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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한국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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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이 불과 12세의 나이로 즉위하자, 어린 그를 대신해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하였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하듯, 전권을 휘두르는 문정왕후와 외가 세력에 의해 부정과 비리가 극에 달하였다. 특히 윤원형은 최순실처럼 조선 팔도를 대상으로 현금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적폐였다.

그 혼란스런 조선 사회에 도적 임꺽정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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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은 교과서에서 크게 다루지 않고, 포탈 요약에서는 '조선 중기 황해도 함경도 등지에서 활동하던 도둑으로 백정 출신이며,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던 의적'이라고만 나와 있어성호 이익은 조선의 3 도둑으로 홍길동과 장길산 그리고 임꺽정을 거론하는데, 크게 이름을 떨치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얻은 이미지 외엔 크게 아는 것이 없는 현실이야그저 덩치 크고, 수염이 유달리 많은 백정 출신의 힘센 천민이 탁주 사발 마시고, 김에 동네 지주들을 털었던 건지, 아니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살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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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은 당연히 본명이 아니고, 임거정 또는 임거질정이라고 하는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강력하고 파워풀한 이름인 임꺽정으로 오늘까지 알려졌다고 백정이라고 하면 도축업에 종사하는 직업군을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리는데, 도축업 말고도 다양한 직업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

임꺽정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서 바구니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하네. 코와 덥수록한 수염과 굵은 손가락 마디를 가지고 수제 버드나무 바구니를 만드는 임꺽정의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기까지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임꺽정이 살던 지역이 -순천만이나 하늘공원 갈대밭처럼버드나무 군락지였기 때문이야. 동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버드나무 가지이니, 드는 재료를 가지고 드는 방법으로 물건을 만들어 입에 풀칠만 하고 살았던 거지.

당시 조선의 국경지대인 황해도는 현대판 보트피플처럼 외국 난민이 조선에 많이 유입되었고, 중에서도 몽골 시베리아 유목민이 주를 이루었다고 . 이런 난민들이 조선에서 정착 종사할 직업군은 백정뿐이었어. 임꺽정은 코에 덩치가 유난히 크고, 수염이 유달리 많았다고해. 여기에 종사한 직업군으로 유추하여, 그가 난민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임꺽정이 태어난 해에 대한 기록이 없고, 1562년에 사망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어. 당시 임금은 명종인데 재위 기간이 1545~1567년이야. 연산군이 물러난 4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야. 명종 임금이 어려서 즉위를 하여, 어머니인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했어. 혼란한 틈을 백성의 피를 빠는 흡혈귀 같은 인물이 있었는데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이라는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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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형은 엄마의 동생이고, 자기 누나가 수렴청정을 하는 비선실세이니 아주 작정을 하고 부정축재를 하기 시작해수탈의 방법은 현대의 대기업이나 지도층만큼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야. 글의 말끔한 흐름 전개상 임꺽정의 동네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할게.

첫째, 대형 토목 건축사업을 벌여농사일에 바쁜 백성들을 강제 동원해서 간척지를 개간 해. 유노동 무임금의 환상적인 이윤추구 시스템이야. 투입되는 자금이 제로야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모든 이익도 자신들의 아가리로 직행. 위성 도시 하나를 만들고 땅에 아파트를 짓는데 공사비도 들고, 분양해서 나온 수익금도 가지니 얼마나 획기적이야!

둘째, 나라에 널려있는 천연자원을 이용해 천지에 깔려 있는 버드나무군락지를 내수사가 어느 갑자기 내 땅이라고 선포해, 고로 이제 백정이나 농민이 버드나무 가지를 채취 때는 돈을 내라는 거야. 내수사란 것이 조선시대 왕실의 재정 관리를 하던 기관인데, 공기업이 이런 거리를 하면 되겠어? 공기업이 사기업처럼 오직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노선을 변경 거야. 없는 백성은 효율성이란 명목 아래 갑자기 삶의 터전을 빼았겼어.

겨우 입에 풀칠만 하던 임꺽정 포함한 농민과 백정들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어. 공짜로 채취한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서 시장에 천 원에 팔던 것을, 재료구입에만 5 원을 내야 해. 돈은 내수사로 들어가는 거지.

이때의 농민들의 생활을 요즘 연봉으로 대략적으로 환산을 하면 아래와 같다고 연봉 2천 4백만 원인 농민은 일단 소작료로 천 2백만 원을 지주에게 바쳐야 . 그리고 세금으로 7백만 원을 내면 5백만 원이 남자나. 그런데 당시 4 가족 최저 생계비가 천 4백만 정도였다고 하니, 매년 늘어나는 것은 부채요. 줄어드는 것은 가족들의 숫자야자식 농사 지어, 예쁜 얻으면 지주의 첩으로 보내서 다른 새끼들 먹이고, 좋은 아들 얻으면 지주에게 종으로 보내 가족이 연명해. 굶어 죽지 않거나 팔려가지 않은 자식들은 미래는 없고 부채만 늘어나는 내일을 속수무책으로 맞이했어.

당시 황해도 지역의 관리들 상당수가 문정왕후의 친척들이었어. 윤원형이 꽂아 놓은 낙하산들이지. 문정왕후는 종교에 심취하여, 엄청난 돈을 때려 부었다고 . 설상가상으로 당시 조선은 하늘마저 버렸는지, 흉년이 겹쳐서, 들판에 굶어 죽은 농민들의 시체가 넘쳤다고 . 백성은 굶어 죽거나, 질긴 목숨 연명해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에 반해 권력층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어. 이런 시대에 임꺽정 같은 존재의 등장은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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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에 아래와 같은 기록이 있어. 실록에 기록된 것이 정도면 실상은 했을 거야.

도적이 성행하는 것은 수렴의 가렴주구 탓이며, 수렴의 가렴주구는 재상이 청렴하지 못한 탓이다. 오늘날 재상들의 탐오한 풍습이 한이 없기 때문에, 수령들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권력자들을 섬겨야 하므로 돼지와 닭을 마구 잡는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런데도 곤궁한 백성들은 하소연 할 곳이 없으니, 도적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는 형편이다

당시 민중들은 윤원형으로 대표되는 권력층을 진짜 도적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몰라. 아무튼 임꺽정은 이런 상황에서 도적이 되었어. 나라를 뒤집어 보겠다는 대의명분이 있었다기보단, 죽지 않기 위해 등 떠밀려 도적이 된 게 아닐까 싶어.

임꺽정은 부자들의 집이나 한양의 권력층에게 진상될 물건을 실은 배를 습격하였고, 세력이 커지면서 관청의 창고까지 공격했어. 이렇게 획득한 재물은 자신들의 만을 채우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원래 주인들인 백성들에게 돌려주었어임꺽정은 관군을 속이기 위해, 짚신을 거꾸로 신고 이동을 하기도 하고, 전혀 예측 없는 장소와 시간에 나타났다고 해. 마치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처럼 말이야.

임꺽정 사단의 구성원들은 농민, 백정으로만 이루어 아니라, 양반 자제까지 포함 정도로 많은 계층들이 합류했어.  고을의 아전들도 임꺽정 사단에 적극 협조를 했다고 . 그래서 임꺽정 측에서는 관군의 이동 루트나 다음 순찰 지역 고급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고, 관군은 항상 정글북이 아닌 북만 치게 되었지.

국민이 그들을 숨겨주고, 그들의 다음 작전이 성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임꺽정의 이름을 탄산음료가 나왔다면, 사이다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않았을까? 임꺽정이 BJ 나왔다면 별풍선 폭탄을 맞지 않았을까 싶어. 많은 백성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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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놓을 상황도 안 되고 유동자금도 항상 부족하니 낮에는 농민, 밤에는 의적으로 변신해야 했어. 낮농밤적!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관군은 임꺽정의 그림자조차도 잡지 못했어결국에는 임꺽정 사단이 한양에까지 출몰을 하였고, 일은 한양 최고위층을 발칵 뒤집어났어.

여보세요. 쏭쏭전자 사장인데, 경찰총장 바꿔 줄래요

죄송합니다. 누구 시라고요? 들었습니다!”

천한 것들은 이래서 잘 해주면 다니까.  XX놈아! 전화 받으면 관등성명부터 튀어나와야지. 그리고 말하면 바로 알아 들어야지. 어디다 대고 감히 다시 물어봐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임꺽정인지 뼈다귀가 어제는 서울에까지 기어 내려왔다는데, 경찰총장이란 새끼가 하고 있는 거야? 다음 타켓이 우리 집이라는 소문이 장안에 파다한데, 대책이 머야? 우리 정원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얼마인 줄 알아? 새끼 1년 치 연봉으로도 구해! 만약 우리 지하 갤러리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도 없어지는 날에는 손자의 증손자까지 우리 회사에서 일해도 갚아

최선을 다해 임꺽정 검거에 임하겠습니다. 충성!”

충성은 개뿔. 내가 상관이냐? 주인이지

장안의 부자들과 지도층들은 난리가 났어. 백성이 굶어 죽을 때는 몰라라 하더니, 임꺽정의 활약(?) 혹시라도 자기들 태산 같은 재산 먼지만큼이라도 없어까 봐 두려웠던 거야. 정부의 무능함과 관계 당국의 초동수사 대처를 질타하면서 말이야임꺽정의 행보는 99% 일반 백성들에겐 사이다 같은 청량함을, 1% 권력층에겐 평소 느끼기 힘든 걱정거리를 선사하지 않았을까? 걱정이란 말이 임꺽정의 걱정에서 유래 되었다는 말도 있다고 .

정부에서는 임꺽정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과 함께 천민은 양민으로의 신분 상승, 공무원에겐 당상관으로의 승진을 내걸었어이런 미끼와 정부군의 노력에도 임꺽정 검거에 실패하자, 남치근에게 임꺽정 전권을 위임했어. 남치근이 토벌을 하고 지나간 자리는 개미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자를 무슨 대단한 능력자 취급하는 웃긴 노릇이야. 잔인하게 양민들을 학살 하고, 선량한 백성들을 고문하며 캐낸 정보로 임꺽정을 압박했어. 유능한 장수가 아니라, 동네 양아치가 있는 방법을 사용 거지.

즈음 임꺽정의 오른팔 서림이란 자가 임꺽정의 가도치와 함께 포로가 되었는데, 자가 남치근의 앞잡이 역할을 제대로 했어. 구월산에 있던 비밀 아지트로 안내를 것도 모자라서 남치근 군사의 공격을 받고 일단 몸을 피하던 임꺽정을 정확히 손가락으로 지적했다고 . 밀정이 독립투사를 지목하듯이 말이야.

자가 임꺽정입니다요...

장장 3년간 이어지던 임꺽정의 활약(?) 이렇게 막을 내렸어임금은 크게 기뻐했으며, 백성들은 어제와 하나도 달라 것이 없는 태양을 다시 맞이하고, 사회는 모든 부분에서 안정을 찾는 정상적인(?) 체제로 다시 전환 되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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