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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1. 06. 월요일

물뚝심송








외국어에 워낙 능통하신 위대한 대통령을 둔 덕분에 평화로운 월요일 오전, 명상에 빠져 인류의 평화를 고민하고 있던 본 정치부장에게는 특수 임무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번역이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기자회견 전문과 질답 내용을 보고 있자니, 이 황당한 어법과 모호한 어휘들의 향연, ‘통일은 대박’이라는 기가 막힌 민중어까지 섞여 있는 문장들을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천만 딴지스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생기고 만 것이다. 가뜩이나 명랑사회 구현에 분초가 아까운 그들인데 말이다.

 

본지가 아니면 누가 하랴. 이 쓰레기 더미를 평이하고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만 것이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팔 걷어붙이고 관심법을 시전해 보기로 하자. 따라들 오시라.

 


기자회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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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다. 갑오년이라고 하더라.

 

지난 1년간 난 졸라 귀찮고 힘들었다. 물론 니들 맘에는 안 들었겠지. 그래도 1년 내내 나보고 물러나라고들 그러는 건 좀 심한 거 아니냐?

 

내가 올해부터는 좀 잘 해 볼게.

 

아빠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기찬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어떠냐? 멋지지? 그리고 내가 통일을 위해 힘 좀 써 볼게. 니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뭘 넣을까 하다가 세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비정상의 정상화”. 우리 사회에 개판인 곳이 어디 한두 군데냐? 이거 내가 다 고칠 거다.

 

원전비리 같은 거 아무도 안 고치고 있다는 거 알잖아. 눈먼 정부 돈은 여기저기서 줄줄 새고 있고 말야. 방법이야 모르겠지만 내가 고치라면 고치는 거지 뭐. 공공부문부터 고칠 거다. 지금 공기업들 몽땅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거든. 어떤 곳은 한 해 이익이 갚아야 할 이자보다 적은 곳도 있어.

 

그래, 알아, 알아. 이거 정부가 떠맡긴 빚들이야. 4대강 공사 하면서 수자원공사에 빚 떠넘겼잖아. 근데 정부만 잘못했니? 공기업들도 잘못한 부분이 요만큼은 있을 거잖아. 그러니 다 쌤쌤이니까 정부 욕 좀 그만해라.

 

원전도 골치 아프고, 코레일도 골치 아파. 이거 다 고쳐야 되는데, 여태껏 정부들이 하나도 못 고쳤잖아. 근데 나는 고칠 수 있다니까? 어떻게 고치냐고 묻지 말고 좀 믿어라. 그냥 믿어. 어차피 니들이 안 믿으면 어쩔 건데? 어차피 나도 못 고치는 거 다 알면서 자꾸 그러면 혼난다니까.

 

둘째로 창조경제 계속 할 거다. 이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냥 대충 창업자들 도와주고, 기술 혁신 같은 거 할 때 지원금 좀 줄 테니까 알아서들 좀 하고 자꾸 나보고 뭐 해달라고 그러지 좀 말라고.


창조경제 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라는 것도 만들었어. 비타민 먹으면 몸에 좋잖아. 그래서 지은 이름이니까 그냥 좋은 거라고 알아두렴.

 

이명박이 녹색성장으로 잘 우려먹었는데, 나도 그거 할 거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라는 거 만들 거야.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로 시비 걸려거든 거기 가서 알아봐라.

 

셋째로 내수 활성화 대책도 만들었다. 수출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사람들이 좀 눈치를 채더라. 그러니까 내수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지. 어떻게 활성화 시키냐고? 보건,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산업을 육성할 거라고. 정부가 어떻게 그런 산업을 육성하냐고? 그냥 한다니까. 좀 믿어. 진짜...

 

중소기업도 좀 도와 줄게. 이거 내가 뭐 하기도 전에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이 작년에 좀 좋게 나왔거든. 그거 다 내가 마음 속으로 도와줘서 그렇게 된 거야.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그리고 내수 활성화하려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야 된다며? 좋은 얘기지. 서비스 산업 활성화하기 위해서 내가 규제 팍팍 풀어줄게. 투자하겠다는 사람 있을 때 투자하는 게 좋은 거잖아. 투자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대신 민간 자본이 공공 분야에 투자하는 거, 민영화 어쩌구 하면서 반대 하면 안 된다. 응?

 

이거 다 니들이 내수 활성화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니들이 반대하면 안되지 않겠니?

 

이런 식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달성되면 뭐가 좋아지냐고? 4% 성장에 4만불 국민소득, 고용률 70% 달성할 거야. 그게 말이 되냐고? 자세히 잘 봐봐.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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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봐봐. 분명 아무 것도 없지? 근데 이따 창조적으루다가 경제가 나올 거야



4% 성장은 잠재성장률, 4만불 소득은 달성하는 게 아니고 바라본다는 거고, 고용률 70%는 기준만 바꾸면 나올 수 있는 숫자에다가 청년과 여성을 위한 맞춤형 알바자리는 내가 만들어 줄 수 있거든. 난 거짓말은 안 해.

 

경제 얘기는 이만 하기로 하고... 또 뭐더라? 그래 남북 문제.

 

북한 애들이 말 안 들어서 나도 정말 힘들어. 핵실험은 자꾸 하고, 전쟁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개성공단 폐쇄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무산되고, 그거 다 북한 책임이거든. 되게 높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장성택까지 막 죽이는 거 보라니까.

 

그래도 우리 통일해야 되잖아. 그러니 어떻게든 해 볼게.

 

일단 북핵문제는 우리는 방법이 없어. 그냥 주변국들에게 어떻게 잘 말해 볼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북한이 알아서 핵을 포기해 주면 더 좋고.

 

북한 주민들 고생하는 건 나도 잘 알아. 사람들이 반대하긴 하지만, 그거 지원은 더 강화해 볼게. 실제로 될지 어떨지는 나도 모르겠다. 할배들이 싫어하잖아. 그런 면에서 이산가족 만나는 건 어떻게 다시 추진해 볼 수 있겠다. 이거면 되겠니?

 

그리고 자랑거리도 하나 있다. DMZ 평화공원, 이거 내 아이템인데 되거나 말거나 자랑할 것은 이것밖에 없네. 그리고 맨날 말만 해서 민망하긴 하지만 철도 연결도 추진해 보지 뭐.

 

사실 서로 다 알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거.

 

그냥 마무리 하면서 립서비스 좀 해 주는 걸로 하자.

 

입시, 취업, 주거, 보육, 노후 문제 다 신경 쓰겠어. 신경만 써줄게.

 

여성들, 출산 육아 문제도 신경쓰지 뭐. 신경 쓰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뭐 해주기는 힘들 거야. 돈이 없거든.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

 

이게 전부야.

 

끝.



 


실질적인 애기는 아무 것도 없고, 그저 다 잘해보겠다는 얘기뿐이다. 이 상황에서 줄줄이 일어서서 질문하는 기자들 역시 나처럼 관심법의 달인들인지, 어찌 그리 모두 다 잘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과 답변까지 통역해 주기로 하자.



질문과 답변

 


질문 1 : 대통령의 신년 국정 구상을 잘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첫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다. 올해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소회와 향후 국정 운영 구상과 각오를 밝혀주시길 바란다.

 

답변 :

 

너무 짜고치는 것 같은 질문 아냐?

 

뭐 굳이 물어본다면 나는 정말 바쁘게 보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겠지. 맨날 외국 돌아다니면서 옷 많이 갈아 입어서 좋긴 한데.. 성과라고는 아무리 뒤져봐도, 한국-러시아 비자면제 밖에 없는 듯. 억지로 찾아보니 중국하고 일본하고 방공식별구역 문제로 티격태격할 때, 우리도 거들 수 있긴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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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와 생깜, 그 긴박한 2분에 드러난 정상외교의 성과



국내에서는 뭐 한 건 없고.. 앞으로는 내가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열심히 하겠다는 걸로 답변할게.

 


질문 2 : 두 번째 질문으로 한반도 문제 묻겠다. 대통령께서는 국정기조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신년구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올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언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

 

한 가지 더 질문하겠다.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수차례 말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한 여러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는 어떤 상황까지를 설정하시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대비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기 바란다.

 

답변 :

 

통일 중요하지. 사람들이 통일 비용을 무서워 하는 거 같은데, “통일은 대박”이야. 돈 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세계적인 투자가가 우리 통일되면 올인 하겠다고 하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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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핵이야. 북한이 핵만 포기한다고 그러면 좋을 텐데,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이 없어. 국제사회의 공조, 뭐 이런 것은 아무 방법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지.

 

북한에 대한 민간 차원의 지원은 확대할 생각임. 하지만 반대할 사람이 많으니까 정부가 직접 하는 건 좀 그렇고 NGO 같은 곳을 통해서 도와야 될 거 같아. 그러니까 진짜 하겠다는 얘기도 아니고 안 하겠다는 얘기도 아니니까 잘 새겨 들어주길 바라.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어? 그냥 국제협력을 강화한다는 얘기나 자꾸 해야지 뭐.

 

장성택 처형당하는 거 보니 무서웠지? 북한이 원래 그런 놈들이라고.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우리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해야 되는데... 국정원이 너무 바빠서 어떤 가능성도 예측을 하지 못하니 어쩌겠어. 그냥 미국이나 쳐다 봐야지.


 

질문 3 : 대선이 끝난지 일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국정원, 군사이버 사령부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야당은 지금도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또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실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말, 여야가 국정원 요원들의 기관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국정원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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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

 

거참 짜증나게스리...

 

1년 동안 떠들고 아직도 부족해? 국회가 알아서 하라 그래, 국회가.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법 만들기로 합의했다며? 그걸로 국정원 개혁해서 앞으로는 안 걸리게 잘 하면 되는 걸 가지고 뭘 자꾸 물어봐? 짜증나게.

 

이제 그런 얘긴 관두고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으자고. 일단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먼저 경제를 충분히 죽여 놨으니까 좀 살아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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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데 국력 쓰지 말아줘 흑흑.


 

질문 4 : 경제 관련 2가지 질문하겠다. 우선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다. 대통령께서는 올해 경제 운영 목표를 내수 활성화로 정했다. 가계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온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든다. 주택 거래는 꽁꽁 얼어 긴 동면에 빠져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올해는 국민들이 ‘집을 사고 팔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를 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올지 알려 달라. 특히 서민들은 최근에 전세값이 너무 급등해서 허리가 휘고 있다. 대통령께서 앞으로 전세값이 어떻게 될지 전망과 대책을 국민 앞에서 알려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두번째는 증세 문제다. 대통령께서는 복지공약에 돈이 많이 든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후보 때부터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증세는 절대 안 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 국회에서 증세 관련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현 정부 들어서 처음인 증세 법안인데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답변 :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지... 가난한 것들이 집을 자꾸 사니까 문제가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부동산 경기를 살릴 건지, 부동산 거품을 잡을 건지 물어보지 말았으면 해. 양쪽 어느 쪽이라도 욕먹을 테니, 나는 그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생각이야. 정상화가 뭔지는 안 알랴줌.

 

대신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부동산 관련 규제는 좀 풀 생각인데, 이걸 부자들을 위해서 푼다고 그러면 난리날 거잖아. 그러니까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오래 묵은 낡은 규제는 없애겠다, 이렇게 받아 적으라고.

 

규제 풀리면 부동산 거래가 좀 살아나겠지. 필요하면 대출 자금 좀 풀 테니까 저리로 가져다 쓰라고. 하지만 개나 소나 다 대출받아 집 사지는 말고, 갚을 능력이 되는 사람들만 사라고 그래. 그래야 하우스 푸어 문제가 해결되지. 없는 사람들은 그저 공공임대주택 좀 지어줄 테니까 그런 데나 들어가서 살아.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택 바우처 제도 같은 것도 하는 시늉을 내 줄 테니까.

 

증세 문제? 조세감면제도는 없애겠지만 증세는 안 할 거야. 실질 조세 부담률은 올리겠지만 세율은 안 올려. 이제 이런 화법에 적응될 때도 된 거 아닌가?

 

이번에 소득세 상한선 올린 거? 잘 봐봐. 그거 내가 올린 게 아니고 국회에서 올린 거야. 그러니 증세에 불만이 많은 분들은 국회를 욕하세요.

 

복지하고 세금 문제는 나도 답을 모르니까, 뭐 정히 궁금하면 국민대타협위원회 같은 거 하나 만들어 줄 테니 거기 가서 물어보도록. ?

 


질문 5 : 지역 경제에 관한 질문을 하겠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의 경제여건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지역 SOC사업 축소 조정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말씀해주시고, 더불어 지역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해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답변 :

 

SOC 사업 축소조정 한 적 없는데? 이명박 때야 4대강 한다고 왕창왕창 풀었지만, 4대강만 빼면 SOC 예산은 늘려 잡았다고. 그거 줄이면 새누리당 친구들이 가만히 있었겠어?

 

지역에서는 그거나 먹고 떨어져. 시골 사람들이 무슨...

 

그래도 좀 아쉬울 테니 내가 지역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라고 만들어 줄 터이니 거기서 졸라봐. 국물이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아까 내가 내수 시장 활성화한다고 그랬잖아. 어찌되었든 간에 내수 시장만 활성화되면 지역 경기도 좀 좋아질 거야. 그러니 기둘리셈.


 

질문 6 : 조금 민감한 질문을 하겠다. 불통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 대통령께선 수차례 우리 역사 인식 문제를 지적하면서 역사는 국민의 혼이다라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특히 역사 인식의 문제가 우리 교육 현장의 왜곡된 현실이 원인이고 새정부에선 이런 현상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 교과서 채택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런 역사적 인식에 대한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수많은 왜곡된 괴담들이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선제적 조치를 지시했다. 대통령께선 이런 왜곡된 진실과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더불어 사회적 문제가 야당에서도 대통령의 불통을 문제의 원인이라고 얘기하는데, 대통령께서 생각은 어떻고, 또 앞으로 대통령이 밝힌 국정홍보의 선제적 대응 방안에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답변 :


아이들한테 역사 교육은 잘 시켜야지. 암.


그런데 역사 교육을 시키는 이유가 뭘까? 국가에 충성하고 정권의 말을 잘 듣는 국민을 길러내야 되는 거잖아. 그런데 요즘 교과서들이 안 그런다며. 불법 방북자를 처벌했더니 탄압이라고 그러고 말야. (번역자 주 : 확인결과 이런 내용이 있는 역사교과서는 없는 걸로 밝혀 졌음.)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면 정부뿐 아니라 학계, 교육계가 다 모여서 잘~ 얘기해서 잘~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면 되는 거잖아. 뭐? 벌써 그렇게 만들어진 교과서가 있는데 아무도 채택을 안 한다고? 그건 내가 몰랐지. 미안~

 

내가 불통이라는 말이 많은 모양인데, 소통은 내 전문 분야라고. 나만큼 소통 잘하는 대통령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몰려와서 불법적으로 떼를 쓰는 사람들하고는 불통하는 게 소통이라고. 이거 왜 이러셔.

 

철도 노조만 해도 내가 그렇게 민영화가 아니라고 그랬으면 알아들어야 소통이지,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되겠어? 소통을 위장한 그런 불법 행동은 내가 가만 놔두질 않을 테니 알아서들 하시라고.

 

난 간담회도 졸라 많이하고, 심지어 민원 처리도 잘 해주거든. 그러니까 힘든 일 있으면 민원 넣어. 혹시 알아? 로또 맞듯이 해결해 줄지...


 

질문 7 : 당사자분들이 나와 계셔서 질문도 그렇고 답변도 곤란하실 수 있으실 텐데,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지난주 개각 고려 없다는 뜻을 밝히셨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지. 지금 장관들에게 만족한다는 것인지 개각이 아예 필요 없다는 것인지, 당분간은 개각이 없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개편에 대한 생각도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짧게 하나 더 묻겠다. 청와대 출입기자라서 그런지 각종 모임이나 친척들을 만나거나 회사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대통령 업무 끝나고 관저 가면 도대체 뭘 하냐고 묻는다. 전 뭘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난처하다. 대통령님께 사생활을 묻는 게 실례지만, 퇴근 후 관저 생활에 대해 국민들이 매우 궁금해 한다. 관저에서 뭐하는지 소개해 달라. 보고서를 본다, 이런 답 말고 다른 답변 부탁드린다. 그건 국민들이 다 알기 때문에.

 

답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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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을 왜 해? 안 해. 내가 지금 장관들 임명하는데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또 개각을 해?

 

퇴근하고 나서 보고서를 제일 많이 본다고 대답해야지, 그럼 내가 맨날 논다고 대답하리? 나도 저녁이 있는 삶 좀 살자. 그래도 공개적으로는 이렇게 답을 해야겠지.

 

나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제일 행복해요. 믿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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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시간 가질 여유가 없다고!! 이 좀비들아!!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강아지 두 마리 기르는데, 걔들하고 논다고 받아 적어. 그리고 기자들 말야... 앞으로는 청와대 들어올 때 그 강아지들 보면 깍듯이 인사하길 바라. 걔들, 대한민국의 퍼스트독 들이야.


 


질문 8 : 박근혜 대통령 정부는 일본 엔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인가. 또한 수출 시장에서 엔저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일본 경쟁사에 비해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도입할 예정인가.

 

답변 :

 

응? 응? 응?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그냥 딴소리나 하자.

 

우리가 일본보다 FTA도 먼저 했으니까 FTA를 잘 해서 해결해 보고, 뭐 수출 안되면 내수 시장 살려서 잘 하면 되겠지 뭐.

 

(홍보수석~ 저 외국인 기자 앞으로 청와대 못 들어오게 해. )



 

질문 9 : 정부는 올해 공기업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예정이다. 노사갈등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공기업 개혁을 비롯해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신지. 또한,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할 방안은 있는지 답변해 주시길 바란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사회,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적대타협위 구성을 제안했는데 어떤 답을 갖고 계신지 말해 달라. 둘째 정치권에선 87년의 헌법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밝혀 달라.

 

답변 :

 

또 그 얘기구나. 내가 통상임금 때문에 욕 먹은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리지만...

 

하여간 노사 문제는 노사정위원회가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뭘 또 새로 만들어. 내가 노사정위원회도 직접 방문하고 그랬잖아. 거기서 잘~ 얘기해서 잘~ 타협하면 되는 거야.

 

개헌 얘기? 1년 내내 국정원 얘기하더니 이젠 1년 내내 개헌 얘기만 하려고? 개헌 그까짓 거 해 봐야 나한테는 해당사항도 없는 얘길 뭐 하러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런 얘기 집어치우고 우리 그냥 일년 내내 창조경제 얘기만 하면서 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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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고 개헌이고 나발이고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질문 10 : 박근혜 정부는 문화 융성을 국정기조로 내걸고 융성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 하실 때마다 해외 문화현장을 살피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개인적으론 방향을 아주 잘 잡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직 문화 융성 정책으로 달라진 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문화소외 현상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심화되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의 문화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질문 드리겠다. 국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문화 융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실질적인 정책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길 바란다. 특히 낙후한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떠한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계신지 밝혀 달라.

 

답변 :

 

(홍보수석~ 이 기자 나중에 잘 좀 챙겨줘~ )

 

문화 예술 분야야 뭐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잘 하면 되는 거지만 질문 내용은 참 좋아요~ 막판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그만인 걸.


 

질문 11 : 외교안보분야에 대해 질문 드리겠다. 대통령께서 새해에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가진 이웃이 두 명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대화를 하자, 관계개선 하자고 하고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도발하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내년까지도 한일정상회담이 어렵지 않느냐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의 변화만 기다리긴 어려울 것 같고, 악화일로의 한일관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고 이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은 포함돼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남북 상황에서 뜬금없지만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임기 내 추진할 의향이 있나.

 

답변 :

 

북한의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뭐라 얘기한 모양인데, 아직 우리는 만날 때가 안 된 거라고 봐.

 

만나려면 뭔가 좀 확실한 챙길 거리를 챙기고 나서 만나야지 그냥 만나서 뭐하게. 술 먹으려고 만나나? 당분간은 만나기 힘들 거야.

 

일본 수상은 아직 만나기가 좀 껄끄러워. 그 쪽도 약간 껄끄러운 거 같고. 그 모든 책임은 일본 아베 수상에게 있음을 확실히 해 둡니다.

 

(홍보수석~ 일본 언론 기자들은 질문 받지 마.)


 

질문 12 : 중국 언론을 대표하여 질문하겠다. 한국에서는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뽑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가 선정됐다. 대통령께서는 이 사자성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두 번째 질문은 지난 한해 한중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 한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답변 :

 

응? 전미개오? 미존개오는 알아도 전미개오가 뭐야? “전반적으로 미친 개포동 오렌지”인가?

 

아아.. 여기 적혀 있네. 좋은 얘기였군요.

 

앞으로 일본보다는 중국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 우리 잘 지내봐요. 중국 기자 양반 참 잘생겼네. 우리말도 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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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모든 질문과 답변에 대한 번역이 완료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정치인들의 연설은 알맹이가 없기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은 진짜 말 그대로 무슨 소린지 알아 듣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전파를 낭비해 가며 수많은 기자들과 엄청난 숫자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아 놓고 전달한 내용이라고는...

 


- 경제 개혁 3개년 계획을 발동하겠다.

 

- 통일은 대박이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지원을 강화하겠다.

 

- 개각은 없다.

 

- 귀찮은 소통은 하지 않겠다.

 

- 청와대에는 진돗개를 두 마리 기르고 있다.



이것뿐이다.

 

왜 그럴까? 연설이 엉망이라면 질문과 답변으로 보충이라도 하면 된다. 그러나 질문에 나선 언론사들의 순서를 보시라. 연합 - MBC - 동아 - 매경 - 대구일보 - 뉴데일리 - 채널A - 로이터통신 - 세계일보 - 중부 - YTN - CCTV 순이다.

 

이 중에 요즘 들어 제대로 된 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하나라도 있던가? 질문 내용 자체가 사전에 준비된, 답변하기 좋은 방향으로 가다듬어진 것들일 뿐이다. 답변이 끝난 뒤 다시 나오는 재질문 조차 사전에 조율된 것들일 뿐이다.

 

질문과 답변 시간에 계속 손을 들던 일본 언론사의 기자들에게는 끝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다못해 뉴데일리 기자에게까지 질문 기회를 주면서 민족 정론지 딴지일보 기자들을 초대도 하지 않은 옹졸함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최소한 도대체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시는 거냐고, 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답변을 해 달라고 물어보는 기자가 단 한 명도 없기에 하는 소리일 뿐이다. 당신들 알고 보면 몽땅 다 청와대 직원들이었던 거 아냐?

 

하기사 그렇게 대들었다가는 당장 청와대 출입증 빼앗기고 회사에 돌아가 잘릴 위기에 빠지겠지만 말이다.

 

 

다 좋다. 모두 다 내려놓기로 하자. 그래도 이 기자회견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버렸다. 이는 박근혜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만 아쉬운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본인, 나아가 청와대, 아니 대한민국 전체에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정통성 시비에 끊임없이 시달려 온 정권의 수장이 새해 초에 실행한 그 귀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의 정통성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기회를 또 무시해 버리고,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묻어 버린 이 현실이 아쉽고 원통할 뿐이다.

 

아니 그렇게 법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재판은커녕 기소도 어려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하나 가지고는 전 국회가 나서서 탄핵을 결의해 버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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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은 끝났고, 질문과 답변도 모두 끝났다. 앞으로 당분간 대통령은 또 침묵의 골짜기에 은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산적한 심각하기 짝이 없는 문제들, 우리 사회 전체의 존망을 가르는 기로에 서 있는 중요하기 짝이 없는 선택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나오지 않았다. 남북 문제는 악화될 것이고, 경제는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민영화는 가속될 것이고, 부동산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원전은 여전히 위험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라는 자가 나와서 하는 얘기의 전부는 그저 잘~ 하겠다는 답변, 잘~ 합의하겠다는 미사여구들의 성찬이었을 뿐이다. 도대체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라는 네이밍은 어떤 대가리에서 나온 발상이란 말인가.


이 정권의 정통성 시비는 단 1g도 해결되지 않았다.

 

2014년 한 해, 우리 모두는 지극히 불행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끝.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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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