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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6, 강화 남부의 촌구석 동네 책방 국자와 주걱에서는 작지만 특별한 세월호 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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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김진수의 티베트의 아이들원화전과 자칭 민중 아티스트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콜라보 공연이었다. 맨 정신으로는 감탄사만 날리게 되는 괴이한 퍼포먼스의 향연은 진심 문화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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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해사한 모습의 젊은 부부가 눈에 띄었다. 핑크공주 따님을 안고 있던 애기 아빠가 자신을 특조위 조사관이었다고 소개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어멋, 이건 무조건 만나야 해. 그래서 인터뷰가 성사 되었다.


문제는 시기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터뷰가 미뤄졌고, 그러다가 투표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앗쌀하게 대통령 바뀐 후에 만남을 약속했다그리하여, 지난 510,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박흥석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인터뷰가 진행 되었다.


잡설은 이쯤에서 관두고, 바로 시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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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킴(이하 쎌) : 그날 국자와 주걱은 무슨 인연으로 방문했나.

박흥석 조사관(이하 박) : 국자와 주걱대표님과 장모님이 오래전에 인천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셨다. ‘국자와 주걱은 세 번째 방문이다. 416일에 안산, 광화문에서 세월호 일정이 있었는데, 이동 중에 시간 여유가 있었다. 세월호 그림을 그렸던 김진수 작가님과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맹활약 한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준비한 작은 세월호 문화제도 의미가 깊은 것 같아 참석했다.


쎌 : 특조위 조사관은 어찌 하게 되었나?

박 : 2014416. 아마 전 국민이 그날을 기억할 것이다. 한 분만 빼고. 원래 부평의 별정직 공무원이었는데, 당시에는 지방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창 공약 정책 놓고 씨름 하는데 고개를 드니 TV 화면에서 커다란 배가 가라앉고 있더라! 너무 충격 받았다. 우리나라가 이것 밖에 안 되나 싶어 자괴감이 들었다. 집권세력의 정치철학에 동의하는가 반대하는가와 별개로, 국가 존립이 가능할까 근본적 회의가 들었다.


쎌 : 온 국민이 같은 심정이었지.

박 : 침몰 이후 진행 과정이 구태 그 자체더라.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는 무지막지한 인권 침해를 보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딸이 3살이었는데, 스물이 되어서, 아빠는 그때 뭐 한 거야 따지면 뭐라고 대답하지? 고민하다가, 특조위 조사관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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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현실 감각이 부족한 거 아닌가?

박 : 맞다. 거창하게 다짐은 했는데, 이제나 저제나 고대해도 조사관 뽑는다는 공고가 안 뜨더라고. 20148월부터 기다렸는데, 그 다음해 20155월에 드디어 공채를 모집했다. 따라서 거의 10개월 가까이 계획에 없던 백수신분이었다.


쎌 : . 뭐 먹고 살았나. 애 아빠가.

박 : 뭐든 닥치는 대로 했다. 딸이 삼겹살을 엄청 좋아한다. 애가 고기 달라고 우는데, 어쩌겠나. 돈은 없고. 새벽시장 나가서 생선도 팔고, 막노동도 했다.


쎌 : 손이 궂은 일 한번 안 해본 것처럼 곱다.

박 : 웬걸. 스무 살까지 시골 살았다. 몇 천 평씩 농사지어서 몸 쓰는 일 잘 한다.


쎌 : 그러다가 만약 조사관 떨어지면 어쩌려고 대책 없이 버텼나.

박 : 마지노선이 20155월 이었다. 그때까지 소식 없으면 마음 접으려고 했는데, 마침 공지가 뜨더라. 면접 보고 덜컥 붙었다.


쎌 : 능력 있다는 거 자랑하는 건가.

박 : 본래 별정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았을까.


쎌 : 특조위에서 무슨 업무를 맡았나.

박 : 처음에는 이석태 위원장 보좌관이었다. 그러다가 선체조사 및 미수습자 수습 TF으로 변경되었다.


쎌 : 좀 더 자세하게 본인 업무를 설명 해 달라.

박 : 세월호 사건은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다. 선박, 항해, 운항을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해양대학교출신들이다. 그런데 이 해양대학교가 사관학교처럼 서열이 있나 보더라. 사고가 늘 잠재되어 있는 고위험 전문직이다 보니 그런 듯하다.


여하튼 이분들에게 협조를 요청 했다. 심정적으로는 특조위를 지지 하지만, 참여 할 수는 없다더라. 평생 밥줄 끊긴다고. 특조위 조사 상대가 해양수사부, 해경, 해군, 한국 선박, 해운사, 조선사, 해양 관련자들이다. 서로 서로 다 아는 사이다. 특조위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대놓고 정부가 방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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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기사에서 읽었다. 압박이 대단 했다고.

박 : 특조위가 끝날 때까지 인원이 다 채워지지 못했다. 조사기관 총괄하는 조사국장을 끝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 안했다. 내내 공석이었다. 조사 대상은 방대한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해수부가 배 인양하겠다고 발표하고 20158월에 <상하이 셀비지>랑 계약 했다. 맞대응해야 하는데 배를 아는 사람은 없고. 법학 전공자인 내가 배 공부를 직접 했다. 전형적인 문과체질인데. 결국 이석태 위원장이 보좌관인 나를 선체조사 및 미수습자 수습 TF으로 보내게 된다.


쎌 : 특조위 활동 시기 때문에 정부와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들었다.

박 : 다른 언론에도 밝혔는데, 특별법에 의하면 기본 1년에 필요하면 6개월 연장 하는 것으로 규정 되었다. 언제부터 특조위 활동이 출발하는지 시점이 매우 중요했다. 조사관들 첫 출근이 2015728일이었다. 예산이 8월 중순에 내려왔기 때문에 우리는 개시일이 20158월 중순부터라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법에 기재된 대로 201511일부터라고 우기더라.


쎌 : 말이야 방구야.

박 : 이 법 정식 명칭이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구조과정은 적합했나, 피해자 지원은 적절한가, 이후 대형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짚어 보기 위해 유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만든 법이다.


쎌 : 16개월 만에 저 거창한 과제를 완수 할 수 있나?

박 : 불가능하다. 사견이지만, 몇 년은 필요하다고 본다.


쎌 :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을 듯.

박 : 60만 페이지 문건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지. 분석만 넉 달 걸렸다. 2015년 연말 되니까 비로소 조사 방향이 잡히더라. 어디부터 파야 할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증거를 잡아야 할지. 그런데 2016년 새해 되자 마자 사무실 강제 폐쇄 소문이 돌았다. 애써 침착 하려고 수시로 마인드 컨트롤 했다.


쎌 : 특조위 성과가 세월호에 선적된 화물 양조사한 것 외에는 별로 없다는 비판이 있다.

박 : 변명을 하자면, 순서는 가장 시간이 소요되고, 위중한 것부터 정했다.


쎌 : 그것이 무엇인가?

박 : 시간이 지나면 소실되는 것, 관련자들 증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조직 출범 자체가 유가족의 억울함과 피해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유가족들 요구가 앞선다. 직권 인지도 있었지만. 희생자 가족 개개인의 억울한 점들이 반영된 신청 사건이 260가지였다. 크게 분류하면 사고 원인과 구조 활동 실패로 나뉘지만, 이게 매 시간, 장소 별로 디테일한 차이가 있다.


세월호 선박 자체의 결함 관련도 여럿이지만 그 이후 대응 관련하여 해경, 해군, 지자체 기타 등등 다들 뭘 했지? 소유주는 누군지? 정말 국정원 배인지? 국정원 무전 받았다던데, 그렇다면 청와대는 뭘 했지? 청해진 해운은 왜 조치 안 했지? 이들의 관계는 뭐지? 선장과 갑판장은 뭐 했나? 정말 뭔가 있는 건가? 아무 생각이 없었나? 아이들은 죽어 가는데, 인간이라면 저럴 수가 있나? 수 십 가지 질문이 생긴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제목 아래 카테고리가 나뉜다. 이 중에서 간단한 확인으로도 해결 가능한 것들은 먼저 해치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특조위가 열일 한 것으로 포장하기 쉬웠겠지.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본질을 파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팽두이숙이라고 하지 않나. 머리를 삶으면 귀는 자연스럽게 익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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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대한민국 관료 사회가 싫어하는 일처리 방식 아닌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일 안 한다고 욕먹기 딱 좋은데.

박 : 맞다. 이석태 위원장님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겠지만 나는 그분이 고맙다. 고뇌가 많으셨을 거다. 조사관들의 판단을 존중해 주셨다. 조사관들 출신이 다 달랐다. 공무원, 시민운동가, 변호사, 진상 규명 유경험자 등등. 혹자는 비효율적이라고 손가락질 하겠지만, 혹시나 놓치는 것이 없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점검하고 토론했다.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사태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거지. 우리가 승진 할 것도 아니고. 윗사람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까 소신껏 했다.


쎌 : 파견 공무원들이 협조 하지 않고, 관련 부처에서 서류도 내놓지 않고, 2016년 여름에 특조위가 강제 종료 되었다 들었다.

박 : 기재부 동원해서 예산 끊어버리고, 곧장 사무실을 폐쇄 했다. 보고서 작성 때문에 9월 말까지 출근 투쟁을 했다. 기록들이 국가기록원으로 가면 비밀로 분류 되어 2,30년간 열람이 안 되니까. 누구라도 열람 할 수 있게 데이터를 정리 하는 동안 조사관들이 무임금으로 전원 참여했다. 이런 물리적인 어려움보다 정부를 향한 배반감과 유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우리를 더 괴롭혔다.


쎌 : 정말 후안무치한 권력 아닌가.

박 : 정부에 대한 분노도 크지만, 유가족에게 자꾸 죄책감이 드는 거다. 작년 10월 어느 날이었는데, 자다가 꿈을 꿨다. 사무실 비우라고 해서 짐을 쌌는데, 나갔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왜 다시 왔냐고 물었더니, 환호성이 들렸다. ‘기간이 연장 됐대!’ 신나서 나도 박스를 풀다가 깼다. 새벽 4시였다. 속상해서 엉엉 울었다. 자다 깬 아내가 엄청 놀랐다. 무슨 일 생겼나 해서. 나 뿐 아니라, 동료 조사관들도 화병으로 자다가 벌떡 벌떡 깬다고 하더라. 불면증은 기본이고. 지병이 도진 분들도 있고, 각종 성인병 얻은 분들도 계시고...


쎌 : 속상하다. 정작 죄 지은 인간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박 : 뿌듯한 지점은 있다. 조사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2기 특조위가 꾸려지면, 거기부터 착수 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우려 했던 게 증거가 오염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쎌 : 증거가 오염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박 : 예를 들어, 해경의 누군가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참사가 커졌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치자. 그것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중대하다. 정상 루트를 통해 얻은 자료는 강한 힘을 갖지만 비공식적으로 유출된 기밀은 오히려 반격의 빌미가 된다. 그렇게 결정적 한방이 허무하게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증거 수집에는 비용과 노력이 든다. 그래서 더욱 문서 접근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 어렵게 얻은 증거가 물거품이 되면 안 된다. 종결된 사안은 적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가닥은 잡혔다. 2기 특조위는 좀 더 속도가 붙을 것이다.


쎌 : 온갖 구박과 탄압을 받았던 1기 특조위에 비해, 2기는 좋은 조건에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박 : 특조위 1차 수사 대상이 해수부, 해경, 해군인데, 사고해역 통제권이 해수부에게 있다. 사고 해역 가려면 조사 대상인 해수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였다. 해경, 해군, 국정원, 전부 국가기밀이라고 입 다물고. 심지어 해수부가 특조위에게 손해 배상 협박도 했다. 2016년 이후부터는 특조위 건물 앞에서 매일 관제 데모가 있었고. 특조위 자폭하라 이런 거.


쎌 : 사찰도 받았나?

박 : 나는 없지만, 서울 지검, 서울 시경, 국정원, 검찰, 종로경찰서에서 다른 조사관들 통신정보 수집 했더라.


쎌 : 문재인 정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다.

박 :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는다.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선이 확실시 되자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부터 만나지 않았나. 이번 대선 기간에도 416일에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안산 와서 국회에서 충분히 반영 안 하면 직접 챙기겠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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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 : 권력 구조가 뒤집어 졌다고 그간 밝힐 수 없었던 것들의 실상이 드러날 수 있을까?

박 :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거라는 헛된 망상은 품지 않는다. 각자 영역에서 싸워야 할 몫이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타인과 욕망도 목표도 다르기에 충돌은 필수다. 선혈이 낭자한 전투는 아니더라도 생존을 건 치열한 싸움 아닌가다만, 변화를 시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본다. 문에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역량이 있느냐에 따라 이 싸움의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쎌 : 파파이스에 출연한 김지영 감독의 인텐션이나 자로의 세월X’를 알고 있는가?

박 : 시민의 한 사람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분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있고. 하지만 조사관으로서는 추정적 의견을 내는 것은 조심스럽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그런 발언이 오히려 실체를 이해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다만, 조사관으로서 아무리 곱씹어 봐도, 납득 안 되는 점이 많다. 2014416일 구조 행위는 마땅한 조치가 단계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성적으로 해명이 불가능하다. 일부러 그랬는지, 어쩌다 그랬는지, 수 백 가지 우연이 동시에 겹쳤는지... 조사가 덜 되어서 단언할 수 없지만 상식적, 일반적으로 수긍이 안 된다.


쎌 : 세월호 인양도 공교롭지 않은가.

박 : 믿을 수 없는 우연이 수시로 일어나는 놀라운 나라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2014418일부터 인양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3년 지나서, 그것도 대통령이 탄핵 되고 나니까. 기적처럼 세월호가 떠올랐다. 의도가 있는 건지 의문을 제기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몽땅 조사 대상이라고 본다.


쎌 : 세월호 침몰과 구조 과정의 문제를 제대로 알아내면, 정말로 큰일날 세력이 있을까?

박 : 분명히 국민적 지탄 받을 집단이 있을 것이다. 들키면 큰일날 자들이 있겠지그들의 잘못을 단죄하고 처벌 하는 것, 물론 시급하다. 우리가 하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조사. 문제점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두 번 다시 동일한 잘못을 반복 하지 않으려는 게 조사의 목적이다.


세월호를 침몰 시킨 것이, 비단 악인들 만일까대한민국의 조직 문화는 그런 악인들을 왜 내버려 뒀는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대한민국이 정상적이고 원칙적인 사회가 되려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픈 경험과 기억을 직면 할 때 역사는 진보한다. 그동안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때마다 대충 수습 했다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루지 않았나.


쎌 : 나도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 개인 한 명, 한 명은 괜찮은데, 조직 일원이 되고 나면 왜 저러나 싶은 경우가 있다. 지침과 매뉴얼 대신 잘못된 관습을 관성적으로 받아들인다던가.

박 : 세월호 참사는 인권문제로 귀결된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관행, 조직문화,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간의 선의를 믿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타인을 배려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 본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가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혹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회피하지 말자.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라이언 일병들이 있다. 효율성 앞에 개인은 얼마든지 도구화 될 수 있다. 나는 평생 다수, 주류, 핵심의 일원일 거라고 확신 하는가? 언제든 밀려나고 배제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 잡혀서, 라이언 일병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함께 성찰 해보자.


쎌 : 세월호 단식 농성장의 폭식 투쟁이 떠오른다.

박 : 대형 재난처럼 사회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반응은 대동소이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그럼 그렇지...’ 자기 비하, 또 하나는 우리 수준이 왜 이것 밖에 안 되지?’ 하는 반성과 노여움, 마지막은 내 일이 아니다.’


쎌 :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나만 아니면 돼!’ 이 말이 진짜 듣기 싫더라.

박 : 이 세 가지 응답 모두 밑바닥에 깔린 정서는 비슷하다. 먹고 사는 게 전쟁이야, 나 살기도 빠듯하여, 도저히 당신 고통을 지켜볼 여유가 없어, 이거 아닐까이웃의 고난이 내 인생을 비극으로 물들일 정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닌가. 측은지심, 관용, 자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상처에 소금은 뿌리지 말자.


누군가 세월호 얘기를 할 때, ‘그만 좀 해라. 지긋지긋 하다.’거나, ‘그 입 닥쳐악쓰지 말자. 어려움과 슬픔을 공감 해주고, 안아 달라는 것도 아니다. , 쟤는 지금 힘들구나... 하며 마음속으로 중얼 거리면 된다. 정 듣기 싫으면 살짝 자리를 피해도 된다. , 상대방이 눈치 못 채게.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이 적어도 이 정도의 센스는 있었으면 좋겠다.


쎌 :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제는 희망을 얘기해 볼 최소한의 구색은 갖춰진 것 아닌가. 2기 특조위가 시작된다면, 무엇부터 하고 싶은가?

박 : 함께 했던 동료들과 특조위가 강제 해산 된 직후인 작년 10월부터 합정동 YMCA에서 우리끼리 특조위를 이어가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싶다. 기꺼이 사무실을 내준 YMCA에 감사드린다. 동료들과 논의 하고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겠지만 소실되고 없어진 자료 복원이 우선 아닐까일단 고군분투 중인 선체 조사 위원회에서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오늘도 선체 조사 위원회에서 요구한 자료를 만들어 줬다무엇보다도 진상 규명 이전에, 9명의 미수습자가 하루 빨리 가족 품에 돌아가야 한다.


쎌 : 마지막으로 딴지 독자들에게 한 말씀

박 :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한 후 정보를 제공을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에게 내어 주지 않는다. 권력자들은 정보의 상대적 우위를 선점하여 지들 편한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아주 폭력적이다설사, 소위 말하는 음모론들이 국민의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진하는 주장이라고 해도, 그것까지 진상 규명에 포함 되는 것이 옳다.


세월호 침몰이 있었고, 구조가 명백히 부적절 했고, 이후 피해자 지원은 엉망이었으며, 희생자들에게 색깔론을 뒤집어씌우고 매도했던 엄연한 팩트가 있다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제기된 질의 하나 하나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틀렸다면 그때 가서 아니라고 해도 늦지 않다.


공식적 기구가 적법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조사하여 음모론 하나하나 소거 하는 것도 진상 규명이다. 그러니 마음껏 의심하시라.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시라. 진실은 반드시 떠오르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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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석 조사관이 자 떼고 다시 조사관이 되면 우리가 할 일이 있다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특검 사무실 앞에 꽃바구니 쌓인 것이 솔까 부러웠다는데한창 특조위에서 근무 할 때, 공무원이라면 받게 되어 있는 생일 케이크 비용을 조사관들이 수령 했다는 이유로 진상 규명 하랬더니 케이크나 쳐 먹고 있다고 욕을 사발로 드셨단다.


이 양반들, 돈도 안 되는 이 짓거리를, 떳떳한 시민으로 살겠다는 바람 하나로 여기까지 버텨왔다. 2기 특조위 영업 개시하면, 김영란법 안 걸리는 쪽으로, 물심양면 격려하자.




덧붙임 :

원고 작성 하는 며칠간, 조은화 양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수습 되었다. 단원고 김초원, 김지혜 선생님의 순직도 인정 되었다늦었지만, 이제라도 다행이다남은 미수습자들도 하루 빨리 사랑하는 이들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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