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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pater 2. 선배들이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좀 더 많은 세상의 이치들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선배들을 바라보는 신입사원의 눈 속에는 동경이 가득합니다. 능수능란하게 하청기업들을 휘어잡고, 탁월한 영업실적을 내서 포상으로 해외여행도 수차례 다녀온 선배들, 멋진 그들처럼 세월이 흐르면 나도 폼 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조직 내부에서 외톨이로 지내다 이직을 하는 선배를 볼 때, 회사에서 단행한 구조조정에서 맥없이 내쳐지는 선배들을 볼 때는 혀를 차기도 합니다. 짬밥을 무슨 구멍으로 먹었기에 저 모양인가라고 흉을 보며 동기들과 술안주 삼아 잘근잘근 씹기도 하죠.


시간이 지나 신입이라는 딱지는 저절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제 나도 실적을 내야 합니다. 진급심사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선배들은 쉽게 쉽게 하청기업 사장님들을 부렸었는데 내가 담당하는 하청기업 사장님은 나만 보면 죽는소리를 하며 내 말은 안 듣습니다. 나를 빼고 팀장이랑 팀원들끼리 회식을 한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땅바닥이 푹 꺼지는 것 같습니다. 이 왕따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 거지? 퇴사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퇴사를 잘하는 거지? 옮긴 직장에서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그간 직장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알고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찌하라고 알려주지 않았네요. 당연하죠. 직장생활의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대단하게 느꼈던 선배도 사실은 일목요연하게 당신에게 지침을 내려줄 만한 통찰은 없습니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할 시간 따위는 없었거든요.


당신이 무시했던 선배는 이직해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당신을 포함해 이전 회사 쪽으로는 오줌도 안 싼다는 철저한 각오로 살아가고 있으니 만나서 뭘 물어보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장에서는 답 없는 얘기들, 직장생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무기력했던 선배들이 말하기 어려웠던 주제들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알려주기 싫었던, 사실은 잘 알지 못해서 알려줄 수 없었던 얘기들... 어쩌면 이 주제들 속에서 직장생활의 비밀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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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내 정치


Durability[djùərəbíləti] : 내구성, 내구력, 지속성

많은 직장인들이 밤만 되면 ‘오늘 하루도 버텨냈다.’ 라는 생각으로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잠자리에 눕습니다. 육체적 노동이 주는 고통 뿐 아니라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찾아온 불면증과 두통으로 쉽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지각하지 않으려고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서 점심, 저녁까지 회사에 있는 시간은 어지간한 회사원이라면 10시간을 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보다 생판 남인 사람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서너 시간이나 될까요?


경쟁과 시기, 질투, 무시 속에 하루하루를 직장에서 보내며 직장인들의 몸과 마음은 시나브로 얇디얇게 닳아 갑니다. 언제 부러질지 모를 위태로운 상태의 직장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징그러운 사내정치, 사내 정치하는 나쁜 XX들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은 직장생활을 안 해보셔서 그러신가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사내정치를 두려워하거나 증오하는 직장인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어차피 사내정치라는 것은 모든 조직에 있는 고착된 환경이기에 어떨 때는 맞서고 어떨 때는 주도할 필요도 있습니다. 쌘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쌘 놈이라는 말, 사내정치에서도 유효합니다.


인간이 모인 무리에서는 반드시 정치가 일어납니다. 같은 피로 묶인 가족 간에도 정치는 있습니다. 늙으신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형제들은 얼마씩 생활비를 배분해서 감당할 것인가? 부모님이 남긴 유산은 누가 더 가져야 하는가? 그래도 네가 수입이 제일 많으니까라는 명분으로 다른 형제에게 짐을 전가하고, 시대가 어느 시댄데 집 나가면 출가외인이라며 상속은 꿈도 꾸지 말라고도 하죠. 매년 명절 후 뉴스에는 형제간의 다툼으로 누가 죽고 다치고 했다는 뉴스가 전해집니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동물입니다. 두껍고 단단한 가죽이 없어도, 날카로운 발톱과 강력한 이빨이 없어도 인간은 관계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세상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리 안에는 반드시 정치가 존재합니다. 사내정치 없는 회사에서 살고 싶다는 꿈은 그래서 실현 불가능합니다.



가. 사내정치의 시작


사내정치는 결국 권력의 쟁취와 유지과정입니다. “나는 사내정치가 싫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기득권을 부숴버리고 싶은 권력의지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사내정치 없는 깨끗한 직장을 유지하려면 또 사내정치를 해야겠죠. 자신의 권력의지는 사내정치가 없는 것이니까요. 이런 모순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사내정치는 조직 내에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게 되죠. 그렇다면 사내정치는 왜 생겨날까요?


(1) 정리되지 않는 서열


직장 내에서는 이미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사장이 최고의 위치에 있고 그 이후론 간단명료하게 직급 상으로 마치 군대의 계급처럼 정해진 위상에 맞게 지휘, 감독된다면 문제가 없겠지요. 하지만 직책에 따른 현실적인 위상차도 있습니다. 국내영업본부장과 공장장은 같은 직급과 동일한 위상의 직책을 맡고 있지만 영업이 회사의 꽃이라며 회사의 통장에 돈을 꽂아주는 영업맨들은 생산직들을 우습게 봅니다. 그런데 경영본부장은 돈줄을 쥐고 있다고 영업본부에 가지가지 갑질을 합니다.


여기서 서열을 정리할 사람은 사장입니다. 당연히 누가 누구보다 위라고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희는 수평적관계인데 왜 지랄들이냐고 혼을 내는 것이죠. 그러면 각자 불만은 있더라도 서열정리는 됩니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권력으로 내부를 장악할 수 없는 사장도 있습니다. 바로 월급쟁이 사장이죠. 부서의 장들이 오너(주주)의 뜻도 그럴까? 라고 반기를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끝판왕이 아니라 겪는 설움인거죠.


월급쟁이 사장뿐 아니라 관리 권한이 위임되지 않은 파트장, 팀장, 본부장들도 마찬가지로 설움을 겪습니다. ‘지가 뭐라고? 사장님도 너 같이 생각할 거 같아?’ 이런 못된 생각을 품는 인사들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더 높은 권력자에게 줄을 댑니다. 이런 문제들을 정리하는 방법은 명시적인 권력의 위임입니다. 각 부문의 리더들에게 전결권을 위임해서 책임과 권한을 배분하면 됩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 없이 외유만 하는 사장, 자신의 입속에 혀처럼 구는 직원에게 조종되는 사장, 단 한 조각일지라도 사장의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 쪼잔한 사장들 밑에서는 결국 사내정치가 판을 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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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직장생활 편하게 하는 법, 사내정치


팀장한테 잘 보이면, 본부장한테 이쁨 받으면, 사장님의 입 속의 혀가 되면, 조직생활이 편해지고 더 많은 연봉과 진급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생각을 갖게 한 오래된 직장 내 전설 같은 성공 스토리(?)는 나쁜 사내정치가 자라는 자양분을 제공합니다.


갖가지 통계와 보고서를 분석해서 팀장에게 신규 사업을 제안하는 일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숙취 해소 음료의 병마개를 따주며 “팀장님 건강 챙기십쇼.”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은 정말 쉽습니다. 그런데 결과도 후자가 낫습니다. 못난 팀장은 불확실한 신규 사업을 각 부서장들에게 브리핑하는 고난의 행군(?)을 제안하며 예산을 따내자고 하는 직원은 불편합니다. 그 보단 센스 있게 숙취 해소 음료를 바치는 직원이 더 예의바르고, 타인을 존중하는 미래가 촉망되는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장 때 상사 대신 운전을 하고, 상사의 생일을 챙기고, 상사의 심기가 불편한 날 회식을 건의해보니 직장생활 정말 잘 풀리더라, 내가 사람 다루는 기술(?) 하나는 타고 난 사람이지.’ 라는 바보들 말이죠. 이런 불행한 바보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상사의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숙취 해소 음료를 들이미는 직원에게 “이봐. 신규 사업을 위한 통계 자료와 외부보고서 분석에 대한 중간보고가 왜 아직도 없지? 컨디션 사러 갈 시간에 보고서 한 장은 봤을 텐데. 난 이런 거 싫어하니 일이나 똑바로 하게.” 라고 따끔하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상사들이 찾아보기 힘든 직장에선 사내정치꾼들이 쑥쑥 자라납니다.


공자님도 일찍이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하여 먼 훗날 사내정치꾼들의 출현을 경계하신 바 있습니다. 달콤한 아부와 아첨, 그리 웃을 상황도 아닌데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사내정치꾼이 아니면 다단계 회원에 막 가입한 모지리일 수도 있으니까요.


(3) 인사평가 시스템의 한계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일었던 성과평가제 논란에서 확인했듯 직장인 한 사람 한사람의 실적과 성과를 정량적으로 계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개인의 업무계획과 실적관리에도 신경을 쓰긴 하지만 회사의 성과와 실적을 기반으로 개인의 성과를 가늠합니다. 나의 성과가 아닌 우리의 성과라는 넓은 테두리는 조금 부족한 사람도 넉넉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부족한 사람이 우리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도 만들어 줍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폐해는 팀원의 성과가 팀장의 성과로 둔갑되는 경우인데요. 과거 연공서열식 조직에서나 있었던 관리직은 이제 거의 모든 조직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요즘의 회사는 적어도 파트장이나 소팀장이라면 실무를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런 하위관리자들의 업무분장과 업무계획을 느슨히 관리하는 경우라면 팀원에게 기생하는 팀장이 만들어지니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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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내정치꾼을 대하는 자세


나쁜 사내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문분야나 업무 자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에게 사내정치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생존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뛰어난 개인기들을 갖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공공연히 눈물로 사람들의 동정을 산다거나 자신을 배척하는 사람을 왕따 시키는 등의 짓을 능수능란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속아 넘어 가지만 이들의 실체를 알고 난 후에는 그 꼬락서니를 보고 있기 참 힘들 겁니다. 결국 이런 사람들의 개인기로 조직이 휘둘린다는 것은 인사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밖에 없는데요. 상벌이 불분명하고 업무분장도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이런 인사들에게 휘둘리는 것이지요. 따라서 신문고 형태의 익명게시판 운영이나 대표이사 면담, 다면평가 등을 도입해서 특출한 개인기(?)가 없는 보통의 직원들도 사내정치꾼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스템화 해야겠죠.


조직이 아닌 개인의 측면에서는 사내정치꾼들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무시해서도 안 되고 사내정치라는 폭풍 속에 휘말려서도 안 된다는 것이죠. 그 이유는 그들이 사내정치를 하는 이유가 ‘생존‘이라서 그렇습니다. 사생결단을 내서 저 사내정치꾼을 내쫓던가 내가 나가겠다고 달려들 각오가 아니라면, 어설프게 그들과 대립했다가 도리어 내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오직 사내정치기능 스킬에 만렙을 찍은 적과 여러 업무에 스킬을 골고루 찍은 당신이 맞붙어 봐야 승부는 뻔합니다. PK전용 캐릭과 던전사냥캐릭이 맛붙어 봐야 결과는 뻔한 거죠.


억울하고 화난다고요?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 중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위나라의 황후 남자라는 경국지색의 미인이 공자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회유하고 유혹하지만 공자는 “저는 당신이 불편하고 두렵습디다.”라고 말하고 위나라를 떠납니다. 인류 최고의 정치사상가인 공자님도 현실정치꾼이 갖고 있는 협잡의 무서움은 알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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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가 해야 할 사내정치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Human Network입니다. 손에 꼽는 명문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성공을 일군 사람들을 보면 그 주변에는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그 조력자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직장생활입니다. 학연, 혈연과는 다른 직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같은 직장에서 밤을 새서 일을 하고 고난도 성취도 함께 했던 한 직장에서의 인연은 꽤나 끈끈합니다. 그리고 오랜기간 업무를 통해 서로의 실력과 인성을 검증했기에 신뢰도 깊지요. 스타트업으로 창업하는 분들 중에는 초기 발기인이 옛 직장의 동료나 상사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창업자가 그간 어떤 직장생활을 했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으니 앞으로의 행보에도 믿음을 갖습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실적을 위해서는 직장 내 여러 부서에 긴밀한 관계를 갖는 실력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전쟁터에서 언제 업무협조전을 써서 협조를 구하고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는 부서장 회의에서 도움을 읍소하고 있겠습니까? 평상시에 상부상조하고 도움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답례하는 자세로 조직 내에서 신망을 쌓고 아군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들은 타 부서의 협조가 없어서 낙담할 때 나는 카톡 한 번으로 도움을 얻고 맥주 한 잔으로 답례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횟수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이루어지면 끈끈한 믿음과 신뢰가 생깁니다. 나는 ‘이익을 주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질 낮은 술수와 사내정치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제대로 된 사내정치를 한 겁니다.


본인이 더 큰 야망을 갖고 있다면 사내정치의 전면전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직원 100명 이하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 상조회가 없습니다. 이럴 때 상조회를 만들고 본인이 초대회장이 되어 직원들 간의 구심점이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벤처기업이나 소기업에서는 회사의 복지가 한정적이다 보니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회사가 지원하지 못하는 복지부분을 감당하고 중구난방 제각각인 직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도 있죠. 노조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대한민국에서 상조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자연스러우면서 점진적으로 노사 간의 대화 창구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은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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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정치에 대한 불편함과 괴로움을 호소하는 분들은 많으나 사내정치에 맞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교적 적은 것 같아 오늘은 사내 정치를 주제로 얘기해 봤습니다. 사내정치, 어차피 이것이 바뀔 수 없는 환경이라면 두려움 없이 직시하고 자신 만의 대응방안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각 직장에서 분투중인 정치신인들의 건투를 빕니다.


 

☞ 그건 이래요


정규직, 무기 계약직 근로자의 차이는? 비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는?


90년대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노동자를 분류하는 일은 굳이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노동자 = 정규직 노동자’가 당연히 받아들여졌었지요.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에 대한 날선 비판과 변화의 요구에서 경영자 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노동자의 피땀으로 쌓아 올린 경제 시스템에서 재벌과 대기업의 총수들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IMF가 터지자 막상 우리 사회와 기업의 모든 것이 다 문제라는 몰인식 속에 슬쩍 노동자들에게도 책임을 나눠준 거죠.


기업들은 IMF 이후 회사가 언제 위기를 겪을지 모르니 대비책으로 두 가지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투자 하지 않고 쌓아두는 막대한 유보금, 또 하나는 언제든 해고시킬 수 있는 노동자였습니다. 이때부터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기간제 근로자를 기업들은 최대한 늘리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경비원 한 명까지도 직접 고용하던 기업들은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수급하고 기간제 근로자들을 대거 늘려갔습니다. 시나브로 이것이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는 2년 이상 근로한 노동자의 경우에는 정규직화하라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원했던 ‘정규직화’와 기업이 창조해낸 ‘정규직화’는 달랐습니다. 기업에서 노동자를 고용했을 때는 임금 외에도 복리후생비 등의 추가비용이 듭니다. 정부의 정규직화는 한마디로 회사가 망하기 전에는 직원을 해고하지 말고 함께 하라는 의미였기에 기업은 정부의 요구대로 근로계약기간은 기한을 정하지 않는 ‘무기’로 하되 효도비, 체력단련비, 학비보조 등의 복리후생비는 지원하지 않는 정규직 보다 한 단계 낮은 ‘무기 계약직’을 만들어냅니다. (무기 계약직을 정규직과 같은 뜻으로 쓰는 곳도 있습니다만 이렇듯 차별하는 사례가 많기에 선량한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쁜 사례도 부러 적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정규직, 무기 계약직, 비정규직(기간제계약직, 파견직, 외주, 특수고용노동자)등의 다양한 노동자 구분이 가능해졌습니다. 과연 이 분류를 노동자가 원했을까요? 자본이 자기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대로 만들어낸 악화된 노동계급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계급이 나뉘는 신분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농공상을 욕하고 미국의 남북전쟁을 얘기하는 지성인들이 가득한 사회의 이면이 이리도 부끄럽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문재인 정부의 단단한 공약도 있고, 새롭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기업가들이 기존 자본가들의 착취적 노동관을 거부하니 참 다행입니다. 더 좋아지겠죠. 더불어 우리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같은 일터에서 비정규직이라고 또 기간제 근로자, 파견 근로자라고 무시하고 자신은 무언가 입지전적인 일을 해서 정규직이 된 양, 같은 노동자에게 갑질하지 않기 말입니다.


아무리 정규직이라도 회사가 문 닫으면 실업자가 되는 건 비정규직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기사


회사 사용법 1 : 회사의 종류

회사 사용법 2 : 구직자의 회사 살펴보기

회사 사용법 3 : 사장(CEO)이라는 사람과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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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경영을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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