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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30. 월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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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시골 집에 갔더니 방 안에 메주를 걸어 두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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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트리. 갠찮네!!

 

 

콩을 불리고 삶고 확독에 찧어 네모지게 다져 메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된장을 만들고 고추장을 만들고 간장을 만들 것입니다. 메주콩, 노란콩, 대두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백태로 만든 메주입니다.


일반적으로 날콩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고, 간장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찾기도 어렵고 먹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고대로부터 쌀, 보리, 밀과 함께 가장 신성시 되던 작물 중 하나인 콩은 곡물만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단백질과 지방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고기를 쉽게 먹지 못했던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식량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콩은 전 세계적으로 1000여종이 있고 국내에도 100여종이 재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다 이야기 하려면 책 한 권은 써야 할테니 엄마가 농사짓는 10여 종의 콩이 재배되는 과정과 두부를 만드는 방법, GMO콩에 대한 이야기로 콩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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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콩은 다양합니다.


쌀이나 보리, 밀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맛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장 맛있고 생산량이 많은 종들만 선별해 농업에 활용됩니다. 하지만 콩은 개별적으로 맛과 식감, 용처를 달리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엄마가 농사짓는 콩만 나열해 보아도 강낭콩, 완두콩, 팥, 검은팥, 동부, 광쟁이, 쥐눈이콩, 청태, 백태, 작두콩, 땅콩, 서리태, 밤콩, 넝쿨콩, 녹두, 콩나물콩, 아주까리콩 등이 있고 그 맛과 용처가 하나 같이 다릅니다.


맛이 얼추 비슷하다고 뭉갤만한 콩들이 있지만 용처가 달라 대체작물이 되지 못합니다. 가령 쥐눈이콩과 서래태가 비슷한 모양과 색, 맛을 가지고 있지만 쥐눈이콩은 약콩이라불리며 한방에서 특별히 사용하는 콩이라 서리태로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백태와 콩나물콩은 같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콩나물을 길렀을 때 그 모양과 맛이 달라 수확량은 적어도 콩나물을 기르기 위해 굳이 콩나물콩을 심고 길러냅니다.


 

콩은 어떤 작물보다 농사짓기가 편리합니다. 땅을 일구거나 개간하지 않고 심어도 잘 자라고 일정 정도의 소출량을 보입니다. 또한 윤작의 용도로도 많이 이용되는데, 지심을 높여주고 다양한 박테리아들이 번식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경작지나, 메마른 토지, 지심을 잃은 토지에 힘을 싫어주고 싶을 때는 콩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이유로 텃밭을 처음 가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콩 농사를 권합니다. 위에서 말한 17가지의 콩 말고도 다양한 콩들을 밭에 심으면 다양성 측면에서도 만족 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수확의 기쁨도 누리면서 이듬해에 지어질 여러 가지 작물의 발육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콩 농사가 참 재미있는 것이 한 번에 파종해 한 번에 수확하지 않고 종자마다 파종하는 시기와 수확하는 시기가 따로 있기에 땅을 놀리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콩들을 심고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날이 풀리고 따뜻한 봄이 되면 완두콩과 강낭콩을 심습니다. 완두콩과 강낭콩은 10도 이상이면 발아를 하는데 일단 발아가 되면 성장 속도가 대단히 빠릅니다.

 

강낭콩은 반듯하게 서서 자라지만 완두콩은 넝쿨손으로 지지대를 잡고 올라가기 때문에 지지대를 콩대 옆에 박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지대를 놓아주지 않고 바닥으로 기어가게 해도 잘 자라긴 하지만 콩이 열렸을 때 땅에 닿아 썩거나 곧장 발아를 시도하기 때문에 콩꼬투리가 공중에 떠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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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피마자)

 

 

이 시기에 자연히 발아하는 콩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주까리(피마자)와 결명자입니다. 전년도에 열매를 맺고 땅에 떨어졌던 씨앗들이 발아한 것인데 한 뼘 정도 자랐을 때 자리를 옮겨 심어주면 됩니다.

 

이와 같이 가을이 되면 알아서 파종이 되고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싹을 틔우는 식물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대부분의 잡초들이 그렇고 토마토나 들깨도 지들 알아서 스스로 그렇게 파종되고 싹을 틔웁니다.

 

토마토는 가을에 무르게 익었던 것이 땅에 떨어지면 나뭇잎이나 쌀겨를 그 위에 올려줘 동사하지 않게 도와주면 이듬해 싹을 띄웁니다.

 

포트에 종자를 발아시킨 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탄력 있는 토마토를 만들어 냅니다. 토미토를 텃밭에 심으시는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라. 토마토 한 알 만 성공시켜도 무수히 많은 토마토모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완두콩이 어느 정도 자라 꼬투리가 생길 무렵이 되면 울타리콩과 땅콩을 심습니다. 울콩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을 강낭콩으로 오해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모양과 색은 다르지만 맛이 비슷해 강낭콩의 다른 종으로 보는 경우들이 있는데 울타리콩으로 분류됩니다.

 

울타리콩은 말 그대로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는 넝쿨식물입니다. 든든한 지지대라던지 담을 타고 올라 갈 수 있는 줄을 연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땅콩은 물이 잘 빠지는 사질 토양이나 언덕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땅 안에서 꼬투리를 맺는 콩이니만큼 물기가 많은 토양에선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썩는 경우들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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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수확할 수 있는 것이 완두콩입니다. 완두콩은 빨리 자라고 빨리 열매를 맺는 만큼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이 부드러운 맛 덕택에 제빵과 요리에 가장 간편하게 이용되는 콩중 하나입니다.

 

앙금이 들어간 빵 중 초록색앙금은 완두콩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붉은 색은 팥으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초여름 식탁에서 가장 반가운 것이 이 완두콩이죠.

 

쌀 위에 듬뿍 올려 밥을 지으면 밥솥에도 여름이 찾아온 듯 푸르러 보입니다. 아무리 어여쁘고 귀여워도 완두콩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봄에 나는 풋열매들은 대부분 독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완두콩도 아주 약간의 청산가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는 데는 좋지만 많이 먹으면 더욱더 비실비실 거릴 수 있으니 한 철 몇 번 밥에 얹어 먹고 말 일입니다.

 

완두콩은 비가 오기 전에 수확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수확이 한창인데 수확기를 조금만 늦춰도 콩깍지 안에서 발아가 시작됩니다. 성질머리가 지랄인 콩이죠. 잭과 콩나무가 나올 만합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는데 벌써 싹이 나있는 완두콩을 보면서 잭과 콩나무와 같은 구라를 풀어볼 만 했을 것입니다.

 

수확한 완두콩 중 종자를 할 것들은 잘 말려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기가 조금만 닿아도 바로 꿈틀거리거등요. 


완두콩은 한 여름이 아니라면 언제 심어도 콩을 얻을 수있습니다. 여름이 다 가고 초가을에 완두콩을 심으면 가을에도 푸릇푸릇한 완두콩을 맛볼 수 있습니다. 완두콩을 수확하고 남은 땅에 대두와 콩나물콩, 녹두를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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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와 녹두를 심고 초여름이 시작되면 강낭콩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강낭콩은 콩 중에서도 쩌는 귀태를 자랑합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고 크기도 크고 무엇보다 강렬한 붉은색이 시선을 사로잡지요.

 

생김새는 쩌는데 한식에는 특별히 활용되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백설기에 주로 이용되고 대부분 밥에 얹어 먹는 수준이지만 서양요리에선 수많은 요리에 사용되는 콩이 강낭콩입니다.

 

주로 삶거나 조리는 방법으로 요리를 하는데 완두콩보다 조금 딱딱하지만 익혔을 때 감자처럼 폭신하게 씹히는 맛과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강낭콩을 수확할 무렵이 되면 서리태, 청태, 쥐눈이콩등 검은콩들과 동부를 심습니다. 이 시기는 모내기를 마친 때인데 모내기를 마친 논두렁에는 서리태와 청태를 심어주는 것이 좋고 돌과 자갈이 많은 땅에는 쥐눈이콩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

 

서리태는 바람이 없고 그늘이 자주 지는 밭에서는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따라서 바람도 들랑팔랑하고 해도 쨍쨍한 논에 심어야 앨매를 잘 맺습니다. 서리태는 땅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무너져내리는 논두렁의 흙을 단단하게 고정시키기에도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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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끝내고 이렇게 논두렁에 콩을 심은 것을 많이들 보았을 것입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 자리에 심는 것이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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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부콩들. 검은색은 광쟁이, 네모난 모양은 굼뱅이동부, 둥근것은 동부

 

 

동부는 변종이 많은 콩입니다. 앞에서 열거한 콩 중 광쟁이가 들어 있는데 동부콩의 변종입니다. 맛은 비슷하지만 모양이 많이 다릅니다. 모두 동부지만 그 모양이 달라 이름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동부는 단단한 것보다 설익어 부드러운 것이 맛이 좋기 때문에 검은콩들보다 수확을 빨리 해 송편소로 많이 이용됩니다.

 


이렇게 검은콩 종류와 동부를 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복이 가까워 옵니다.


이 무렵 팥을 심습니다. 팥은 햇빛은 좋아하지만 바람은 싫어하고 적당히 마른 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해가 잘 드는 밭두렁이나 물이 잘 빠지는 언덕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이 무렵 강낭콩 수확이 마무리 되는 때이니 강낭콩 심었던 자리에 팥을 심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콩을 심어 놓고 밭을 바라보면 그 초록의 향연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우아합니다. 서리태는 짙은 초록잎을, 녹두는 연두빛 잎을, 울콩은 붉은 꽃을 피우고 팥과 백태의 콩잎은 앞 뒤로 색이 달라 바람이 불면 카드섹션을 하는 것처럼 환상적입니다.


고추, 파, 생강, 마늘 등 열패감을 안기는, 재배하기 어려운 농작물들은 콩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조금씩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오랫동안 농사에 재미를 느끼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한 콩은 농약을 주거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일정 정도의 소출을 안겨주는 기특한 작물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무농약 친환경 농작물을 얻기에도 손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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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콩의 꽃-믓지죠

 

 

장마가 지나고 한 여름이 되면 울타리콩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알록달록 모양도 예쁘고 강낭콩처럼 부드러워 밥 위에 얹어 먹기 그만인 콩입니다. 강낭콩과 그 쓰임은 비슷하지만 수확 시기가 다른 만큼 강낭콩이 그리워질 때는 울타리콩을 먹으면 되겠습니다.



이 무렵이 되면 백태에 초록색 꼬투리가 맺힙니다. 이것이 풋콩입니다. 풋콩은 콩국수를 해 먹기 매우 좋은 콩입니다. 고소하지만 강낭콩이나 울콩처럼 단 맛이 없어 고소한 콩국을 만들기에 제격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콩국이나 두유는 다 익은 대두를 갈아 만든 것인데 그것보다 약간 비릿한 풋콩으로 만든 콩국에 말아 먹던 칼국수 맛이 아직까지도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가을에 거둬들인 익은 콩보다 풋콩의 맛이 훨씬 더 담백하고 부드럽달까...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먹었던 콩국수가 그리워지는 한겨울입니다.

 

콩을 까고 삶아서 갈아야하고 밀가루 반죽을 해 밀대로 밀고 삶아서 행궈야 하는, 일손이 많이 들고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형제들이 집에 모여 살던 어린 시절에만 해 먹을 수 있었던 음식였던 것 같습니다. 안 먹은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그 맛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무척 맛있었던 모양입니다. 내년 여름엔 이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풋콩국수를 만들어 먹어봐야겠습니다.

 

 

이 풋콩은 달리 먹는 방법도 있었는데요, 콩대를 낫으로 베고 잎을 따낸 뒤 콩대채 가마솥에 넣고 쪄먹기도 했습니다. 그 맛이 참으로 고소하고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횟집 스끼다시로 상에 올라오는 풋콩의 맛은 참으로 가관입니다. 자숙풋콩으로 베트남에서 주로 수입되는 냉동식품인데 뜨거운 물에 삶아서 내 주면 그나마 먹을만하지만 해동만 해서 상에 올리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잘 익지도 않아 비릿한 것이 차디차기까지 하니 손이 가질 않습니다. 뜨끈하게 삶은 풋콩이 찰옥수수만큼이 맛있었는데 말이죠...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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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옥수수와 함께 찌면 참 맛있습니다. ^^

 

 

풋콩을 먹으며 여름이 깊어가면 녹두가 익어갑니다. 녹두는 꼬투리는 검은색이지만 안에 든 콩은 초록색입니다. 그래서 녹두지요. 녹두는 한 번에 피고 한 번에 익는 콩이 아닙니다. 마치 옥수수처럼 하나가 익으면 다음에 또 하나가 익는 식이기 때문에 2~3일에 한 번씩 수확을 해 줘야 합니다.

 

수확기를 놓치면 꼬투리 안에서 발아를 하거나 썩게 되고, 꼬투리가 마르면 벌어져 녹두가 땅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매일매일 하나씩 하나씩 따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청포묵, 녹두죽, 숙주나물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수고로움이 고생스럽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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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익은 녹두는 수확을 하고 초록색꼬투리는 검게 익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녹두를 따며 동부도 함께 수확 할 수 있습니다. 추석이 가까워 온 것이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이슬이 내리면 동부는 더욱 달고 부드러워집니다. 비린 맛도 덜해지고 쫀득한 식감마저 느낄 수 있어 찹쌀과 함께 밥을 지으면 궁합이 잘 맞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꼬투리를 하나씩 따야하는 콩들은 모두 수확을 하게 됩니다. 녹두는 서리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수확이 이어지고 울타리콩은 하나 둘 남은 것들을 거둬들입니다. 하나 둘 익어가는 팥을 따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서리가 오기 직전이 되면 백태와 청태를 수확합니다. 백태와 청태는 콩대채 잘라 볕에 널고, 마르면 도리깨로 두드려 콩을 거둬들입니다. 가장 활용도가 높아 많은 양을 농사짓기 때문에 수확하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여느 콩들에 비해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수확의 기쁨이 가장 큰 것 또한 백태와 청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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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를 수확하고나면 땅콩, 아주까리, 결명자를 수확합니다. 땅콩은 땅에서 파내 흙을 털어내고 볕에 말리기만 하면 되고 아주까리는 꼬투리다발을 잘라 말려 툭툭 털어내면 잘 떨어집니다. 


아주까리콩은 열매를 먹는 것이 아니라 기름을 짜는데 사용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기름을 머리에 발랐었는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동동구리모를 바른 것 같았죠. 등잔불의 기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의 용처는 없는 듯 합니다. 화장품의 원료나 윤활유로 사용되는데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 윤활유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명자는 곡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꼬투리에 열리는 콩입니다. 노릇노릇 적당히 익으면 밑둥을 잘라 볕에 말리고 털어내 가마솥에 볶아내면 쌉쌀한 결명자차를 끓여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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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명자

 

 

서리가 오기 전에 모든 콩과 농작물을 수확하고 나면 서리가 옵니다. 논에는 이미 가을걷이가 끝난 상태죠. 이때 논두렁에 나가보면 탱글탱글한 서리태가 시커먼 자태를 뽐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리 맞고 거둬들인다 해서 서리태 입니다.

 

꼬투리도 단단하고 익고 나면 단단해져서 어지간한 추위는 견디는 콩입니다. 서리태도 백태처럼 믿둥을 잘라 볕에 널어 말리고 도리깨질을 해 털어냅니다. 같은 시기에 돌밭에 심었던 쥐눈이콩도 함께 거둬들입니다. 밤콩, 작두콩 같은 것들도 더러는 심지만 자연히 나는 경우들이 많고 생각나면 심고 아님 마는 것들이죠.

 

 

이렇게 수확한 콩 중 가장 중요한 콩은 백태입니다. 장을 만드는 초석이 되는 것이죠.

 

강낭콩 완두콩 등은 계절식으로 먹기 위해 재배하는 것이고 팥은 특별한 용도가 있음을 동지팥죽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녹두는 이듬해 여름까지 열이 나거나 병이 나아갈 때 허약해진 몸을 보하기 위해 사용되는 콩으로 두고두고 필요 할 때마다 꺼내 죽을 끓이거나 가루를 내 묵을 쑤고 싹을 틔워 숙주나물로 먹습니다.

 

서리태나 쥐눈이콩은 백태에 비해 생산량이 적지만 장을 담으면 그 맛이 뛰어나 특별한 장을 담을 때 사용하거나 메주를 쑬 때 백태와 함께 넣어 담거나 볶아서 차로 끓여먹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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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리태, 쥐눈이콩, 백태

 

 

이중 백태와 서리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콩 이름 뒤에 ‘태’가 들어가 있는 것들은 메주와 두부를 만들 수 있는 콩들입니다. 쥐눈이콩의 한자식 이름은 서목태입니다. 말 그대로 쥐눈콩이죠. 이 또한 메주와 두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똑같이 ‘쥐눈’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표기가 다른 ‘서안태’라는 콩이 있는데 이 또한 쥐눈이콩입니다.

 

서안태의 검은 껍질을 까면 노란색콩이 들어있고 서목태는 파란색콩이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콩이라 부르는 것은 속이 파란 서목태입니다. 서리태도 쥐눈이콩과 같이 두 종류로 나뉘는데 속이 노란 것과 파란 것이 있습니다. 서리태와 쥐눈이콩 모두 노란 것은 고소한 맛이 강해 된장, 두부, 콩차 등으로 이용되고 파란 것은 맛이 달콤해 밥에 얹어 먹거나 쇠머리찰떡을 만들 때 고명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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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초록색인 서리태

 

 

이 '태'라 불리는 콩들로만 두부와 메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단백질과 지방, 불포화 단백질인 글루텐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팥과 녹두, 강낭콩, 완두콩 등으로는 두부나 메주를 만들지 않잖습니까. 사람들이 안 해보고 팥으로 메주를 쒀도 믿는다는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다 해봤지만 실패만 거듭하니 팥으로는 메주를 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규합총서 등 고서를 보면 팥장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기어이!! 팥으로 장을 담아 먹기는 했던 것이죠. 그런데 팥 만으로는 장을 담을 수 없으니 밀가루를 넣어 장을 담았습니다.

 

팥은 콩보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지방은 극히 적습니다. 단백질 함량은 대두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팥으로 메주를 띄우면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썩기만 합니다. 썩기만 하는 그 팥을 무엇 하러 장을 담아보려 했을까요... 참내.

 

무튼 밀가루를 넣었더니 썩지 않고 발효가 되더라 카는 임상실험을 하게 됩니다. 밀가루를 넣어서 발효가 되기는 했는데 무슨 이유로 발효가 된 것인지는 말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민고민 해 봤죠. 왜 그럴까...

 

 

지금부터 하는 잡설은 저의 추측입니다.

 

팥에는 탄수화물이 콩보다 많으니 밀가루의 탄수화물이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고, 밀가루에 지방질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지방질이 발효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테고, 밀가루가 섞여들며 단백질을 콩의 수준으로 올려준 것도 아닐텐데 발효가 되었다면 대두에도 있고 밀가루에도 있는 글루텐의 영향이지 않을까 추측을 해 봅니다.

 

대두나 쌀, 밀, 보리등은 삶거나 치댔을 때 끈적한 점액질이 형성되는데 팥은 퍼석퍼석 흩어지고 앙금이 되어 바닥에 가라 앉습니다. 끈끈하게 연결해 줄 그 무엇이 없는 것이죠. 그것은 비단 팥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태가 아닌 콩들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팥이 메주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불포화 단백질인 글루텐에 있다. 


썅. 실은 말입니다.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책이고 뭐고 졸 열심히 찾아 봤지만 시원하게 답을 내주는 곳은 없더군요. 왜 팥으로 메주를 만들 수 없는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말이죠. 일주일 동안 극강의 잉여력을 발휘해 연구한 결과는 고작 글루텐였습니다.

 

식품영양학 전공자들에게 의뢰합니다. 왜 팥은 메주가 될 수 없는가!!! 조속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배알이 꼴리고 화딱지가 나 죽을 것 같거등요. 빨리.... 빨리...아... 이따이따이따...



‘태’로 불리는 콩들로만 두부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이러합니다. 두부는 콩에 있는 단백질이 간수와 반응해 응고된 것입니다. 태라 불리는 콩들은 단백질 함유량이 무려 40%. 다른 콩들은 20%를 믿도는 수준입니다. 간수를 넣어도 응고반응을 일으키지 못할 수준이죠. 그리하여 백태, 청태, 서리태, 쥐눈이콩 등으로만 두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부는 치즈를 만드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간수로 응고시켜 치즈를 만드는 것인데 두부 또한 치즈처럼 발효시켜 먹기도 합니다. 동양과 서양에선 어쩜 이리도 비슷한 음식을 다른 원료에서 찾아냈을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음식을 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입니다만, 동서양의 모든 음식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조리 과정이나 먹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것과 슾에 빵을 찍어 먹는 것이 전혀 달라 보이지 않고, 파스타와 야끼소바가 달라 보이지 않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당면과 파스타면이 전혀!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 조리법도 얼추 비슷하지 않던가요? 피클 그까잇노무것, 달게 담은 싱건지 아녀.



치즈와 두부도 가까이 들여다 보면 맥을 같이 합니다. 여기서 두부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면서 치즈 만드는 방법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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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부를 만들려면 콩물이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순수하게 콩만 갈아 콩물을 만들어 파는 곳은 없습니다. 대부분 소금과 설탕이 들어가 있지요. 이걸 끓이면 절단납니다. 그냥 콩국으로만 드세요. 우유는...음... 그냥 우유를 팔죠.

 

물론 소의 젖을 직접 짤 수도 있겠지만 그런 변태스러운 짓거리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유와 달리 콩물을 얻을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생콩을 불려 믹서에 갈고 짜서 생콩물을 얻는 방법이 있고 콩을 삶아 믹서에 갈고 짜서 콩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생콩물로 두부를 만들면 맛은 좋지만 매우 적은 양의 두부를 얻게 됩니다. 콩 1kg으로 두부 두 모를 얻는데 그치고 맙니다. 콩을 푹신 삶아서 최대한 쥐어짜 콩물을 얻는 것이 여러분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콩을 삶을 때는 깨끗한 물만 넣고 삶아주세요. 콩을 무르게 삶아 물과 함께 갈고 면포에 놓고 꼮꼭 쥐어 짜세요. 이렇게 얻은 콩물을 냄비에 넣고 끓여줍니다. 끓는다 싶으면 거품이 순식간에 올라올 것입니다. 콩에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흔들어 주거나 끓여주면 거품이 엄청나게 올라옵니다.

 

사포닌. 어디서 많이 들어 보셨죠. 바로 인삼이나 홍삼에 들어 있다는, 그 유명한 정력제? 그 사포닌일 거라고 생각하진 마세요. 그 성질만 비슷한 것입니다. 사포닌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네.


모든 사포닌은 거품을 일으킵니다. 홍삼정 먹고 병에 묻어 있는 것 아까워 물 넣고 흔들어 마셨다. 손! 이분들은 아실 겁니다. 홍삼정 병에 물 넣고 흔들면 거품이 졸 많이 생깁니다. 그게 사포닌의 영향이죠.

 

콩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포닌의 영향으로 거품이 졸 올라오는데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콩물이 잘 익지도 않고 비린내도 심하게 납니다. 그래서 여기에 소포제를 집어넣습니다.

 

소포제란 뭐냐. 이것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계면활성제. 속쓰리고 더부룩한 분들을 위한 졸 이상한 맛의 약이 있죠. 겔포스. 위장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겔포스를 들이킵니다. 계면활성제를 먹는 것이죠.

 

얼마 전에 딴지일보에서 절찬리에 판매한 샴푸광고 보신 분들 계실 것입니다. 식물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두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계면활성제가 이 식물성계면활성제입니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두부만드는 업체에서 합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하기도 한다더군요. 실리콘 성분이 들어가 있는 소포제라던지 알콜 소포제등을 사용한다는 풍문이 있더이다.

 

두부에 사용되는 가장 전통적인 소포제는 들기름입니다. 제가 문과 출신이라 들기름이 어떤 작용을 해서 거품을 줄여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끓는 콩물에 들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거짓말같이 거품이 줄어듭니다. 들기름을 넣으면 고소한 향이 나고 맛도 좋아지니 들기름을 소포제로 사용하십쇼.

 


이렇게 콩물이 안정적으로 끓으면 불을 끄고 80도~70도가 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응고제를 넣습니다. 응고제는 뭐냐. 쉽게 말해 소금물입니다. 업계 용어로 간수라 부릅니다. 간수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닙니다. 그냥 바닷물입니다. 바닷물보다 더 좋은 것이 소금을 만들고 남은 물이나 소금에서 빠져나오는 소금‘간수’입니다.

 

바닷물과 소금, 간수 모두에 염화마그네슘이 들어있기 때문에 소금물이나 바닷물이나 모두 응고제로 사용할 수 있지만 소금을 만들고 남은 염수나 소금에서 흘러나오는 간수에 염화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마그네슘이 응고를 촉진하는데 소금물이나 바닷물보다는 소금간수에 영화마그네슘이 더욱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수는 너무 짜기 때문에 물에 혼합해 사용하는데 바닷물 정도의 염도로 혼합하면 간수로 적당합니다. 바닷물이나 소금물로 만든 두부는 응고된 덩어리가 작아 잘 부서지는 경향이 있지만 부드러운 두부를 만들기에는 적당합니다.

 

단단한 두부를 만들고자 한다면 염화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된 소금간수를 구하면 되는데, 염전을 지날 때 한 병 떠오면 두고두고 쓸 수 있으니 염전에 들러 짜웅을 살피고 한 병씩 떠 오시면...


될 것도 같고, 졸 처맞거나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 도 같고...

 

무튼 끓인 콩물에 간수를 넣고 한 번 휘 저어준 다음에 뚜껑을 덮고 10분정도 기다리면 순두부가 됩니다. 이걸 한 사발씩 떠서 간장 넣고 후룩후룩 마셔도 참 맛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순두부를 면포에 쏟아 붇습니다. 그러면 응고된 덩어리는 남고 물은 빠져 나갑니다. 


이렇게 물이 빠져나간 상태의 두부가 연두부입니다. 이 연두부에 압력을 가해 물을 빼내면 단단한 두부가 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두부중에 부침용과 찌개용이 따로 있죠. 압력을 덜 가해 물이 덜 빠진게 찌개용이고 압력을 많이 가해 물을 많이 빼낸 것이 부침용입니다.

 

그 말고도 간수의 양을 조절해 두부의 강도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데요, 간수를 많이 넣으면 단단한 두부가 되고, 간수를 적게 넣으면 부드러운 두부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 간수의 양은 콩 양의 1% 내외를 사용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불린콩 1kg일 때 간수는 10그램 정도를 넣는 것이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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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만드는 방법 또한 이와 같지만 소포제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우유에는 거품을 일으키는 사포닌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죠. 우유를 팔팔 끓으면 간수와 레몬즙 혹은 식초를 조금 넣고 약한불에 끓인 뒤 불을 끄고 기다리면 단백질이 응고됩니다.

 

이걸 면포에 걸러 주는데 두부는 물을 버리지만 치즈를 만들고, 남은 물(유청)은 스튜나 화이트소스를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 할 수 있으니 버리지 말고 음식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즈를 꼭 짜서 응고시키면 생치즈가 만들어집니다. 이 치즈를 치대거나 발효시켜 다양한 풍미를 가진 치즈들로 만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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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도 치즈처럼 발효시켜 먹을 수 있는데 빛이 들지 않고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 발효가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썩기 때문에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음식이지만 누룩방 같은 곳에 며칠 숙성시키면 잘 숙성된 치즈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장롱에 제습제를 모두 치우고 나무통이나 물이 빠지는 채판에 바쳐 일주일 쯤 부두를 방치시켜 보세요. 아주 약간의 누룩가루를 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냄새를 맡아봐서 아주 요상한 치즈냄새가 난다 싶으면 성공한 것이고 쾌쾌한 시궁창 냄새가 난다 싶으면 실패한 것입니다.

 

뭐 까지껏 한 번 시도해 보지 그러세요. 천하일미를 맛볼 수 있는데 말이죠. 옷에 냄새 좀 배고 그러면 어떻습니까. 네??

 

이것이 서태후가 침을 질질 흘렸다는 처우더우푸입니다. 발효된 두부를 튀기거나 조림을 해서 먹기도 하지만 끓는 물에 넣어 곰팡이균을 제거하고 생으로 먹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 없이 곰팡이 핀 가장자리 부분만 칼로 도려내고 생으로 먹었습니다. 상당히 강렬한 맛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청국장이나 낫토와 비견되지만 독특한 치즈향이 풍미를 더해 전에 맛보지 못했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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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은 농사짓기도 편리하고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수확량도 많고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질 덕에 쓰임도 많은 작물입니다. 욕심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는데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봅니다. 캐나다에서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이어지는 아메리카 대륙에선 엄청난 양의 GMO콩이 생산됩니다.

 

콩 말고도 GMO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그 시작은 토마토였고 뒤를 이어 해충저항 옥수수, 농약에 내성을 가진 콩이 개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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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자, 사람이 GMO를 먹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제 입술이 발기하는 것이 어디 GMO 때문이겠습니까. 과자나 라면을 먹으면 유난히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며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의심이 들긴 하지만 아직까진 콕 찍어 “너 때문이야”라고 말 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렇다고 GMO 농산물이 정당하진 않아 보입니다.

 

 

GMO의 가장 큰 특징으로 항제초제성, 종번식 방해, 성분의 변형을 들 수 있습니다. 항제초제성은 제초제를 비롯해 살충제등 농약에 항성을 지녔다는 말이겠죠. 특정한 농약을 뿌리면 그 주변의 잡초와 병충들은 모두 죽고 경작되는 농작물만 살아남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의 폐해로 슈퍼잡초의 출현을 이야기 하는데 그것들이라도 살아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로 불행한 것은 모든 풀들이 죽고 농작물만 살아남는다는 것이죠. 들에 나는 모든 초목들을 적으로 돌려세우는 것입니다.

 

GMO콩을 농사 지은지 ·10년도 더 지났으니 이제 그 땅은 GMO콩 말고는 다른 작물이 자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슈퍼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나는 황무지가 될 것입니다. 그런 땅들이 한 때 밀림이었고 울창한 숲이었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땅들입니다.

 

잡초만 죽이는 것도 아닙니다. 살충제는 그 일대의 모든 이로운 박태리아들과 공생관계에 놓여 있는 벌레들을 말살시킵니다. 그리고 슈퍼해충이 출연합니다. 벌레들도 넋 놓고 죽을 수는 없는 일이죠. 농약에 항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슈퍼잡초와 슈퍼해충이 출연하면 더욱더 많은 농약을 살포합니다.

 

어쨌든 콩은 죽지 않으니까 말이죠. 농약의 사용량은 늘어나고 수확기에 접어든 작물에까지 농약을 살포합니다. 다 익은 콩을 매뚜기가 날아와 갉아 먹는데 살충제를 뿌려야겠죠. 그렇게 되면 수확한 농작물에 농약이 잔류하게 됩니다. 잔류농약은 축산물이 먹게 되고 결국 사람에게 이어집니다.

 


이딴 이야기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 할 테고 더 웃긴 것은 특정 제초제만 뿌려야 농작물이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가령 몬산토에서 만든 GMO콩이면 몬산토에서 만든 제초제와 살충제에만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효성오엔비에서 만든 제초제를 뿌리면 싹다 디져버린다는 얘기죠. 이래 놓고 무슨 세계기아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GMO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다 개소리를 늘어 놓는지...

 


게다가 말입니다. 유전자를 변형하며 종 번식을 더 이상 못하도록 막습니다. 몇 차례 이야기도 했고 많이들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종자를 심어 생산한 콩을 다시 땅에 심으면 싹을 틔우지 않는다거나 이상한 새끼가 태어난단 말이죠. 어라. 저새끼가 내새낀가 싶은 새끼가 태어납니다. 나는 졸라 똑똑한데 저새끼는 왜 저렇게 멍청할까 싶으면 유전자 조작을 의심해 보시길 바랍니다. 본인의 유전자가 조작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어떤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지는 옥수수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바람을 통해 수분됩니다. 가령 몬산토에서 개발한 초초초울트라캡좋은옥수수를 심었다고 칩시다. 이웃마을에선 토종옥수수를 심었는데 토종 옥수수가 낳은 새끼가 토종옥수수가 아니네. 초초울트라캡후진토종옥수수가 생산되었습니다.

 

왜이래?

 

초초초울트라캡좋은옥수수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이웃 마을로 날아와 토종옥수수에 수분된 것입니다.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번식 방법이었는데 재앙이 되어버립니다. 이듬해 그 옥수수를 땅에 심으면 옥수수가 열리지 않습니다. 쭉쩡이만 나오거나 이빨 빠진 옥수수만 대량 생산됩니다. 그렇게 토종이 사라지는 경우들이 허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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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같은 겉모양의 변종만이 우려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농산물이 들고나는 산업도로변에는 새들이 많습니다. 운반차량에서 떨어진 날곡을 먹기 위해 모여든 것이죠. 도로에 떨어진 날곡들을 새들이 모두 먹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농지로 흘러들어 싹을 틔우고 변종을 탄생시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야생콩이 눈에 자주 띄는데 이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발생하게 된 것인지 정부와 학계는 실태조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참...답없다.

 

 

그래 놓고는 무슨 세계식량난해소다 뭐다 개소리를 늘어 놓기능... 진심으로 세계식량난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아프리카의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해. 그들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입니다.

 

그럴 능력 충분히 되면서도 그러지 않는 것은 사적 이익을 위함이 분명한데도 날이면 날마다 나불대는 그 주댕이에서 터져나오는 말이라곤 세계평화, 세계식량난해소, 질병퇴치, 인류건강증진.... 나불나불나불.

 

팍! 씨바. 그노메 주둥빼기를 확!...

 

 

이런 실정인데 대한민국 정부는 GMO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습니다. GMO사용에 대한 표시제를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단 한곳도. 정말입니다. 단 한 곳도 GMO를 표시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양이 수입되는데, 엄청난 양이 사료에는 분명 사용될텐데도 표시하지 않습니다.

 

비단 박근혜정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김대중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바람을 타고 밀려 들어온 GMO는 제재 없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콩입니다.

 

미국과 호주, 남미등지에서는 사료용으로만 사용되는 GMO콩을 이용해 식용유를 만든다던지 과지의 원료로 이용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국내의 생명과학관련 회사들에 지원을 아까지 않습니다. 한국발 GMO를 생산하라는 특명이 내려진 것이죠. 그 이름도 찬란한 국제경쟁력강화의 일환으로 말입니다. 


무엇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우리도 알고 GMO를 연구하는 그들도 알것입니다. 변종 농산물들이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GMO가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전에 그들을 통제하고 제재해야 할 것입니다.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