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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4. 화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BGM: 크리스마스 노래 모음





또 다시... 연말연시다.


작년 12월 19일 멘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얼추 절추 추스르고 살다 보니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훅 지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앞으로 이런 겨울을 네 번은 더 버텨야 '말이 안통하네뜨' 공주님의 통치 기간도 끝나는 걸.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져가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도 불구하고 이 연말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방구석에서 보내고 있을 딴지스들을 위해 오늘은 따뜻한 사진 몇 장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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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시 경, 을씨년스러운 하늘을 바라보며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하다.

 


독일에 각 도시마다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길고 추운 독일의 겨울을 조금 더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행사라 할 수 있다.


이 마켓은 대략 11월 마지막 주부터 12월 23일까지 약 한 달간 운영되며, 짧은 해와(대략 4시 반이면 어두워 진다.) 그로인해 추운 겨울을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독일의 모든 도시가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하지만, 대도시의 상업화된 촌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시골 작은 도시의 오래되고 전통있는 그 모습이 더 예쁘다.

 

이 시기 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꼭 한번 들려서 맛난 것도 맛 보고, 사진도 찍고, 옆에 놀러 온 다른 사람들과 므~흣~한 시간도 가져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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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오늘 필자가 찾은 곳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전체사진을 찍지 못해 인터넷에서 퍼온 위 사진이 바로 마켓의 가장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시청 앞 광장이다.

 

발이 팔에 달린 것도 아닌데 사진을 발로 찍는 실력을 지녔기 때문에 좌린횽을 납치하고 싶었으나, 그게 쉽나. 독자 스스로들 '아쉬운 마음' 달래며 사진을 감상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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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달다구리 과자, 초콜릿 들이다.

 

해가 떨어져야 활기를 띠는 이 곳은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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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모양에 반해 사게 되는 초콜릿들의 맛이 상당히 거시기한 경우가 많으므로 구입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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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굳이 당이 땡기는 님덜이 있다면 마치판(마지펜: Marzipan)이 들어간 쵸콜렛을 고르길 추천한다.


설탕과 아몬드 반죽으로 만든 빵(마치판) 같은 것 위에 초콜릿을 입힌 렙쿠큰(Lebkuchen)이라는 폭신한 케익은 겨울과 잘 어울리는 초콜릿이다.


겨울 초콜릿 맛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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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이니 당연히 선물용 기념품도 많이 파는데 가카가 좋아하시는 ‘바쁜 벌꿀’로 만든 초도 있다.


곧 이곳에서도 열리는 한국인들의 촛불 집회에 대비한 독일인들의 꼼꼼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독일에 상주하는 종북좌빨 척결하러 국정원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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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의 건물들을 미니어처로 만든 장식품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져가면 상당히 촌스러워 보이므로 사진만 찍는 것이 '정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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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사진에 있는 향초 받침대(?)를 추천한다. 인형을 들고 있는 공간에 향초를 넣고 불을 붙이면 입에서 연기가 나오는 수제 목각 인형이다. 생긴 것도 다양하고 실용성도 있는 제품으로 딴지마켓에서 독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재미없는 둘러보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인생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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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하면 맥주다. 맥주 안주로 좋은 이 브렛첼이라 불리는 빵은 심심하지만 짭짤한 마른오징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주식으로 혹은 간식으로들 먹고, 심심한 그 맛에 "워이~ 뭐여 ㅆㅂ"이란 반응도 가끔 있지만 우물우물 씹다 보면 얼추 오징어같기는 개뿔~ 사실 기냥 소금 뿌린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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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첼도 나름 다양한 맛이 있지만 (치즈, 올리브, 쵸코 등) 그래도 오리지날을 가장 추천하는 바이다.

 

브레첼을 똭 갈라서 그 사이에 버터를 바르고 '쭉' 찢어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하다 보면 겉의 짠맛이 점점 옅어지면서 안쪽의 고소한 맛이 점점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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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요런 훈제 연어도 있고...(비쥬얼에 속아서 샀다면 소금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드럽게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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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위에 각종 야채와 치즈를 녹여주는 프랑스 바게뜨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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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호빵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을 상상하고 구입하면 한입 먹고 버린다는 독일식 호빵이다. 안에는 잼이 콩알만큼 조금 들어있고 수프에 적셔 먹는 공갈빵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안에 단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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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먹던 무언가가 그리울 때 자주 찾을 수 있는 군밤이다. 귀여운 딸내미가 아버지를 갈구는 현장이지만 군밤 맛 만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딱히 맛난 것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음식에 있어서는 영국 못지 않은 후진국) 독일에서 저런 것을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가서 굳이 돈 주고 사 먹기에는 성이 안 찬다.


따라서 굳이 몇 가지를 추천하고자 한다. 단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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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으로 종종 사용되는 ‘이탈리아 = 스파게티프랑스 = 바게뜨’ 같은 공식처럼 독일 = 감자다.

 

간단한 조리법과 한 두 개만 먹어도 배부른 포만감을 선사하는 감자는 독일을 감자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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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이용한 여러 요리들 중에 대표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 뿌라스 감자튀김'이 있다. 요 감튀는 잘개 썬 양파와 치즈 외에 각종 소스를 겯들일 수 있다. 


감튀는 굵어야 한다. 위에 보이는 네덜란드식 감튀를 먹어보면 맥도날X 식의 감자는 튀겼지만 감튀는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철도는 팔지만 민영화는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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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 마켓의 ‘꽃 중의 꽃 감자 꽃’은 바로 요 으깬 감자 튀김이다.


감자를 잘 으깨서 기름에 튀긴 요 빈대떡 같은 감자전(Reibekucchen)은 독일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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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나이프와 포크로 먹으면 맛이 없다.


저 뜨겁고 통통한 녀석을 손으로 쭉 찢어서 사과잼에 푹 찍어 한입 크게 베어물면 짜고 달고 기름진 감자가 추운 겨울 너님의 옆구릴 채워주긴 개뿔~

 

그냥 맛있다.

 

대략 한국의 빈대떡 비스므리한 독일의 감자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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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뉴는 독일의 대표적 먹거리 소시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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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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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소시지는 맥주와 더불어 독일을 대표하는 주요 선수다.

 

각 지방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소시지도 많고, 폴란드나 이탈리아 스타일로 수입되어 변형된 소시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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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크리스마스 마켓을 대표하는 소시지는 무식하게 큰 그릴 위에서 쉼 없이 구워지는 저 녀석들이다.

 

카레가루와 케찹을 곁들여 먹는 카레소시지와 빵에 하나 툭 꽂아 넣고 겨자소스를 뿌려먹는 소시지 빵이 있다. 독일에서 한번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굳이 한국의 소시지와 비교하자면 독일 것은 겉이 더 딱딱하고 속은 거친 고깃결이 살아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소시지는 잘게 다져서 속이 부드럽고 입 안에서 잘 녹는다. 그 크기도 일반적인 한국의 소시지에 비해 훨씬 크고 단단하다.

 

사진에 보이는 뻘건 소시지는 소고기이며 중간의 허연 소시지가 돼지고기 소시지이다. 즉, 소시지는 적어도 한국보단 독일이 더 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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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빠지면 쪼~끔 아쉬운 Flammkuchen(플람쿠큰)이 있다. 한글로 직역하면 불케이크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녀석이다.

 

독일식 피자인 이 빵은 신기하게도 불 맛이 난다. 피자에서 나는 불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다만 잘하는 집과 못하는 집의 격차가 조금 크다는 점...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대인 알자스 지방의 음식인데 정작 알자스지방의 플람쿠큰은 별로 맛이 없다는 점 정도가 특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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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추천 음식은 생선튀김이다.

 

독일에선 생선요리를 맛보기가 쉽지않다. 한국의 다양한 해산물과 생선요리가 그리워도 이 곳에서 맛보기에는 가격도 종류도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주로 네덜란드에서 오는 생선판매상이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단순한 조리법 때문에 튀긴 것이 대부분이지만 영국의 '피시 앤 칩스' 스타일의 생선 요리는 그나마 먹을 만한 생선요리라 할 수 있다.


저기에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타르타르 소스를 푹 찍어 먹으면 야외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요리로는 손색이 없다.


(라고 쓰긴 했지만 이는 단지 필자의 의견일 뿐 생각보다 싸구려 맛이 난다.ㅜ.ㅜ)

 

추운 날씨 탓인지 필자의 입맛 탓인지 대부분 기름에 지지고, 볶고, 튀긴 음식이다. 하지만 길거리 음식의 향연이니 만큼 튀긴 음식을 제외하면 먹을 만한 게 그리 많진 않다.


하지만 저렇게 먹다보면 속이 니글니글 거리게 마련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배를 진정 시키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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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술이다.

 

한국에서 스키장 가면 꼭 빼먹지 않고 하는 짓이 따뜻한 정종 드링킹 아닌가. 과음은 스키장의 사고를 유발하지만 추운 날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정종은 그럼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와 비슷하게 독일에서는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Gluhwein)이 있다.

 

이 따뜻한 와인을 찬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한 잔 두 잔 홀짝거리다 보면 곧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보는 좋게되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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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은 만들기도 쉽고 분위기도 있으니...


추운 야외에서 애인과 함께 집에서 준비해 간 요 녀석을 따뜻하게 데워 나눠 마시면 올 겨울 너님들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글뤼바인 만들기

 

(나눠 마실 애인이 없다면.. 잠깐 눙물 좀 닦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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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 물론 맛있다.

 

벗뜨 하지만!!


우리 딴지 주당들에게 오글거리게 따뜻한 와인 따위가 웬 말이냐!! 하는 소리가 저멀리 러시아 대륙을 뚫고 건너오는 듯 하므로 한 놈을 더 소개하고 간다.

 

사진의 아줌마는 오늘도 돈을 갈쿠리로 긁을 만큼 벌어가시고 있다.

 

내돈 ~ ㅜ.ㅜ


Feuerzangenbow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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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어짱엔보울레라는 이 녀석은 발음도 어렵지만 제조 과정도 복잡하다. 


럼주가 든 큰 드럼통 위에 기구를 설치하여 설탕을 일정 속도로 녹아 떨어지게 만든 이 술은, (아마도) 글뤼바인보다 도수가 더 높으니 추운 겨울 한방에 훅~ 가지 않기 위해서는 후~후~ 불어가며 홀짝 홀짝 마셔줘야 한다.

 

야외에서 마시는 뜨거운 와인에 뜨거운 럼주는 인간을 @.,@ <- 이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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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에 입에 쥐새끼 초콜릿을 씹어먹던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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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도 한국에 꺼지지 않는 촛불과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필자의 마음에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큰 힘은 되지 못하지만 오늘도 세상과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트위터 @tadeusinde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