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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느그 사장님 뭐하시노?


CEO[ [si: i: əʊ] : 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


CEO, 대표, 대표이사, 사장,... 기업의 대표자는 여러 가지 호칭과 그마다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저 같은 사람들은 일부러 대표님과 같은 호칭 하나 만을 쓰는데요.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부터 여러 형태의 조합 등이 늘어나면서 조합장, 회장 같은 분들까지 조직을 대표하는 직함이 많아지다 보니 실수하지 않고 공통적으로 써도 될 만한 호칭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 결과인 듯합니다.


CEO라는 단어는 원래는 군사용어로 전투를 지휘하는 총지휘관을 의미했는데 근래에는 경영 분야에서 최고경영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IMF외환위기 이후 CEO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었는데, IMF 이전에는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가 대부분 회사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창업대주주들이다 보니 사장이란 단어에 익숙해 있다가 IMF를 계기로 한국기업 경영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CEO라는 단어가 좀 더 있어(?) 보이고 전문적으로 보이니 많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상무이사, 전무이사, 연구소장과 같은 직함들이 CFO(Chief Financial Officer), COO(Chief Operation Officer), CTO(Chief Technical Officer) 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는데요. 그간 우리 기업의 주요임원들이 뭔가 있어 보이는 직함으로 갈아타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멋진 명함만큼 기업임원들의 경영수준도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 선생님은 짜가 로렉스 시계를 풀어 교탁에 소중히 올려두고는 학생들의 따귀를 때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물었죠.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든 선생님의 반응은 이미 기계적으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아버지가 어려운 일을 하실 때는 아버지가 그리 고생하시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보답해야지.” 좋을 일을 하실 때는 아버지 그림자라도 따라가려면 네가 공부 열심히 해야지.” 나쁜 일을 한다 치면 너도 네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려면 공부 해야지.”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은 공부 열심히 해야지.” 이었지만 그 가르침을 내려주기 위해 쉬운 방법으로 폭력을 사용했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음은 엄연한 사실이죠.


그때의 선생님들이 단순히 따귀 몇 대와 훈계를 하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아버지들의 삶과 학생들이 사회에 나간 후 만나게 될 불합리와 모순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단 한 시간이라도 가졌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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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컨설팅을 하면서 사장님들만 만나지 않습니다. 컨설팅 중에는 반드시 직원들과 면담을 하고 교육을 합니다. 그러면서 물어봅니다느그 사장님 뭐하시노?”같은 질문은 절대 아니고요. '사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사장의 장점은단점은?', '자기가 사장이 된다면 당장 해야 할 일 3가지는?' 등등의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사장과 직원들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팀워크도 살펴보고, 협업하게 될 기업의 실무자들이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이 과정은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제대로 컨설팅을 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일이니까요.


이런 면담 과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직원 한 분이 제게 컨설팅 과정 중에 사장에게 많은 조언을 해 주지 않냐면서 이런 거 이런 거는 좀 지적해 달라고 하더군요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간 당신이 사장님과 이런 문제점에 대해 최소한 3번은 대화를 했었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번번이 설득하지 못했다면 내가 대신해서 사장에게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당신은 몇 번이나 사장과 대화했는가?"


이 질문에 그 직원은 답하지 못했습니다.


일하기 싫은 직장, 맘에 안 드는 사장과 함께 일하는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것은 얼마나 징그러운 일이겠습니까. 이직을 하거나 사표를 던져야 하겠지만 최소한 조직의 우두머리를 파악하고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변화를 기원하기만 해선 바뀔 게 없습니다매일 같이 돈벼락을 맞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사람에게 신이 나타나서 그랬다죠.


! 로또라도 사고 기도해.”


중소기업의 평가에서 사장에 대한 평가는 회사의 비재무적 평가 및 정성평가의 거의 모든 것으로 봅니다. 기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사장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물론 직장생활을 즐겁게 잘하고 싶은 회사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오늘은 사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사장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장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과거와 성장과정(?)을 알면 좋겠지요. 그런데 사장이 직원들에게 해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기억의 왜곡으로 상당히 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요. 또 직원들이 사장님~ 옛날 얘기 해주세요. >_<같은 직장 분위기가 있을 리 없으니 우리 사회에서 사장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아 보겠습니다.


(1) 테크트리 다 찍고 올라가기


사원부터 대리, 과장, 임원을 모두 거쳐서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흔히 군에서 말하는 갑종장교 출신 장군이 이런 경우죠. 이등병부터 시작해서 별을 단 장군을 갑종장군이라고 말하는데요. 그 시간과 과정 자체가 입지전적이기에 많은 관심과 존경을 받지만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회사에도 이런 사장들이 있습니다. 월간현대경영에서 2017424일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조사해 보니 입사 후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걸린 평균기간은 23년이라고 합니다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라도 사원부터 지속적인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또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최소 20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죠20년이란 시간을 한 직장에서 보낸 사람들은 꽤 있지만 사장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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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도 예외는 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샐러리맨의 신화라며 이런 경력을 자랑했었는데, 국가를 경영할 CEO를 뽑아달라는 그의 선거 캠페인에 속아 당선 되었는데, 만렙 유저가 알고 보니 현질과 해킹으로 일관해 온 것을 확인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랄까...


씁쓸한 얘기는 그만 하고 다시 돌아가서 이런 입지전적 사장들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이런 사장들은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순간의 나이가 많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월간현대경영 발표 자료에서 밝힌 100대기업 CEO의 평균연령이 60.6세이거든요. 아무리 대팀장이고 본부장을 거쳤다 해도 이들은 사장이 되기 전에는 최고경영자의 경영과는 사뭇 좁은 관리 범위를 수행한 겁니다. CEO의 경영은 급이 다른 거니까요.


환갑에 CEO가 됐어도 CEO 1년차, 마흔 살에 CEO가 됐어도 CEO 1년차입니다. 그런데 마흔 살에 CEO가 된 사람이 50세까지 최고경영자의 자리에서 내공을 쌓았다면 CEO 10년차가 됩니다. 제가 전문경영인을 선임한다면 저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 같은데요CEO가 퇴직 전에 잠시 거치는 명예직이 아닐진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샐러리맨 신화 사장들에는 이런 맹점이 있습니다.


(2) 금수저의 유희?!


드라마에서나 보던 2세 경영인들을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와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 상속세에 대한 세재(상속세 등) 혜택을 꾸준히 정치권을 통해 요구하고 있고, 어느 정도는 먹혀가는 것으로 보이는 추세이고요이 외에도 지방의 농수특산물 기반의 농가나 상점들이 기업화되면서 월급쟁이를 하는 것보다 가업을 잇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가족기업으로 전환하는 수도 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런 2세 경영인들을 모두 금수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속세나 증여세를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무력화시키고 부의 상속이 계속 이루어지면 부의 편중과 고착된 계급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심히 우려됩니다.


(3) 어쩌다 보니 창업


사실 사장되기 정말 쉽습니다. 창업하면 되니까요사장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이 창업경영자죠위대한 기업을 꿈꾸는 개척자 같은 창업자도 많지만 안타깝게도 취직이 안 돼서, 이른 명예퇴직 때문에 강요된 창업에 내몰리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창업의 이유 중에는 의외로 홧김에 하는 창업도 있고요, 나만은 성공할 거라는 자아도취성 창업도 있습니다. 사장이 되면 사람들 부려 쉽게 일하고 돈 벌 거라는 착각을 하는 모지리도 없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떤 창업자도 사장이라는 끔직한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는 건 공평하게 같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내는 사장들도 많습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사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봤는데요. 사장은 면허가 필요한 전문업종이 아닙니다.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기회를 통해 사장들이 등장합니다백인백색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경영의 방식으로 나눠보면 또 세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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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3요소로 분류해 보는 사장의 종류


경영의 3요소를 기술, 자본, 인력이라고 하죠.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균형감각 있는 사장이라면 훌륭하겠지만 그 정도면 입신의 경지로 봐야 할 것 같고 단 하나만 제대로 갖추고 있어도 성공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1) 기술, 최고의 기술로 승부한다


공학도, 연구원 출신이 아니라도 타고난 발명가들이 있습니다.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에 기업의 사활이 있다고 믿는 이 사장님들은 인두기를 들고 꼴딱꼴딱 밤을 새면서 신제품을 만들어 냅니다사업 창업초기에 가장 어려운 것은 개발자의 수급인데 본인이 직접 해낼 수 있으니 비교적 비싼 인력 수급인 개발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개발완료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이 사장님들은 기업이 커질수록 R&D조직을 확대하며 개발자들을 학대하는 주범(?)이 됩니다. 본인이 다 알고 있으니 개발자들이 하는 핑계가 먹힐 리가 있나요.


이런 분들은 우리가 흔히 장수를 구분할 때 맹장(猛將)이라 부를만한 사장님들이죠. 그러나 최강무력 여포도 천하를 통일하진 못했듯이 자금의 투입과 성과를 측정해서 냉정하게 조언할 수 있는 관리 직원, 기술진보성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성의 영역까지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사장을 보좌해야 기업이 목표하는 혁신에 도달할 수 있지요.


(2) 자본, 머니 money 해도 돈이 최고다


비즈니스 때문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디 그룹 출신이고 어느 기업 재경부서 소속 이였고 식의 소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리의 S그룹, 재무 사관학교 J출신... 뭐 이런 식인데 그 사람이 속해 있던 조직의 역량을 모두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자금관리의 중요성이 크다보니 이런 풍토가 있는 거겠죠.


경영학의 대부라는 피터 드러커 교수 생전에 한국의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에 가장 중요한 인재에 대해 묻자 의외로 돌아온 답변은 개발자가 아니라 재무관리 전문가였습니다재무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장의 강점은 충분히 인정 가능한 것이나 반면 모든 것을 정량화하여 수치화하면서 실제기업 현장의 정성적인 부분과 인간적인 유대 등에 취약점을 드러내는 약점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영감의 부재 속에서 조직은 유연성을 잃고 직원과 기업이 공통적인 비전을 공유하는데 있어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죠.


이런 사장님들은 지장(智將)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수성에 치우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에 도전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이 좀 답답해 보이고 융통성이 없더라도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직원들이 함께 한다면 기업은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에 눈 돌리지 않는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3) 인력, 사람을 부리는 게 사장이다


가끔 자기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의 수를 자랑하는 사장님들이 있습니다. 천 개에 가까운 연락처에 개발자, 공무원, 대학교수 수많은 인적 자원들이 망라되어 있다면 부러워할 만한 것이죠. 빼어난 개발자, 재무관리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자신은 부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휴먼 네트워크에 관심을 쏟는 사장님들은 대부분 낙관론자들입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재들을 믿기 때문에 어떤 위험도 두렵지 않은 것이죠.


이런 사장님들은 덕장(德將)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인재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과하다 보면 회사는 인재집합소가 아니라 난장이 선 것 같은 북새통이 되기도 하는데요. 내부 인사 시스템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고, 특히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계속 사장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명시적인 계약서 작성이나 법리검토 등 뒤처리(?)를 잘해 줄 직원들이 있어야 사람의 힘이라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갖춘 사장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영의 모든 범위를 사장이 모두 학습해서 마스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직원이 있는 거지요. 잘 나가는 회사나 못 나가는 회사나 직원들은 사장의 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잘 나가는 회사는 사장의 단점을 직원들이 보완해 주고 있고 못 나가는 회사는 직원들이 사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이런 계통분류적 접근으로 사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들을 위해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장의 이상행동(?)을 통해서 사장을 더 깊이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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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1) 본전 생각


, 이런 경우입니다. 캐드 그리는 직원을 뽑아 놓고 엑셀로 거래처 관리하라는 것이죠. 어차피 하루 종일 캐드만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니니 놀지 말고 월급값 하라는 겁니다경리 직원이 전화 전담해서 받아라. 뭐 이런 일도 흔히 있죠. 심지어는 딴 회사 경리 직원들은 포토샵 정도는 우습게 하던데 너는 뭐냐 이러면서 직원들을 들들 볶는 사장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노예가 아니죠. 현대사회에서 노동자에게는 노예와 같은 절대적인 충성과 구속력이 없습니다. 에이. 씨바 못 해 먹겠다. 하고 때려치울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사장은 새로운 직원을 뽑고 또 다시 이 일, 저 일 시키며 월급 주는 본전을 빼려고 하고, 이 상황은 무한 반복됩니다. 아니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 반복합니다.


사장이 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만큼의 노동력 제공을 바라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 거의 모든 사장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바람이 공통적으로 있습니다그런데 정말 충분한 노동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것저것 일을 시키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본전생각이지 경영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중세시대의 노예들도 전문분야가 있었습니다. 요리, 보모, 의상 등으로 전문노예가 있었지요. 노동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 많은 생산성으로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과거의 조상님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출근부터 퇴근까지 빈틈없이 일을 시키겠다는 본전욕심에 빠져있는 사장은 무지하다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거죠.


노동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핵심기술역량에 대한 교육을 강제적으로라도 시켜야 합니다. 2D 캐드기술이 있는 노동자라면 3D 캐드기술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또 한 가지는 핵심기술역량을 기반으로 인접한 업무들로 업무역량을 넓히게 해야 합니다. 캐드에 머물지 말고 설계나 시방서 작성까지 업무분야를 서서히 확대시키는 것이죠이런 과정에서 사장은 노동자에게 자신의 의지를 밝혀야 합니다.


당신이 일을 더 잘하게 되면 회사는 당근 개이득, 당신은 전문분야의 커리어가 상승하기 때문에 직업인으로써 미래에 더 가치 있는 노동자가 될 것임. 우리 서로 윈윈! ?!”


본전생각에 빠져 업무분장이나 인사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사장과 일하고 있다면 노동자는 사표를 집어 던지기 전에 시도해 볼 일도 위와 같습니다업무 공백 시간에 교육과 세미나 등을 계속 찾아다니며 내가 더 스킬 업을 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다주마.”라는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사장이 일도 없는데 이것 좀 해봐.”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또한 업무에 여유가 있을 때는 인접 업무를 소화해야 합니다. 업무연관성도 없는 일이 떨어지지 않게 사전에 차단하는 측면도 있고, 자신의 커리어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책과 교육으로 배울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일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식의 핵심역량과 그 역량을 빛나게 할 주변 기술을 일하면서 배우는 거죠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사장이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때는 사표를 던져야죠.


(2) 잔소리, Micro management


간혹 회사원들이 우리 보스는 현수막 평형도 1mm까지 오차 없이, 파워포인트 장표 간 제목 위치 차이 한 개까지 디테일하게 관리하는 분입니다.” 라고 사장을 찬양하면 저는 그건 그 양반이 할 줄 아는 게 그게 다라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곤 합니다.


세상 잘 모르는 신입사원들이나 순진한 직장인들이 사장의 권위와 꾸밈에 잘 속아 넘어가죠. 그 중에 하나가 사장들이 보여주는 디테일인데, 사장의 업무영역은 Micro management보다는 Macro management의 영역이라서 보고서 폰트 지적하고 있고, 오탈자나 찾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사장의 업무 자체는 미뤄두고 직원들하고 놀고(?) 있다고 볼 수밖에요.


사장들이 직원들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이 의식합니다당신이 사장 자리에 있을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항상 사장 머릿속에서 환청으로 들려온다고 봐도 될 만큼 사장들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합니다사장이라는 자리에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기만족이거든요. 하지만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만나면 매출액이 적다고, 전문가와 대학교수들을 만나면 핵심기술이 없다고, 다른 기업 사장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잘 나가는 것 같고... 소심하고 어린(?) 사장들은 이런 외부의 벽을 깨부수기보단 뒤돌아서서 회사 안으로 웅크립니다그리고 다루기 쉽고, 편한 직원들이랑 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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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편견과 맞서 정부지원금을 따 내고, 시장성 없는 기술이라도 기술 난이도에 집착하는 헛똑똑이들과 토론을 하고, 타 기업의 장단점을 정확히 조사해서 취할 기업은 취하고 버릴 기업과는 관계를 정리하면 직원들은 저절로 사장을 존경하게 될 일이나 이게 어디 쉽나요이런 사장들은 실무자들의 업무에 깊숙이 개입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직장인의 성장은 수차례의 실패와 그에 따른 책임, 상황 상황 내렸던 자신의 판단과 그 판단력의 강화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걸 사장이 막아버리는 거죠.


물론 이런 사장의 행동은 창업 후 성장하는 단계에서 겪는 잠깐의 홍역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한 지 수년이 지나서도 이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성장판이 닫혔다고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이런 사장과 함께 일을 할 때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사장에게 아부와 아첨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나 잘났지? 나를 알아줘!”라고 대놓고 말하는데 당연히 그러겠지만요. 사장과 친한 직원 몇몇이 회사놀이를 하는 직장에는 사내정치가 난무하고 답은 사장 편에 붙는 거 밖에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사실 이 때 취해야 할 처세는 사내 정치 따위는 쳐다보지도 말고 사장의 업무를 대신하는 겁니다사장이 해야 할 외부활동을 직접하고, 필요 불급한 판단까지도 과감하게 실무자가 밀고 나가는 거죠.


가끔은 좋은 결과가 생겼을 땐 이 분야에 전문가이신 사장님이시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판단할거라 생각했습니다.”라며 사장을 추켜세울 필요도 있습니다. 소심하고 편협한 인사와 그 주변인들이 능력 있는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니 '부러질지언정 굽히지는 않는다.' 이런 생각보단 바람이 불기 전에 미리 누워서 대비하는 지혜도 있어야죠.


이렇게 일하면 뭘 얻을 수 있을까요? 고생만 죽도록 할 거 같은데?


최근에 7급 공무원 한 분을 만났는데 자기도 프레젠테이션 한 번 하고 싶다고 윗분들이 계속 독점해서 자기는 밤 새워 자료만 만들어주고 자기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데 가면 갈수록 기회가 줄어드는 느낌이랍니다, 당연한 거죠. 더 높은 권력자들을 만나고 외부에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미쳤다고 아랫사람에게 주겠습니까?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어차피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수확을 얻어야 하는 게 직장생활입니다. 사장의 업무를 대신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어렵겠지만 나는 급속도로 많은 경험과 인맥을 갖게 되고 성장합니다. 공무원의 예도 들었지만 체계가 잡힌 직장에선 튀고 싶어도 튈 수 있는 기회를 안 주거든요. 단순히 조직의 부속으로 일하는 것과 전선의 앞에서 전투를 치룬 경험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런 경험은 향후 이직과 창업의 기회에서 비슷한 나이와 커리어에서 상대적인 우위로 반드시 드러납니다. 경험을 쌓고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세요. 어차피 당신이 그 회사에서 뼈를 묻고 싶어도 회사라는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사장이 있는 한 그 회사는 사라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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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사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면 사장,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이라면 팀장이나 본부장들의 만행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보니 한 번쯤은 얘기해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는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이 있죠? 이건 변태 성욕자가 되라는 소리도 아니고 문제해결의 본질은 피해가는 말일 뿐이죠.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론을 찾고 자신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찌 보면 답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행동방식을 말씀드려봤습니다.


다들 힘들어 하는 환경을 슬기롭고 용기 있게 헤쳐 나온 직장인들이 팀장이 되고, 사장이 된다면 우리네 기업들도 변화할 수 있겠지요.


건투를 빕니다.




그건 이래요


반차 휴가는 왜 생겨났을까요?


요즘 반차 휴가를 쓰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그런데 근로기준법 60조에는 연차유급휴가에 대해 ‘1이라고 표현하였으므로 반차(반일) 휴가라는 것은 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세상 일이 모두 법대로 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에 의해, 사회문화적 현상에 의해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던 포괄임금제와 같이 특이한 것(?)들이 만들어지는데요.


반차 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인들이 개인적인 용무를 봐야 하는데 회사가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말라고 반차를 권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촉진을 위해서도 바쁘면 반일씩이라도 자주 쓰라는 의도로 반차휴가를 활용하게 합니다직장인들의 입장에서도 1일을 다 쓰지 않아도 되는 용무라면 반일을 쓰고 남긴 반일을 다음 연차휴가에 붙여 쓰는 게 더 휴가를 즐길 수 있으니 반차휴가를 쓰기도 합니다이런 기업의 문화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법조문에는 없는 사항이나 행정해석을 통해 반차휴가를 허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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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를 거친 후 취업규칙 등에 명문화해서 반차휴가를 써야 하지, 사용자가 노동자가 청구한 1일의 연차휴가를 임의로 쪼갠다 던지, 직원이 우리 회사는 반차휴가도 없는 노동법 위반하는 이상한 회사라는 오해를 해서는 곤란합니다간혹, 지각한 사람에게 벌을 준다고 연차휴가나 반차휴가를 쓴 것으로 하는 회사들이 있다는데 이건 엄연히 위법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일이 바빠서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반차를 써야 하고, 일이 많아서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니 반차를 써서라도 연차휴가 사용촉진을 시키는 회사라면 그때는 인원을 충원하고 업무를 분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동법에도 없는 반차휴가를 왜 신청해? 자네 하루 쉰다고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아? 휴가는 하루씩 쓰도록 해!“라고 호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관리자들이 많았다면 반차휴가는 생기지 않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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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용법 1 : 회사의 종류

회사 사용법 2 : 구직자의 회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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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경영을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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