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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RC 헬리콥터를 시작하기 위한 기초 정보와 헬리콥터의 간단한 비행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어려워서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RC는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손의 감각, 약간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근육 기억(muscle memory)를 이용하는 것인지라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기타 연주를 생각해 보자. 처음 코드를 잡을 때에는 손 모양도 생소하고 소리도 잘 안나고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손이 그 자세를 기억한다. 특히 코드에서 코드로 전환될 때 어떤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대뇌의 영역이 아니라 손의 근육이 기억하고 있는 자세인 거다. 처음 배울 때에는 머리를 써야 할지 몰라도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손이 알아서 움직여 주는것. 이게 대표적인 근육 기억의 결과다. 기억상실증에 걸려도 자전거 타는 법은 까먹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RC 헬리콥터도 마찬가지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것을 조작해야 하는지는 날리다 보면 내 손이 안다. 연습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연습해도 못하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https://youtu.be/rM4g0AW_3hA

그동안 잘 날리는 영상들만 봤으니, 못날리는 영상들도 한번 감상해 주자.


지난 글에서는 4채널 헬리콥터와 250급의 헬리콥터, 그리고 진짜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번에 설명하고자 하는 헬리콥터는 450급 이상이라 불리는 헬리콥터들로서 소위 말하는, 돈 주고 조금 살 만한 헬리콥터들이다.


P1050092.JPG

450급의 대표주자 Trex 450.

상대적인 크기를 알 수 있도록 조종기와 함께 상자에 들어간 사진으로 구했다.


너무 작은 급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RC 헬리콥터는 진짜 헬리콥터보다 작다보니 진짜에는 들어가지 않는 몇 가지 필수 장치들이 추가되는데, 250 이하급의 헬리콥터들은 경량화, 가격 절감 및 작은 구조상의 이유로 쉽게 날릴 수 있는 장치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비행을 즐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투자를 할만한 제품은 450급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안내서나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4채널의 작은 헬리콥터부터 시작해서 익숙해진 뒤 오늘 설명할 헬리콥터로 넘어가는 것이 낫다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충분한 연습을 한 뒤, 실제로 날리는 헬리콥터는 450급으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시뮬레이터에 대해서는 이 글 마지막쯤에 다루겠다.


그래서 오늘 글에서는 이 진짜 헬리콥터에는 없지만 RC 헬리콥터에는 필수적인 장치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대표적인 450급 헬리콥터를 살펴보고자 한다. 450 이상으로도 500, 550, 600, 700, 800급의 헬리콥터들이 있지만, 450급 이상부터는 모든 헬리콥터들이 동일한 비행 원리를 사용하며 단지 기체와 모터, 그리고 블레이드의 길이가 커진다는 차이만 있을 뿐, 450급을 이해하면 나머지는 그대로 스케일 업으로 간주하면 된다. 따라서 450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 특성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Heli_Size500pics.gif

노란색 헬리콥터가 대략 500급. 그 오른쪽이 450급.


그렇다면 RC 헬리콥터에만 특별히 들어가는 것, 그리고 450급부터 본격적으로 채택되어 돈을 투자할만 하게 만드는 장치들에는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1. 플라이바 (Flybar)


Flybarless_Trex600_500pics.gif

위의 이미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두 개의 헬리콥터가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왼쪽 헬기는 블레이드와 수직으로 뻗어 나온 기다란 막대기가 있고 그 끝에 무게추 같은 것이 달려 있는 반면, 오른쪽 헬기는 블레이드만 있다. 저 왼쪽 헬리콥터에 길게 뻗어 나온 것이 플라이바 라고 불리우는 장치이고, 그 끝에 달려있는 검은색 작은 날개 같은 물체는 패들이라고 부른다.


플라이바는 실제 헬기에는 없는 경우가 많으나 RC 헬기에 반드시 필요한 대표적인 장치인데, 그 역할은 너무 급격한 기체의 변화를 막아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RC 헬리콥터는 보통 무게가 많아 봐야 수 kg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움직임을 버텨줄 관성이 부족하여, 로터 블레이드의 각도가 단 1도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헬리콥터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등의 급격한 움직임이 발생해서 인간의 반응 속도로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밖으로 벗어난다.


플라이바는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두개의 추(패들)를 로터와 동일한 속도로 회전시키는 장치인데, 일반적인 플라이바 시스템을 갖춘 로터들은 Bell-Hiller 타입 로터라고 한다. 로터 아래의 스와시 플레이트의 움직임이 블레이드를 직접 움직이지 않고 저 플라이바를 움직이게 되어 있고, 저 플라이바가 다시 로터 블레이드를 움직이도록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사용자가 조정기를 급격하게 당겨도 플라이바의 회전 관성에 의하여 살짝 지연된 움직임이 블레이드에 전달되게 함으로서 헬리콥터를 조종 가능한 수준의 감도로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플라이바이다.


그렇다면 저 플라이바는 모든 RC 헬기에 필요한가? 특별한 장치가 없고 가벼운 헬리콥터라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얼떨결에 플라이바 없는 헬리콥터를 한번 날려본 적이 있었는데, 매우 고통스러운 비행이었다. 결국은 크래쉬...


그렇다면 저것을 없애는 것이 가능한가? 일단 헬리콥터가 크고 무거우면 플라이바 없이도 날리는 것이 가능하다. 크고 무겁지 않다면? 전자적 제어 장치를 이용하여 제거가 가능하다. 이를 'Flybarless system(FBL)'이라고 부르는데, 저 위 사진의 오른쪽 헬기가 이 전자적 제어 장치를 갖춘 헬기이다. FBL 시스템은 3개의 자이로로 구성되어 있는 작은 컨트롤 박스인데, 이 장치는 조종기에서 들어오는 모든 신호에 인위적으로 딜레이를 만들어서 마치 플라이바가 하는 일을 전자적으로 흉내낸다. 그래서 헬리콥터가 조종 가능한 수준의 느린 반응성을 지니도록 해 준다.


IMG_5689.jpg

보통 이렇게 생겼다. 옆구리에 붙어 있는 주황색 박스.

헬기가 250 헬기라 좀 커 보이는네 실제로는 작다.


플라이바로 가능한 것을 굳이 FBL를 이용해 없애야 할 이유가 있나? 플라이바가 없어짐으로 인해 생기는 이득은 몇가지가 있는데, 로터 구조가 간단해지다 보니 유지 정비가 조금 쉽고, 추락에도 부서질 부품의 개수가 조금 줄어들고, 로터에 불필요한 장치들이 없으니 진동으로부터도 좀 더 자유롭고, 모터가 플라이바까지 돌리지 않아도 되니 조금 비행 시간이 늘어나는 정도. 그리고 조종의 민감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3개, 4개, 5개 등의 많은 수의 로터 블레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인데, 보통 이런 이유로 플라이바를 없애기 보다는, 플라이바가 없는 것이 더 모양이 예쁘니 하는 경우가 많다. 별로 대단한 이유는 아닌것 같지만, 스케일 헬리콥터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이슈다. 어쨌건 이쪽 취미계의 대세는 FBL 시스템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FBL보다는 플라이바가 있는 모델을 구매하기를 권한다. 왜냐면, FBL 시스템이 저렴하지는 않는 데다가, 비행 원리를 익히는 데에는 플라이바가 있는 것이 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2. 자이로


450급, 혹은 괜찮은 250급 이상의 모델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자이로이다. 자이로는 헬기의 방향성(오리엔테이션)을 알려주는 장치로써 꼬리에 달린 수직 로터 블레이드의 각도를 조절해(저가나 작은 모델들에서는 각도 조절이 안 되니 모터의 rpm을 조절해서 방향을 잡아주는데, 이런 건 사지 않는 게 좋다) 로터의 회전으로 인한 토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토크라는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보니 사람이 이걸 다 잡아주며 적절한 요잉 각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조종자가 명령을 주기 전까지 헬리콥터는 자이로의 명령을 받으며 머리가 한쪽 방향을 유지하도록 스스로 컨트롤을 하고 있고, 조종자가 방향 전환을 명령하면, 그때는 자이로의 명령을 받지 않고 조종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다가 조종자가 더이상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다시 자이로의 명령을 받아서 현재의 각도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데에 자이로가 들어간다.


보통 FBL 시스템을 채용한 헬리콥터는 FBL 시스템 자체가 3축 자이로다 보니 FBL이 자이로의 역할을 대신하고, 플라이바 시스템을 채용한 헬리콥터는 1축 자이로를 탑재한다.


RC 헬리콥터를 제대로 날릴 수 있는 채널의 최소 개수가 6개라고들 이야기 하는데(6ch) 이는 모터 스피드 조절(쓰로틀), 블레이드 피치 조절(collective), 롤링, 피칭, 이 네가지 동작에 네 개의 채널을 사용하고, 요잉에 두 개의 채널을 연결(하나는 조종자, 또 다른 하나는 자이로)하기 때문에 6채널이다.


450wiring.png


일반적인 RC 헬리콥터의 전자계통 커넥션. 맨 위에 있는 GP780이 자이로. 좌측에 있는 'spektrum'이라는 것이 전파 수신 장치.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자이라고 수신기에서 두 개 커넥터(=두 개 채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헬리콥터는 평소에는 자이로의 명령에 따라 방향을 고정하고 있다가 조종자가 신호를 주면 자이로의 신호를 무시하고 조종자의 지시를 따른다.



3. 수직 로터 구동의 연동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헬리콥터가 하늘에 뜨는 것은 끊임 없는 토크와의 싸움이다. 이 토크와의 싸움을 이겨내게 해주는 것이 바로 꼬리에 달린 수직 로터인데, 필자의 경험상 헬리콥터 추락 원인의 절반 정도는 이 꼬리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bhd_11.jpg

영화 블랙호크 다운에서도 헬기 두 대 모두 꼬리에 이상이 생겨 추락한다.

우리의 꼬리는 소중한 것이여...


저 꼬리에 걸리는 토크의 세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 아래 동영상을 한번 보자.


https://youtu.be/v5aMT9MBfZI


헬리콥터가 서서히 내려오는 과정에서 메인 블레이드가 옆의 줄을 쳐 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결과 헬리콥터 동체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현상은 꼬리가 부러지는 것이다. 로터 블레이드가 회전하다가 어딘가에 부딪히면서 순간적으로 높아진 토크가 꼬리를 부러뜨려 버리는 것이다. 꼬리에는 특별히 뭐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수직 로터는 매우 큰 힘을 받으며 헬리콥터 비행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직 로터가 안정적으로 회전하며 토크를 상쇄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RC 헬리콥터가 수직 로터를 돌리는 방식에는 대개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선풍기 날개 같이 고정된 각도의 로터를 장착하고 거기에 연결된 모터의 rpm으로 토크를 조절하는 방식, 메인 로터의 회전을 타이밍 벨트를 이용하여 꼬리로 전달하는 방식(belt-type),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된 긴 축으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turque tube type)이다. 이 중 첫번째 방식인 모터의 rpm을 조절하는 방식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데, 급격하게 변하는 토크를 rpm을 올려 잡아 주는 것은 상당히 느린 반응이기 때문에 얌전하게 하늘에 떠 있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야외 비행이나 조금 급격한 비행에서는 토크를 잡지 못하고 빙빙 돌게 된다.


따라서 벨트 타입이나 토크 튜브 방식이 제대로 된 녀석들인데, 일반적으로 벨트 타입은 조립이나 유지 관리에 조금 신경을 써야 하고 동력 전달 효율이 약간 떨어지나 크래쉬 발생에 대한 내구성이 조금 더 강하고, 토크 튜브 방식은 동력 전달이 좋고 조립이 간편하나 추락에 취약하고 소리가 조금 더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다.


대략 이 세 가지 정도가 450급 헬리콥터 부터는 살만한 녀석이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450급 이상부터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비행 메카니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사이즈를 사도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번 글들과 더불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음 조건들은 충족하는 헬리콥터를 사야 제대로 된 비행을 즐길 수 있다.


1. CCPM이 되는 로터 (collective/cycling pitch mixing이 되는 로터)

2. 자이로가 탑재된 6채널 이상급

3. 꼬리의 수직 로터도 메인 로터로부터 동력을 공급받고 피치 조절이 되는 것

4. FBL이면 좀 더 좋지만 필수는 아님

5.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위에서 별도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메인 로터가 'Autorotation'이 되는 기종. Autorotation이란 자전거 뒷바퀴 허브 같은 녀석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돌도록 해주는 one-way bearing이 들어가 있는 기능이다.


이 정도 급의 헬리콥터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모델들이 있다.


Align Trex 450

CopterX 450

Blade 450

E-sky BeltCP 450

KDS Innova 450

(등등등.. 이 급의 헬리콥터들은 450을 거의 대부분 이름에 명시하기 때문에 알기 쉽다)


다만, 헬리콥터를 지르기 전에 시뮬레이터를 먼저 지르도록 하자. 시뮬레이터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unnamed.jpg

이렇게 미리 연습하자. 돈 수백 만 원 아끼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이 세계를 접하지 않고 바로 실제 헬기로 갔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rc-airplane-flight-simulators.jpg

 

시뮬레이터는 Phoenix RC, Real Flight 등이 있는데, 보통 시뮬레이터를 돌릴 수 있는 조종기와 같이 파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본인의 조종기를 컴퓨터에 USB로 연결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뮬레이터들은 소프트웨어 자체에도 별도의 키가 있지만 그에 더해서 전용 USB 연결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방식으로 불법 복제를 막고 있어서 어둠의 경로로 구하기는 쉽지 않고(권하지도 않지만) 다소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경로들도 있어서 그쪽을 통하면 유리하다. 특정 업체를 추천할 수는 없어서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은 리플이나 쪽지 주시면 개인적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더욱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패드용 앱을 사용하는 것인데, 실제 조종간을 잡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저렴하게 맛을 보는 정도로는 괜찮다. 다양한 시뮬레이터들이 있는데, 그나마 가장 실사와 유사한 녀석은 다음 시뮬레이터이다.


screen520x924.jpeg 

앱스토어 (링크)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풀어보도록 하겠다. 그럼 궁금하신 사항은 리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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