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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 이후로 공백이 길었다. 생업이 좀 바쁘다 보니 시간이 좀 지나버려서 일단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한다.


지난번 글의 반응은 의도와는 다르게 'RC 헬리콥터는 어려워서 시작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였던 것 같다. 물론 세 발 자전거 같은 드론에 비해서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취미 수준에서 이게 그렇게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취미라는게 사실 남들 못하는 걸 내가 하면서 으쓱대는 맛도 있는건데, 누구나 다 할 줄 알면 좀 재미 없지 않나. 쉽게 사귄 애인은 금방 헤어지는 것처럼, 취미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난이도가 있어야 길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거다.


이번 글에서는 RC 헬리콥터들의 종류와 선택 가이드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다양한 종류의 헬리콥터들이 다 하늘을 나는 원리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종류를 설명하는 동시에 비행 원리와 RC 헬리콥터의 특성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도록 하겠다. 



헬리콥터 메카니즘 - 토크 (torque)와의 싸움


목적과 형태, 크기를 떠나서 드론을 포함한 모든 회전익 비행체의 지상 과제는 동체를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것보다 로터의 회전으로 인해 생기는 토크 - 즉, 로터 회전 반대 방향으로 동체가 회전하려는 힘을 없앰으로서 항상 같은 방향, 또는 조정자가 원하는 방향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게 나름 어려운 기술이어서 회적인 비행체의 구상을 처음으로 했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헬리콥터 스케치에서도 이것은 해결이 안 되었다. (토크라는 말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모든 회전축에 걸리는 힘이라는 뜻이지만, 이 연재에서는 헬리콥터가 로터의 회전으로 인해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려고 하는 힘으로 정의내려서 사용하겠다. 참고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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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대에 이런 구조를 떠올렸다니 천재 맞긴 맞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토크라는 존재가 있어 같은 힘으로 잡아주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비행 중 이 토크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로터의 RPM이 급격히 상승할 때에도 작용 반작용으로 인하여 토크가 증가하고, 블레이드의 각도가 변화하여 (블레이드 각도 변화에 대해서는 저 밑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로터에 더 큰 무게가 실릴 경우에도 토크가 증가한다. 반면 일시적으로 자유 낙하하거나 상승을 멈추는 순간에는 토크가 감소한다. 비행 중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토크의 힘에 딱 알맞은 힘으로 상쇄를 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헬리콥터 개발의 역사는 토크와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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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토크 발생과 상쇄의 모식도. 영어라 미안하다만 그림 보면 대충 이해 갈거다.


현대의 회전익 비행체들은 이것을 짝수개의 로터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시켜서 상쇄시키거나 (일반적인 드론, 치누크 같은 탠덤 헬기, 동축반전 헬기 등), 아니면 꼬리에 회전 방향에 수직으로 프로펠러를 하나 더 달아서 동체의 회전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우리가 헬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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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시골스키에서 나온 간지 쩌는 동축반전 헬기, 탠덤 로터의 대명사 치누크, 일반적인 형태의 헬기


동축반전은 가장 안정적인 모양이자 들어올리는 힘(리프트)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다만 로터의 구조가 다소 복잡해지다 보니 요즘 나오는 동축반전 헬기들은 꼬리에 추진력을 위한 별도의 프로펠러를 달아준다.


탠덤 로터 또한 리프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서, 축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헬리콥터들이 하지 못하는 몇가지 비행이 가능하고, 매우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유튭 뒤져보면 산 정상 봉우리에 헬리콥터 엉덩이만 살짝 대 놓고 군인들을 내려주는 후덜덜한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헬기는 앞의 두가지에 비하여 가장 구조가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보니 대다수의 일반 헬리콥터들의 설계로 사용된다. RC 헬리콥터에는 아주 단순한 형태를 지닌 동축반전이 가장 쉬워서 저가 장난감 RC 헬리콥터들의 대부분이 이 구조를 사용하고 있고, 좀 더 상위 모델로 갈 수록 일반적인 형태를 지니게 되며, 중간의 탠덤 로터는 스스로 헬기를 디자인 하여 만들 줄 아는 수준에서야 제작하고 날릴 수 있다.


그럼 RC 헬리콥터들에서는 이 세가지 형태가 어떻게 사용되어 분류가 되는지 한번 알아보자.



1. 동축반전 저가형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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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서 이 헬기를 추천할 일은 없다.


말 그대로 장난감 수준의 작은 모델. 3채널 모델로 주로 나오며 (상승/하강, 전진/후진, 좌회전/우회전) 가격은 대략 몇천원에서 만원 수준이다. 추락해도 망가지지 않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드론보다는 날리기 어려워서 아이들이 흥미를 붙이고 날릴려면 나름 연습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한번 RC 헬기 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사서 날려 봐도 되지만, 진지하게 취미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헬기이기는 한데, 왜 이 글에서 이것을 언급했냐 하면, 로터에 대해서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RC 헬리콥터들을 나누는 큰 기준 중의 하나는 저 로터 블레이드가 고정된 각도이냐 아니면 각도 조절이 가능하냐이다. 전자를 고정 피치(fixed pitch) 헬리콥터, 후자를 가변 피치(variable pitch) 헬리콥터라고 하는데, 위 사진에 나온 헬리콥터는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고정 피치 헬기이다. 고정 피치 헬리콥터는 양력(혹은 리프트)의 조절을 로터의 RPM으로 조절한다. 즉, 로터를 빨리 돌려서 위로 상승하고, 천천히 돌려서 하강하는 방식인데, 비행의 자유도에 있어서는 고정피치가 가변피치를 절대 당해낼 수 없다.


가변피치의 구조와 종류에 대해서는 차차 설명하도록 하겠다. 일단은 로터 블레이드가 고정인 녀석들이 있고, 얘네들은 로터의 회전속도로 양력을 조절한다는 점 정도를 알고 있자.


참고로 로터 꼭대기에 무거워 보이는 추 두개가 달려 있는 것이 보일텐데, 저건 플라이바(flybar)라고 하는 녀석이다. 진짜 헬리콥터에는 없고 RC 헬리콥터에만 들어가는 물건인데, 이에 대해서도 차차 설명하도록 하겠다.


다만, 동축반전이라는 메카니즘을 우습게 알지는 말자. 이것도 끝까지 가면 엄청난 덕후의 길이 열린다. 다음 동영상 같은...


https://youtu.be/2NnpupP5rbw



2. 단일 로터 고정 피치 헬리


이렇게 생긴 녀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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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럴 듯 해 보인다.


첫번째로 설명했던 동축반전 장난감 헬기와는 조금 다른 간지가 느껴지는 녀석이다. 일단 간지 빠지게 동축반전은 아니고 제대로 된 조정기도 갖추고 있는 것 같고, 이 정도 급이면 바람 안 부는 실외에서 어느 정도 날릴 만 하다.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로터 블레이드인데, 이 녀석 또한 고정 피치이다. 그리고 꼬리에 있는 토크 잡아주는 블레이드도 고정 피치이다. 실제로 취미 시작 초기 시절, 이 모델을 사서 날렸었는데, 바람 부는 날 날렸다가 바람타고 멀리 날아가서 돌아오지 못한 아픈 추억이 있다.


https://youtu.be/ORfHrSsxil4


RC 헬기의 맛을 보여줄 만한 모델이나 본격적인 모델로 가기에는 몇가지 결격 사유가 있다. 우선 4채널에 불과하고 고정 피치라 비행에 다소 제한이 있다. 그리고 꼬리의 로터 블레이드 또한 고정 피치이고 그 자리에 작은 모터가 달려서 블레이드를 돌려주는 방식이라 급격한 요잉 (yawing, 좌회전 우회전)이 어렵고 토크를 칼같이 잡아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저렴한 가격과 단일 로터 구조라는 점 때문에 나름 인기가 있는 모델이다. 나름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어서 모터를 브러쉬리스로 바꿔준다거나, 블레이드를 카본 재질로 바꿔준다거나 하는 등의 덕질용으로도 인기가 많은 모델인데... 이 정도 개조를 하려면 상위 모델은 일단 씹어 먹고 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3. 작은 스케일 CCPM 헬기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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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면비행 할 수 있다는 걸 굳이 강조

 

이 녀석부터는 이제 헬리콥터의 사이즈를 나타내는 단위가 붙기 시작한다. 이름 뒤에 붙어 있는 250이 바로 그것인데, 250급의 헬리콥터는 대략 50cm정도의 크기가 된다. (저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문헌에 따라 다른데, 과거에 엔진 배기량으로 붙이던 숫자들이 전동 모터 시대로 바뀌면서 아마도 로터 블레이드의 길이에서 따오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나마도 600급 미만에서는 실제 로터 길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https://youtu.be/uApmudvdXEg

나름 잘 만들어 나온 헬리콥터이다.


이 급의 헬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가변 피치 로터를 채용하게 되는데, 가변 피치 로터란 다음 그림과 같이 블레이드의 각도를 변화 시킬 수 있는 로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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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 피치, 우측이 - 피치. 배면비행을 할 때에는 우측과 같은 - 피치로 바꿔줘야 한다.

반대편에 있는 블레이드 또한 같은 각도로 꺾여 있다고 보면 된다. 다음에 나올 설명을 듣기 전 까지는...


가변 피치 로터를 장착한 헬리콥터는 양력(리프트)을 피치의 각도와 로터의 RPM으로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피치와 RPM이 서로 비례 하도록 세팅하나, 좀 더 나은 퍼모먼스를 위해서는 로터의 RPM을 최대 속도로 고정하고, 오로지 피치만으로 양력을 조절하기도 한다. 단순히 배면 비행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변 피치는 고정 피치 로터에 비하여 엄청나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말로는 번역이 안되는 두 영어 단어를 일단 머릿 속에 넣고 넘어가자. 바로 "Collective pitch".


왜 collective라는 말을 쓰냐 하면, 블레이드가 로터 디스크 (Rotor disk - 블레이드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만드는 가상의 접시 모양.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아래 그림 보며 꼭 이해하자) 어디에 순간적으로 위치하든지 동일한 피치를 지녀서 각각의 블레이드가 만들어내는 양력이 다 합쳐져서 (collective) 헬기를 띄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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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or disk라는 게 뭔지 잘 봐두자.


그렇다면 블레이드가 서로 다른 양력을 만들어 내기도 하나? 그렇다.


위의 collective pitch로는 헬기가 위로 상승하는 것은 설명할 수 있어도 전진, 후진, 좌이동, 우이동 하는 것은 설명이 안된다. 이것은 로터 디스크를 왼쪽 오른쪽, 혹은 앞 뒤로 기울임으로 가능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 가변 피치 로터들은 블레이드가 로터 디스크의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서 각각 다른 피치를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예를 들면 블레이드가 3시 방향에서는 5도, 6시에서는 2.5도, 9시에서는 0도, 12시에서는 2.5도가 되도록 세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블레이드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블레이드는 특정 각도로 느긋하게 있는 게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0도에서 5도 사이를 왔다갔다 하게 된다. 로터가 1회전 하는 주기에 맞춰서 블레이드 피치가 변동되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말로 번역이 안 되는 두번째 단어를 머릿속에 넣고 가자) 이것을 Cyclic pitch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헬리콥터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은 양력 발생을 위한 collective pitch와 로터 디스크를 이리 저리 기울이기 위한 cyclic pitch를 사람이 적절히 섞어서(mix) 조절하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다. 이것을 CCPM (Cyclic/Collective Pitch Mixing)이라고 하며, 실제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이자 RC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보통 250급의 RC 헬리콥터부터 채용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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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헬리콥터에서는 양 손으로 각각 collective와 cyclic을 조절한다.

위의 사진에서는 오른손 (조이스틱 같은거 잡은)이 cyclic을,

왼손 (자동차 사이드 브레이크 같은거 잡은)이 collective를 담당.

일반적인 RC 헬리콥터 세팅에서는 왼손 엄지 위 아래가 collective, 오른손 엄지 전후좌우가 cyclic 컨트롤을 하고

실제 힘은 3개의 서보가 이 시그날을 조합하여 로터에 적용한다.


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가 스와시 플레이트(swash plate)라는 장치인데, 이것의 작동하는 모습은 아래 동영상에 매우 잘 설명 되어 있다.


https://youtu.be/AuFLgRD3caM

스와시플레이트의 높낮이가 collective를 조절하고, 기울어짐이 cyclic pitch를 조절한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헬리콥터 로터 원리의 가장 복잡한 부분은 이해 했다고 보면 된다.


일단 오늘은 250까지만 해야겠다. 이미 너무 많은 내용이 나와 버려서...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250급의 헬리콥터도 부족한 점이 있다.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는 다음 글에서 설명하겠다. 일단은 이 글에 나온 내용들을 이해하는 것은 헬리콥터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날리는 데에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이거 먼저 소화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아직 당신의 헬리콥터를 하늘에 띄울 수 있는 모든 원리가 나온 것은 아니라...


궁금하신 내용은 리플 달면 보는대로 답 드리겠다.



마지막은 간지 쩌는 치누크 동영상으로...


https://youtu.be/tLvwkW1Unvw

덕중의 덕은 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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