하십니까?’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며 무언가 사회 의식이 한 단계 발돋움하려는 기세가 꿈틀거리기에 하루 하루 뉴스를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오늘 아침, 경향신문이 경찰로부터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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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ㅅㅂ



물론 언론사는 성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들어가 산책할 수 있는 공공장소도 아니다. 듣자 하니 수색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경향신문사를 아예 뒤집어 버렸다는데... 민주노총 습격에선 나오는 길에 커피 믹스 절도하다 걸렸다는데... 결과적으로 경찰만 우스워져 버리긴 했지만 이를 만행이라 생각지 않고 정당한 절차도 없이 ‘쳐들어’갈 수 있으리란 판단을 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곳이 2013년 말의 한국 사회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착잡해짐을 느낀다.

 


불법 파업

 

지난 16일, 검찰은 철도 노조의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였다. 그에 따라 핵심 주동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이번 경향신문 사태는 이러한 검찰의 규정을 전제로 하여 가능했던 것이다. 경찰의 뻘짓은 일단 미루어 두고서 도대체 철도 노조의 파업이 왜 불법 파업인가가 궁금해 졌다.

 

근로자의 파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1) 그 주체가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2)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된 사항이어야 한다. 또한 (3) 찬반투표나 조정 등의 절차가 수반되어야 하며, (4) 파업의 수단이 폭력 및 파괴를 동반하지 않아야 한다. 검찰이 이번 철도 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 규정한 것은 이 두 번째 항목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서다. 대검찰청 공안부장 송찬엽 검사장은 “철도 노조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 없이 자회사 설립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 파업”이라 밝힌 바 있다.

 

정말? 정말 그러한가?

 

이번 철도 노조 파업이 정말로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이 없는 건가에 대해서 실은 필자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프랑스까지 오신 레이디가카께서 만천하에 ‘한국의 공공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하신 이후, 마치 요이땅! 이라도 한 듯,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민영화로의 단계를 일사천리로 착착 밟아가고 있는 상황임은 알고 있지 않나. 민간 매각은 할 수도 없다고 했지만 국정감사에서 민간 매각을 법률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이미 밝혀진 마당. 일련의 한국철도공사 관련 사태를 종합해 볼 때, 어찌 저렇게 쉽게 ‘철도 노조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 없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참 의문이다. 

 


불법 파업의 정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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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국가 대표 스포츠, 파업

사진은 2010년 정부의 연금정책 변경에 반대한 마르세이유 대규모 시위

 


알겠지만 프랑스는 파업의 나라다. 툭 하면 지하철에 철도에 공항에 교사에 교수에, 가끔은 학생들까지! 오죽하면 ‘파업’을 일컬어 프랑스의 국가 대표 스포츠라 할까. 2012년 6월 통계에 따르면 2010년 10명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천 명당 파업일이 316일에 달했다. 결국 휴가철 빼고는 빠짐없이 어디선가 파업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파업이 근처의 유럽 국가에 비하여 특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프랑스가 파업으로 유명한 이유는 굵직굵직한 파업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공항, 철도, 지하철, 버스 등 시민들의 일상, 관광객들의 체류와 밀접히 관련이 있는 분야의 파업이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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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1970년대까지 근로자 1000명당 파업일 수

위에서부터 독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에서 노동의 중단이 합법적 파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 작업이 완벽히 중단되어야 한다. 작업 속도의 의도적 저하 및 계약 사항의 일방적 불이행, 즉 태업은 파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2) 단체 행동이어야 한다. (3) 사전협의에 기초한 행동이어야 한다. 단, 자연발생적인 파업인 경우라 하더라도 단체의 결정일 때는 이 역시 파업으로 인정한다. (4) 직업활동과 관련한 요구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5) 고용인에게 단체 행동의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과 프랑스가 다른 점은 바로 ‘직업과 관련한 요구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된 사항이어야 하는 바, 해석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업활동과 관련한 요구는 단순히 문자 상으로만 보아도 근로조건에 관한 요구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범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찾아 봤다. 프랑스에서의 불법 파업. 근데 별로 없다. 찾기 정말 힘들었다. 파업이 일 년 365일에 316일이나 있는 나라에 불법 파업이 이리 없다니 말이 안 된다. 정말이지 딴지 프랑스 특파원 못 해먹겠다며 별로 있지도 않은 검색력을 밑천까지 끌어올려 밤새 찾은 것.

 

 

2005년 마르세이유 전차 공사(RTM) 불법 파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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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이유 전차 공사 파업 41일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2005년 10월 21일, 마르세이유의 전차 종업원들은 시민들에게 성명서를 배포하며 파업을 선언한다. 이는 전차 선로 확대 프로젝트를 민영화하고자 하는 마르세이유 시장 장 클로드 고댕(Jean Claude Gaudin)의 결정에 반한 것이다. 이들은 고댕 시장의 ‘만행’을 이대로 놓아 둔다면 마르세이유 전차 공사는 100% 민영화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자크 쉬락 정권 하에서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부 당수였던 고댕 시장은 공사의 100% 민영화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었고, 전차 노조는 이를 두고 ‘독을 숨기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맹비난을 쏟아 냈다.

 

고댕 시장은 이미 불어난 부채를 메꾸기 위해서는 신설 프로젝트의 민영화만이 답이라 주장하였고, 전차 노조는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하겠다며 나선 회사가 단 하나밖에 없음에 반대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두 진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은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그 동안 전차는 물론이고 버스, 지하철 등 모든 대중교통은 그 운행이 최소화되거나 중단되었다.

 

파업 27일째, 고댕 시장은 전차공사의 파업을 불필요하고 정치적이며 합당하지 못하다며 액상 프로방스(Aix-en-Provence) 지방고등법원에 고발, 파업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여기서 불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어마어마한 부채를 안고 있던 전차공사에 더욱 어려움을 가지고 오리라는 것이었고, 합당하지 못하다는 것은 파업에 대한 예고 과정에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또한 정치적이란, 현재 한국 철도 노조 파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리고 11월 4일, 법원은 고댕의 고발을 받아들여 전차공사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12시간 내에 작업장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이를 두고 공산주의 일간지 뤼마니테는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이 시험에 들었다> 기사를 통해 파업권의 확실한 보장을 공약으로 걸었던 자크 쉬락이 그 약속마저 지키지 못한다.며 정권 전체를 맹비난했다. 사회주의 리베라시옹은 <팽팽한 긴장에 휩싸인 마르세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점차 제한을 받고 있는 파업권 및 우경화되어 가는 정권을 우려하는 시선을 내 보였다.

 

중도좌파 르몽드는 명백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사실 전달에 보다 주목하였고, 우파신문 르피가로는 장기화된 대중교통 파업에 힘들어 하는 시민들의 입장에 보다 무게를 실어 기사를 실었다. 실제로 당시 마르세이유에서는 러시아워 중에서도 지하철이 20분에 한 대, 혹은 10분에 한 대씩만 운행되었고, 12%의 버스(462대 중 57대)만이 승객을 태웠다. 전차는 아예 운행을 중단함으로써 마르세이유 시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법은 법. 이미 판결이 난 사항에 대하여 노조는 더 이상은 거스를 수 없었다. 2005년 11월 25일, 투표를 통하여 45일간 이어진 파업의 종결을 선언한다. 긴 파업을 이어갔던 노조는 얻은 것 하나 없이 시민들의 질타 또한 받아야 했다. 하지만 고댕 시장 역시 완벽한 승자는 아니었다. 이 파업 사태로 고댕 시장은 시민의 요구에 귀를 닫는 완강한 이미지를 얻었고, 그 결과 2008년 3월 총선에서 50.42%의 득표율로 삼선에 성공하기는 하였으나 47.75%의 득표율을 얻은 사회당 후보와 아주 근소한 차이만을 보임으로써 이 정치 거물이 잠시 지지율 면에서 식겁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현재 2005년의 마르세이유 전차노조 파업은 더 이상 불법 파업이 아니다. 2007년 10월, 상고심에서 액상 프로방스 지방고등법원의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 파업 24시간 전에 예고를 했었고, 또한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해당 사업장의 풍경을 상당한 부분에서 바꾸어 놓는 바, 전차 선로 신설 프로젝트의 민영화를 반대한 파업이 전차 노동자들의 직업활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이 판결은 철도청 파업이 한참이던 2007년 가을 당시의 프랑스 사회에 다시 한번 노동자의 파업권을 인정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였다.


프랑스의 철도 노조는 2013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도 열심히 파업 중이다. 아마도 내년 1월 1일부로 파리 지하철 요금은 또 오르겠지. ㅅㅂ



나가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프랑스에서 불법 파업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 불법이 아닌 파업 찾기가 이 정도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 간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결국은 파업의 목적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직결되어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는 시각 차이이며, 그 해석에는 정치적 의도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어떠한 사회에서의 단체행동이 정치적이지 않을 수는 없다.

 

파업이 금지된 사회,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눈치를 보아야 하는 사회는 독재성이 강한 국가이자 구성원들의 사회의식 및 공동체의식이 낮은 곳이라 생각된다. 그리하여 이번 철도 노조 파업에 많은 이들이 성원을 보내고 동참하는 것이 필자는 참으로 반갑다. 또한 급히 써내느라 서투르기 이를 데 없는 본 글을 마치며 프랑스의 파업을 보는 시선 중 하나를 대표하는 사진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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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속에 꿈이 있습니다

(필자 주: grêve = 파업 / rêve = 꿈)

 

 

 

 

 


참고

 


news.donga.com/Main/3/all/20131216/59573979/1


alternatives-economiques.fr/greves-en-france---lesmythes-et-les-chiffres_fr_art_633_40749.html


atlantico.fr/decryptage/france-est-elle-vraiment-championne-monde-greves-reponse-en-chiffres-dominique-andolfatto-526723.html

 

www.acrimed.org/article2415.html

 

cadresonline.com/conseils/coaching/droit-du-travail/fiches-pratiques/detail/article/le-droit-de-greve.html

 

humanite.fr/node/103617

 

humanite.fr/node/67224

 

liberation.fr/politiques/2005/11/26/a-marseille-gaudin-s-est-pris-les-pieds-dans-le-tram_539856

 

liberation.fr/economie/2005/11/12/la-rtm-repartie-dans-le-conflit_538814

 

liberation.fr/tribune/2005/11/15/le-service-public-et-ses-finalites_539072

 

liberation.fr/economie/2005/11/05/rtm-la-greve-des-transports-jugee-illegale_538160

 

lemonde.fr/cgi-bin/ACHATS/acheter.cgi?offre=ARCHIVES&type_item=ART_ARCH_30J&objet_id=928952&xtmc=rtm_greve_2005&xtcr=4

 

lemonde.fr/cgi-bin/ACHATS/acheter.cgi?offre=ARCHIVES&type_item=ART_ARCH_30J&objet_id=1010949&xtmc=rtm_greve_2005&xtcr=1

 

lemonde.fr/societe/article/2005/11/16/rtm-les-syndicats-rejettent-l-ultimatum-de-la-direction_710608_3224.html?xtmc=rtm_greve_2005&xtcr=6

 

leparisien.fr/economie/rtm-fin-de-greve-a-marseille-25-11-2005-2006505270.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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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candy4sora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