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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시선]공생

2017-06-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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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초의 씨앗이 된 생명이 나뭇가지처럼 분화되어 현재 지구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의 품종분화를 보면서도 태초에 모든 생명이 현재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고 믿는 사람들도 존중한다. 존재하는 믿음은 존재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존재한다. 믿음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


최초의 생명이 자연적 발생인지 어떤 의지의 창조물인지 알 수는 없다. 무작위라는 생명의 진화가 방향성을 갖고 있는 걸 보면 생명탄생이 우연의 산물이라고만 맹신하기는 어렵다. 생명이 생명을 이어가며 도달하려는 곳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은 경이롭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라는 기생충이 있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를 읽다가 알게 되었다. 착한 기생충이라고 소개하는데 착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고기의 혀를 잘라내고 대신 혀 노릇을 하는 기생충이 선악의 구분이 있기나 할까. 숙주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리 행동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시모토아는 암수 구분이 있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혀로 이동을 하고 수컷은 아가미를 지킨다. 어쩌면 암컷을 지키는 건지도 모른다. 기생충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성이 구분되었는데 기생충도 성을 가지고 있다. 사는데 필요하고 좋은 건 배우게 되어 있다.


시모토아의 수컷은 2센치 암컷은 3센치의 크기를 갖는데 2센치 크기의 암컷이 자주 발견된다. 작은 크기의 암컷은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만난 한 쌍이 모두 수컷일 때 생식을 위해 한 마리가 변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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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고기는 필요에 의해 성을 바꾼다. 식물과 곤충은 자가 복제와 유성생식을 상황에 맞춰 사용한다. 발생온도에 따라 성이 결정되는 파충류도 있다. 자연에서 성은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포유류인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의 육체에 남성염색체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드물게 두 성의 생식기를 모두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고정되지 않은 성은 다른 선천적 장애처럼 발생오류일 수도 있다.


장애를 신의 징벌이나 외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삶의 일정부분에서 누구나 장애를 겪는다. 태어나서 의지가 깨어나고 스스로의 의지로 몸을 가누기까지와 죽음 전 일정부분에서 신체장애나 정신장애를 겪기 마련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의 가치는 평등하다. 부족한 부분만큼 다른 부분에 가치를 더한다. 부분에서 우월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우월한 사람은 없다. 타고난 부분을 다듬고 노력하는 것은 자기 몫이다.


생식과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 진화는 쾌감이라는 보상을 내린다.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할 때 맛을 느끼고, 난관을 극복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성이 주는 쾌감이 강렬한 건 합리적이다.


승부욕, 경쟁심, 인정욕구, 성취감 등은 짝을 찾아 유전자를 남기려는 욕구의 다른 표현형으로 보인다. 경제 불평등과 권력다툼도 성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면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가 여성이 우위인 종이 되었다면 전쟁이나 폭력이 적었을 것이다. 갈등이 없으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모든 존재는 양면이 존재한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동양이나 서양이나 부계의 성을 사용한다.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원시부족에서도 부계의 가계도를 외우고 친족을 확인한다.


털 고르기로 유대를 나누는 침팬지가 확장하는 부족의 크기는 50마리 내외다. 무리의 크기가 더 커지면 갈등이 봉합할 여력을 넘는다. 분화된 무리는 내부갈등을 해소할 적이 된다. 혈통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와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은 나라도 없다.


인간은 언어로 다수의 상대와 교감할 수 있다. 그래도 원시부족의 구성원은 200을 넘기기 어렵다. 내부 갈등의 주원인은 여자다. 생식 가능한 연령의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욕망은 강렬하고 원한은 처절하다. 동맹을 맺고 연합을 결성한다. 혈족은 가장 믿을 만한 동맹이다. 부계의 가계도를 암송하는 건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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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따로 발정기를 갖지 않는다. 배란기에도 외부적으로 알아 볼 수 없다. 농경과 목축의 역사는 짧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에 맞춰진 본성은 아직 많이 변하지 않았다. 여성은 낯선 상대에게 당하는 강간을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했다. 그 결과 현대에도 강간범죄는 데이트 강간 등 면식범이 많다.


강간은 문명사회에서도 피해자에게 끔찍한 기억을 남기는 범죄다. 원시 부족 사회에서 부족원이 아닌 상대에게 강간을 당하는 경우는 전쟁이나 납치를 수반한다. 지옥에도 층수가 있는 것처럼 끔찍함의 강도가 다르다.


제인구달이 목격하고 기록한 침팬지 무리의 전쟁과 문화인류학자들에게 기록된 원시부족사회의 전쟁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상대조직의 구성원을 가능한 한 멸절하고 생식 가능한 암컷을 차지한다. 사회구조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노사이드는 정교해졌다.


인간은 무언가를 사랑하고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 존재다. 보통 그 사랑은 배타적이다. 전지전능한 신과의 사랑도 그렇다. 이교도를 배척하고 참살하는 건 신앙고백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타국을 증오하는 것으로 애국심을 표현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와 같다.


수렵 채집사회에서 남아있는 여자와 아이들을 지키는 일은 사냥을 나가는 남자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사냥을 나서는 무리를 나누면 사냥 성공률이 적어진다. 솔직히 남아있는 무리를 완벽히 신뢰할 수도 없다. 의처증은 오래된 병이다. 남성의 완력을 가지고 있고 경계 할 필요가 없는 성벽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다윈의 성 선택 이론에는 들어맞지 않지만 진화는 반드시 빈자리를 채운다. 필요는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일하는 잎꾼 개미의 등에 올라타 기생벌을 감시하고 싸우는 작은 개미가 생겨난 이유와 같다.


하나의 추론일 뿐이다. 동성애자가 되는 건 더 미묘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동성애자의 사회적 인식 변화에 큰 기여를 한 홍석천씨의 개인적 사례를 보면 성장기에 동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에서 인자가 촉발되었다. 가정을 이루고 중년에 이르러서야 본인이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세상만물을 주관하는 절대자인 신이 동성애자도 만들었을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동성애자는 현실에 존재한다. 사제 집단과 마찬가지로 생식에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단종 되지 않고 계속 발현되는 이유를 생각한다.


인간은 배타적으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내집단과 불신하고 증오하는 외집단을 갖는다. 종교는 인식할 수 있는 내집단의 영역을 확장한다. 부족장의 개인의 카리스마로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동일한 믿음을 공유함으로 공동체를 키웠다. 믿음을 공유하지 않는 불신자들이나 이교도는 내집단을 구별 짓는 외집단이 된다. 사제 집단은 내집단을 확장하고 유지하기위한 필수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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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규모가 일정부분 커져서야 문명이 발전했다. 수십만 이상의 대도시에서만 전염병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드물게 발현하는 천재들의 지식의 전이를 위해서는 일정이상의 인구가 필요했다. 문명은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며 덩치를 키워온 인간집단의 유전자다.


30억쌍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인간 유전자의 98%는 정크 유전자다.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신들의 전쟁이야기와 별자리에 얽힌 사연들과 사라진 옛 법들 같은 것들이 정크유전자에 대입할 수 있다.


옛사람들은 신과 소통하기 위한 제단과 성소를 짓고, 신과의 교통을 증거하는 사람을 위한 궁전을 지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삶을 위해 법률이 만들어졌다. 짧은 생을 인지하고 무언가를 남기길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과학과 철학과 예술이 문명의 그늘에서 풍성해졌다. 과학은 문명의 뼈대를 만들고, 철학은 개인의 존재 의미와 사회구조를 변화시켰다. 예술은 타인을 감정적으로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한다.


사람의 자원은 한정되어있다. 생존과 생식과 육아에 들어갈 막대한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한 사람들은 인식의 틀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 확장된 틀은 더 크고 넓은 집단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은 그렇게 이해한다. 전문가 집단과 덕후들도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교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종교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동성애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는 발언에서 반대에 방점을 찍은 사람들이 난동을 부렸다. 찬성과 우대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차별받는 소수라는 위치에서나마 선민의식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에 방점을 찍은 사람들은 동성애를 보편화하는 문재인을 반대한다. 정치는 참 어려운 일이다. 각자의 이익을 공익으로 포장하고 명분을 삼기에 더더욱 그렇다.


노무현의 죽음이후의 언론을 보면서 신돈을 떠올렸다. 권문세족들이 태어난 절의 주춧돌을 으깨면서까지 더럽히고 지우려했던 이름이 되었다. 문재인을 보면서 노무현을 함께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을 묶어 보니 그라쿠스 형제로 연결된다. 혈연을 아니지만 이어짐은 핏줄보다 진하다. 출신과 관계없이 그들의 삶은 귀족적이다.


역사 속에서 적체된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위해 선두에 선 사람들은 비참해졌다. 약자의 편에 섰던 그들이 보상심리를 갖는 순간 운동성은 변질된다. 피를 먹고 자라는 민주주의는 유독 편식이 심하다. 의인의 피만을 양분으로 섭취한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그래도 비극이 반복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내각이 구성되지 않았다. 내각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은 지켜보던 국민들의 항의 문자를 받았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의 불결함을 나무라는 속담을 꼭 맞다. 야당은 민주주의를 위해하는 문자폭탄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신문과 방송은 받아쓴다.


지난 정권에서 백색테러로 의심되는 사제폭탄 투척이 있었다. 화랑관창을 죽으라고 떠 밀은 아버지처럼 십대소년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지게 한 배후가 존재하지 싶었다. 함께 왔던 중년남자는 보도에서 사라졌다. 사제폭탄은 로켓켄디라는 달콤한 이름을 얻었다. 피해자는 빵에 갔고 소년은 아마 훈방되었다. 그렇게 신문과 방송에서 사라졌던 폭탄은 민의를 표현하는 문자메세지에 이름 붙여졌다.


진짜 폭탄을 다루는 군부대에서는 명령계통과 보고계통을 무시하고 사드 미사일 4기가 추가 배치됐다. 야당은 문재인의 무능을 질타한다. 그걸 받아 적는 기자가 있고 살포하는 미디어가 있다. 정립된 가치관이 없다면 원칙 없이 소속된 집단에서 충성경쟁을 하고 이익추구를 위해 살기마련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가 자본권력에 대한 감사가 표시가 되기도 한다.


문재인 정권출범에 애써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권력자체를 탐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개인이 감내해야할 희생이 너무 커보였다. 당선이후 인사를 보면서 그가 노무현의 죽음이후 그리고 지난 대선 패배이후 수 백번을 곱씹어온 무언가를 느꼈다. 거침없는 행보에 처음엔 흐뭇해서 김진숙이 노동부장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폭탄이라는 이름을 자유자재로 떼고 붙이는 미디어와 신문을 보며 다시 걱정이 되었다. 자본권력과 언론은 집요하고 생활인인 대중의 집중력은 짧기 마련이다.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서없는 글을 맺는다.


덧> 기생충 콘서트를 읽다가 동성애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글을 시작했다. 생각은 그럴듯했는데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읽어보니 여지없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논문이 아니라고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 같은 글을 쓰긴 어려울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부족함과 난잡함이 거슬리고 찔린다. 남 탓을 하기로 했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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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