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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가 1g도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머지않아 등장할 날 것의 모(毛)가 주는 불쾌감을 생각하면 ‘아, 이 글은 죽어도 광고글은 될 수 없겠구나’를 느끼실 겁니다.



여름입니다. 더위에 짜증이 32배쯤 상승해 모든 교우관계가 자동적으로 정리되는 저에겐 참 잔인한 계절이지요. 이젠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살갗 좀 드러내고 다니며 불쾌지수를 조금이나마 줄여야 할 것입니다. 하여 노출을 감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라고 결정을 내렸으나, 겨우내 자란 털들이 방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까맣고 꼬불거리는 털들이 흡사 태초의 인간을 연상케 했습니다.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할 때 ‘원숭이’ ‘정글’ ‘유인원’ 등을 설명하기 위해 제 털을 보여줘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아- 놓아줄 때구나, 직감이 들었습니다.


기왕 놓아주기로 한 거 레이저 제모랄지 왁싱샵에서 좋은 이별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이상과 현실은 먼 법이죠. 팔, 다리, 겨드랑이의 표면적을 고려했을 때 지갑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 자명했기에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었습니다.


'셀프제모'


그렇습니다. 자멸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것은 정말 마음일 뿐이다


셀프제모를 할 부위는 양팔과 양다리, 총 네 군데입니다. 기실 급한 것은 겨드랑이였으나 그 쪽 살이 연한 터라 임상실험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두 번째로 급한 양팔과 양다리를 제모하기로 했습니다.


사용한 도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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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바디 쉐이버(자동면도기) / 제모 크림(리무버 크림) / 왁스 / 테이프


각각 도구의 특징과 양팔과 양다리의 털 특징을 고려, 이렇게 짝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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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기 싫으시다고요? 직접 해야 하는 저는 어떻겠습니까.



쉽고 빠른 면도기


제모를 할 때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게 면도기 아닌가 싶습니다. 평상시엔 몇 개에 3천 원 하는 일회용(이라고 쓰지만 진짜 한 번만 쓰면 바보입니다) 여성용 면도기로 제모를 합니다만(슈퍼에서 파는 300원 짜리보다 베일 확률이 적습니다), 자동은 뭔가 다를까 하여 굳이 ‘자동’ 면도기를 써보았습니다.


면도기는 오른쪽 팔을 제모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털쟁이라고 해도 팔 털은 다리의 그것과 달리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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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아닌 게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오른팔의 털을 품평하자면, 색이 짙고 숱이 많으나 가는 편이군요. 저 정도면 두꺼운 거라고 말하셔도 괜찮습니다. 머리카락에 비해서는 매우 얇은 수준이므로 가늘다고 우길 거니까요. 억세 보이지는 않으니 넘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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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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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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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지만 친히 움짤을 준비해보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광고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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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밀어보도록 할 텐데요,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시연을 해보았습니다. 면도기를 작동시키고 제모할 부위에 가져다대면 됩니다. 면도날이 측면에 있으므로 면도기를 비스듬히 해주어야 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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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무리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말의 수치심 정도는 있어서, 인간존엄을 위해 털은 모자이크 하였습니다.


날 사이에 털 친구들이 모이면, 동봉된 브러시로 끼인 것들을 빼주시면 됩니다. 중간중간 처리를 해주어야지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제모할 수 있습니다. 털이 많이 끼어있으면 면도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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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을 경계로 왼쪽은 제모를 했고, 오른쪽은 하지 않았습니다. 박수 한 번 치고 가도 될 만큼 극명한 차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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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밀면 이런 매끈한 팔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살갗인지 모르겠습니다. 19XX년 이후로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순삭을 해버렸네요.


라고만 하면 모두가 면도기로만 온 털을 밀어버렸고, 이 글은 면도기 추천 기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털 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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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로 제모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면도기로 밀었더니 더 두껍게 (털이) 났다.”


그렇습니다. 깎여나간 털은 다시 자랄 때 더 두껍고 강인해져서 돌아옵니다. 그 뒤로는 싹이 나기만 하면 깎아야 하는, 어찌보면 악순환이 반복되죠. 새로운 털이 날 때 간지러운 건 개인차가 있으니 단점으로 꼽진 않겠습니다. 그냥 전 좀 간지럽습니다.


이것 뿐이 아닙니다. 건조한 상태로 제모를 하다간 자칫 피부에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꼭 생채기가 나지 않는다 해도 미세하게 베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모 후 며칠 동안 따끔할 리가 없고, 그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고통으로 인해 짜증이 상승, 결국 인간관계 단절로까지 이어질 리 없습니다. 그러니 피부가 너무 건조한 상태에서 제모를 하지 않도록 합니다. 제모 후에도 로션 같은 걸 꼭 발라줘야지 됩니다. 안 그럼 따끔거리거든요.


* 겨드랑이에 추가 실험한 결과 너무 긴 털은 잘 안 밀리니 일반 면도기로 1차 제초를 한 뒤 작업에 들어가는 걸 추천합니다.



편한 듯 편한 것 같지만 편한가 싶은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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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제모 크림이 처음은 아닙니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인 '비X'를 썼었는데요, 암모니아 냄새가 심해 한 번 쓰고 안녕을 고해야 했습니다. 이 제품 또한 암모니아 냄새가 많이 나겠거니 싶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습니다. 물론 아주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납니다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성격만 예민한 게 아니라 후각도 예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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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으로 제모하는 방법은 위와 같습니다.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설명서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보여드리는 거지 귀찮아서 때우려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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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크림에 의해 없어질, 왼쪽 팔에 살고 있는 털들입니다. 오른쪽에 비해 숱은 적습니다만 더 적극적인 애들입니다. 하나 같이 꼬불꼬불하고 길군요. 조금만 두꺼웠더라면 노끈을 만들어도 좋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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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아이들을 떠나보내기 위해선 저 또한 강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아 최대한 많이 짰습니다. 설명서에도 ‘제모 부위에 털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모 크림을 짜낸 후’라고 되어 있어서 많이 짠 거지 실수로 많이 짠 뒤 둘러대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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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된 투명한 스패출러(플라스틱 주걱?)로 열심히 크림을 조져주세요. 경험상 뒤의 둥그스름하게 튀어나온 뒷부분으로 문질러야 잘 발립니다. 답답하다고 맨손으로 하는 바보짓은 하지 마십시오. 손에 크림이 닿는다고 아프거나 하진 않지만 좀 속상합니다.


크림을 바른 뒤엔 3분에서 5분 정도 쉬어줍니다. 책상 위랄지 다리 위랄지 옷이랄지 엄청나게 크림들이 난리를 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거 정리하는 데만 5분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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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5분이 지났으면 스패출러로 털&크림을 밀어주세요. ‘긁어준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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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털이 없습니다만, 원래는 크림과 함께 털이 떨어져 나옵니다.


마일리지가 이 정도 쌓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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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밀려버려써!


이런 느낌의 팔이 등장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깔끔히 밀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설명서를 보도록 합니다.


‘털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면, 좀 더 기다린 후에 수시로 제모상태를 확인합니다. 단 10분 이상 제모 크림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설명서를 따라 했습니다. 10분을 넘기면 따끔거리기 시작합니다. 고통을 즐기는 취향이 아니라면 10분이나 털을 붙잡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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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제모가 됐다 싶으면 물로 씻어냅니다. 비누칠을 조금만 해도 약간이나마 났던 암모니아 냄새와 털이 사라집니다.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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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입니다. 털 친구들이 조금 남아있습니다만, 의외로 깔끔하지 않습니까? 저는 ‘나름’ 만족했습니다. ‘나름’을 강조한 이유는 역시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팔 군데군데가 빨긋빨긋합니다. 스패출러로 꽤 세게 밀어야(긁어야) 털이 밀리기에 그렇습니다. 스패출러도 날카롭지 않고, 크림이라는 보호막이 있어서 생채기가 난다던가 하진 않지만, 살을 밀어대니 아픕니다. 밀린 듯 한 자국도 남아서 엄마가 보고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팔도 이 정도니 다리털을 제모할 땐 더하지 않을까 싶군요.


* 아무래도 크림이 여기저기 묻기 마련인데, 손에 묻은 걸 모르고 눈을 긁으면 천국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 날 것의 모(毛)가 주는 불쾌감이 다소(x50) 상승합니다. 식사하시는 분들은 화면의 불빛을 낮춰주세요. 그렇다고 ‘뒤로 가기’는 안 됩니다. 암튼 안 됩니다.



어째서인지 인내심을 길러주는 왁스


왁싱샵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왁스의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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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왁스, 막대기(왁스를 퍼서 바르는 용도로 쓴답니다), 부직포입니다. 부직포란 건 피아노 닦는 건조한 천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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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보기에만 간단합니다. 중탕한 왁스(국소부위나 예민한 부위를 제모할 땐 중탕하믄 안 됩니다)를 막대기(...)로 발라준 뒤 부직포를 덮고 ‘재빠르게’ 떼면 됩니다. 아주 쉽고 간단해 보이는 게, 밥 아저씨의 “참 쉽죠?”가 생각납니다. 밥 아저씨와 다른 건 오늘의 준비물은 팔레트가 아니라 오른쪽 다리라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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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트가 등장했습니다. ‘(다리털이) 이 정도면 심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신다면 동서남북 중 어디에 서계신지 댓글로 남겨주십시오. 그 쪽을 향해 절을 해버릴 겁니다. 이 사진의 비밀 하나는 그나마 안 심한 곳을 찍었다는 것이며, 둘은 그나마 안 심해보이게 사진을 잘랐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림판을 조금 할 줄 압니다.


오른쪽 다리털은 진하고, 굵고, 꼬불거립니다. 사진으론 잘 모르시(었으면 좋)겠지만 숱도 꽤 많습니다. 원래는 길기까지 한데 얼마 전에 제모를 해서 그런가 길이는 평범한 축에 속합니다. 갓 봄에 접어들었을 땐 가발을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말도 못하게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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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 왁스입니다. 부드러워 보입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헤어 젤 되기의 5.7배 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째서 구체적인 숫자를 들이대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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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위해 양말 자국은 블러 처리 하였습니다.


왁스를 막대기로 퍼서 다리에 펴서 발라줍니다. 막대기가 얇은 쪽이 있고 넓은 쪽이 있는데, 제모 부위에 따라 넓은 쪽/얇은 쪽을 골라서 쓰시면 됩니다.


바닥에 신문지나 종이를 깔아두고 하는 게 좋습니다. 왁스가 엄청 되기 때문에 옆으로 흐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된 만큼 힘도 좋아서 요령이 없으면 잘 발리지 않습니다. 초보자가 어설프게 힘을 줘 바르다보면 여기저기 동네방네 왁스가 튀어버리지 않겠습니까? 점토 장난을 치는데 미세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본인이 점토가 되는 어린 아이 마냥 온 동네에 왁스 자랑을 하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소파나 바닥재가 아깝거든 종이를 까십시오.


아차차, 피부에 물이 묻어있거나 촉촉한 상태로는 안 됩니다. 물기가 있으면 왁스가 튕겨져 나옵니다. 과학콘서트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건조한 상태에서 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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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를 고루 묻혔다면 부직포를 덮고 잘 눌러주세요. 아무리 문질러도 부직포 위로 왁스가 새어나오지 않으니 가능한 열심히 문질러서 왁스와 부직포가 한 몸이 되게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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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파악! 뜯어버립니다. ‘파악’ 뒤에 느낌표까지 넣은 이유는 그런 느낌으로 뜯어주어야 털이 같이 뜯겨 나오기 때문입니다. 설명서도 나와 있듯 ‘털이 자란 반대 부분의 끝을 잡고’ 떼어주십시오. 다리를 기준으로 하면 무릎에서부터 내려 뜯는 게 아니라 발목에서부터 올려 뜯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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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동을 반복하다보면(한 번에 뜯기지 않은 곳+또 다른 곳) 이렇게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습니다. 털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요? 블러 처리 하였으니, 어설프게 보이는 검은색들이 모두 저의 흔적임을 아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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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구석구석 보이는 게 팔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로군요. 패인으로는 저의 미숙함, 왁스의 낯가림, 털의 엄청남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제가 왁스는 처음이라 잘 하지도 못하는데 왁스는 안 도와주고 털은 곤조가 넘쳐서 잘 뜯기지 않았으니까요. 남은 건 빨개진 다리와 고통뿐입니다. 면도기로 정리한 건 안 비밀입니다.


* 자신에게 수치를 주고 싶다거나 뭔가 수치 받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거나 하면 왁스를 추천합니다. 회사나 학교에서 한다면 남들에게 무한한 시선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5G로 단절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간단해버리지만 고통만은 간단하지 않은 테이프


왼쪽 다리가 남았지요. 네, 가장 하드코어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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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머릿수까지 많아버리는 왼쪽 다리털입니다. 오른쪽 다리보다 꼬불거림은 덜하지만 한 눈에 봐도 진하고 두껍습니다. 억센데다 미끈거리기까지 해서 손으로는 뽑기 힘듭니다. 족집게로 겨우 ‘악!’ 소리 한 번에 털 하나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강인한 놈들을 해치울 수 있는 건 마지막 남은 테이프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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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생겼지만 의외로 힘이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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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력이 강해서 이렇게 잘 뜯기지 않습니다. 내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난다고 막 뜯어버리면 접착제들이 제대로 헤어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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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뜯으면 이렇게 되니까, 지금 순간만은 내가 거북이다 생각하며 존나 카와이하게 뜯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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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쉬이 예상할 수 있는 그 단계입니다. 원하는 부위에 테이프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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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올바른 예는 테이프까지 안 올바르게 뜯어버렸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역시 털이 나는 방향에 맞게 붙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리 기준) 안 올바른 예처럼 붙이면 많이 아깝고 많이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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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쪽에 끈적거리는 것들은 테이프의 잔여물이지 더러운 것이 아닙니다. 더러운 것은 털로 족했습니다.


털이 어떻게 뜯겨 나오는지 알려드리려고 사진을 이렇게 찍었을 뿐, 천천히 뜯으면 안 됩니다. 테이프 표면을 잘 문질러준 뒤 왁스 때의 부직포처럼 파악! 뜯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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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블러 처리 한 거라는 걸 믿으시렵니까?


반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흔적들을 모으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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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뽑히지 않은 털과 확연한 뽑힌 자국, 대체 뭘 한 건지 모르겠는 다리가 됩니다. 


저의 스킬 미숙을 숨기지는 않겠으나 겪은 고통 대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입니다. 곤조 있는 털들은 몇 번을 시도해도 뽑힐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피부와 털 뽑힌 자국이 빨개져서 순간 피부병이 생긴 게 아닐까 의심해야 했습니다. 테이프에 붙어나온 털들이 눈에 띄기까지 해서, 난 사실 인간이 아니라 유인원이 아닐까 제 존재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 제모보다 고통에 더 관심이 있다 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합니다. 타인의 성적취향을 존중합니다.





셀프 제모가 끝났습니다. 시간과 노력 대비 고통만 남은 시간이었습니다만, 인간은 사회화를 해야만 하는 동물이고 제모를 하지 않으면 가벼운 옷을 입지 못하고 여름에 덥게 다니면 짜증이 32배 증가하고 짜증이 늘어버린 저를 싫어해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겠죠. 2N년 동안 쌓아온 인맥(없음)을 위해서라도 제모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이젠 겨드랑이를 보여드릴 차례, 아, 아닙니다. 차마 그것은 안 되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포털에 ‘반영구 제모’ ‘왁싱샵’을 검색하는 내 손을 혼내주고 싶습니다. 아, 그 전에 제 털을 보느라 더 많이 혼났을 여러분들의 눈에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 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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