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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 비해 독특한 환경이지만, 교도소도 엄연히 직장이다. 지금까지 환자들이 있는 공간, 환자들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둘러봤다면, 오늘은 정신병원 교도소에서 일하는 나와 동료들의 '회사생활'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회사'에선 식료품처럼 도저히 생산 불가능한 제품을 빼고 대부분의 일을 내부 인력으로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외부에 맡기는 청소 관리, 시설물 수리, 보안 관련 작업까지 직원들이 해결한다. 가끔 생각하면 일종의 자급자족 마을같은 면이 있다.


먼 미국까지 날아와 우리 교도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주정부 시설에서 신청서를 내면 된다. 주정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구인 광고를 참고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서류 접수가 끝나면 우편으로 접수 상황 연락이 오고, 신청서 외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받게 된다. 경찰서에 가서 신원조사를 하는 점이 좀 생소하지만, 이것은 필수다. 신원조사를 통과하면 직원 인터뷰를 하는데, 워낙 땅이 커 직접 오지 못하는 경우엔 화상 인터뷰나 전화 인터뷰도 가능하다. 인터뷰를 통과하면 신체검사를 거쳐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신입 오리엔테이션 기간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직업의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하나를 강조한다. 안전. 수감자들의 안전만큼이나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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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다닌다. 시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목에 거는 호루라기와 허리에 차는 안전장치가 있다. 이 안전장치는 위협을 받을 때만 작동시키는데, 안전장치를 작동시키면 누가 어디에서 안전장치를 작동시켰는지에 관한 정보가 주변 직원들에게 전송된다. 그 정보를 받은 직원들은 위험에 처한 다른 직원을 구하러 간다. 이 신호는 시설 전체의 안전을 관리하는 곳으로도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직원들은 안전장치를 반드시 착용해야만 한다. 이 안전장치 외에 이곳에서 나를 보호하는 수단은 나 자신이다.



교도소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법 - 이건 가지고 다니면 안된다


이곳에서는 금지된 물품들이 많다. 유리로 만들어진 컵이나 용기, 그리고 알루미늄 호일, 캔 음료 등은 모두 금지되어 있다. 흡연과 음주에 관한 어떤 것도 들여올 수 없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감자들과 직원 모두 흡연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흡연과 음주가 금지되었으니 마리화나와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해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풍선은 행사를 위해서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지만, 시설 안의 물품을 주문하는 곳을 통해서만 받아야 하고 개인이 풍선을 시설로 반입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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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허가받지 못한 태블릿피씨나 노트북은 금지되어 있다. 카메라 역시 이곳으론 들여올 수 없다. 이것은 수감자들을 면회하러 오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시설 안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시설이나 수감자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카메라가 부착된 전화기 휴대도 금지되어 있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인해서 직원들은 휴대가 가능하다.


안전을 지킬 목적으로 휴대하는 페퍼 스프레이와 가스총 같은 것들은 소지할 수 없다. 또한 10인치가 넘는 머리 빗은 휴대하지 못한다. 이러한 물품들이 금지되어 있는 기준은 타인을 해할 가능성과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감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어떠한 물품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도소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법 - 이렇게 입고 다니면 안된다


직원들은 수감자들과 동일한 색상의 옷을 입고 시설로 들어 올 수 없다. 수감자들과 직원은 멀리서도 구분이 되어야 하며 혹시라도 사건이 생겼을때 쉽게 구별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탈옥 사건이 발생하면 탈옥수를 식별할 때 옷을 먼저 봐야 하는데, 직원들이 같은 색의 옷을 착용하면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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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만에 하나 발생할 지도 모르는 사건에 늘 대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모든 직원은 달리기가 가능한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여성들의 경우에는 힐이 1-1.5인치를 넘으면 안된다.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혹시나 있을 불의의 사고 시 대피하기 용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발 끈은 늘어지게 하고 다니면 안되고 너무 길어서 밟혀도 안된다. 항상 타이트 하게 묶고 다녀야 하며 수감자들 앞에서 몸을 굽혀서 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헤어 스타일은 단정한 것을 지향하지만 분명한 규정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날카로운 핀같은 헤어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없고 머리카락으로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액세사리는 가능한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특히 목걸이는 금지되어 있다. 목걸이 뿐만 아니라 스카프도 금지가 되어 있는데 이는 목걸이나 스카프로 교살, 혹은 그와 비슷한 행위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반지도 날카로워서 환자에게 상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의는 쇄골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상체를 앞으로 굽혔을 때 몸이 들여다보이지 않아야 한다. 민소매를 입지 않는 것, 너무 짧은 상의를 입지 않는 것 역시 규칙이다. 몸을 움직였을 때 속살이나 속옷이 드러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씨스루 룩은 착용 금지다. 


고무줄로 된 바지와 레깅스는 금지다. 고무줄로 된 트레이닝 팬츠가 허락되는 경우는 체육대회 등 특별한 행사나 트레이닝 팬츠를 입어야만 가능한 활동이 있을 때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고무줄 밴드가 없는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청바지는 착용해도 무난하지만 찢어져서 속살이 보이는 바지는 금지되어 있다. 여성의 경우는 치마를 입어도 괜찮지만 무릎 위로 올라가지 않아야 하며 여름에는 반바지를 허용하는데 그것 역시 무릎을 넘어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다. 

 

손톱은 1.5인치 이상 길어서는 안된다. 손톱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힐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가능하며 그로인해 감염을 시킬 수 있으므로 손톱은 짧게 자르는 것을 권장한다. 귀걸이의 크기는 1.7센치미터의 지름을 넘지 말아야 한다. 선글라스는 실내에서 착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수감자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크로스 백등 줄이 긴 가방을 메고 다녀서는 안된다.


보수적으로 생각할때 ‘단정한’옷차림이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단정한’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편안하고 단정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악세사리나 복장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왠지 어릴 때 학교에서 강요했을 법한 복장 규정이지만, 이것은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찢어지거나 속살이 보이는 옷들은 수감자들을 자극 할 수도 있어서 위험하기도 하고 혹시 넘어지거나 다쳤을 경우 찢어진 부분의 피부가 상해서 감염이 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법 - 이런 건 하면 안된다


수감자와 신체 접촉은 가급적이면 삼가해야 한다. 신체 접촉으로 인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서로 병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다. 수감자들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스스로 개인 위생을 관리하도록 독려하지만, 수감자들을 강제로 씻길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감자들중에는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항상 짧은 시간동안, 신체 접촉을 최소화한다. 접촉 후에는 살균제로 손을 소독하고 반드시 비누를 사용하여 접촉 부위를 씻도록 해야 한다.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과 동시에 서로의 개인공간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팔을 뻗었을 때 그 팔 길이 한 배나 한 배 반 정도를 적당한 거리라고 하며 이 공간을 침범할 경우 불편함이나 위협을 느끼게 되는데, 수감시설에서는 상대의 다리 길이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 공간을 침범하면 수감자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고, 정신병원 교도소라는 이곳 환자들의 특성상 정신병으로 인해 어떤 반응을 일으킬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최소한 그들의 다리 한 짝 길이 정도는 떨어져야 사정권 밖에 있게 된다. 조금 다른 이유로, 서로의 개인 공간 안에 들어가 있게 되면 친밀감이 상승하기 때문에 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거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직원들이 수감자들과 수시로 함께 움직이며 여러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동하고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그 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수감자와 둘이 한 공간에 있는 일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환자의 정신병이 악화되어 혼자 방에 수감되는 경우엔 밖에서 간호사가 지키도록 되어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주로 문을 열고 간호사가 문 밖에서 지켜보도록 되어 있다. 수감자와 일대 일로 치료를 하거나 정신평가등을 해야할 경우에는 nursing station 에 어느 방에 수감자와 둘이 있을 것인지 미리 알리고 방 문을 열고 환자를 문에서 안쪽으로 그리고 직원이 문과 가까운 쪽에 앉는 것이 기본이다. 환자의 예기치 못한 습격등을 예비하기 위해서 항상 문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며 문은 꼭 열어 두어야 한다.

 

그룹으로 수감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에는 역시 문을 열어 두고, 한 공간에 최소 두 명 이상의 직원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절대 그룹치료를 해서는 안된다. 이 경우에도 문 가까이에 있는 것이 좋고, 수감자들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몸은 벽 가까이 문 가까이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언제나 위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룹 치료시에 바닥에 물건이 떨어져도 수감자 가까이에 떨어졌다면 수감자에게 말을 해서 줍도록 한다. 절대 수감자들에게 머리를 가까이 내주지 않는다.

 

수감자들과 그라운드에서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최소 두 명이 함께 해야 한다. 직원 한 명은 수감자들 앞에서 문을 열고, 다른 한 명은 수감자들 제일 뒤에 서서 앞의 직원의 뒤를 봐주어야 한다. 그라운드에 나갈 때는 나가기 전과 들어 오기 전에 반드시 수감자의 수를 확인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낙오되었을 경우 그 나머지 인원을 찾아서 유닛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라운드로 나갔다가 유닛으로 복귀할 때는 혹시라도 수감자가 소지하지 말아야 할 물건을 습득하여 감추고 들어왔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끔 공사나 수리를 하다가 또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라운드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이 있는데 반입 금지인 물건들이 많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수감자들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고 직원들이 지켜보는 시간들이 있다. 이럴 때 수감자들은 무슨 일을 할까? 스케줄에 따라서 많은 일들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들은 직원들을 관찰한다. 어떤 향수를 쓰는지, 어떤 취향의 옷을 입는지, 어제와 오늘 어떻게 다른지, 오늘은 화장을 했는지 안했는지. 직원들이 수감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보다 그들이 직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가 훨씬 많다. 그리고 직원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을 주의깊게 듣고 활용한다. 어떤 면에서는 수감자들이 직원 본인들보다 그들을 더 잘 알기도 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수감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생활을 이야기 하지 말아야 한다.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 경우도 안된다. 어떤 수감자들은 입술 모양을 읽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정보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에 쓰일 수도 있다. 그러니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수감자들 앞에서 직원들은 휴대폰과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어떤 전자제품도 사용할 수 없다. 그들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지능까지 낮다고 무시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모든 수감자들이 다 그렇지는 아니지만 기회를 노리고 있는 수감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최대한 조심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환자들은 직원들에 대해 어떻게든 알게 된다. 그러니 결혼 유무, 배우자의 직업, 학력, 학교, 자녀에 관한 정보 등 모든 개인 정보는 환자가 자연스럽게 물어와도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 가끔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너, 반지를 안꼈네? 결혼 안했어?”라든가, “아이는 몇 명 있어?” 라고 물으면 평소에 대화하듯 대답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정보를 왜 발설하면 안되는 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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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직원들은 소지하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열쇠나 휴대폰 등의 물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휴대폰을 잃어버릴 경우, 시설에서 누구도 밖에 나갈 수 없다. 수색을 거쳐 휴대폰이 발견될 때까지 모든 시설이 봉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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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외에도 안전을 위해 지켜져야 할 것들이 많다. 늘 벽 근처에 서고, 개인 정보를 발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야박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은 엄격한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정확히 말해 직원들만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에게도 지켜야 할 엄격한 규칙이 있다. 이곳의 다수를 차지하는 수감자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안전은 언제나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환자들이 반입할 수 없는 것,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은 어떤 물품일까.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다음 편에서는 환자들에게 금지된 것들을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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